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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coin 가격이 ‘제로’가 되는 날 금융시장에 일어날 충격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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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8월28일 18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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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들어 Bitcoin 등 암호화폐 시장은 극심한 변동 장세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의 대장 종목인 Bitcoin 가격은 지난 4월에 6만4천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5월 말부터 하락하기 시작, 6-7월에는 금년 들어 처음으로 3만달러 아래로 하락하기도 했다. 그 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 지금은 5만달러 부근을 회복했고, 이 글을 쓰는 시점(26일)에는 4만9천달러 전후 수준(coindesk.com 기준)에서 ‘소강’ 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일중 예사로 몇 %씩 등락을 거듭한다. 

 

한편, 이러한 Bitcoin 시장 급(急)변동 장세를 두고, Bitcoin 가격 동향 및 전망을 둘러싼 양 극단의 주장이 재연하고 있다. 옹호자들은 Bitcoin이 머지않아 8만달러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호언(豪言)하는 반면, 다수 금융 경제 이론가들을 포함한 회의론자들은 Bitcoin 등 암호화폐 가치가 궁극적으로 ‘제로’로 붕락(崩落)하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라고 경고한다. 일찌감치 암호화폐 출현을 지지했던 슈마허(Jeff Schumacher) DCG 디지털 벤처 창립자는 2019년 다보스 포럼에서 “Bitcoin의 기반인 Blockchain 기술은 우수하나, Bitcoin는 아무 근거가 없어 ‘화폐’가 아니고, 가치는 제로가 될 것” 이라며 암호화폐 가치 무실론(無實論)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유명 경제 매거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誌)는 지난 2일 자 최근호에서 만일 Bitcoin 가격이 ‘제로’가 되는 경우에 일어날 충격에 대해, 정통 금융시장과의 연계성을 상정해서 분석한 장문의 기사(“What if bitcoin went to zero?”)를 게재해서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아래에, 이 내용을 포함해서, 최근 재연되고 있는 암호화폐 가치를 둘러싼 찬반 논쟁의 근황을 간략히 살펴본다.

 

■ “Bitcoin 가치는 ‘제로’, 자산으로 성공을 통화로 성공으로 착각”

 

최근, 철학적 에세이 ‘블랙 스완(The Black Swan)’으로 유명해진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 뉴욕대학(NYU) 교수는 지난 6월 발표한 논문(“Bitcoin, Currencies, and Fragility”)에서, Bitcoin의 가치는 제로에 불과하다고 정의했다. 그는 Bitcoin이 ‘정부 통제를 벗어난 통화(currency)’라는 개념을 충족시키는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통화가 되는 것 자체에 실패했고, 인플레이션의 헤지(hedge) 수단으로서의 역할에도 실패했고, 안전 지대(safe haven) 투자 자산 역할에도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금융 역사 상 Bitcoin처럼 취약한 자산은 없다고도 했다. 

 

우선, Bitcoin을 포함한 암호화폐는 근본적으로 그들 자체로는 보유자들에게 배당 등의 수익을 제공할 수가 없고, 언젠가 채굴자들이 사라지거나, 지원 기술이 진부화(陳腐化)하면 그들의 장래 잔존 가치는 제로(0)’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합리적 기대 이론 관점에서 Bitcoin의 현재 가치도 당연히 제로가 된다고 추론했다. 그는, 2000년 초 ‘닷컴(dot.com) 버블’ 당시에는 해당 기업들이 최소한 장래 수익 흐름에 대한 기대를 주었으나, 지금 Bitcoin 등은 장래에 교환 매개, 재화 및 서비스 가치 척도 등, 역할에 아무런 기대도 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Bitcoin은 정교한 기획물이고, 재화 및 서비스의 가치를 대표할 수 없어 인플레이션 등 경제 현상들과는 상관없는 ‘투기’ 대상일 뿐이라고 했다. 따라서, 초(超)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Bitcoin 가치는 제로가 될 수 있고, ‘공개된 폰지 구조(open Ponzi scheme)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Bitcoin이 투기 자산으로 성공하는 것을 디지털 통화로 성공하는 것으로 착각한다고 지적했다.

 

“Bitcoin이 법정화폐의 대체(代替) 통화가 된다는 주장의 허구성”

 

지난 2018년에 탈레브(Taleb) 교수는 타인(Saifedean Ammous)의 논문 “Bitcoin 본위제도(‘Bitcoin Standard’)” 서문에서, Bitcoin은 통화를 발행한 정부가 아닌 사용자들이 결정한 ‘최초의 탁월한 유기적 화폐(the first organic currency)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의 Bitcoin 시장 동향에 실망해 입장을 반전한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금 Bitcoin 등 암호화폐 시장에서 나타나는 실황들은 통화의 개념에 정합(整合)하는 어떤 요소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수단으로 활용할 가치도 없을 뿐 아니라, 안전지대 투자 역할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탈레브(Taleb) 교수는 앞에 소개한 자신의 논문에서, 지금 시가 총액이 최대인 Bitcoin의 가치는 ‘정확히 제로(exactly zero)’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Bitcoin이 헤지(hedge) 수단으로써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2020년 3월에 Covid-19 팬데믹 사태가 본격화할 당시에, Bitcoin 가격은 주식 시장보다도 오히려 더 하락했고, 그 후 연방 정부 및 연준(FRB)이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한 뒤에 주식시장 회복과 함께 다시 상승한 사례를 지적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Bitcoin이 궁극적으로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systemic risk)’에 대한 헤지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충분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Bitcoin이 ‘대체(代替)’ 화폐가 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Bitcoin은 보유,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금이나 다른 귀금속은 대개의 경우 유지 관리에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서 가치의 등급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또한, 오랜 세월이 흘러도 물리적 속성을 유지하는 데 별다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에 더해, Bitcoin은 언제라도 물리적 실체를 기대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만일, 인터넷이 일부 지역에서 불통될 경우, 특히, 만약의 경우에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는 때에는 Bitcoin 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전반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하기도 어렵다고 경고했다. 다른 무엇보다, Bitcoin이 10여년 전에 출현한 이후 지금까지 높은 변동성을 보여온 사실에서, 법정(fiat)통화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부터 10여년 전에 Bitcoin이 처음 출현할 당시부터 옹호자들이 주장하는 유일한 가치는, 향후 Bitcoin이 중앙집중적인 정부 발행 법정화폐(fiat currencies)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Bitcoin의 가치는 향후 ‘화폐’로서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인가에 좌우될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Bitcoin 등 암호화폐를 재화나 서비스의 교환 매체로 활용되는 사례는 아직도 지극히 드물고, 설령 그럴 경우에도, 예를 들면 커피 한 잔을 즐기기 위해 Bitcoin으로 지불하려면 몇 분을 기다리는 게 다반사일 정도로 결제 절차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오히려, 자금 세탁 등 범죄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적발되고 있다. 

 

■ The Economist “정통 금융시장과 깊은 연계로 충격은 광범할 것”

 

이런 가운데, 영국의 유명 경제 매거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誌)는 최근, Bitcoin이 제로가 되면 벌어질 시장 충격을 분석한 기사(‘What if bitcoin went to zero?’)를 게재했다. 동 지(誌)는 우선 지금 암호화폐 영역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고 평했다. 불과 1년 전까지 CoinMarketCap 웹사이트에 등록된 암호화폐 종목 수가 6,000개 내외이던 것이 지금은 무려 11,145개로 늘어난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아울러, 같은 기간에 암호화폐 시장 시가 총액도 3,300억 달러에서 1.6조 달러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지적한다. 이런 암호화폐 시가 총액 규모는 캐나다의 연간 명목 GDP 총액과 맞먹는 규모가 되는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으로, 현재 암호화폐 보유자들은 정교해졌고 두둑한 자금 여유도 생겼다(sophisticated and deep-pocketed). 헤지 펀드 등 기관투자자 비중이 불과 몇 해 전인 2017년에 거래액 기준으로 10%에 불과하던 것이, 지금은 무려 63%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을 뿐이다. 동시에 ‘알고리즘 거래자들이 대거 등장해서,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매도 주문을 내는 시스템 거래 증가에 따라 취약성도 커졌다. 이렇게, Bitcoin을 위시한 암호화폐[자산] 시장이 급격히 확대하는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 영역과 정통 금융시장 간의 연계도 더욱 광범하고 깊어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Bitcoin 시장 상황을 감안해 볼 때, 만약 Bitcoin 가격이 제로가 되는 경우, 전체 금융시장에 일어날 상황을 미리 살펴보는 것도 긴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암호화폐 시장 파탄은 대체로 4 가지 채널을 통해 일어날 수 있다고 상정한다. 우선 내부 원인으로, ① 기술적 시스템 고장에 연유한 것이다. 그리고, ② 대형 코인 거래소에 대한 해킹 가능성도 있다. 다음은 외부 요인으로, ③ 금융 당국의 기습적 규제 조치가 단행될 가능성, 그리고, ④ 중앙은행 금리 인상으로 모든 금융시장에서 상승세가 일제히 멈추는 사태를 들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채널 가운데, 어떤 원인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돌발적인 대규모 충격이 생기면, 금융시장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올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한 노릇이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대체로 3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Allianz 보험사 Mohamed El-Erian). 첫째; 언젠가는 암호화폐가 정부 발행 통화를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 ‘원리주의자들(fundamentalists)’, 둘째; 향후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가격이 상승할 것을 기대하는 ‘전술적 투자자들(tacticians)’이고, 셋째; 순전히 도박(gamble) 하는 마인드를 가진 ‘투기자들(speculators)’이다. 이들 가운데, 소위 원리주의자들은 암호화폐 시장의 충격에 쉽게 투매(投賣)에 나설 가능성이 낮은 반면, 투기자 부류의 보유자들은 초기 충격 신호에도 서둘러 시장을 탈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간 지대에 속하는 부류의 투자자들도, 만약에 Bitcoin 가격이 ‘제로’가 되는 돌발 상황에서는 시장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 “암호화폐 시장의 직접 손실 규모, ‘대략 2조 달러’ 정도로 추산”


앞에 소개한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이런 상황에서, 만일 Bitcoin 가격이 ‘제로’가 되는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 일차적으로 ‘가상화폐 경제(crypto economy)’ 전체가 마비될 것으로 전망한다. Bitcoin 거래의 원초적인 공급자인 채굴자들(miners)이 새로운 코인을 채굴하려는 작업을 계속할 유인(誘因)을 느끼지 못해서 Bitcoin 시장의 신규 공급은 중단될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많은 암호화폐들이 Bitcoin 추세를 추종하는 종전의 경험처럼, 다른 암호화폐 투자자들도 일제히 투매에 나설 것이고 결국, 투자자들의 부(富)의 상당 부분이 일거에 허공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특기할 것은, 이 경우에, 초기에 시장에 참여한 장기 보유자들은 당초 아주 낮은 가격에 취득해 별반 잃을 게 없으나. 최근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암호화폐 통계 전문기관(Chainalysis) 추산으로는, 1년 이상 보유한 투자자들은, 최근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현재 보유한 미(未)실현 이익이 아직 상당한 수준이어서 별반 잃을 것이 없다. 반면,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인 투자자들은(평균 취득가격 $37,000 수준) 가장 큰 손실을 볼 것이며 이 부류의 투자자들 중에는 뒤늦게 투자에 나선 일부 헤지 펀드(hedge funds), 대학 재단, 뮤추얼 펀드, 심지어 일반 기업들도 상당 수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참고로, 현재 3.5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다양한 자산에 분산 운용하는 한 헤지 펀드(‘Skybridge’)의 경우, 작년 11월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고 금년 1월에는 5억 달러 규모의 Bitcoin 펀드도 결성했다. 이후, Bitcoin 투자 비중은 점차 늘어나 현재 투자 금액은 7억달러에 달하고, 주요 투자 자산 중 9%를 차지한다. 이 헤지 펀드의 26,000명 고객층은 개인 투자자에서 국부 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편, 잠재적 암호화폐 시장 붕괴로 시장에서 사라질 손실은 디지털 자산의 시가 총액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암호화폐 시장이 붕락(崩落)하는 경우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2010년 이후 투자 금액 370억 달러로 추산) 및 상장된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에 투자한 금액(약 900억 달러 추산)도 거의 사라질 것이다. 최근 성업 중인 PayPal, Revolut, Visa 등 지급 결제 서비스 기업들도 심대한 타격을 입어 기업 가치가 손상될 것이다. 게다가, 최근 암호화폐 시장 붐에 편승해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NVIDIA 등 관련 Microchip 생산 기업들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이런 정황들을 종합하면, 결국, 관련 기업 및 투자자들이 시장 붕괴 충격으로 초기에 입을 손실 규모는 대략 2조달러에 달할 것이며, 이는 아마존(Amazon)社 시가 총액을 상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Bitcoin 가격 붕락 충격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전염될 3 개 채널” 


한편, 가상적인 Bitcoin 붕락 충격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른 암호화폐 시장 및 정통 금융시장으로 파급되는 소위 ‘전염(contagion)’ 효과가 급속히 확산될 것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Bitcoin 붕락으로 시장에서 사라질 부(富)의 규모는 당연히 디지털 화폐 시가 총액 규모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암호화폐 시장 충격 ‘전염’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는 3 가지 채널을 적시한다.

 

첫째, Bitcoin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 충격이 전염될 ‘레버리지(leverage; 신용)’ 채널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구(만기 없는) 스왑(perpetual swaps)’ 등 암호화폐 관련 파생상품(derivatives) 시장이다. Bitcoin 가격의 장래 변동 가능성을 보고 계약 금액의 일부를 계약이행보증금(‘margin’) 조로 적립하고, 선택권 없이 해당 암호화폐를 팔거나 살 것을 약속하는 선물(先物; futures) 계약 형태의 파생상품이다. 이들 계약의 특징은 조그만 가격 변동에도 커다란 ‘마진 콜(margin call; 이행보증금 추가 납입 요구)’을 당할 수 있는 점이다. 현재 Bitcoin 투자 자금의 약 90% 정도가 이 시장에 지출된 것으로 알려진다. 더구나, 이들 계약의 대부분은 ‘FTX’ 혹은 ‘Binance’ 등 정부 당국 규제 밖에 있는 시장에서 주로 신용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Bitcoin 가격 급락에 따라 ‘마진 콜’을 당한 파생상품 계약 당사자는 이에 응할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다른 자산을 매도하게 된다. 이 경우에, 만일 계약 당사자가 ‘마진 콜’에 응하지 못하거나, 암호화폐 가치가 없어졌다고 판단해 자의로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거래소 측은 즉시 계약 당사자가 보유한 계약 잔액을 시장에 처분하게 되고, 이에 따라 암호화폐 가격은 더욱 하락하게 마련이다. 결국, 거래소들은 엄청난 대손(貸損)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또 다른 레버리지 채널은 정부 규제 하에 있는 거래소, 심지어 은행들이, Bitcoin 투자자들에게 달러 자금을 대출한 것이다. 이에 더해, 암호화폐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 경우도 있다. 이런 유형의 달러화 표시 대출의 경우에, 차입자들이 디폴트 상태에 몰리게 되면 자신이 보유한 다른 자산들을 급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레버리지’ 규모를 측정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게다가 ‘영구 스왑(perpetual swaps)’을 거래하는 거래소들은 대부분 당국의 규제 밖에 있다. 한 전문가(Carnegie Mellon 대학 Kyle Soska 교수)의 추산으로는 거래소들이 보유한 ‘미청산 잔액(open interest)’이 2020년 3월 1.6조 달러에서 2021년 8월 초에는 무려 24조 달러로 폭증했다고 알려진다. 이 가운데 얼마나 담보가 확보되어 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만일, 파생상품의 해당 기초자산인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는 경우에는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이 불가피하게 된다. 지난 5월 18일 Bitcoin 가격이 1/3가량 폭락했을 때 청산 금액이 무려 9조 달러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진다. 

 

둘째로 전염 효과가 우려되는 채널은 암호화폐 시장 거래 과정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Tether’, ‘USD coin’ 등 달러화 또는 유로화에 페그된(pegged) 암호화폐인 소위 “Stablecoins” 이다. 이런 형태의 코인들의 시가 총액은 약 1,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형태의 코인 거래자들은 달러화를 Bitcoin으로 환전하는 것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관련 비용도 소요되기 때문에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거래소들까지 등장했다.

 

‘Stablecoins’ 발행자들은 MMF 등 다양한 형태의 달러화 표시 자산들로 백업한다. 그러나, 이런 백업 자산들은 현금 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CP, 담보부 대출 채권, 회사채(會社債), 귀금속 등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 붕락은 ‘Stablecoins’ 인출 러시를 불러올 것이고, 발행자들은 상환자금 조달을 위해 불가피하게 해당 백업 자산들을 처분하게 된다. 지난 7월, 신용평가社 피치(Fitch)는 만일, Tether 코인에 대규모 상환 사태가 발생하면 단기 금융시장 안정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적도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동 사태를 계기로, 증권거래위원회(SEC) 및 연준(FRB) 등 당국은 암호화폐 시장, 특히 ‘Stablecoins’ 시장의 리스크에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셋째로, 암호화폐 시장 붕락 충격이 전염될 경로로, 해당 암호화폐 자산들의 투매(fire sales) 사태를 넘어서 금융시장 ‘심리(sentiment)’ 전반에 광범하게 악영향을 미칠 상황도 우려된다. 최근 들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시장 참가자들이 폭증하고 있어, 손실은 훨씬 광범하게 미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투자자들이 자산의 큰 부분을 투자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여 개인 당 손실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다행히, 상업은행들은 Basel 위원회의 암호화폐 보유 리스크에 대한 강력한 권고도 있어, 고객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해도, 아직 Bitcoin을 자산에 추가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 “암호화폐 시장과 주식시장과 연계가 깊은 것에 특히 주목해야” 

 

최근 각국 금융시장에 공통되는 동향을 살펴보면, Covid-19 대유행 발발 이후 경제적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전례가 없는 규모의 재정 자금 투입과 함께 담대한 금융 완화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특히, 금융시장에 초(超)저금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일반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포함한 리스크가 대단히 높은 자산에 투자를 감행하도록 부추기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암호화폐 시장이 급격히 붕락 하는 경우에는, 투자자들은 주식 등 고(高)리스크 자산들에 냉담하게 돌아설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itcoin 가격 하락과 추종형 ‘밈주식(meme stocks)’, 정크 본드, SPV 등과의 상관관계가 높아진 것은 대단히 주목해야 할 일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 일단 개인, 헤지 펀드 등, 레버리지가 높은 고위험 투자자들이 우선 투매에 나설 것이고, 당연히, 高리스크 자산의 시장 유동성은 급격히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미 증시에서 일어났던 비디오 게임 소매업 체인 ‘GameStop’ 주가 폭락 사태가 일어난 당일 하루에 S&P 500 지수는 2.5%나 하락한 전례도 있다. 이런 상황들을 모두 감안해 보면, 비록 금융시장 전반에 대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Bitcoin 가격이 제로를 향해 하락하는 상황을 포함해서 많은 요인들이 합동으로 작용해야 가능할 것이라고는 해도, 대소간 Bitcoin 가격 폭락 사태는 레버리지, ‘Stablecoins’ 그리고 시장 심리(Sentiment) 위축 등을 통해 광범하게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주식시장 등 정통 금융시장 영역과 Bitcoin 등 암호화폐 시장 영역과의 연계가 한층 깊어지는 가운데, 암호화폐 영역이 확대되면 될수록, 잠재적 암호화폐 시장의 붕락이 정통 금융시장 전반에 안겨줄 심대한 충격은 더욱 광범해질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다는 것(As the crypto-sphere expands, so too will its potential to cause wider market disruption)이 이코노미스트誌의 결론이자 엄중한 경고이다.         

 

■ “Bitcoin은 긍정이냐, 부정이냐를 불문하고, 이미 ‘종교’가 됐다”  

 

약 12년 전 Bitcoin이 처음 시장에 출현한 이후 Bitcoin 가격은 줄곧 미미한 수준에 머물다가, 2020년 12월에는 2만달러에 도달했고, 다시 두 배가 되어 4만달러에 도달한 것은 단지 3주일이 걸렸을 뿐이다. 그리고, 두 달 만에 6만3천달러에 도달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 직전 12개월 간 무려 700%나 상승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최고 기록의 절반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렇게 Bitcoin이 세상에 등장한지 10여년 남짓 짧은 기간 동안에 가장 수익성이 높은 자산으로 등장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헤지 펀드 등 기관투자자들도 앞다투어 Bitcoin 매수에 나서고 있고, 이들이 최근의 Bitcoin 가격 붐을 주도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일반 기업들까지 Bitcoin을 기업 자산의 일부로 편입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Bitcoin ETF도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Bitcoin 가격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 갈 것인가를 점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2018년에 예일대학(Yale Univ.)의 두 경제학자(Yukun Liu and Aleh Tsyvinski)가 Bitcoin의 과거 수익 실적을 바탕으로 하루 시간 축으로 Bitcoin 가격이 제로가 될 리스크를 추산한 적이 있다 (Could Bitcoin Ever Go To Zero? Decrypt). 이 결과로는 Bitcoin 가격이 제로가 될 확률은 0%-1.3%로 나타났다. 비교 대상으로 유로화의 동 확률이 0.009%로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Bitcoin 옹호론자 혹은 투자자들은 “암호화폐의 겨울(crypto winter)”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는 일종의 종교적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최근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늘고 있고, 리테일 네트워크에서도 수용이 점차 획대하는 추세에 있다고 낙관한다. 이에 더해, 일부 대형 금융기업이나 정통 핀테크 기업들이 이제 Bitcoin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관심을 키우고 있는 것을 배경으로 Bitcoin 시장의 투자 수요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크게 강조한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 eTORO의 사이먼 피터스(Simon Peters) 선임 애널리스트는 Bitcoin 역사상 “지난 5월은 최악의 달이었으나, 그럼에도 가격 폭락 상황은 실제로 새로운 투자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단기적인 움직임은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기는 했으나, 매도 폭주 현상은 오히려 관망하고 있던 새로운 투자자들에게 장기적 관점에서 많은 기회를 제공한 셈” 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강력한 Bitcoin 옹호론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익명의 네덜랜드 애널리스트 “Plan B”씨는 Bitcoin이 원천적으로 2,100만 단위 만이 존재한다는 공급 제한성을 가정한 가격 예측 모델 “Stock-to-Flow”을 활용해서 지금 Bitcoin은 $288,000을 향해 진행하고 있다고 예측하고 점차 ‘디지털 골드’가 되어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최근 한 전문 매체(medium.com)는 이제 Bitcoin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여하에 불문하고 일종의 ‘종교’가 되어버렸다고 평했다. 이런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열성 Bitcoin 신자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그들의 신념을 비판하는 증거들을 외면하고 무한정 기다릴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매체는 향후 Bitcoin의 장래를 점치는 데 꼭 명심해야 할 3 가지 중요 사항들을 열거했다; ① Bitcoin은 아무런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이 아니라는 점, ② Bitcoin의 실질 가치는 의도적으로 과장된 것이라는 점, ③ Bitcoin은 그 자체가 증명하듯이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결국, Bitcoin은 단순히 ‘타다 남은 잔해(smoldering ruin)’에 불과하고, 단순히 ‘실패한 실험(failed experiment)’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Bitcoin을 옹호하는 원론적인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거의 유일한 본원적 내재 가치는, Bitcoin이 향후 일상 경제 활동에서 기존의 법정통화를 대체(代替)하는 ‘통화’로 전면 수용되어 글로벌 메인 통화로서의 위치가 정립될 것이라는 기대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Bitcoin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가장 큰 동기는 자신이 보유하는 동안 가격이 최대한 오를 것을 기대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 오를수록 ‘통화’로서의 본원적 기능은 멀어질 뿐이다.  

 

■ “과연, Bitcoin 가격의 붕락(崩落) 사태는 다가오고 있는가?” 

 

Bitcoin 역사상 ‘Boom and Bust’ 사이클이 반복되어 온 것은 분명하다. 참고로, 과거 Bitcoin의 연간 가격 하락폭을 살펴보면 2011년 91%, 2014년 85%, 2018년 83%, 2019년 50%를 기록했다. 이런 높은 변동성은 향후 방향성을 점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판단에 따라 Bitcoin 가치가 제로(0)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Bitcoin은 악덕한 주체 혹은 그룹이 타인의 재산을 탈취하기 위해 정교하게 꾸며낸 사기극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더욱 극단적으로는(iOS 개발자 Guarav Sharma), Bitcoin은 수정된 ‘폰지 구조(Ponzi scheme)’라고 주장한다. 옹호자들은 Bitcoin이 정부 통제를 벗어나 탈(脫)중앙화한다고 주장하나, 실제로는 개발자들의 중앙 집권적 통제에 의존해서 강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주장도 있다. 종전에 Bitcoin을 지지했던 에이어(Calvin Ayre), 글로벌 투자 귀재 버핏(Warren Buffett) 등은, 모든 암호화폐는 가치없는 것이며, ‘독약(poison)’이라는 표현으로 비난한다. 

 

이달 초, 영국 ‘더 타임스(The Times)’는 “Bitcoin 붕락 사태는 올까(Is a bitcoin crash coming)?” 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매체는, Bitcoin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을 점치는 요인으로 각국 정부의 규제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지난 6월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의 채굴 및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을 당시, Bitcoin 가격이 10% 내외 폭락했던 사실을 예로 든다. 그 외에도 일부 은행들이 범죄 연루 가능성을 우려해 거래소에 자금 결제 중단을 선언한 뒤 폭락했고, 미국 FBI 수사관들이 범죄 행위에 사용된 거액의 Bitcoin을 압류한 뒤에 가격이 급락했던 사례가 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암호화폐 가격은 하락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Bitcoin 가치가 제로가 될 수 있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Bitcoin 가치가 제로가 되는 일은 대단히 획기적이고 기념비적 사건이 될 것이어서, 가까운 장래에 벌어질 확률은 지극히 낮을 것이다. 실제로, Bitcoin 가격이 제로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이 일제히 Bitcoin 사용 및 개발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해 Bitcoin 유동성이 고갈돼 다른 재화 및 서비스와 교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는 비록 이런 시도들이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명심할 것은 시장은 순간적으로 휘발하는 특성이 있다.  

 

앞에 소개한 ‘더 타임스’는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직면할 중대 리스크는; ① 미국 정부의 암호화폐 대응책 여하, ② 중국, 인도 정부의 암호화폐 전면 금지 조치의 영향, ③ 각국이, 당장 전면 금지하지는 않아도, 점차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 등을 들고 있다. 한 마디로, 각국의 향후 규제 움직임이 암호화폐 가격의 향배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금 암호화폐 (규제) 문제는 대단히 예민한 리스크 요인으로 당면해 있다. 실제로, 투자자들에게 혹자는 절체절명의 막대한 이해득실이 걸린 문제다. 그 만큼, 이제 암호화폐 영역은 우리 사회에 광범하게 침투되어 있어, 전체 금융 시스템은 물론 경제 전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대 사회는 바야흐로 ‘Real Time’ 환경 속에 있고, 특히, 글로벌 외환시장은 어느 일각의 요인이 촉발하는 충격 파고가 순식간에 글로벌 규모로 확산하는 것은 과거에 익히 경험했던 바이다. 지금은, 정부 당국이 시장 상황을 간단없이 파악하면서, 점차적으로 사회적 충격을 극소화할 적정한 ‘시장 탈출 플랜’을 서둘러 시행해야 할 절박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언제 내연을 시작할지 모르는 암호화폐 시장이라는 ‘화약고(火藥庫)’에서 투자자들을 사전에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유사 시 불길이 전 경제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할 현명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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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8월28일 18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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