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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Don't Look Up’의 결말을 바꾸려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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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3월30일 17시10분

작성자

  • 김성우
  •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위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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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넷플릭스에서 ‘Don’t Look Up’이라는 영화를 선보였는데, 공개된 지 20일도 안 돼서 넷플릭스 영화 역대 인기 순위 2위를 기록했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지구충돌 혜성에 대해 올려다 볼 필요 없다는 듯 관심 없이 대응을 미루다 결국 지구가 멸망한다는 내용이다. 감독은 지구에 대한 혜성 위기가 불충분한 대응으로 초래된 기후위기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제니퍼 로렌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수퍼스타들이 주인공인 점도 흥행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현재 사회가 얼마나 미래의 공동가치 보다는 현재의 개별가치에 집착하는 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재 에너지가격 상승이 촉발한 인플레이션 가시화나 러시아발 지정학적 위기가 작년 말까지 활발히 논의했던 기후위기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경고하듯이 말이다.

 

지난해 11월 지구의 운명이 달린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전 세계 정부대표단을 포함해 4만여명이 모인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잠시 상기해 보자. 197개국 대표단의 주요 성과로 석탄감축을 포함한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를 마련했고,  탄소시장 및 경과보고 등에 대한 세부 규정에도 합의했다. 탄소저감 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을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해 당사국총회 최초로 화석연료가 합의문에 반영됐다. 파리협정 세부이행규칙 중 유일하게 타결되지 않았던 국제탄소시장 관련 조항이 합의되어 6년 만에 파리협정도 완성됐다.

 

드디어 탄소배출권 국제거래 관련 기본 규칙을 기반으로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탄소감축을 도울 경우 감축의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이다. 2024년부터 격년으로 각 국의 이행 경과를 보고하는 틀에도 합의해 온실가스 배출 및 감축목표 달성경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고, 모든 당사국이 2025년부터 5년 주기의 목표이행기간을 설정해 더 강화된 감축목표를 제출하도록 독려했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엇갈렸다. 결렬이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기후 위기 대응에 불충분하다며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6년전 전세계가 열광했던 파리협정이 체결될 당시 국제사회는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고, 각 국가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었는데, 2015년(COP21) 당시 470억톤이던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오히려 늘어 520억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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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긍정적인 시그널도 있었다. 총회 자체의 성과는 충분하지 않을지라도 각 국가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지구를 살리기 위해 왜 숙제를 해야 하는지, 어떤 숙제를 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등 각자의 숙제를 숙의하도록 만든 역할은 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비공식적이지만 COP26 즈음에 약속된 감축만 완전히 이행되고 충분히 지원된다면 1.9도 이하로 온도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환경단체 CAT(Climate Action Tracker)도 지난 9일(현지시간) 각국 정부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무렵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종합한 결과, 세기말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8~2.7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선 기온 상승 폭을 1.8도로 내다봐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치와 동일하게 전망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최선의 경우 2도 이하의 근접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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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희망적인 시그널도 있었다. 당사국총회 참여자의 직종 변화다. COP21 당시에는 환경부장관이나 기후 과학자 및 행동가가 주를 이루었던 반면, COP26에는 재무장관이나 기업 및 금융기관장들의 등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예를 들어, COP26에 참여한 재닛 옐런은 미국 재무부장관 중 처음으로 COP에 참여해 기후변화가 국가재정에 영향이 있음을 반증했다.

 

 협상 주체도 아니면서 수많은 글로벌 CEO가 참여한 이유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모두 기후변화로 인한 자산가치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예고하는 시그널이다. 기후변화를 자산가치로 설명할 수 있다면, 빙하소멸이라는 공동가치 보다 주가변동이라는 개별가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더 희망적이다.

 

2020년 말 MSCI(모건 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가 기후변화로 인한 업종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파리협약에서 합의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경우, 환경 규제가 가장 강력한 유럽을 기준으로 사업전환 비용, 자연재해 등 물리적인 리스크, 새로운 사업 기회 등을 합산한 것이다. 

 

그 결과 에너지산업의 경우 직격탄을 맞아 가치가 67%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 반면 환경 규제에 적극 대응했을 때 기업가치가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 주목할 업종은 자동차 및 부품 업종으로 10% 이하의 기업가치 하락을 예상한 반면 전략적으로 대응할 경우 오히려 친환경 시장 확대로 인한 신사업 추진 등으로 20% 이상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최근 다양한 사례로 현실화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상장한 전기 픽업트럭 및 전기밴 제조업체인 리비안(Rivian)이 작년 매출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순익이 10조원을 넘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시가 총액을 한 때 추월했었다. 심지어 지난 여름 상장한 고급 전기차 제조업체인 루시드(Lucid)는 3분기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3분기 수익이 3조원도 넘는 또 다른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시가 총액을 일시적으로 넘어서는 일도 발생했다. 

 

에너지산업은 리스크가 더 심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석탄화력발전소는 10년 전 580개에서 2020년 284개로 줄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푸어스(S&P)가 2030년까지 약 76조원이 넘는 석탄 발전소와 천연가스 발전소가 가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 이유다. 글로벌 석유 회사인 엑손모빌이 텍사스주 2,700개 유정을 포함한 셰일가스 자산을 매각하기로 한 결정과 더불어, 로열더치쉘 등 글로벌 석유 회사들이 약 160조원을 상회하는 자산을 매물로 내 놓은 점도 맥락이 같다. 

 

작년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국제 재생 에너지 기구(IRENA)의 자료를 인용해 2050년까지 2019년 기준 기업 보유 자산 중 최소 1경4천 조원 규모의 자산이 가치를 잃을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이 천문학적 규모의 자산손실 중 에너지 분야가 약 1/4을 차지한다.

 

내가 집(기업)을 한 채 보유하고 있다고 치자. 최근 층간소음(기후변화)이 이슈가 되더니 동네(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향후 집 값이 층간소음에 따라 50% 이상 떨어지거나 20%까지 올라갈 거라면 여러분은 비용이 들더라도 지금 당장 층간소음(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겠는가? 비록 지금의 기후위기 대응과정이 영화 ‘Don’t Look Up’에서 혜성위기 대응과정과 비슷할지라도, 기후위기는 개별 자산가치에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구종말이라는 영화의 결말 보다 훨씬 희망적인 결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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