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진구 기자가 메모한 여의도의 모든 것 <37> 아픈 건 자긴데 왜 남의 엉덩이에 주사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1월11일 16시46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12일 11시32분

작성자

메타정보

  • 1

본문

“자유한국당 혁신하랬더니 웬 초중고 학제 개편?”

“군 모병제가 한국당 혁신 방법이라고?”

“헐….”


 2018년 3월 22일,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2기 혁신위원회(위원장 ○○○)가 3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혁신안을 발표했다. 2016년 20대 총선 막장 공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비상대책위원회만 3번째인 한국당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로 사경을 헤매던 상태. 그런 만큼 역으로 ○○○ 위원장의 혁신위에 건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그 자신이 불과 2년 전 총선 참패 직후 당 혁신위원장에 내정됐으나 청와대와 친박의 조직적 보이콧으로 임명이 무산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제는 실세 중의 실세인 당 사무총장을 겸하고 있었고, 그를 찍어냈던 친박은 구심점인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면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혁신안이라고 발표하는 내용을 들으며 나는 귀를 의심했다. 


 스마트 정부 4.0, 스마트 사회 4.0, Youth Hope Smart City 구축 등이 당 혁신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듣는 모두가 의아해했고, 상당수가 이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그나마 일견 혁신안처럼 보이는 국회의원 불체포·면책특권 폐지, 의원 세비 결정권 반납,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등도 이미 숱하게 제시됐으나 이뤄지지 않은 것들이었다. 더 나아가 간부 중심의 병력구조를 개편하고, 여성의 군대 진출을 전면 허용한다는 데 이르면 듣는 데 인내가 필요할 정도다. 결국 ○○○ 혁신위의 야심 찬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 혁신안들은 발표를 위한 발표였을 뿐 단 한 가지도 실행되지 못했다. 


 ○○○ 혁신위만 이런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 숱하게 들어섰던 각 정당의 혁신위는 모두 이런 식이었다. 하라는 짓은 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짓만 한끝에 선거에 참패해 위기가 닥치면 외부에 명망가를 모셔 와 혁신위, 비대위를 구성하고, 소위 혁신안이란 것을 만들어 발표한다. 내용은 다들 앞서 말한 것들과 대동소이하다. 그 혁신안을 당 지도부에 보고한 뒤 해산한다. 그리고… 언제 그런 위기가 있었냐는 듯 과거로 돌아간다. 지난 5년간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으로 당명이 네 번이나 바뀌고 비상대책위가 4번이나 들어선 이유는 대한민국이 잘못돼서가 아니다. 자신들이 계파 투쟁과 자리싸움만 벌이고, 밀실 공천을 벌이고, 국민의 목소리 대신 대통령과 실세의 명령만 받들다 보니 벌을 받은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주사는 자기 엉덩이에 놔야 하지 않나. 조진상도 감기 주사는 자기 엉덩이에 맞는다. 그런데 모병제 전환이라니? 대한민국 군인 뽑는 방식이 잘못돼서 자유한국당이 선거에 참패했다는 건가? 이렇게 원인 진단과 해법이 다르니, 우리나라 정당이 변하지 않는 이유를 이보다 더 분명하게 설명해주는 일이 또 있을까. 


 당시 자유한국당 2기 혁신위는 혁신안 발표와 함께 두 달여의 활동 과정을 담은 책자도 발간했다. 그 책 34P 제목은 ‘Ⅱ. 자유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당면한 위협’인데 사회적자본의 빈곤화, 글로벌 경제의 급격한 구조변화,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인구 감소와 가족관계의 급격한 변화 등을 위협 요인으로 들고 있다. 당 혁신하랬더니 뭐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유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당면한 위협에 왜 자신들은 뺐는지 모르겠다.  

 

<ifsPOST>​ 

 ※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23년 8월 펴낸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도서출판 북트리 刊>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1
  • 기사입력 2024년01월11일 16시46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12일 11시32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