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모시토라’ ‘호보토라’ 대비 논의와 그 시사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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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양상이 급변을 거듭하고 있다. 텔레비전 토론에서 고령의 문제를 역력히 드러낸 바이든 현 대통령은 단순히 지지율 하락만이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 교체 등의 요구에 직면해야 했고, 이어 발생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총격사건은 트럼프 2.0을 거의 확실히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바이든 현 대통령이 후보 사퇴의 용단을 표명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후보로 지지하자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또는 능력을 의심받았던 해리스 후보의 경쟁력이 부상하며 대선판세가 안개 속의 미궁으로 빠져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변수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체을 포함해 많은 국가들이 우려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 가능성은 8월 중순 현재에 있어서는 여전히 매우 높다고 하겠다. 일본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제1기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지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는데, 이는 ‘모시토라’, ‘마다토라’, ‘호보토라’, ‘가쿠토라’ 등의 다양한 용어들이 제기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모시토라’란 혹시(もし; 모시) 토라(トラ; 트럼프의 약칭)라는 뜻으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 상황을 언급하는 용어이고, ‘마다토라’는 다시(また; 마다) 트럼프가 된다면 이라는 의미로 ‘모시토라’ 보다는 그 당선 가능성을 좀더 높게 본다는 차이를 갖는 것이라고 하겠다. ‘호보토라’의 ‘호보’(ほぼ)는 ‘거의’의 뜻을 가지며, ‘가쿠토라’는 ‘확실히’(確實; ‘가쿠’지츠) 트럼프가 될 것을 거의 확실한 가능성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다양한 용어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도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초반에는 ‘모시토라’가 조심스럽게 언급됐지만, 3월 이후에는 ‘호보토라’ 혹은 ‘가쿠토라’를 제기하며 대비해야 한다는 글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점차 높게 보고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대비하는 것이 지나치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지적도 있다. 트럼프 후보가 이겨내야 할 장애들, 그중에서도 특히 법적 장애들을 지적하는 목소리인 것이다.
| 일본의 트럼프 2.0 대비 우려사항
일본이 트럼프 2.0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은 크게 경제와 외교안보의 두 부문에서 나타날 영향 및 변화이다. 달리 말하면, 트럼프 후보가 제1기에 이어서 이번의 대선과정에서도 내세우는 ‘미국우선주의’의 지침과 상대를 최대한 압박해서 목표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교환적(transactional) 협상스타일이 경제나 외교안보 분야에서 보호주의나 고립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나타날 불이익 및 불안정성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본 절에서는 우선 이들 두 부분과 관련해 제시되는 우려사항들을 간략히 정리한다. 첫째는 무역 정책과 관련된 것으로, 이와 연관해서는 관세정책이 가장 주목을 받는 것중 하나라고 하겠다. 트럼프 후보는 자신을 ‘태리프맨’(tariff man)이라고 자칭하면서 모든 수입품에 10%의 일률적인 관세율을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고, 관세인상의 주된 대상인 중국에 대해서는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아젠다 47’) 이에는 또한 대응관세, 즉 상대국의 대미관세를 고려하여 대응하게 만들게 하는 ‘상호무역법’을 만든다는 제안도 포함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을 주요 무역상대국으로 하는 국가들의 수출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점에서도 문제로서 받아들여지지만, 그러한 정책이 중산층을 위해 인플레를 저지하겠다는 그의 기본 방향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인플레 위험을 가져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후보가 제1기의 집권기에 이러한 움직임을 이미 보였고 제대로 효과를 봤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제2기에 있어서도 관세인상이 실제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정책이나 에너지 및 환경정책의 측면에서는 앞서 언급한 관세인상과 연결된 트럼프 감세의 항구화나 팁수입에 대한 과세 면제에 더해서 바이든 현 대통령이 도입한 AI규제의 대통령령 철회, 파리협정으로부터의 재이탈, 비용절감의 에너지 및 전력 제공 등과 같은 생산자에 대한 감세 등, 그리고 국내의 자동차산업이나 에너지 산업을 보호하는 방침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방향이 일본기업에 미칠 영향으로는 IRA(인플레억지법)의 영향이 클 것으로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에 대한 미국내의 투자를 촉구하는 IRA에 따라 많은 일본기업들, 예를 들어 파나소닉, 소니, 아사히화학(旭化成) 등이 동 법에 의한 보조금의 혜택를 고려해 이미 투자를 진행중에 있는데,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인해 이러한 보조금이 줄어들게 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환율정책도 ‘모시토라‘가 실현되는 경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95년이래 미국의 역대정권은 강한 달러 정책이 곧 강한 경제라는 인식 및 등식을 보이며 그에 대한 시장불개입정책을 유지해 왔는데, 트럼프 후보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4월23일에 그의 SNS 계정을 통해 약 34년만의 엔저와 관련해 “제조업에 있어서 대참사”라고 투고한 바 있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엔고를 유도하고 유지하려는 환율정책에 크게 기울 가능성이 부상하는 것인데, 엔고 자체는 엔저에 의한 과도한 인플레 진전을 우려해서 금리인상을 단행한 일본은행의 움직임에서 알 수 있듯이 부정적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오랫동안의 디플레 상황을 겨우 벗어난 상황에서 다시금 나타날 수 있는 경기하강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라고 하겠다.
외교안보정책과 관련해서 트럼프 후보는 분쟁 정지 및 미국 우선의 외교정책 부활을 위해 우크라이나에의 비축품 비용청구 등을 주장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우려들이 제기되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우려는 역시 방위비 분담금의 인상이라고 하겠다. 트럼프 후보는 유세 연설을 통해 나토동맹국가들에게 “방위비를 더 내지 않으면 보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이러한 입장은 유럽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일본에 대해서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1기에 이미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경험했기에 다시금 그러한 문제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한미일 3국의 협력이 유지될 수 있느냐 하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한미일 3국 협력의 틀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와 북러의 밀착관계 증대라는 변화에 대응해 한미일 3국의 연계 속에서 성취된 2023년 8월의 캠프 데이비드 성명을 기반으로 한다고 하겠는데, 동 캠프 데이비드 성명은 법률처럼 강제성을 가지지 않는 것이기에 트럼프의 판단 여하에 따라서는 트럼프의 재집권 시 깨질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트럼프 후보의 동맹국 및 우호국에 대한 무차별성과 어우러져 미국의 고립주의 강화 또는 아시아로부터의 이탈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도 제시되고 있다.
물론 미국에 있어서 태평양과 대서양에서의 지배력 유지는 국토와 국익 및 발전을 방어하는 주요한 태세라는 인식이 있기에, 특히, 태평양과 아시아는 그러한 지배태세를 유지하는데 긴요한 것이기에, 그에 대한 위협은 경제를 포함해 미국의 국익을 위협한다는 위기의식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줄곧 검토되고 있는 미국의 전략태세(’Global Defense Posture’)에서 명확히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견해에서 볼 때,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방위지출을 줄인다거나 미국제품의 구입 등을 강요하는 것은 미국의 국내산업을 활성화시키려는 의도에서 진행되는 교섭술로 인식되고 있다. 즉, 경제적 이유로 안전보장의 문제를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에서도 낙관론 보다도 비관론의 입장에 서서 트럼프 2.0에 대해 준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오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관여 저하가 일본으로 하여금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만들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배경으로 한다.
| 일본의 세 가지 대응 동향
일본은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과 관련해 다양한 측면에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비도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즉 인맥구축, 일본의 공헌도 부각, 그리고 정책적 정합성의 강조 등 세 부분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일반적으로 좀 더 알려진 인맥구축 및 확보의 접근이다. 트럼프 정부의 재등장 및 재집권은 현재의 바이든 대통령과는 달리 대통령의 독자적 리더십이 좀 더 강조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기에, 대통령과 접근이 가능한 인사들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게 부각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유명한 일화가 트럼프 후보가 뜻밖의 당선을 실현한 2016년에 아베(安倍晋三) 전 수상이 어떻게 조속히 움직여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를 만난 최초의 외국 지도자가 될 수 있었는가 하는 것에 대한 설명들이다.
이에는 대체로 세 가지 경로가 제시됐는데, 첫 번째는 당시 주미일본대사였던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현 일본교류재단 이사장이 대사관 행사를 통해 트럼프의 사위인 쿠슈너(J. Kushner)와의 관계를 사전에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베 전 수상을 결국 총탄에 의해 서거하게 만들었던 통일교와의 루트를 통해서 성사된 측면을 제기하는 설명이다. 세 번째 역시 쿠슈너를 통한 연결을 언급하지만, 그 배경으로서 부동산업의 명문가 출신인 쿠슈너와는 80년대 이후 진행된 일본 자본의 미국내 부동산 구매 시부터 형성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어느 설명이 좀더 사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모두 다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처럼 인맥구축의 측면이 중요한 방안으로 추진되었고 따라서 앞으로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트럼프 2.0에 대비한 일본의 인맥구축 움직임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 2.0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던 지난해(2023년)에 진행된 주미일본대사의 교체이다. 제1기의 트럼프 정부 시절에 활동했던 인사로 주미대사를 교체한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제1기의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소통을 전담했던 통역사 다카오 수나오를 다시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오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간 동안 진행된 미일정상회담에서 아베 전 총리의 통역을 담당했던 인물로, 양측의 원활한 소통 및 교류에 크게 공헌했다는 긍정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을 “미국의 선거결과에 대비하려는 일본 관리들의 열성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일본 자민당의 부총재이며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아소 타로(麻生太郞) 전 총리가 기시다(岸田文雄) 총리의 미국국빈방문이 있었던 4월에 트럼프 후보와의 만남을 실현했다는 것도 이러한 인맥구축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겠다. 아소 전 총리는 지난 1월에도 뉴욕을 방문해 트럼프와의 면담을 시도했는데, 일정상 성사하지 못했던 것을 4월에서야 실현한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가 지적하는 것처럼, 아베 전 총리가 부재하는 현재의 일본정치에 있어서 ‘스트롱맨지향’의 트럼프 후보와 함께 소통할 할 만한 인사로 ‘실언’과 ‘망언’으로 평판이 좋지 않지만 ‘명문가’ 출신으로 강력한 개성을 지닌 아소 전 총리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아소 전 총리로서는 총리교체의 과도기에서도 본인의 권위 및 권력 유지를 위해 스스로의 역할을 찾으려는 노력에서 그러한 움직임을 보였다고도 하겠지만, 다소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평판에도 불구하고 역할 분담의 문화적 코드를 살려서 그의 장점을 활용하는 일본(정부 및 여당)의 실용주의가 대단하다고 하겠다.
또한 주미일본대사관은, 일본경제신문(2024.1.20.)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국내 로비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바, 미국의 조사기관이 제시한 것에 따르면 로비활동의 지출액이 작년의 4934만불에서 13.4%를 증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일본대사관이 2023년에 로비업무 등을 담당하는 3사와 추가적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가진 발라드파트너즈, 미의회흑인의원연맹에 가까운 더 그룹DC,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문작성자들이 만든 웨스팅라이터즈가 새롭게 추가된 3사인데, 이처럼 주미일본대사관과 계약을 맺은 로비기업은 이들을 포함해 총 20개사인 것으로 보도됐다.
두 번째의 대비 움직임으로는 미국에서의 고용을 중시하는 트럼프 후보의 성향을 고려하여 그에 대한 일본의 공헌도를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노력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기시다 총리의 미국 국빈방문 당시 미국의 도요다와 혼다 현지공장 등에 대한 방문을 포함시킨 것이라고 하겠다. 워싱턴에서의 미일정상회담 이후 기시다 총리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동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일본기업의 공장들을 잇달아 방문하며 일본이 미국경제에 공헌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예를 들어, 도요타의 자동차 배터리 제조공장을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함께 방문한 기시다 총리는 기자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일본기업이 얼마나 미국경제에 공헌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고 알려 나갈 기회로 삼고 싶다“면서, 이것이 ”일본과 미국 (사이의) 공급망, 첨단기술협력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도요타자동차는 2021년부터 총 139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전기자동차(EV)용의 배터리 공장을 현지에 짓고 있는데, 기시다 총리는 북미법인 주요 인사들로부터 공장위치 선정의 배경과 공장 설립에 따른 현지의 투자 및 고용 효과 및 영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외에도 또 다른 자동차 업체인 혼다의 현지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 공장을 비롯해서, 현지에 진출해 있는 아지노모토, 덴소, 후지필름 등의 일본기업 관계자들과도 만남을 가지며 ”양호한 양국관계의 주춧돌이 되는 신뢰관계를 구축해 온 일본계 기업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정부의 지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세 번째 움직임은 일본과 미국 사이의 정책적 정합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일 양국이 같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시도라고 하겠다. 예를 들어, 기시다 일본총리는 4월의 워싱턴 국빈방문에서 진행된 정상회담과 국회연설에서 미일동맹이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의 유지에 공헌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의회에서 당파를 초월한 미일간의 결속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미국 내에서는 기시다 정권의 방위비 증액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긍정 평가하는 목소리가 높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백악관은 일본총리의 방미와 관련해, “세계에서 일본의 리더십 역할 확대”를 보여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은 2015년에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미국의회의 연설에서 ‘희망의 동맹’을 주창하며 “(미일 양국이) 힘을 합쳐 세상을 훨씬 더 나은 곳을 만들자”고 호소한 것이나 그 전인 2003년에 미국의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대해 일본의 후방 지원을 추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세계 속의 미일동맹’을 확인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전후 미일관계는 일본의 미군기지 제공과 미국의 군사적 억지력 제공이라는 역할분담으로 유지되어 왔다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더해 일본정부는 상기한 기시다 총리의 연설에서처럼 정상회담 등을 통해서 미일간의 결속을 지속해서 강조하며 재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 한국에의 시사점
이상에서 일본이 트럼프 2.0에 대해 어떤 우려를 갖고 있으며, 그에 대해서 어떤 대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에 관해 간략히 검토했다. 총평으로 요약하자면, 일본 역시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묘안을 갖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위에서 검토한 인맥구축의 노력이나 일본의 공헌도를 제시하고 설명하려는 시도, 그리고 미국과의 정책적 정합성 및 동일방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것과 같은 세 가지는 대비라는 차원에서는 누구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또 추진해야 하는 방안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는 일본과 거의 유사한 우려사항을 갖고 있는 한국에서도 유사한 대비체제, 예를 들어 인맥의 네트워크를 다양하게 구축하고 한국의 공헌도나 미국과의 정책적 정합성을 설명하는 일정 등으로 꾸려지는 체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앞서 일본의 활발하고도 적극적인 대응 움직임에 대해서 열정적이라고 긍정 평가한 로이터 통신의 언급을 소개했지만, 이에 반해 한국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은밀하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특히 대비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결과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지나치게 드러내는 접근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밀히 접근하는 것을 결코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일본의 대응 움직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에서 새롭게 등장할 리더십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려는데 대응의 주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과 그 배경에 일본이 추진하는 정책방향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즉, 올바른 경로 및 소통채널을 통해서 일본의 정책 및 공헌 등을 설명하면 트럼프라고 하더라도 납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일본제철의 US스틸 매수의 건이다. US스틸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미국의 철강산업 및 산업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미국기업이어서, 일본제철의 매수에 대해 바이든 현 대통령이나 트럼프 후보나 공히 비판적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사정은 좀더 복잡해서, 더 저렴한 가격에 철강공급을 원하는 미국의 자동차산업이나 다른 미국계 회사가 인수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던 US스틸의 노조도 경영정상화를 원하기에 부정적이라기 보다는 긍정적인 입장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트럼프 후보가 무조건 반대를 표명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라고 하겠는데, 이처럼 강퍅해 보이는 ‘트럼피즘’의 빈틈을 소통채널과 자신감의 확보에서 추구하려는 노력이 상기한 검토에서 드러난다고 하겠다. 한국도 이처럼 소통채널과 자신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대응한다면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가 되든 한미관계의 돈독함을 훼손시키지는 못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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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세종포커스(2024.9.4.)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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