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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2기는 국정운영플랫폼의 리셋으로부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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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4월21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4월21일 09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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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기점으로 윤석열 정부 2기가 시작되었다. 1기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에서 시작되었다. 국회 지형은 큰 변화가 없지만, 여론 지형은 크게 나빠졌고, 대통령의 여당에 대한 장악력(GRIP)은 현저히 떨어졌다. 국회 의석 구도는 대통령의 거부권(재의 요구권) 하나만 살려 놓은 셈이다. 하지만 이 역시 거부명분이 뚜렷하지 않으면 무력화될 것이다. 여당에서 8표 이상의 반란표, 아니 소신표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대통령 직무 긍정율(잘한다)이 20%대로 떨어졌다. 이는 정책이 아니라 태도나 인성(고집, 불통, 건방, 오만, 독선, 비겁, 솔직, 당당함 등)에 대한 실망과 관련이 있어서 하방경직성을 띨 가능성이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겪었던, 대통령 때리기가 국민스포츠로 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길게 방치하면, 여당 내에서 대통령을 거칠게 들이받는 의원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오게 되어있고, 대통령 직무 긍정율은 10%대로 떨어지게 되어있다. 

 

대통령의 작은 사법적 허물 하나만 나오면 192석 야권과 여당 일각(8명 이상)에서 대통령의 직무 수행 능력 상실 등을 이유로 탄핵 소추를 하려고 할 것이다. 사유가 어떻든 국회의원 200명 이상이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면, 헌재 결정까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4.10 총선 전에는 대통령이 갑, 여당의원이 을이었다면, 이젠 갑을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 이후 나경원, 안철수, 김재원, 김기현 의원 등에게 했던 거칠고 무례한 행위는 금물이다. 여당 중진의원들의 앙갚음이나 갑질을 대통령이 참고 견딜 각오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윤석열정부 1기는 강골검사의 '습' 때문인지, 정치와 정당을 혐오하고, 외면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2기는 그야말로 이들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고, 긴밀히 소통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그리고 여전히 대통령은 어마어마한 권한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2년 3.9 대선 기점으로 시작된 윤석열정부 1기는 인수위를 거쳐 2022년 6월에 <인수위백서>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7월에 <120대 국정과제>, 8월에 정부 출범 100일 기념 10대 치적을 발표했다. 이들이 일종의 국정운영플랫폼에 해당되는데, 윤정부의 오늘의 곤궁한 모습은 1기를 통할해 온 국정운영플랫폼의 부실에서 비롯되었다.

 

 2기는 1기에 대한 깊은 성찰 반성을 거쳐, 1기보다 훨씬 심사숙고하고 심모원려한 국정운영플랫폼을 만드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지난 3월 초 출간한 졸저 “윤석열정부와 근대화세력의 미래”의 제1부(문제는 국정운영플랫폼)에서 윤정부 1기의 문제점을 상술하였다. 긴 얘기 짧게 요약하면 윤정부 1기는 한마디로 공무원정부였다. 공무원은 치명적인 약점과 강점이 있다. 윤대통령이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모든 일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오직 국익과 국민만 보고 추진한다"는 말은 공무원 정부의 특징을 나타내는 말 중의 하나다. 

 

거칠게 단순화하면 한국에는 2개의 정부·정당이 있다. 하나는 공무원 정부·정당, 다른 하나는 운동권 정부·정당이다. 윤정부를 공무원 정부라고 하는 것은 공무원의 안목, 과제, 스타일, 조직문화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윤정부 1기의 시원찮음은 대한민국 공무원의 편향과 한계에서 온다. 아니 이 편향과 한계를 윤대통령과 윤핵관과 국힘당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서다. 공무원은 외교안보(한미동맹과 대북 힘의 우위 등) 중시하고, 경제성장과 건전재정 중시하고, 준법을 중시한다. 

 

 하지만, 이제는 박봉이기는 커녕 생애소득 기준 상위 5~10% 안에 드니 밑바닥 민생현실을 잘 모른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했지만, 공무원은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과 복잡다단함을 알기 어려운 존재다. 공무원의 사회정책은 대체로 좌파적이다. 공무원 철밥통은 당연시하고, 민간에 대해서 고용임금 유연성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말하니, 노동개혁에는 모순적이다. 공무원연금개혁을 회피하니(그래서 1기에는 국정과제로 채택되지 않았다), 국민연금 개혁에 적극적일 수가 없다. 교육개혁은 무수히 많은 교육규제를 내려놓지 못하니, 힘과 방향을 잃었다. 그래서 엉뚱한 사교육 카르텔의 패악을 침소봉대한 것이다. 정작 문제는 교육부와 교육청 공무원이 중심인 공교육 카르텔인데! 

 

 뿐만 아니라 공무원은 공공개혁을 싫어한다. 국가적 난제의 근본에 대해 고민할 수가 없다. 정무를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가 앞서 언급한 책에서도 썼지만 "정책은 이념, 제도, 예산, 인사 등을 바꿔서 목적하는 일을 이루는 엔지니어링에 가깝다면, 정무는 모든 행위가 대중에게 어떻게 비칠까를 먼저 생각하는 마케팅에 가깝다." 

 

윤정부 1기의 가장 부실한 기능이 바로 정무였다. 윤대통령은 4월16일 국무회의에서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고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들의 정책 수요를 통해서 국정과제를 잡아서 부처 벽 허물기로 일을 해 왔습니다만 국민들의 수요가 매우 다양”하기에 “다양한 국민들의 수요에 대한 맞춤형 정책 추진”을 공언했다. 

 

그런데 윤정부 2기는 무수히 많은 산(국정과제) 중에서 어떤 산을 오를 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여야 한다. 방향이나 수순은 그 이후 고민할 문제다. 정부 성패의 관건은 선택과 집중을 할 대통령프로젝트에 달려있다. 국정운영을 등산에 비유하면 시대정신은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올라야 할 주요한 산들에 대한 얘기라면, 시대적 소명은 그중에서 자신의 가치‧이념, 처지‧조건‧역량 등을 종합하여 오르기로 결단한 산들에 대한 얘기다. 국정철학과 국정과제는 그 산을 오르는 자세와 경로에 대한 얘기다. 

 

요컨대 모든 정부의 성패는 국정과제(아젠다 세팅)에 달려있다. 다시 말해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과제의 선후완급이 어떻게 되는지"다. 정치의 본령에 비추어 보면 이론의 여지가 없는 말이다. 결국 아젠다 세팅으로부터 주체 역량과 객관적 정세나 지형에 대한 파악이 이뤄진다. 공직인사나 예산이나 일정과 말은 그 후속이다. 첫 단추가 어긋나면 그 아래 단추들이 줄줄이 어긋난다. 윤정부 1기와 국힘당은 밑으로부터의 절절한 기대와 요구의 총화인 국정과제=대통령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 고민이 깊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1987년 이후 최약체 정부가 명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무모한 행보를 많이 하였다. 아마 대선을 통해 행정권을 위임 받았으니, 권한 범위 내에서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의대정원 2천명 늘리기도 그렇게 해서 추진된 것이 아닐까 한다.

 

 윤대통령은 2기 국정운영플랫폼을 준비하기 전에 (최근에는 소원해 졌지만) 윤정부에 대한 애정이 깊은 분들을 연쇄 접촉하여 국정쇄신 방안에 대해서 듣는 기회를 마련했으면 한다. 윤대통령이 10%를 말하고 90%는 듣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4.10총선 전망이 어두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2022년 가을부터다. 무슨 경제지표를 보고 한 얘기가 아니다. 대통령실이 배의 최상층이라면 배의 밑창, 화물칸, 3등 선실 쪽으로부터 들려오는 (무지, 무능, 둔감, 안이 등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들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정부 평가토론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0년 전후 김대중 정부부터다. 그때는 100일 평가, 1년 평가, 2년 평가토론회가 참 많았다. 선거평가 토론회야 이루 말할 수도 없고!! 김대중 정부부터만 따져도 6번째 정부다. 시간이 가면서 평가 주체들이 공직인사 검토 대상이어서인지, 정부 평가토론회가 점점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정부 2기는 1기에 대한 평가 반성과 국내외 정세(국회와 여론 지형 포함) 등을 총화한 국정운영플랫폼 만들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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