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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시리즈 공약, 과연 최선의 정책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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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9월01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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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동석
  •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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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후보 이재명은 결국 기본시리즈 공약을 밀어붙일 모양이다. 2023년부터 전국민 1인당 연간 25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고 임기 중에 100만원까지 높이겠다고 한다. ‘기본주택’으로 100만 가구의 무주택자에게 ‘역세권 10억 아파트 평생이용권’을 제공하고, ‘기본금융’으로 모든 국민에게 1,000만원을 저리로 융자하겠다고 한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시리즈 공약의 5년간 재원을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전국민에게 기본소득을 3년간 25만원, 2년간 100만원씩을  지급한다면 5년간 약 66조원이 소요된다. 기본주택은 건설원가 3억 원의 가구이기에 300조원이 든다. 그리고 전국민에 대한 기본금융은 500조원으로서 그 손실률 2%를 정부가 10년간 부담하기에 재원은 연간 1조원에 불과하다. 결국 기본시리즈 재원부담은 5년간 367조원으로 연간 약 73조원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 정도 재원쯤 충분히 조성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출조정 25조원, 조세감면 축소 25조원, 국토보유세 50조원, 탄소세 64조원을 매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증세에 난관이 생기더라도 국가채무를 과감히 동원하겠다고 한다.주1)

 

상당한 파괴력을 가진 공약이다. 당장 ‘100만원 현금’, ‘10억 아파트 입주’, ‘1,000만원 대출’의 혜택이 피부에 와 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공약이 장차 우리에게 어떤 대가를 요구할지 예견하기란 쉽지 않다. 당장의 혜택은 뚜렷하지만 미래의 부담은 모호한 상상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모호한 상상을 구체적 수치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본시리즈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구체적으로 예측해야 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정치중립적 시각으로 선거공약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2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이론적인 방향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시리즈가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여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기본시리즈는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할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기본소득과 기본금융은 전체 국민에게 똑같은 혜택을 주기에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전혀 없다. 물론 기본주택은 약간 다르지만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저소득층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들 재원을 저소득층에 집중한다면 당연히 경제적 불평등은 크게 완화될 것이다. 기본소득의 최종 목표는 1인당 연 600만원인데, 소득수준에 따른 체감식 지원으로 빈곤층에 당장 600만원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불평등을 완화하는 길이다. 기본시리즈와 동일한 재원으로 빈곤층을 집중 지원한다면 우리 사회의 ‘보편적’ 소득보장(income guarantee)은 더 높아질 것이다.주3)

 

기본시리즈가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지 못하더라도, 국민들 손에 총 566조원의 현금(기본대출 500조, 기본소득 66조)을 쥐어주고 300조원의 주택건설을 한다면 경제활성화 효과는 당연히 나타나지 않겠는가? 

 

과연 그럴까? 진정한 시장주의자는 수요, 공급의 양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며 경제문제를 접근한다. 주4)

 공급측면을 무시하고 총수요만 증가시키는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시장원리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투자와 능률, 노동생산성 증가를 통한 총공급 증가가 없다면 현금이전에 기초한 총수요 증가는 필연적으로 자산가격 버블, 인플레이션, 실업과 가계부채 증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조세감면 축소를 포함하여 연간 140조원에 달하는 급격한 증세는 한계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의 공급능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이처럼 현금이전 중심의 기본시리즈 공약은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지도 경제활성화를 촉진하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불평등 완화와 경제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대안적 복지정책은 도대체 존재하기는 하는가? 당연히 그렇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채택한 복지정책의 본질에 그 해답이 있다. 그것은 현금이전이 아니라 다양한 근로연계복지(workfare)를 개발하는 것이다. 

 

보육, 요양, 교육, 건강을 위한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개발하고 저소득층의 고용을 독려하는 방안이 바로 근로유인을 통한 복지이다. 이 방안은 국내총생산을 그만큼 증가시키고, 저소득층이 배급되는 소득이 아니라 떳떳한 임금을 누리도록 한다. 

 

이러한 결함 외에도 기본시리즈 공약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따로 있다. 우리 사회가 지난 20년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며 암묵적으로 형성한 복지정책의 기본을 완전히 부정하기 때문이다. 

 

복지에 대한 기존의 정책적 공감대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장기재정과 연금제도의 장기적 파탄을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해결해야 한다. 역대 정부들은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개혁과 연금개혁에 적극 나섰던 것이다. 

 

둘째,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기본소득의 지급이 아니라 한정된 재원을 이들에 집중하는 소득보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역대 정부가 빈곤층의 기초생활보장 수준을 향상시키고, 저소득층 소득보전을 위해 근로장려세제를 도입·발전시킨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주5) 

 

셋째, 사회서비스를 통해 근로유인을 제공하여 ‘일하는 생산적 복지’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며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발굴하여 저소득층의 참여를 적극 보장하는 노력이 꾸준히 추진되었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시리즈 공약은 복지정책에 대한 이 세 가지 암묵적 합의와 전면 충돌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도 해소하지 못하고 경제활성화 효과도 지극히 모호한, 한 정치인의 거칠고 격한 선거공약에 대한민국 GDP의 약 20%에 달하는 자원을 쏟아 붓는다는 것은 우리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의 심각한 결함이다. 

 

어쩌면 기본시리즈는, 불평등을 허울로 곁불을 쪼여보려는 중위투표자 일부의 심리를 정확히 간파한 영악함인지 모른다. 더 나아가, 이는 소득의 배급재원에 대한 정치적 통제가 어느 순간 강화되며, 마침내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옥죄는 섬뜩한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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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2021년 7월 22일, 8월 3일, 8월 10일의 이재명 후보 발표공약 참조. 

주 2) 대통령후보들의 선거공약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의 실증적 분석이 본격 선거전 이전에 발표되기를 희망한다. 

주 3) ‘기본소득 지급’과 ‘기본적 소득보장(또는 음의 소득세)’에 대한 논의는 옥동석, “기본소득 vs. 안심소득”, News Insight, 국가미래연구원, 2020.06.06. 참조.

주 4) 이재명 지사는 자신을 시장주의자라고 하였다(2021년 8월 23일 조선일보 인터뷰 참조).

주 5) 근로장려세제는 보편적 소득보장을 위한 ‘음의 소득세’를 구현하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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