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73) 나무와 경제 3: 양귀비, 탈레반 그리고 아프간경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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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새벽 산행 때 자주 듣는 미국 NPR 라디오에서 요즈음 뜨겁게 다루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 결정을 둘러싼 각종 이슈 중에서 – 철군의 적절성, 철군 과정에서의 테러 이슈, 천문학적 전쟁 비용 투입과 인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사상자 포함) 실패한 전쟁이 된 이유, 미국과 참전국들이 도와준 아프간 정부의 부패상 등등 – 최근 기가 막힌 보도와 분석이 들려서 다루어 보기로 했습니다.
험준한 산악지형 속에서 제대로 된 농지가 없는 아프간 농민들이 크게 의존해 온 양귀비 재배에 관해서 깊은 분석에 기초한 참으로 역설적인 이 이슈의 내용은 이 난에서 다루기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양귀비가 나무는 아니지만 이 난의 대제목인 ‘김도훈의 나무사랑 꽃이야기’ 중 꽃에 해당되기에 약간 어색하긴 하지만 다루기로 하였습니다.
양귀비 재배라는 농업 및 양귀비 열매를 이용한 아편, 헤로인 등의 마약 제조와 거래 비즈니스라는 아프가니스탄 특유의 문제를 대하는 양 진영 (미국과 아프간 정부 vs 탈레반) 사이의 전략 차이가 어쩌면 이 전쟁의 성패를 좌우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약 제조용이 아니라 하더라도 양귀비는 전통적으로 아프간 농민들에게 여러모로 유용한 작물이었다고 합니다. 아프가니스탄 남서부 고원지대인 헬만드 주와 이웃한 칸다하르 주 (아프가니스탄 제2의 도시 칸다하르가 있는 곳)가 그 대표적인 재배지로 알려져 있는데 (지도 참조), 그 밖의 산악지역에서도 농민들의 전통적 생계 유지용 작물이었던 것입니다. 과거부터 아프간 농민들에게 양귀비 씨앗은 빵에 넣거나 기름을 만드는 재료였고, 줄기는 말려서 땔감으로 사용되었으며, 잎은 복통을 치료하는 진통제 역할을 해 왔다고 합니다. (동아일보 2021년 8월 28일 보도 내용 참고) 그 양귀비가 마약의 재료로 쓰이면서 아프간 산악지역 농민들에게는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소득을 가져다주는 작물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UN 마약범죄사무소 (UNODC)가 2018년 발표한 보고서를 BBC가 분석하여 보도한 바에 의하면 (서울신문 2021년 8월 25일자 재보도), 전세계 아편 공급량의 80% 이상을 아프가니스탄이 담당하고 있다고 하니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이런 양귀비로부터 아편과 헤로인에 이르기까지의 산업(?)이 아프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입니다.
미국이 9·11 테러에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여 탈레반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정상적인(?) 아프간 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도와주며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20년 동안, 양귀비 관련 산업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당연히 엄격히 금지하고 (경찰과 군대를 동원한 양귀비 재배 지역 수색 및 파괴: 사진 참조) 다른 작물 재배를 권장하는 이른바 ‘당근과 채찍’을 동원한 억제정책이었습니다. 그런 미국을 아프간 농민들은 원망의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양귀비 박멸 작전은 종종 과격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작물 재배는 전혀 경제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탈레반은 양귀비 재배 농민들을 보호해 주는 정책을 펼치며, 오히려 그 농민들의 수입에서 10%의 세금을 걷어가는 실질적인 이익도 확보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 따라오는 아편 및 헤로인 제조 비즈니스에서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한 것은 물론이지요. 기실 위에서 언급한 유엔 기구는 2000-2001년 사이 탈레반은 자신들이 장악한 지역에서 양귀비 재배를 금지해서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고한 바가 있었지만, 미국 침공 이후부터는 재빨리 이익 추구형으로 전환하여 양귀비 재배를 장려하였고, 재배 면적은 늘어나기만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BBC 보도 그래프 참조)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억제 노력은 오히려 아편과 헤로인 가격을 크게 높였고, 탈레반의 주머니를 더 두둑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지요. 미국은 탈레반이 양귀비 관련 비즈니스로 2018-19년 두해 동안 4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이것이 탈레반 재정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8월 19일자 보도: 미국이 2002-17년 사이에 아프가니스탄의 아편 근절 사업에 투입한 돈이 86억 달러에 달했다고 하니 그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던가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돈으로 탈레반은 미국에 대항할 신식 무기를 조달해 왔고 인력 충원도 해 왔다고 합니다. 아프간 정부군보다 탈레반 소속 군인들의 월급이 4-5배 높았다는 분석 보도도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지난 8월 31일 미군의 완전 철군 후에 가진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문 속에서 언급한 20년 동안의 아프간 전쟁 동안 미국이 쏟아부은 전쟁 비용은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아프간 정부를 지원하는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의 원조액을 제외하더라도 이런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을 투입하고도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아프간 농민들이나 아프간 국민들의 마음을 사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 아프간 전쟁 실패의 중대한 원인 중의 하나였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미국과 탈레반 사이의 오랜 전쟁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양귀비를 둘러싼 이렇게도 복잡한 경제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 정도로 마치면 이 칼럼이 견지해 온 기조에서 너무 벗어나는 것 같아서, 문제의 식물 양귀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양귀비라는 식물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거의 어느 나라에서나 재배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진짜 양귀비를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부가 지정한 약용 특별 재배지역을 방문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이 양귀비는 번식력이 제법 높아서 우연히 씨앗이 날아와서 발아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2018년 야외 바비큐 파티를 즐기려고 친구들 몇몇이 함께 방문한 친구 주말농장에서 두어 포기를 발견하여 사진으로 담는 데 성공했습니다. 몇몇 블로거가 그와 비슷하게 발아한 양귀비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놓은 경우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양귀비 꽃과 매우 비슷하지만 마약 성분이 거의 없는 개양귀비 꽃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필자가 사진에 담은 개양귀비 꽃 발아지역만 하더라도 10여 군데가 넘습니다. 공원 화단, 수변 산책로, 골프장, 심지어는 초등학교 화단 등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지요. 양귀비도 그렇지만 개양귀비도 꽃 모양이나 색깔도 매우 다양한 것 같습니다. (진짜 양귀비는 자신 없습니다만, 인터넷 사진으로 보아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사진에 담긴 개양귀비 꽃들을 다시 살펴보더라도 양귀비 꽃과 전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았습니다.
하나 뿐인 양귀비 사진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속에 형성되고 있는 열매가 크다든지, 꽃 속에 검은 반점이 형성되고 있다든지 등) 그 기준을 적용해 보더라도 진짜와 정말로 닮은 개양귀비 꽃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양귀비 사진을 올린 블로거가 시원한 해결책을 주었습니다. 진짜 양귀비가 꽃을 피우기 위해 올린 꽃대는 매끈한데, 개양귀비 꽃대에는 작은 털이 보송보송 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기준을 적용했더니 필자가 의심했던 모든 꽃들이 다 개양귀비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만 더 언급하겠습니다. 개양귀비 종류 중에 더욱 개량해서 열매도 매우 작게 형성되는 꽃양귀비들이 있는데 이 녀석들은 흔히 도시의 거리를 장식하는 식물로 이용되곤 하지요. 대학교 캠퍼스 화단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2018년 방문한 골프장에서 사진으로 담아 두었던 양귀비 종류의 하나인 (물론 독성이 없는) 두메양귀비 예쁜 꽃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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