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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가 메모한 여의도의 모든 것 <40> 말할 때 생각은 하는 건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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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1월22일 16시43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12일 11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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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사람들이 말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도대체 저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 못 해서 그런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다른 한편으로 숨겨진 진실을 은연중에 드러낼 때가 많다. 


2022년 1월 11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들이 참여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경영진과 함께하는 것인데, 적용 대상은 한국전력 등 공기업 36곳, 국민연금공단 등 준정부기관 95곳 등 총 131개 공공기관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 의원은 본회의 통과 후 이런 소감을 남겼다.

“제가 대표 발의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동안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정권의 정책에 따라, 때로는 소수의 경영진들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경영으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으며,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오늘 노동이사제가 통과됨에 따라 공공기관의 자율 경영과 책임 경영의 첫걸음이 시작됐습니다.”

 

○○○ 의원의 말은 노동자 대표의 경영 참여 필요성을 역설하다 보니 나온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여당인 민주당 국회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기관 인사를 비판한 꼴이 됐다. 지난 5년간 모든 공공기관 인사를 한 것은 바로 문 대통령의 청와대와 여당인 민주당이었으니까. 물론 정권을 가리지 않고 역대 모든 정권이 공공기관 자리를 전리품으로 여긴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공공기관들을 멍들게 한 주범인 것도 맞다. 그런데 정권 초기도 아니고, 임기가 두어 달밖에 안 남은 상태에서 “그동안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정권의 정책에 따라, 때로는 소수의 경영진들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경영으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라고 한다면 결국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킨 주범이라는 뜻 아닌가. 만약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변한다면, 이 법은 왜 개정하는 거지?


 이런 경우는 숱하게 많은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과 관련된 더불어민주당 ○○○ 대변인의 논평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사면·복권된 날(2022년 12월 28일) 이틀 후 국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기자 브리핑을 했다. 다음은 브리핑 전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돌아와 소감을 밝혔습니다. 내용을 들으며 허탈한 웃음만 나옵니다.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하고 기도함으로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자신을 깨끗하게 살아온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공의로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기가 막힙니다. 정의와 공의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 염치가 있다면 미납된 벌금 82억 원부터 납부하십시오.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뇌물수수, 횡령 등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 나라를 뒤집어 놓았습니다. 사면·복권되니 죄도 사라진 줄 아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많은 국민을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면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역사에 오점으로 기억될 것임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국민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때라면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브리핑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른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같은 당 출신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같은 날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받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김 전 지사는 죄가 없는데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억울하게 복역한 것이라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다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건은 2018년 1월 민주당의 사건 의뢰로 수사가 시작됐고, 김 전 지사는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수사에서 판결까지 모두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이뤄졌으니 무리한 수사, 억울한 판결이라는 말과는 좀 거리가 멀지 않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라는 민주당의 논평은 김 전 지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기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적어도 같은 날 같은 편이 출소하는 걸 알면, 입이 가려워도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상식 아닐까. 그걸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욕하고 싶어서 기자 브리핑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좀스러운 정치, 외눈박이 정치라는 비판만 더 듣고 말았다. 


 이상하기는 김 전 지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후 첫 일정(2022년 12월28일)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헌화·분향했다. 그리고 방명록에 “대통령님께서 왜 그렇게 시민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을 강조하셨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남아 있는 저희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한 시민민주주의가 댓글 조작이란 말인가? 노 전 대통령이 지하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사람들이 생각이 없어도 너무…. 

 

<ifsPOST>​ 

 ※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23년 8월 펴낸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도서출판 북트리 刊>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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