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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호이반호이(出乎爾反乎爾)!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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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6월20일 16시03분
  • 최종수정 2024년06월14일 16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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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鄒)나라의 목공(穆公)이 노(魯)나라와의 전투에서 장수 수십명이 죽었음에도 비협조적인 국민들의 태도에 화가 났다. 모조리 처벌하자니 그 수가 너무 많고 묵과하자니 미운 놈 죽음 대하듯 할 터이니 어쩌면 좋겠는지 맹자(孟子)에게 그 처리를 놓고 물었다.  

맹자는 증자(曾子)의 말을 인용해 “ 출호이반호이(出乎爾反乎爾) “라고 답했다. '자기에게서 나온 것이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는 뜻이다. 

흉년으로 늙은이와 어린아이들이 굶어 죽고 장정이 살길 찾아 흩어질 때 자신들의 곡간(穀間)이 가득 찬 관리들이 백성들을 구제할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뿌린대로 거두는 것이 세상 이치다. 국민의 불충을 탓하기 전에 백성을 감화시키는 정치를 해야 한다.

 

윤대통령은 30% 초반의 지지율로 답답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여당은 소수정당이 되어 정치력을 보이지 못하고 자신의 거부권에만 의지하고 있으니 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을 정도이다. 이런 상태에서 당과 정부에서는 야당의 지지도 받지 못할 정책만 내세우고 있으니 되는 게 있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뿌린 대로 거두는 꼴이다. 문정부가 잘못된 신념으로 소득주도성장, 왜곡된 주택정책, 탈원전 등을 내세우다가 결국 정권을 내놓은 걸 보고도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삼지 못했다. 

 

상식과 원칙을 내세우고, 방향은 옳다 하고,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뚝심있게 밀고 나간다 한다. 지금 앞에 놓은 건 개인사(個人事)가 아니라 국사(國事)이다. 개인은 실패할 수 있지만 국가는 실패하면 안 된다. 

 

국가에 필요한 일을 제 때에 해결하는 것이 정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심을 얻어야 한다. 민심을 얻지 못하니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총선에서 참패해 야당 의석이 개헌선(改憲線)에 육박하는 결과가 되었다. 대통령 탄핵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정권을 되찾았으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정권의 신세가 된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애초에 민심을 얻을 생각이나 하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민심을 얻는 게 아니라 왜 민심이 떠나갈 결정을 하냐는 것이다. 정치에 전혀 관계없는 사람의 눈에도 뻔히 보이는 걸 못 본다면 이건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확정 판결 받은 전 강서구청장을 불과 3개월 만에 사면했다. 공익신고자라는 판단으로 대통령이 사면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비밀누설이냐 공익신고냐의 법리적인 대립으로 이해해 줄 수 있을 듯하다. 문제는 그를 자신의 범죄 사실로 공석이 된 자리에 사면되자마자 다시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웠다는 사실이다. 이 걸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은 것인가? 도대체 이런 판단은 누가 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오만(傲慢)이다.

  

채상병 사망 사건으로 특검을 하자는 판국에 어찌되었던 그 정점에 있는 국방장관을 무엇이 그리 급해 호주대사로 임명하고 그 것도 도망가듯이 출국해 부임토록 하냐는 것이다.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 왜 빌미를 만드는지 알 수가 없다. 급히 피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건지, 안하무인인 건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처리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불미스러운 행위 자체도 문제지만 숨기고, 피하고, 사과하지 않고,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압박하는 모양새는 민심의 기대를 허물고 말았다.

 

황상무 수석의 과거 기자회칼테러 사건 언급은 민심이반의 불을 지른 꼴이다. 맘에 안 드는 비판 언론을 대놓고 협박하는 모양새를 만든 것이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장기간의 갈등은 옳고 그름을 떠나 혁신 과제를 대하는 세력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연금, 노동, 교육, 세제 개혁 과제 등을 하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 또한 답답한 노릇이다.

 

중요한 총선거를 맞아 야당이 전국민지원 25만원 카드를 흔들면, 여당은 그에 대응하는 정책을 내세워야 하는데 그저 반대만 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집권 세력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재정의 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건 논리적으로 당연하지만 선거는 논리가 아니라 마음이다. 전국민대신 선택적으로 더 두텁게 지원한다든지, 일본처럼 신탁제도를 도입하겠다던지 깃발을 흔들어야 할 것 아닌가.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며 출발한 정부가 오만하고, 정직하지 않고, 무능해 보인다면 국민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목공(穆公)처럼 따르지 않는 백성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돌아봐야 한다. 출호이반호이(出乎爾反乎爾)!

 

이렇게 현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유는 민주화 세력임을 자처하는 비민주적 집단을 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심을 제대로 듣고 국민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따르는 정권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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