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고법원, 트럼프에 일부 면책특권 인정, ‘시간 벌기’ 승리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미 연방 최고법원은 현지시간 1일, 미국 대통령에 일부 절대적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이날 판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이 패배한 결과를 뒤집기 위해 극렬 지지자들로 하여금 의사당을 점거하여 선거 결과를 확인하는 의회의 법적 절차를 방해하는 폭동을 선동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재판을 둘러싸고, 워싱턴 D.C. 항소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은 결정에 불복해 연방 최고법원에 상고한 것에 대한 판결이다.
CNN은 이번 판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020 대선 결과 번복 시도와 관련한 Jack Smith 특별검사의 기소 내용 일부에 대해 면책특권을 인정함으로써 그의 재선을 향한 중대한 승리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비록 Smith 특별검사에게 기술적으로 가능성을 열어 두긴 했으나, 다수 의견에서 많은 의문점들을 남겨 놓아 11월 선거일 이전에 재판이 개시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 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6 : 3 다수로 결정된 판결의 주요 내용은 ‘전직 대통령은 헌법 상 주어진 고유한 책무 범위의 공적(official) 업무 수행에 대해 기소되지 않는 ‘절대적 면책특권(absolute immunity)’을 가진다는 것이다. 동시에, 비(非)공적 행위나 사적(私的) 행위는 그렇지 않다고 명시했다. 이날 결정으로 해당 사건은 지역 연방법원으로 되돌려 보내게 되고, 담당 Tanya Chutkan 판사는 기소 내용 중에서 공적 행위에 해당하는 부분을 면밀히 선별해서 면책특권을 적용할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날 판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단 현재 진행 중인 4건의 형사 재판 중에서 이미 뉴욕 법원 배심단에 의해 유죄로 평결되어 오는 11일 판결을 앞두고 있는 ‘입막음 돈’ 관련 기업 회계 불법 처리와 관련한 재판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의 형사 재판들은 11월 5일 대선일 이후로 연기되는 이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SNS인 Truth Social에 글을 올리고 “미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한 커다란 승리이고, 미국 국민임이 자랑스럽다”고 환호했다.
■ 연방 최고법원 “공적 행위에 일부 면책, 비공적 행위엔 면책 없어”
이번 연방 최고법원 판결에서 John Roberts 주임 판사는 ‘대통령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고 전제하고, 그러나, 의회라도 대통령이 행한 헌법 상의 행정부 권한으로 정해진 직무를 수행한 행위에 대해 ‘형사 범죄화(criminalize)’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동시에, 비(非)공식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날 결정에 따라서, 이번 판결 대상인 사건은 하급심으로 되돌려지게 되고, 해당 법원은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 중에서 ‘공적’ 행위와 ‘비(非)공적’ 행위를 가려내어 어디까지 면책특권을 적용할 지를 심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재판 절차는 상당히 늦어져 모든 형사 재판이 11월 대선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판결은, 비록 트럼프 전 대통령이 ‘Jan. 6’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형사 재판에 불복해 상고한 것에 따른 것이나, 후대의 모든 대통령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판결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날 판결에는 연방 최고법원 판사 9명 가운데, 보수 성향인 6명이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다수 의견을 냈고 진보 성향인 3명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소수 의견을 냈다. 연방 최고법원은 지난 3월에는 Colorado주 예비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판결에 대해 ‘최고법원이 미국 국민들에 대해 끔찍한 폐해(弊害)를 저질렀다’ 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의 행동에 대해 철저한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트럼프가 ‘Jan. 6’ 폭동으로 민주주의를 공격한 것으로 그가 공직에 부적절하다고 심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P News는 판결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만일 트럼프가 바이든 대통령에 승리를 거둔다면 그는 바로 사법부 장관을 통해 Jan. 6 사건을 비롯해서 그에 대해 기소된 모든 형사 사건을 취하하고 스스로 셀프 사면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관건은 ‘공적’ 행위와 ‘비(非)공적’ 행위와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
미 연방 최고법원의 이번 판결은 대통령이 수행하는 행위들 가운데 ‘공적(official)’ 행위와 ‘비(非)공적(unofficial)’ 행위를 구분해서 공적 행위만을 면책특권 대상으로 규정했으나 이 두 가지 행위를 구분하는 경계는 대단히 모호한 것으로 보인다. Roberts 최고법원 주임판사도 이 두 가지 행위의 구분이 어려운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다수 의견문에서 절대적 면책특권을 가지는 핵심적인 ‘공적(official)’ 행위로는 사면(赦免)을 허용하는 행위, 내각의 각료들을 임명하는 행위, 외국과의 외교 관계 행위, 그리고 국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수행하는 행위 등을 예시하고 있다. 한편, 법원은 선거 캠페인에서의 연설, 선거 자금 모금 행위 등은 비(非)공적 행위로 분류할 수 있어 면책특권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할 수 있다고도 적시했다. 그러나, 더욱 어려운 점은 다수 의견이 명시한 바와 같이, ‘공적 행위는 잠재적인 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는 Smith 특별검사가 제기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 유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이번 재판의 발단이 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폭력 점거 사건인 소위 ‘Jan. 6 사건’과 관련해서 이미 트럼프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Smith 특별검사에게는 상당히 큰 타격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판결로 대부분의 혐의 사항들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되게 됐고, 남은 부분도 어떤 조건에서 기소할 수 있을지도 향후 상황 변화에 달린 것으로 보여 기소 결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 “’트럼프 면책특권’ 판결로 모든 형사 재판 대선 이후로 미뤄질 듯”
미국 주요 미디어들은 이날 연방 최고법원이 내린 역사적인 판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WSJ은 미국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핵심직무 수행을 위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면책특권(absolute immunity)’을 가진다고 판결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기소될 두려움이 없이 공적 임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광범한 면책특권이 필요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John Roberts 주임 판사는 판결문에서 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헌법 상 주어진 행정부의 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의회도 대통령의 행위를 범죄화(criminalize) 하지 않는다” 고 강조했다. 이날 판결에서 다수 견해는 트럼프에 대한 기소를 기각하지는 않은 채 워싱턴 지역 연방 법원의 담당 Tanya Chutkan 판사에게 기소된 모든 행위들을 제검토해서 기소 범위에 들지 않는 사안들을 가려낼 것을 요구한 것이다. 다수 판사들의 의견문을 작성한 Roberts 주임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폭동 직전에 행한 연설 등의 공개된 내용들을 상세히 검토해서 어느 부분이 공적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가려내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11월 5일 대선일 이전에 재판을 개시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배심원들 앞에 세울 수 없게 만들어 시간적으로는 전술적 승리를 안겨준 결과가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이번 판결 결과를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3건의 다른 형사 재판에 대해서도 면책특권을 이유로 기각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고, 성공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다른 3건의 형사 재판들도 대통령의 행위들을 ‘공적’ 혹은 ‘비(非)공적’ 행위로 구분하는 심리를 요구할 수 있어 11월 이전에 재판이 개시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심지어 이미 평결이 내려진 ‘입막음 돈’ 은폐 관련 기업 회계 부정 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항소 법원에서 새로운 법적 이슈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소수파, ‘이제 미국 대통령은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 됐다’ 비난”
이번 연방 최고법원 판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한 후대 대통령들에 대해 일부 공적 행위에 대해 포괄적 면책특권을 인정한 것에 대해, Sonia Sotomayor, Elena Kagan, Ketanji Brown Jackson 등 3명의 진보 성향 판사들은 “다수 견해 판사들은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No One Is Above The Law)’는 헌법 및 정부 제도의 근본이 되는 원리를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Sotomayor 판사는 소수 의견문을 낭독하면서 때때로 고개를 흔들거나 이를 악물며 “이제 대통령은 어떤 공적 행위에서도 ‘법 위에 군림하는 왕(King Above The Law)’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는 단지 트럼프와 관련된 형사 재판을 넘어서 앞으로 오랜 동안 후과(後果)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이번 다수 의견 판사들의 결정은 미국 대통령직 그리고 미국 민주주의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또 다른 진보 성향의 Jackson 판사는 ‘이번 판결은 대단히 모호한 것이고, 대통령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형사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가려내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결국, 다수파는 ‘새로운 위험한 운동장을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소수 의견을 주도한 Sotomayor 판사는 다수 의견 판사들이 ‘오도된 지식(misguided wisdom)’에 의존해 트럼프에게 그가 원하던 모든 면책특권을 부여했고, 그 이상의 혜택을 주었다고 비난했다. Sotomayor 판사는 특히 검사들이 트럼프의 과거 행위를 유죄의 증거로 제시하지 못하게 방어막을 제공한 것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런 방어막은 전혀 비상식적’ 이라고 비난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종종 자신이 재선되면 사법부로 하여금 경쟁자인 바이든 대통령 가족들을 수사하게 해 기소할 것이라고 말해 왔으나, 이번 판결로 이런 트럼프의 노력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George Washington 대학 Randall Elison 법률 교수는 장래 대통령들은 무슨 행위를 저질러도 사법제도의 처벌을 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최고법원의 판결 구도에서는 이미 트럼프 항소 재판에서 수 차례 예시된 것처럼, 만일, 어느 대통령이 해군 SEAL 저격팀에 자신의 정적을 저격하라고 명령해도 합법적인 것이 되고 마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나쁜 동기를 가진 나쁜 성격의 대통령이 있다면 그는 공적 행위를 수행함에 있어서 아무런 기소 우려도 갖지 않고 쉽게 악한 행동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 “정파를 초월해야 할 최고법원이 ‘불법 부정한’ 판결로 특권 부여”
하원 ‘Jan. 6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Benie Thompson 의원은 이번 판결은 ‘불법이고 부정한(lawless and corrupt)’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정파를 초월해 판결해야 할 최고법원이 ‘정파적’ 판결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두 번이나 탄핵을 받았고, 합법적인 2020 대선 결과를 무시하고 사법부를 무기화해서 선거 번복을 기도한 중범죄자 트럼프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은 법 위의 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형사 피고인 트럼프에게 재판 지연 이득을 안겨주어 미국 국민들에게 중대한 선거에서 정의를 실현할 기회를 박탈했다고 규탄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Chuck Schumer 의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의 판사들을 포함한 ‘MAGA 최고법원’이 전직 대통령이 법을 어기면서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게 만드는 판결” 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반대자들은 연방 최고법원이 이번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지연시킴으로써 11월 5일 선거일 전에 트럼프에 대한 형사 재판 결과가 나오는 것을 고의로 회피했다고 비난했다. 즉, 이번 판결로 해당 사건은 워싱턴 D.C. 지역 법원으로 되돌아 가게 되나, 당초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지난 3월 개시될 예정이었으나, 앞으로 트럼프의 행위들이 ‘공적’이냐 ‘비(非)공적’이냐 여부를 놓고 11월 대선을 넘겨서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Jan. 6’ 사건 재판은 워싱턴 D.C. 법원 Tanya Chutkan 판사의 손으로 되돌아갔다. Chutkan 판사는 이번 판결로 새로 설정된 사법 구도에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예비 조치들을 취하면서 사건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에서 상당한 지연을 가져올 것이 분명해서, 결국 11월 5일 대선일을 넘어갈 것이 확실하다. 향후 재판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지건, 이미 선거 결과(혹시, 트럼프 당선)가 나온 뒤에 지체된 판결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전세계 민주주의의 전형으로, 특히, 엄정한 사법제도에 대해 칭송을 받아오던 미국 사회가 어쩌다 이런 기막힌 지경을 맞게 되었는지 그저 불가해(不可解)할 따름이다.
<ifs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