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택정책> (13) 향후 주택경기 전망과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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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거래에 관한 규제가 집중되던 7월중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2만 4천건에 달하였다. 6월 거래량 1만 6천 건에 비해 50% 폭증한 수준이었다. 8월 이후 거래량이 줄기는 하였으나 예년 평균(2006~2019년 평균 9천 800 건)을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여전히 활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에서 여러 차례 살펴보았듯이 매매가격 역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를 판단하면 아직도 확장 국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의문들 제기된다. 지금의 주택경기 주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앞으로 대세적 흐름이 바뀌는 데 어떤 요인이 작용하게 될까? 그 요인에 따라 대세적 전환의 모습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는가? 대세 전환의 과정에서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까?
아래에서는 주택시장의 국면 전환 여부를 점검하는 데 초점을 두지는 않겠다. 앞으로 주택시장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나라 전체 혹은 국민경제적으로 그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금부터는 주택시장의 상황 변화가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주택시장의 대세적 흐름이 형성되는 데 거시경제변수가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이제는 그 반대가 되었다. 주택시장 변화가 앞으로 거시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되었다. 주택시장의 대세적 전환이 거시경제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서울 주택시장의 경기 국면 판단
주택시장 경기 국면을 가시화하기 위하여 벌집순환모형(Honeycomb Cycle Model)을 작성해 보았다. 이 모형으로 판단하면 아직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 의한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형성하였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할 수 있다. 이 모형에서 국면의 진행이 1/4분면(그래프의 중심을 기준으로 우측 상단 부분)에서 2/4분면(좌측 상단 부분)으로 이동하게 되면 하강 국면으로 이동한 것으로 판단한다. 가격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거래량이 위축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2019년도에는 이런 징조를 보이다가 2020년 들어 다시 거래량도 늘고 가격도 올랐다. 따라서 하강국면으로 전환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다만 상승 국면의 지속 기간 등을 감안하면 대세 전환점이 임박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종전의 주택시장 경기 상승기 평균이 6~7년이라는 점에서 2019년이면 대략적으로 대세 전환점에 도달하였을 수도 있었다. 2014년 하반기부터 기산하면 2019년의 경우 5년이 경과하고 6년으로 접어드는 해였다. 2019년의 경우 진정 국면으로 이행하는 특성이 일부 포착되기도 하였다. 거래량이 줄고 가격오름세도 둔화되었다.
하지만 2020년 들어 주택시장 경기가 재차 활황을 보이는 식으로 역전되었다. 지난 6월 이후 연이은 대책으로 주택시장의 불안이 한층 증폭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지난 6월 이후 주택가격 안정 대책은 비판적으로 평가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2019년의 상황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쪽으로 연결되도록 주택시장 상황이나 여건을 관리하였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았을 텐데 실제로는 그러지 못하였다.
시장의 흐름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지켜보았다면, 혹은 시장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부응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하였다면 지금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진정 국면에 진입하였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마저 하게 된다.
최근의 시장 동향이나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현 추세가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인기가 높은 일부 지역이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매수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 논거로서 주택시장 경기의 대세적 전환을 비교적 잘 예고하는 지표들이 여전히 매매가격을 받치고 있는 상황이다. M1/M2 비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민간 경제주체들의 자산 보유행태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전세가격/매매가격 비율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주택 매입 수요를 지탱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진정 국면으로의 대세적 전환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비록 지금 주택시장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기는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향후 주택시장 경기의 대세적 하향 전환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본다. 주택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그 부작용이 불거지지 않도록 상황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의 폭락이나 거래 단절 등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주택경기 활황 국면이 오랜 기간 지속하기도 쉽지 않다. 그동안 오른 높은 가격이 부담되기 때문에 주택 구입을 포기하거나 이연시키는 시장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서울 아파트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나중에 주택시장 경기의 침체 폭을 더욱 깊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런 측면에서 조만간 서울 주택시장에서 대세 전환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주택시장 순환 주기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1년을 전후하여, 길게 보아도 2년 정도 후에는 주택경기가 대세 전환을 맞을 확률이 매우 크다. 2014년부터 시작된 금번 대세 상승기가 금년으로써 7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지난 상승기도 6~7년이라는 점에서 금년이 대세 전환 시기에 해당한다. 주1)
주1)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는 Hansen 파동을 따르고 그 주기가 17년이기 때문에 2025년경에 정점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주택시장 경기의 대세적 전환은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촉발되기 쉽다는 점에 대해서도 유의하여야 하겠다. 이 경우에는 주택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적으로 혼란이 야기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하겠다.
이 시점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경제현상을 접하여 단편적인 사고방식에 입각하여 단선적으로 접근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주택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이러한 기본시각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지금 대세적 전환을 논의하는 것은 이와 같은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함이다. 경제 현안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살피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 경제는 저성장 추세가 굳어지면서 여러 형태의 취약성을 누적시켜왔다. 지금 예상되는 주택시장의 대세적 전환이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인 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우리가 다양한 관점에서 경제 현안들을 살피지 않는다면 이는 Herring and Wachter(1999)가 말하는 “재난불감증(disaster myopia)”에 빠져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재난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안을 단순하게 한 측면만 보는 것은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질병이 될 수 있다.
* Herring, Richard J. and Susan M. Wachter, "Real Estate Booms and Banking Busts—An International Perspective," Group of Thirty, Occasional Papers, No. 58, 1999.
다음 대세 전환은 무엇 때문에?
현재 서울 주택시장에서 만연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어떤 요인으로 사그라지게 될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면 주택가격은 더 이상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생겨날까? 미래의 일을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가능성 있는 사안들을 점검해보는 차원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보기로 하자.
주택시장 내부의 분위기 전환
먼저 주택시장 내부에서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는 경우이다. 부동산 매입 여력이 소진되거나 잠재적 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이 일단락되는 경우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가격 상승이 지나쳤다는 평가가 대두되는 상황이다. 주택구입 여력이나 주택가격의 수준을 평가함에 있어서 소득을 그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서울 집값이 얼마나 높은지를 생각해보면 시장 내에서 분위기가 반전될 여지가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소위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rice-Income Ratio)을 계산해보았다. 이 비율을 계산함에 있어서 각 통계들이 지니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이 문제는 잠시 잊고 일단 그 추이만 살펴보기로 하자.먼저 KB국민은행 아파트매매가격 지수를 활용하는 경우이다.이 지수가 1986년부터 편제되었기때문에 1986년을 기점으로 서울아파트매매가격을 가계가처분소득과 비교하면 지금 서울아파트 매매가격이 소득에 비해 오히려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주2)
주2) KB국민은행 주택가격 통계는 주택가격의 절대 수준을 평가는 데에는 적합하지는 않다. 거래되지 않는 주택의 가격도 주택가격지수에 포함됨으로써 이 지수는 실제 거래 가격과는 차이가 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지수는 주택가격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어야 한다.
현재 이 비율의 수준은 2014년에 비해 높아지기 하였으나 이 지표로는 서울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인식할만하지는 않다.
다음으로 실거래가격 지수를 활용한 경우이다. 이 지표가 편제되기 시작한 2006년을 기점으로 비교하게 된다. 2006년 12월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와 2006년 중 가계가처분소득의 비율을 1로 하여 그 추이를 살펴보았다. 이 비율이 2014년경에는 0.7까지 하락하였다가 2019년에 1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소득 대비로는 2006년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금년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정을 전제로 연장해보았다. 현재 통계 입수가 가능한 2020년 8월까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23% 상승하였다. 그리고 금년 1~3분기 중 국민가처분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유사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금년 말 서울 아파트가격이 23% 상승하고 가계가처분소득은 지난해와 같다고 보고 PIR을 계산해보았다.
그 결과가 우측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금년 중 PIR이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즉 2006년을 기점으로 보았을 때 현재 소득 대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06년 수준을 넘어섰다. 다만 이것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지 여부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러한 혼란을 벗어나기 위하여 KB국민은행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와 실거래가지수를 결합하여 PIR 비율 추이를 살펴보자. 2006년 이전은 KB 국민은행 자료를 사용하고 그 이후에는 실거래가지수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기준 시점을 대세 상승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0년으로 잡았다. 이 계산 결과를 다음 그림으로 표시하였다.
이 그림에 따르면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상대 가격으로서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9년 말에 이미 지난 대세적 흐름의 정점에 해당하는 2006년이나 2007년 수준에 도달하였다. 주3)
주3) ‘벌집순환모형’ 분석에서 2019년에 주택시장 경기가 진정국면으로 전환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난 것과 이 현상은 상호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금년 말 경에는 2007년 수준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번의 대세적 흐름상의 정점 가격 수준 이상으로 높게 형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주4)
주4)다만 이 경우에도 서울의 주택을 구매하고자 하는 잠재적 수요자의 소득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는 점은 감안되어야 한다. 서울에서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면 앞에서 계산한 PIR 비율의 추이는 상당히 달라질 수도 있다.
이상의 논의에 기초하면 현재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소득수준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보면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가파른 가격 상승에 대한 경제심이 생겨날 수도 있다.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가격으로 인하여 추격매수 등이 지속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계심은 시장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여지도 있고 동시에 다음에 살펴보는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받아서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제까지의 주택정책 효과 발현
지금까지 나온 주택정책이 예상대로 시행되는 경우에도 조만간 주택시장에서는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종합부동산세 및 보유세 부담 증가로 매물이 출회되는 반면 매입 수요가 급속히 감소하는 경우이다. 내년 6월 1일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산일을 전후하여 이러한 추세적 변화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제3기 신도시 등의 공급 효과도 가세할 수도 있다. 당국에서는 내년부터 사전청약을 시행하겠다는 구상인데 ‘사전청약제’는 본 청약 1~2년 전에 일부 물량에 대해 청약을 진행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신도시가 서울 도심의 선호지역 주택을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수급불균형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하고 그에 따라 심리적 불안감도 다소 불식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주5)
주5) 신도시 개발과 관련한 토지보상금이 대량으로 풀리는 경우 이것이 기존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임대사업자 등록제주6)를 폐지하는 데 따른 주택 매도 확산 가능성은 없겠는가?
주6) 임대등록제는 자발적으로 등록한 사업자에게 공적 의무를 부여하는 대신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공적 의무는 최소 임대 의무기간 준수(4년 혹은 8년), 임대료 증액 제한(5%이내), 계약 해지 및 재계약 거절 금지, 임대차계약 신고, 표준임대차계약서 사용 등을 의미한다. 그리고 세제혜택은 취득세(50~100%) 재산세(25~100%)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임대소득세 30~75%) 감면, 다주택자 양도세율 중과 배제 등을 말한다.
이 제도는 2017년 12.13 대책으로 시행되었는데 2018년도에 약 40만호가 임대사업 대상으로 등록되었다. 그런데 2020년 7.10 대책에서 4년 단기 임대 및 8년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 유형을 폐지하였다. 이 조치로 인해 아파트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70% 및 양도소득세 100% 세액 감면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등록 임대인들이 아파트를 매각할 가능성은 없는가?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현재 시장의 대체적인 분위기이다.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되리라는 기대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예컨대 4년 단기 등록 임대인들의 상당수가 7.10 대책 직후 8년 임대로 전환하였다고 하는데 이 점을 감안하면 임대 등록 아파트가 내후년 경에 매물로 쏟아져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튼 현재 시장에서는 일방적인 상승 기대감이 형성되어 그동안의 대책들이 큰 효과가 없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시장분위기는 일순간에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 사안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전적으로 부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그동안 주택가격 안정에 치중하면서 동원한 여러 정책들이 그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는 데 더하여 주변 상황마저 악화된다면 주택시장 경기가 급격히 냉각될 수도 있다. 제도의 변경을 통해 시장을 통제 관리하고자 한 그동안의 정책들은 정책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대세적 전환기에서는 이 가능성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 외부 여건의 변화
금융부문에서 가계 및 주택 대출을 억제하는 경우이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이러한 조치를 내려주기를 원하고 있는 듯하다.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도 금융기관들의 행태가 변할 수 있지만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서도 대출 전략이 바뀔 수도 있다. 전반적인 금융권 분위기가 이제까지의 확장적 대출 전략과는 반대로 신중 내지는 경색 국면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주택 시장의 분위기가 급랭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금융기관의 건전성 기준이 COVID-19 발생을 기화로 일시적으로 유예되거나 약화된 기준이 적용되었다. 하지만 역병이 진정되거나 일정 시일이 경과하고 나면 이 기준이 정상화되기 마련이다. 이 경우 시중 유동성 사정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결국 이것이 주택시장에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불황으로 인한 주택경기 위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세계경기가 일거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요국들 사이에 갈등이 격화될 전망인 데다 보호무역주의 경향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그동안 위축되었던 민간경제활동이 단기간에 활발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마땅한 호재가 생겨날 것 같지 않다. 결국 국내 경기는 앞으로 상당 기간 어렵다고 봐야 한다. 불경기의 장기화로 주택 매입 여력이 감소하고 일부 경제주체가 주택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상황에 도달하면 주택 경기도 사그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실물경기와 주택경기가 유리되어 별도로 움직였으나 불황이 길어지면 주택시장 경기도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외에도 충격적인 사태는 항상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경제가 위축된 현재는 말 그대로 위기적 상황이다. 예상하지 못하는 충격들이 발생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어떤 형태, 어떤 종류이든지 간에 충격이 발생한다면 주택시장의 분위기는 급격히 변화할 수도 있다. 마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게.
어느 요인이 주로 작용할지 예상하기 쉽지 않다. 이상에서 언급한 요인과 더불어 그 이외의 생각 밖의 다른 요인들까지 등장하여 복합적으로 한꺼번에 작동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세 전환의 모습은 대응 역량에 따라 달라질 전망
향후 주택시장에서 대세적 전환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사뭇 달라질 것이다. 통상적인 경기순환의 과정에 따라 주택거래가 위축되고 가격이 좁은 범위 내에서 등락하는 모습으로 하락기에 접어드는 연착륙(soft landing)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주택 가격이 급락하는 등 충격적인 형태로 주택경기가 하락하는 경착륙(hard landing)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부동산 가격의 대폭적 하락은 잘 일어나지 않는 사건(low-frequency shocks)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한 번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충격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점도 명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비도 미리 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주택가격 하락과 다른 부문의 취약성 등과 결합하여 새로운 문제로 비화될 우려도 없지 않다. 즉 주택경기 침체와 더불어 실물 경기 위축이 장기화되는 경우 새로운 위험 요소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높아진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한 반감이 증폭될 여지가 있다. 아울러 정부의 세수 기반이 축소되고 재정적자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국내 경기의 전반적 위축은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 저하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특히 가계부채를 통한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금년 9월말 현재 가계신용규모는 1,682조원에 달한다. 2019년 말 기준으로 가계신용 규모는 GDP(국내총생산)의 83%, 가계가처분소득의 16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금년 중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인 반면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년 말에는 이 비율이 170% 이상 수준으로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 중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890조 원에 달한다. 주택을 활용하여 자금의 대차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을 의미한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가계대출과 주택담보 대출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은행의 경우 대출금 중에서 45%를 가계에 대출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은 총대출의 31%에 달한다. 따라서 주택가격의 하락은 가계 및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많은 상태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가계 부문의 경제활동이 금융 면에서의 제약으로 부진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금융기관들도 자금 공급 여력이 위축되어 신용 공급을 저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주택가격 하락이 거시경제 위축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하여 가계부채의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다만 근래 가계부채 규모를 관리하는 방법에서 큰 변화가 일었다. 종전에는 가계부채의 규모를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을 미리 정하고 가계부채 규모를 이 수준 이내에서 관리하려고 노력하였다. 예컨대 GDP의 80% 수준이 그런 기준으로 활용되었다.주7)
주7) 미국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위기를 경험했던 2007∼2008년 당시 가계부채 규모는 GDP 대비 96 ∼98% 수준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는다. 이 비율을 초과하는 나라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 그 배경이다.
요즘에는 상황에 맞춰 부채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중시하는 경향이다. 즉 거시경제적 펀드멘탈이 양호하고 민간 경제주체 및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어느 정도 구비된 것으로 평가된다면 가계부채 수준이 다소 높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주8)
주8) 그럼에도 이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국가의 경제운용능력이 약화된다면 비록 가계부채 비율이 낮더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앞으로 주택시장의 대세적 전환이 연착륙을 따를지 아니면 경착륙 형태로 진행될지 그 가능성에 대해 객관적인 확률을 부여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그 가능성은 앞으로 우리가 얼마만큼 상황을 잘 관리할 수 있느냐 여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상황의 변화와 외부 여건들이 상호 결합하면서 여러 문제적 현상들이 나타날 것이고 그에 대해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몇 가지 착안점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정책 방안들주9)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과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9)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다. 주택시장에 대한 중장기 전망과 문제점 점검, 현재 주택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시정하는 방안, 주택과 관련한 적정 조세 체계 구축 방안, 주택시장 안정화와 금융기관의 경영 전략의 조화 방안, 주택시장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한 거시경제정책 운용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이것을 별도의 정책·연구과제로 제시하는 선에서 그치고자 한다.
단지 주택시장 흐름의 변화로 인한 정책적 과제를 준비하거나 다룸에 있어서 필히 감안하여야 할 사안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제는 주택시장의 상황을 경제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주택시장을 부문 시장에 불과하다고 인식하고 여러 정책당국 중의 하나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식이었다. 주택시장에 대한 기본 인식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주택시장의 향후 대세적 하강 전환이 앞으로 거시경제적으로 미칠 파장에 대하여 다각도로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앞의 관점과 연관되기는 하지만 경제정책 전반에서 상호 보완하고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여야 한다. 이것이 향후 우리의 정책역량을 평가받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즉 이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할 경우 우리의 경제 운용 능력은 현저하게 의심받게 될 것이다. 반면 이 방면으로 상당한 진전을 보인다면 정부의 정책역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쌓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쌓인 신뢰는 시장에서 ‘각자도생’의 자유방임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방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충격 등으로 큰 혼란이 오더라도 정부를 중심으로 그 혼란을 극복하는 원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셋째, 마지막으로 경제 현안을 접하는 정책 당국의 기본자세에 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정책 당국에서는 경제 현상을 직시하고 관련 사안을 종합적으로 보려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특히 이념이나 선입견에 의존하는 행태는 절대 피하여야 한다. 객관적 관점에서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발굴하고 추진할 수 있다. 바람직한 정책적 관점이야말로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수많은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역량을 배양하는 데 기초가 된다.
사실 근래 주택가격 상승에는 긍정적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국민들의 부동산 투자 행태를 놓고 보면 시장에서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일본형 불황에는 빠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디플레이션 심리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경제주체들의 이러한 심리상태는 앞으로 우리 경제를 운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국민들이 아직 우리 경제를 내심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당국의 정책 역량이다. 시장의 긍정적 기운을 바탕으로 정부가 정책적 신뢰를 회복한다면 주택시장은 충분히 안정화될 수 있다. 거시경제적 안정을 이룰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도약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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