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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자동차산업의 핵심이슈 (上) 전기차 시대 원년과 ESG경영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1월12일 17시10분

작성자

  • 김기찬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aSSIST) 석좌교수, 인도네시아 프레지던트대학 국제부총장, aSSIST사람중심기업가정신센터장,가톨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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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자동차산업의 빅뱅 · 친환경 시대 기록

 

 2020년 자동차산업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무엇일까? 배터리로 시작해서 전기차로 끝난 한 해였다. 2020년은 K-배터리가 세계시장을 주도했고, 한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급증했다. 자동차산업에서 2020년은 전기차와 K배터리시대의 원년이고, 2021년은 전기차 도약의 해가 될 것이다. 

 

물론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전기차 판매대수는 2020년 약 30여만대 규모로 아직 자동차시장의 3%정도에 불과하지만, ‘도입기 → 가파른 성장기 → 성숙기’를 거치는 S커브주기의 상승초기에 진입하고 있다. 올해는 폭증이 예상되고 있다. 전기차 판매대수는 자동차회사의 전기차 신차모델 출시와 마케팅의 정도가 변수가 된다. 올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신차모델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앞으로 10년은 내연차시대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비하면 거의 혁명적인 변화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의하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3% 성장한 약 688만대 규모로 예측하고 있다. 이제 전기차는 혁신가(innovator)들만 타는 차가 아니라 조기수용층(early adopter)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있다. 

 

 한편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로 보면, 지난해 한국 자동차 산업은 10년 전으로 후퇴했다. 자동차의 수출은 약 17% 감소했고 국내 총생산대수는 354만대로 2009년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 가운데에서도 전기차 친환경차의 수출비중은 12%까지 급등했다. 

 

 전환의 2020년과 미래를 논의하기 전에 기업성장의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교훈적 연도가 2010년이다. 2010년은 세상을 스마트세상으로 바꾸었고, 스마트 비즈니스모델로 전환을 게을리 한 회사들의 몰락을 가져왔다. 세계의 아날로그 기업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다. 

 

노키아, 코닥, 블록버스터 등이 대표적이다. 비디오시장을 주름잡던 블록버스터가 2012년 문을 닫고 넷플릭스에게 시장을 넘겨주었고, 코닥의 필름시장도 스마트폰회사에게 다 빼앗기고 말았다. 스마트화에 적응하지 못한 레거시기업의 몰락이다. 2010년 태어난 스마트 자동차회사 테슬라가 지금 세상을 바꾸고 있다. 클락스피드(기업진화의 속도)가 느린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10년 후 이런 변화가 현실로 닥치고 있다. 

 

 2020년은 자동차산업의 빅뱅시대와 친환경시대를 열었다. 테슬라는 지난해 49만9,550대의 전기차를 팔고, 2020년 말 시가총액은 약727조원을 기록하였다. 2020년 7월  1000만대이상의 자동차를 파는 도요타의 20분의 1수준의 차를 팔고도 ·도요타 시가총액(시총)을 추월하였다. 테슬라의 주가는 2020년에 약 700% 급등했다. 이제 도요타, 폴크스바겐, 현대차를 포함한 기존 7대 자동차메이커의 시총 합계를 뛰어넘었다. 10년 전 주식시장에 시가총액 13억 달러(약 1조5600억 원)로 시작했던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10년 만에 100년의 전통적 자동차회사들을 앞서가고 있다. 

 

세계자동차 기업 시총은 이제 내연차 전체 판매대수보다 전기차 판매대수와 전기차에 대한 기업비전의 크기에 좌우되고 있다. 그러면서 자동차기업들은 앞 다투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핵심 전략으로 도입하고 있다. ESG경영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부담과 책임이 아니라 변화와 도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린화를 비용이 아니라 혁신변화의 기회로 만들고, 직원, 노조, 소비자, 협력업체들과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고, 각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투명하게 고려하는 지배구조를 통해 이해관계자자본주의를 실천하는 것이다. 자동차기업들에게 ESG경영은 피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다. 이제 자동차기업은 단순히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는 기업을 넘어 환경도 살리고 미래의 모빌리티사회를 위한 꿈을 키워주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비(非)유기적 성장과 ‘헤쳐모여’의 지배구조 경영

 

 LG그룹은 LG화학을 물적 분할하여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했고, LG전자는 마그나(MAGNA)와 전기차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전문업체인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소프트웨어 역량보강을 위한 기업들 간 사업재편을 시작했다. 

 

이러한 사례는 비유기적 성장의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 다양한 방법으로 헤쳐모여가 필요하고, 분사와 합병도 빈번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도심항공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가 30%, 그리고 나머지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하면, 앞으로 어떤 회사를 인수하고 어떤 기업과 동맹을 맺으면 시장선점과 주도권 확보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고도의 미래그림을 구상해야 한다. 이제 자동차산업의 경영은 과거처럼 대규모 기업을 통한 규모의 경제보다는 외부의 기업들과의 네트워크의 경제와 속도의 경제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조직은 전략을 따른다(Structure follows Strategy", Alfred D. Chandler). 비유기적 성장전략(Inorganic growth)은 그룹의 조직과 지배구조를 바꿀 것이다. 전략과 조직이 불일치하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자동차산업의 핵심이슈 중 하나로 이해관계자 지배구조경영이 될 것이다. 미래차,모빌리티화에 필요한 인수합병기업들을 기존조직과 지배구조에 반영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인수합병 후 어느 기업은 기존 조직과 통합하고 어느 기업은 외부에 그대로 둘 것인가 등 사후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비유기적 성장전략에는 기대와 우려가 있다. 우선 내부조직의 제한된 역량을 흡수할 수 있고, 역량구축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문화가 완전히 다른 해외기업에 대한 아웃바운드 M&A를 어떻게 기존 자원과 시너지를 만들며 성공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 우려이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아웃바운드 M&A의 성공경험이 별로 없다. 이런 점에서 지배구조경영의 중요성을 지적코자 한다.

 

 외부조직을 인수한 이후 지배구조는 ‘기업내부의 경영구조+운영체제+인적구성+인수합병조직관리’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만일 인수한 기업의 인수 후 지배구조나 조직관리가 잘못되면 핵심인재들이 이탈하고 그러면 애써 인수한 기업으로부터 기술축적 또는 유입과 시너지효과는 급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구글의 알파벳과 PMI(Post Merger Integration)조직운영은 매우 큰 시사점을 준다. 비유기적 성장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는 구글이다. 구글은 검색기능, 유튜브 등 거의 인수를 통해서 필요한 기술력과 특허를 보강하고 있다. 구글은 2005년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 구글에 인수된 안드로이드는 현재 세계 모바일 운영체계(OS)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세계 모바일 생태계를 지배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구글은 2015년을 기점으로 미래사업을 관리하는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구글은  매년 20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하고 있지만, 인수합병 후 이들 조직을 통합관리를 하는 PMI를 운영하여 기존 조직과 시너지효과와 네트워크효과를 추구하고 있다. 

 

 내연차와 전기차의 딜레마를 뛰어넘는 통합 패러독스 만들어내야   

 

우리는 탄소경제시대의 끝자락에 서있다. 이제 내연차와 전기차는 서로 대립하는 딜레마 사고(思考)에서 벗어나 역설적으로 통합하는 패러독스를 추구해야 한다. 딜레마는 ‘di(둘,맞섬) + lemma(주장)’으로 대립하는 창과 방패의 모순의 관계라면, 패러독스는 ‘para(넘어감, 초월) + doxa(의견, 도그마)’로 모순을 초월하는 역설의 관계이다.

 

코로나 위기는 산업시대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 지구환경의 이슈가 더해지면서 그린카에 대한 요구는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팬데믹이 내연차 완성업체 내부에서 일어났던 집토끼와 산토끼가 싸우는 논쟁을 끝내게 만든 종결자가 된 것이다.

 

 전기차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확산모형을 통해 추정해보면, 전기차가 혁신 수용층에서 대중시장으로 전환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보급률이 2.5%를 넘어서는 2020년을 지나 16%정도 되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신제품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사람은 2.5%의 혁신자(Innovator)이며, 두 번째로 혁신을 수용하는 사람은 13.5%의 조기 수용자(Early Adopter)들이다. 이들의 혁신수용과 경험을 보고 대중(Majority) 들은 신제품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 사이에는 큰 간극의 캐즘(chasm), 즉 첨단 기술이나 상품이 개발되어 출시된 다음, 초기 시장과 주류 시장 사이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되어 단절하는 현상이 존재하고, 이것을 넘어서는 순간 산불같이 확산하는 특성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미래차로 변화를 위한 외부환경은 성숙되고 있다. 이런 환경변화는 어떤 기업에게는 위기가 되고, 어떤 기업에는 기회가 된다. 대변혁기 기업에는 전환적 리더십을 가진 기업가가 있어야  한다. 전환적 리더는 환경변화를 조직변혁의 기회로 활용한다. 리더십에는 거래적 리더십(transactional leadership)과 전환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의 2가지 유형이 있다(한익수,2020). ​거래적 리더십은 현재의 상황에서 재빠른 거래 이익을 도모하는 리더십을 말하고, 전환적 리더십은 변화의 큰 비전을 제시하고 기존 시스템의 전환을 추구하여 새로운 기회와 미래가치 창조를 도모하는 리더십을 말한다.

 

전환​적 리더는 미래를 읽는 눈과 사람을 읽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래를 내다보고 미래 변화의 큰 비전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비전너리(visionary)여야 한다. 다음으로 미래에 대한 꿈과 낭만을 갖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꿈을 함께 실행할 개인들에게 영감을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함께 실천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기업에서 관리자형 경영자(administrative manager)는 거래적 리더십을 지향하고, 기업가형 경영자(entrepreneurial manager)는 전환적 리더십을 지향한다. 기업가형 경영자는 미래시장의 변화를 읽고 변화를 준비하고 도전하는 사람이다. 기업가형 경영자의 행동지도원리는 기업가정신이다.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기업가정신이란 늘 변화를 탐색하고, 변화에 대응하고,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오늘날 전기차시대가 실제로 열리고 있는 것은 전환적 리더십을 가진 비전너리 기업가들이 동시에 대거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비전너리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꿈을 제시하고 사회를 설득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는 이들에게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테슬라의 기업가는 미래 모빌리티세계의 거대한 전환의 목표(MTP: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를 제시하고 있고 애플, 아마존, 구글의 기업가는 운영체제(OS)에 의한 자율주행차에 도전하고 있다. 현대차의 기업가는 자동차, 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의 모빌리티서비스기업으로 전환목표를 제시하고 있고, LG전자의 기업가는 전기차 수직적 계열구조에 도전해가고 있다. 

이제 코로나 팬더믹이라는 원심력과 전환적 기업가들의 구심력이 만나 자동차산업은 전기차세상으로 대전환하는 변혁의 에너지가 충만해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대변혁기 우리나라의 자동차관련 경영자들이 풀어가야 할 미래숙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내연차기업의 조직내부에서는 미래차 투자가 내연차 판매의 수익에서 만들어 진다는 비난이 있다. 어떻게 이 갈등을 통합해낼 수 있어야 한다. 전자회사에서는 전기차의 비즈니스모델을 어떻게 정리해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전기차시대가 도래하면서 배터리의 내제화 논쟁은 뜨거워 질 것이다. 자동차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생산역량이 없는 전기차회사는 엔진을 못 만드는 내연차회사와 같기 때문이다. 

 

둘째, 거대자동차기업의 내부조직은 비대해지고 관료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자동차산업은 기술개발의 병목현상, 레드오션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비대해진 조직을 분사하여 혁신지향적인 조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헤쳐 모여, 분사, 인수합병, 합작 등의 미래 지배구조 관리 조직을 운영하여야 한다. 미래의 자동차회사는 매출이익보다 외부투자자에 의한 기업가치를 키워주는 월스트리트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미래차 주도권을 위해서는 개별기업 싸움이 아니라 생태계 싸움이다. 어떤 연합군을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미래 포트폴리오 설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의 전환기에 이러한 유기적 성장공식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 미래자동차관련 기술의 개발이나 혁신을 위해서는 내부의 자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유입되는 스타트업 인수 또는 관련기술기업의 합병과 같은 비유기적 성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내부조직의 분사화,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외부조직의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가 많이 도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특허가 4만여 개이다. 이런 제품의 혁신에 내연차 업체들에 의한 성장주도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내연차중심의 내부인력으로는 새로운 분야인 배터리관련 첨단 기술력을 축적하거나 신기술개발을 주도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의 전문스타트업이나 전문개발업체들의 기술을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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