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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보내며> 잿빛으로 얼룩진 청년들의 절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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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2월31일 12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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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가 하루만 남겨졌습니다. 지난 일년 하루하루가 어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마냥 잿빛으로 늘 답답하기만 했었다는 회한이 밀려옵니다.

크리스마스 즈음 메신저를 이용해, 오랜만에 또래 친구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수다를 떠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당면한 요즈음의 상황과 처지를 자조하는 가운데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불안에 떨었다는 한숨 소리가 너나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수없이 맞닥뜨렸던 좌절로 점철된 불만에 가득 차 보낸 1년이었다는 것에 입을 모았습니다.  

 

코로나는 그 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아무 생각 없이 누려왔던 많은 기회를 빼앗아 갔습니다. 20학번 새내기들은 동기 얼굴도 모른 채 2학년이 되게 되었고, 교수님들은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자들 얼굴 본 지가 오래돼 버렸습니다. 취업 준비생들은 더욱 좁아진 취업문에 고개를 숙여야 했고, 제과점 아르바이트생조차 눈에 띄게 줄어든 매출에 혹시나 잘리지 않을까 사장님 눈치 살피느라 하루하루가 피곤한 날들이 이어졌지요.  

 

이 시국에 모두 똑같이 겪는 고통이라고 자신을 위로해보지만, 우리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 지금보다는 더 좋은 여건에서 이런저런 즐거움으로 젊은 날들을 보낸 사람들을 보며, 과연 우리도 저런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에 맘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집 한 채도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친구들의 공통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 와중에도 누구는 국내 유수의 직장에 들어갔다 하고, 또 누구는 진급까지 했다 하고,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예외일 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현실들이 끊임없이 닥쳐왔습니다.

 

올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고 해서 우리들의 처지가 마냥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환경과 일상적인 관행의 파괴는 사회 초년병인 젊은이들에게는 예전보다 훨씬 더 버거운 짐으로 짖눌려 옵니다. 올 한 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기업들은 사무실에 모여 앉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수행해왔던 업무 처리 방식을 비대면 방식으로 새롭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우리에게는 더 큰 불안감으로 밀려옵니다. 업무방식의 이런 변화가 예전보다 효율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면 그런 새로운 방식은 더욱 확산될 것입니다. 여기에도 우리의 걱정은 쌓여만 갑니다. 기업들이 과연 우리가 준비해온 이전 기업들의 업무방식에 맞춰진 경험과 지식들을 계속 원하게 될지 상당히 걱정스러운 변화가 다가온 한 해였습니다. 

 

청년, 그들은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은 나이’입니다. 모든 기성세대들은 늘상 “청년들은 항상 꿈을 꾸고 꾸준히 노력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모든 상황들은 결코 우리가 꿈을 꿈을 꿀 수 있는 환경마저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자리문제 하나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이 대두된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 국면에서 청년일자리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음에도 우리가 보고 듣는 언론 매체들에는 저쪽 보이지 않는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청년 실업률 심각’이라는 기사뿐이었습니다. 어쩌다 논의가 된다 해도 우리 당사자들에게는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오는 지극히 원론적인 대안 제시의 화려한 미사여구로 장식되기 일쑤입니다. 이름하여 ‘희망 고문’이라 부르지요. 정작 언론의 주된 관심사는 정쟁과 당파싸움에 주요 지면을 꽉 채우곤 하였습니다. 사회가 우리 청년들에게 관심조차 없는 듯 보입니다. 결국 우리 청년들은 악몽만 꾸게 된 한 해였습니다.

 

오늘 2020년 12월 31일에 지난 한해 우리 청년들이 그려낸 자화상을 보면서 우리의 책임과 의무도 다짐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 청년들은 어쨌거나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입니다. 우리가 힘들다고 하면 이 나라가 힘든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청년들이 힘들다고 할 때 ‘요즘 애들은 힘든 것을 겪어보지 못해 뭘 모른다. 이 와중에 찬밥, 더운밥 가리는 것이 말이 되냐’ 하는 식의 질책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세계가 달라지는데 기성세대의 생각도 다소는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태어나기 전의 일어난 일, 혹은 기회가 전혀 없었던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도 청년들이 이 나라의 미래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보다 너그러운 맘으로 애정을 가지고 우리 청년들의 문제, 그들이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해 절실한 마음으로 접근하여 해결해 주었으면 합니다. 

 

새해는 불안의 끝을 마주하는, 그래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찾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그래서 2021년 12월 31일에  2020년 12월 31일을 친구들과 웃으면서 되돌아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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