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THAAD)의 현재와 한·중 간 논쟁 진단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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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행하는 [정세와 정책 2021-9월호-제34호](2021.9.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들어가며
주한 미군에 배치된 종말단계고고도지역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군사, 전략적 의미를 두고 한·중 간 논쟁이 끊어질 듯 이어진다. 7월 14일 한 대선 예비후보는 “주권적 영역,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 주장하려면 국경 부근의 장거리 레이더 먼저 철수”를 주장했다.
이튿날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 레이더가 한국에 위협이 된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사드는 중국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앞뒤가 모순되는 당시 한국 정부의 언행이 양국 간 전략적 상호 신뢰를 해쳤다.”고 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한중은 단계적 처리에 합의(phased settlement)했다. 근본적 해결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중국은 사드가 미국의 중국 견제, 포위전략이라고 본다. 한미 동맹론자들은 사드는 중국이 한·미의 틈을 벌릴 좋은 소재라면서 국내의 반미 및 반동맹 논리와의 부적절한 결합을 경계한다.
사드 배치 결정 직후 국내외 논란 회고
2016년 7월 8일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할 무렵 국내는 찬반이 팽팽했다. 안보를 위한 자위적 선택이었고 ‘가야 할 길’을 갔다지만, 국론 소모는 컸다.
안보를 위해 불가피한 주권적 결정이라는 찬성론과 국제관계와 전략적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공론화 과정이 부족한 상태에서 받아들였다는 반대 의견이 맞섰다. 동맹 우선이냐, 한반도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주체적 노력을 우선하느냐를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대립했다.(조경환, 2019: 5)
당시 국회는 “사드는 미 MD 체계의 일환이며 미·중 간 패권 다툼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야당(현 여당)과 “북한 핵미사일 방어만 목적”이라는 여당(현 야당)이 충돌했다. 친중과 친미의 쏠림이 나타났다. 미·중의 경쟁 구도 하에서 국제관계를 전략적으로 끌어가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다.
안에서의 싸움은 미국에는 동맹 불신을 초래하고, 중국에는 불필요한 기대감을 주어 개입 욕구를 자극했다. 시진핑 주석이 사드 배치 결정이 나기 2년 전에 방한했을 때(2014.7.3.) 반대했던 점을 들어 대중국 이해 확보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한 미군 사드의 현재
사드는 배치 4년을 넘긴 지금, ‘임시’ 배치 상태지만 임무 수행에는 별문제가 없다. 기능은 점차 보강되고, 중국은 이를 신경 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4일 후에 사드 1개 포대 전량 배치를 허용했다. 대신, ‘임시 배치’로 규정,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보고 정식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말미를 얻었다.
중국이 반발하자 한중은 2017년 10월 31일 상호 입장을 정리했다. 우리 정부는 “① 사드 추가 배치는 검토 않고, ② 미 MD 체계에 참여 않으며, ③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3불’을 발표, 중국을 안심시켰다.
한편, 주한 미군은 2019년 2월 중순 사드 부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사업계획서를 우리 정부에 제출했다. 정식 배치를 위한 프로세스이지만 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평가 진행을 미루고 있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중국은 반대에서 조금도 후퇴 않고 있다. 시 주석은 사드 배치 결정 3년이 경과한 2019년 6월 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해결방안 검토”를 바랬다. 국방백서(2019.7.24.)에서는 “미국이 사드 배치, 지역의 전략적 균형 파괴, 지역 국가의 전략적 안보이익에 엄중한 손해”로 평가했다. 2019년 12월 5일 한국을 5년 만에 찾아온 왕이 외교부장도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만든 것, 한·중 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분명하다. “사드는 한미동맹이 결정, 북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주한미군 보호용, 중국에는 위협이 없기 때문에 중국이 관여할 사안은 아니다.”는 것이다.
미 미사일방어청은 2020년 2월 14일 “전 세계 7곳에 배치된 사드 포대 및 훈련 장비 개선에 10억 달러의 예산 배정”을 브리핑했다. 사드 장비의 일부 교체, 사드와 패트리어트 체계를 통합하거나 사드 발사대를 원격 조종하게 하여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 운용해 유연성을 많이 주는 방식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장관은 2020년 8월 29일 괌에서 열린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 기간 중에 사드 기지를 방문해 “단·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가장 진보된 미사일 방어체계”라고 꼭 집어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주장 3가지 쟁점 진단
첫째, 중국은 사드가 “△중국 동북부의 군사기지 감시 △중국 ICBM 요격 가능성 △궁극적으로 중국 공격용”이라면서 안보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미 당국은 군사기술적으로 “사드 레이더는 북한만 지향 및 탐지거리가 800km 내외여서 중국 탐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기존 전략자산으로도 중국 감시가 충분한 데 사드로 중국을 굳이 자극할 이유가 없다고도 한다. 미국의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는 4800km 안에서 야구공 크기도 식별한다. 일본에 2개와 괌에 1개가 있다. 해상에서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 추적 전용의 특수정찰기(RC-135S 코브라볼)를 언제든 기동 가능하다.
중국이 미국으로 발사하는 ICBM은 중간단계에서 고도 1,500km의 우주 공간을 마하 20 이상으로 비행한다. 사드 사거리(200km)와 요격고도(40-150km)를 훨씬 벗어나기 때문에 한반도 상공에서는 요격 자체가 안 된다. (제344회 국회본회의회의록 1호: 18)
그런데 중국도 헤이룽장성 솽야산의 항공우주관측제어소 부근에 X-밴드 레이더에 필적할 지상 대형 전략경보위상배열 레이더(탐지거리 5500km, 한·일 전역과 미 알래스카 탐지)를 운용해 온 사실이 2016년 공개됐다 (2016년 2월 중국 관영 ‘관찰자망’). 2015년에는 러시아판 사드체계인 ‘S-400’도 도입했다. 산둥성에 배치된 ‘S-400’은 서해 내해화 및 주한미군·한국 압박용이라는 관측이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로켓군은 75-100기의 ICBM, 지하 격납고 발사 방식의 DF-5와 다수목표 공격용 DF-5B, 고체 연료의 도로 이동식인 DF-31과 DF-31A를 보유하고 있다(2016.4월 미 국방부장관실의 의회 보고내용).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대만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사시 한·일 제압이 목적이다. 중국 북부전구 3개 여단의 500-600기의 중단거리미사일은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신동아 684호, 2016.9.20.)
국방부는 중국이 사드가 자국의 군사안보이익을 해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그렇게 계속 주장하고 국제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사드 배치 과정에 박근혜 정부의 소통 부족을 줄곧 제기한다. 2016년 3월 31일 핵안보정상회의 한·중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은 사드 반대를 표명했지만, 박 대통령의 답변은 불분명했다. 사드 배치 결정 8일 전인 2016년 6월 29일 황교안 총리와 시 주석과의 회담 내용과 관련해서도 “사드 배치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는 한국 측의 주장과 “아니다”는 중국 측의 주장이 아직도 분분하다. 우리 정부가 중국의 반대에 대해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시간 끌어오다가 미국의 압박을 받아 급하게 결정한 뒤 중국에 일방 통보했다는 논거이다(조경환, 2019: 147-148).
그러나, 당시의 박근혜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중국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외교·국방부장관은 물론 실무 채널을 통해 계기마다 설명하고 소통해 왔다.
미국 측에서도 미중 국방장관회담 등 다양한 채널로 중국 측에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 국방부 동아시아부차관보를 지낸 덴마크는 “2015년-17년 중국 정부는 사드 능력에 관한 미국의 반복적인 브리핑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15.2. 23.). 중국에 대해 사드 문제를 제기할 권한이 없음도 다각도로 설명했다.
셋째, 중국은 우리 정부가 발표한 사드 관련 ‘3불’을 한·중 간 ‘합의’로 풀이한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3불’ 발표 이후, “단계적 처리에 합의한 대로 적절히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2017년 11월 13일 문 대통령과 리거창 총리 회담 시 중국 측은 “단계적 처리에 합의했다” 면서 합의문에도 없는 표현을 들고 나온 적도 있다.
정부는 ‘3불로 봉합’ 입장이다. 외교부는 ‘단계별’이 아닌 ‘현 단계에서’라는 뜻이라고 그 의미를 부인했다. 2020년 10월 21일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남관표 당시 한·중 협상 대표는 “‘3불 약속’은 근거 없는 개념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힌 차원이고 ‘약속이 아니다’.”고 증언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이 단계적 처리가 갖는 함의를 잘 알면서도 틈만 나면 이를 꺼내 논란을 일으키는 저의에 주목한다. 중국의 종국적 목적은 한미동맹 균열이다. ‘사드가 한반도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밑그림 위에 수시 이슈화하여 한국 압박카드로 쓴다는 것이다.
사드의 ‘이슈-주목 사이클’과 대응방향 제언
“사드는 미·중 경쟁의 산물” 프레임을 만든 쪽은 중국과 국내 진보학자들이다. 진보학자들은 “미 MD는 세계 패권 장악을 위한 시도라서 한국이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의 MD체계 구축은 동북아시아 긴장과 군비경쟁을 촉발하며, 북한을 자극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방해한다”며 반대해 왔다.
사드 문제가 국내에 쟁점화한 ‘이슈-주목 사이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 MD 참여’ 논쟁이 ‘사드 배치’ 논쟁으로 전이되어 국내에 사드 찬성과 반대집단이 형성되는 변곡점은 스카패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2014년 6월 “사드 배치를 고려중이며, 본국에 건의했다.”고 밝힌 때이다. 우리 국방부가 그간 ‘3 노’ (요구도, 협의도, 결정도 없음) 입장 아래 소극적 태도를 견지해 왔기 때문에 논란이 표출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중국이 사드 반대 네트워크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사드 배치를 “MD에 가입하려는 조치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곤란에 처한다.”는 논리를 형성해 갔다. 진보학자들은 중국학자들과 접촉하면서 사드에 대한 입장을 묻게 되고, 중국 측의 부정적 생각을 국내에 전달하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한국의 동향에 관심을 가지고 사드 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자꾸 냈다. 중국 군부에서 시 주석에게 부정적 인식을 입력시켰으며, 2014.7월 시 주석의 사드 반대 표명으로 이어졌다. 이때 ‘사드 논쟁’이 ‘미·중 간의 각축장’으로 그 프레임이 전환되었다(조경환, 2019: 202).
사드가 미 MD 체제와의 연동 및 한·미·일 군사협력 메카니즘의 연결고리가 되어 대중 견제의 수단이 될 여지는 있다. 세계 최강국(‘창치라이·强起來’)을 꿈꾸는 시 주석으로서는 좀처럼 양보 않을 것이다. 시 체제의 특성상 이미 반대의사를 밝힌 사안에 대해 번복을 건의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단속적인 사드 문제 제기만으로도 우리 안보정책에 영향력 행사 효과를 거두고 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 안보에서 동맹은 기본 축이다. 중국에는 원칙을 말해야 한다. 사드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인 중국을 추가 자극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중국의 관여를 묵과할 수도 없다. 북핵미사일 위협은 엄혹한 현실이다. 미사일방어망 구축은 사활적이다. 국민의 생명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현 상태에서 봉합’이라는 정부의 스탠스를 이어가는 것이 불완전하지만 불가피하다. ‘안보’와 ‘안정적 한반도정세 관리’의 균형적, 초당적 접근이 그래서 절실하다. 중국에게는 안보이익을 해할 의도가 없음을 반복적으로 확약하면 된다. 중국도 우리가 ‘북·중동맹’을 문제 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한미동맹이 결정한 사드 정책에 더는 왈가왈부하지 말아야 한다. 한·중 모두 갈등보다는 협력의 공간을 더 넓게 보아야 할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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