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모럴 라이센싱은 엄격해야 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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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행위를 행하고도 그 법률적 판결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정의로운 일을 행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이는 ‘모럴 라이센싱’ 효과 때문이다. 모럴 라이센싱은 ‘사람들이 그들의 선한 선택과 악한 선택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심리적 보상의 형태’이다. 즉, 자신이 선행을 실행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악행에 대해서는 상계가 이루어진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일대의 라비 다르(Ravi Dhar)교수와 마이애미대의 우즈마 칸(Uzma Khan)교수는 ‘모럴 라이센싱’을 의사결정자의 자아상을 긍정적으로 강화하는 도덕적인 방식으로 행동을 취함으로써, 추후에 부도덕하게 행동하면서도 행동의 결과에 대한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일탈행동에 대한 허가권으로 정의했다. 심리적으로는 우리가 “선한” 행동이나 생각을 실천한 후 “악한” 행동을 허가(라이선스)를 위해 전용하여, 자신의 악한 행위에 대해 마땅히 보상 받을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다이어트 과정에서 “어제 저녁을 굶었으니 오늘은 조금 많이 먹어도 돼”와 같은 자기 합리화가 이에 속한다.
최근 정치인들의 불미스런 일들은 ‘모럴 라이센싱’이 공적인 상황에서 발생하였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도덕적인 행동을 해놓고도 자신의 과거 행적을 바탕으로 이에 대해 면죄부를 요구하는 것이 마치 실패한 다이어트의 과정과 닮아 있다.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지만 돌아서서 그 자선 단체의 명분을 훼손할 행동을 벌이거나,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자녀입시에 있어 불공정을 행하거나, 자신들의 비리를 덮고자 사정기관의 책임자를 해임하려는 일련의 정치인들의 행위는 과거 자신이 행했던 민주화 운동에 대한 보상심리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모럴 라이센싱은 겉으로 만들어진 도덕적 이미지와 모순되어 보이는 어떤 사람의 이기적이거나 범죄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변명을 제공할 수 있어 개인에게 지극히 유리하다. 하지만, 개인이 바라보는 손익과 사회가 받아들이는 손익에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스스로 선한 행동을 실행했다고 인식한 개인은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행위도 스스럼없이 행하고 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개인적 보상의 부정적인 결과가 초기 도덕적인 행동이 유발한 사회적 공헌을 능가하는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오랜만에 정권의 교체가 이루어짐에 따라 진보측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정치인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졌다. 논공행상(論功行賞)이 나쁜 것은 아니다. 노력한 자에게는 마땅한 대가가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선을 넘어선 일부 정치인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들이 그러한 행동을 자행해도 될 정도의 업적을 쌓았는지에 대해서는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모럴 라이센싱에 의한 협상 메커니즘은 선거라는 정치 행사에 곧잘 적용되곤 한다. 피선거권자들은 이전에 선한 행동을 한 사람들을 지도자로 선출한다. 하지만 종종 선출된 지도자들이 그들의 선거 공약이나 정해진 약속들에 어기는 행위들을 곧잘 한다. 처음에는 실수나 조그만한 잘못으로 여겨 용서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어느 정도 임계치를 넘어서게 되면 정치인들의 행동에 불만을 토로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이 자주 일어날수록 분노의 강도는 그렇지 않은 정치인보다 훨씬 높아진다는 사실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대중은 악당보다 위선자를 더욱 혐오한다. 선한 이미지를 가질 행적을 스스로 오염시켰음에도 지속적으로 스스로의 선한 행적을 강조하여 이익을 취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표리부동(表裏不同)에 대한 비난의 수위는 점점 커져갈 것이다. 적어도, 공인들의 모럴 라이센싱은 일반인들보다 엄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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