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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 위기, 출구 난망…시 주석 소련化로 구조개혁도 좌절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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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0월31일 14시04분
  • 최종수정 2023년10월31일 19시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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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위기’ 단계로 들어간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있으나, 아직도 동요(動搖)가 수속되지 못하고 있다. 시 정권도 뚜렷한 해결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사회마저 나서서 글로벌 G2 중국 경제의 조속한 위기 탈출을 고대하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으나, 집권 공산당 및 시진핑 정권으로서는 이렇다 할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여전히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해 있다. 상징적으로, 현 중국 정세에서 시 정권이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청년 실업률이 지난 6월에 무려 20%를 넘어 3개월 연속 사상 최고를 경신해서 큰 충격을 줬다. 그 뒤로는 아예 이 실업률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아래에, 중국 경제, 사회 정세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심층 보도하고 있는 日 Nikkei가 전하는 최근 보도들을 중심으로, 지금 중국 경제가 당면한 핵심적인 위기 요인들의 실상 및 이에 대처하는 시진핑 주석의 입장을 요약, 정리한다. 

 

■ “GDP 성장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회복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  


중국 경제는 이미 Covid-19 사태 발발 이전부터 성장 둔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고, 본격적으로 팬데믹 상황으로 들어가자 정부가 경제 중심지 상하이(上海) 지역을 중심으로 한 엄격한 지역 봉쇄령을 내려 경제 활동이 전면 중단되고 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2021년 연말을 전후해서 코로나 사태가 다소 진정되자 지역 봉쇄 조치는 해제됐으나 상황이 반전되기는 고사하고 더욱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Q3 경제 성장률이 4%대 중반이 될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어 4.9%를 기록해서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성장률 ‘5% 전후’에 근접했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으나, 다음 사분기부터 이런 수준의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장 체감 동향을 반영하는 지표인 제조업구매관리자경기지수(PMI)가 지난 9월에 6개월만에 처음으로 호/불황 판단 기준인 50을 넘어서기도 헸으나, 31일 발표된 10월 지수는 전월보다 0.7P 낮은 49.5를 기록해 다시 50 이하로 내려갔다. 제조업 활동이 지금까지 정체 상태에 머물던 것이 다소 움직이는 조짐도 보였으나, 최근 들어 재차 위축되는 신호가 나타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생산 및 신규 수주 항목이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지표들만으로는 중국 경제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이번에 수치적으로 다소 회복되고 있는 것처럼 나타나고 있는 것은, 주로 2022년 상하이 지역 봉쇄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컸던 시기가 기점이 되어 이에 따른 반동으로 이번 성장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 경제 회복력은 아직 지극히 취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 “경제 위기의 핵심 원인은 GDP 30%인 부동산 부문 침체 장기화” 


현 중국 경제 위기의 가장 큰 요인인 부동산 부문 침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근 정부 실적 발표에서도, 2023년 1~9월 기간 중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9.1%나 감소했다. 이미 몇 해를 두고 계속되고 있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그룹인 헝다(恒大; Evergrande) 그룹이 기업 생존 여부가 걸린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아직도 경영 파탄이 결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어서, 최근 불거진 비뀌이웬(碧桂園) 그룹도 해외 채권 기관들이 사실상 외화표시채권 상환불능(default)을 선언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경영 파탄이 나날이 심화되는 지경이다. 

 

이런 심각한 상황임에도, 중국 정부는, 이들 대형 부동산 개발 그룹들의 경영이 실제로 파산을 맞게 되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다른 관련 기업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되는 등, 파급될 위험을 우려하여 법적 파산 처리 및 기업 정리 절차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등, 문제 해결을 마냥 미루고 있는 엉거주춤한 상황이다. 중국 부동산 부문은 연관 산업을 포함해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로 알려진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만일 부동산 부문이 광범한 파탄 상태에 빠질 경우에는 이에 촉발되어 수요 부족이 심각해지고 경제 전체가 디플레 상황으로 급속히 빠져들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말 일본이 거대한 부동산 버블 붕괴로 촉발된 장기간의 디플레를 겪었던 경험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 특유의 구조 하에서는 부동산 부문의 불황 장기화가 지방 정부 재정과도 직결되는 측면에서 또 다른 우려 요인이 된다. 대부분 중국 지방 정부들은 토지 사용권 매각 대금으로 재정의 상당 부분을 조달하는 특이한 구조다. 이런 경우, 부동산 부문 침체의 장기화는 그대로 지방 정부 세입이 감소하는 것이어서 지방 정부 재정 상황을 타격하게 된다. 따라서, 지방에 따라 다소 간의 차이는 있으나, 지방 정부들은 세수 부족을 보전하기 위해 가뜩이나 과도한 채무가 더욱 가중되지 않을 수 없고, 추가적인 경기 촉진 수단을 동원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리먼(Lehman)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 4조위안에 달하는 거대 규모의 재정 자금을 동원한 경기 대책으로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이러한 담대한 규모의 재정 출동에 의존한 단기 응급 처방 방식의 경기 대응으로 각 부문에 ‘과다 채무’ 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잉태하게 된 것이다. 시진핑 정권은 당시의 뼈아픈 경험을 인식해서 이번에도 재정 출동에 의존한 경기 대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 “中 정부의 고민, ’지방 정부 부채’, ’경제 주체들 신뢰 추락’에 초점” 


현 중국 경제 침체가 바로 근본적인 ‘수요’ 부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면, 중국 중앙 정부는 향후 개인 소비 진작을 주축으로 하는 경기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외길’ 상황이다. 한편, 외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과다 부채 문제와 관련해서, 지방 정부, 기업 및 공공 기관 등 각 부문과 함께 가계 부채 상황도 지적하고 있으나, 가계 부채는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다.

 

BIS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가계 부채/GDP’ 비율은 2018년 51.5%에서 2019년에는 55.5%, 2020년에는 61.9%로 상승해 처음으로 60%대를 넘어섰고, 이후 2022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2023년 Q1 들어 62.0%를 기록했다. 이는 독일을 포함한 유로(Euro) 지역 평균치 56.5%보다는 높으나, 아직 일본 68.1%, 영국 82.3%, 미국 73.6%, 한국 101.5% 등, 다른 주요국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중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 여력이 그만큼 남아 있다는 의미다. 

 

한편, 중국 공산당은 지난 7월 개최된 중앙정치국회의에서 금년 하반기 경제 운용 방침을 결정했다. 시진핑 총서기가 3개월마다 주재하는 이 회의는 경제 현황을 점검하고 당면한 거시 경제 운영 방향을 결정한다. 특히, 7월에 열리는 회의는 하반기 경제 운영 방침을 정하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에는 당면한 경제 정세를 둘러싸고 “새로운 곤란에 직면해 있고, 가장 중대한 문제는 내수 부족에 있다” 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적극 재정 정책과 완화적 금융 정책을 계속할 것을 정했다. 

 

이번 회의는 경제 중점 분야 리스크 예방 및 해소 방안도 중점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연히, 주택 판매 부진 및 신규 개발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수급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생겨난 것을 분석하고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자극하기 위해 도시 지역에서의 주택 구입 제한 완화 등을 염두에 두고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부동산 침체 장기화에 따라 지방 정부들의 채무 확대 문제가 심각해지는 사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금융 불안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채무 삭감을 위한 포괄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 중소 지방 금융기관들의 경영 건전화 방안도 추진할 것도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가계 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자동차, 전자제품, 주거 관련 대형 제품을 비롯해서 스포츠, 여행 등 서비스 소비를 촉진할 방침도 정했다. 아울러, 민간 기업들의 투자 촉진 방안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인프라 건설 등을 위한 특수 채권 발행을 가속할 방침도 정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개인 소비 성향은 전례 없이 냉각되어 있는 상황이다. 중국 가계 저축성향은 팬데믹 이후 최근까지 크게 높아졌다. 

 

즉, 2020~2022년 기간 중 중국 가계 저축률은 2019년 대비 2~4% 상승했고, 같은 기간 중 약 4~7조위안대의 초과 저축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GDP 실적 발표에서 가계 소비가 일시적으로 폭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전년도의 심각한 성장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기업들 투자 의욕도 코로나 기간 중 정부의 엄격한 경제 활동 봉쇄 조치 및 계속되는 기업 규제 강화로 투자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1조위안 규모의 재정으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엔 역부족 의견”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불황이 장기화하는 것을 비롯해서 경제 침체가 오랜 동안 지속되는 것은 ‘5% 전후’ 성장 목표 달성이 어려운 것은 물론, 날로 심각화해지는 실업 상황을 감안하면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2023년에도 목표 수준 5% 성장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2년 연속 목표 미달 사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로서는 기필코 달성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중앙정치국회의는 새로운 재정 출동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금년 들어 경기 회복에 암운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서 정부 주변에서 재정 확대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 중국사회과학원은 경기 대책으로 2023년 재정적자를 1조3,000억위안 이상 확대할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입법 기구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代’) 상무위원회는 지난 10월 24일, 1조위안 규모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고자 하는 정부 방안을 승인했다. 중국에서 회계연도 도중에 예산이 수정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이전에 회계연도 도중에 예산을 수정한 것은,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등, 몇 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에 추가 조달되는 자금은 모두 지방 정부로 교부되어 주로 교통, 통신 등 공공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다. 그러나, 이번 국채 증발로 중앙 정부의 2023년도 재정적자는 4조8,800억위안으로 늘어나고, 금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3.0%에서 3.8%로 상승한다. 중국 정부가 재정 규율을 위해 내건 ‘3%’ 목표를 크게 상회하게 된다. 코로나 사태 대응으로 재정 적자가 대폭 확대됐던 2020년도에도 이 비율이 3.7%에 그쳤었다. 시 주석은 중앙정부 재정 악화를 불러올 경제 대책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 왔으나,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부동산 문제, 이에 따른 수요 위축, 지방 정부 재정 악화 등을 감안해서 스스로 자세를 다소 수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마련한 1조위안 규모로는 역부족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사실, 이번 1조위안 경기 대책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담대한 회복 대책으로 전세계 경제를 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4조위안에 비하면 4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2009년 당시 중국 명목 GDP 규모가 34.9조위안이었던 것에 대비하면 당시 4조위안은 11.5%에 달하는 것이나, 이번에 마련한 1조위안은 2022년 중국 명목 GDP 121.0조위안에 비하면 불과 0.8%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경제 대책이 중국 경제 회복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엄중한 경영 위기에 처해 있는 대형 부동산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은 없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는 안이한 지원책으로 자칫 금융 문제가 내포된 부동산 부문 구조조정을 저해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으로도 추정된다. 이런 실정을 감안하면, 신중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이번에 내놓을 비교적 소규모의 경제 촉진책으로 중국의 부동산이 본격 회복으로 전환되고, 경제 성장률 저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세다.             


■ “부동산 부문 활성화 및 수요 촉진 정책 실행은 아주 미묘한 상황”  

앞서 소개한 것처럼, 중국이 현재 겪고 있는 경기 침체의 핵심 요인은 첫째; 부동산 부문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 둘째; 소비 수요 위축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런 긴박한 현실에 대응해서 재정 출동이나 담대한 금융 완화를 촉구하는 안팎의 목소리가 높으나, 중국 경제의 구조적 특징이 이런 전통적 수단으로 대응하기에는 미묘한 어려움이 있어 선뜻 도입하기가 녹녹치 않은 현실이다. 

 

우선, 재정 측면에서 살펴보면, 대다수 지방 정부들은 주로 지방 정부 산하 투자회사, 융자 플랫폼 등을 통해 조달한 거대 규모의 자금을 주로 수익성이 낮은 인프라 건설 등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프로젝트들의 채산이 이미 극도로 악화되어 견딜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 장애 요인으로 등장해 있고, 더 이상 채무를 추가하는 것은 불가한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오래 전부터 지방 정부 채무發 금융위기론이 나오는 형편이다. 또한, 금융 정책에 대해서도, 섣불리 담대한 금융 완화 노선으로 확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위안화 가치 하락이 더욱 진행될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중국으로부터 해외로 자금 유출을 유발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소비자들의 소비도 꼭꼭 닫혀 있다. 앞에 소개한 것처럼 일각에서는 정부가 세출 증액을 통해 소비 쿠폰을 뿌리는 일견 ‘헬리콥터 머니’ 방식의 재정 출동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런 방식에는 재정 적자 부담은 차치하고, 재정 출동의 효율성 문제도 지적된다. 중국 개인들의 높은 저축 성향은 전통적으로 정평이 있는 바이나, 최근 들어, 중국 가계의 저축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축적되어 있다. 말하자면, 지금 중국 경제가 겪고 있는 주택 구입 및 소비 부진은 단순히 자금 부족에 기인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 기간 중 겪은 학습 효과로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감이 철저히 상실된 결과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이처럼, 현 중국 경제가 당면한 곤경은 과거에 오랜 동안 잉태해 온 구조적 모순에 기인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부문에 과도하게 의존한 성장 전략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중국 경제를 상승 궤도에 되돌리려면, 역설적이게도 ‘부동산 가격은 영원히 상승한다’는 신화에 의존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중국 정권이 감수할 ‘리스크 극대화’ 및 ‘격차 확대’ 두 명제와 표리 관계다. 

 

시 정권은 종전에 부동산 부문 구조개혁에 커다란 의욕을 보여왔다. “주택은 투기 대상이 아니라 사는(住) 것” 이라며 2020년 8월 부동산 업계에 “3개의 Red Line”으로 불리는 재무 지침을 부과했다. 아울러, 상속세 및 부동산세 도입도 추진했다. 그러나, 이런 부동산 관련 구조개혁은 좌절되고 말았다. 부동산 업계가 소위 ‘자전거 타기’ 방식의 사업 운영으로 상상을 초월할 만큼 금융 리스크를 분출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시기적 불운도 겹쳤다. 결국, 시 정권은 한번 내걸었던 구조개혁을 철회하는 ‘있어서는 안 될’ 쓴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 “시 주석이 빠져 있는 소련化의 덫으로 인해 개혁도 정체될 우려”


이제는 드디어 정부가 나서서 주택 융자를 환기하며 주택 매입을 부추기는 입장이 됐으나, 이미 국민들 사이에는 정부가 언제 부동산 버블을 방지한다는 구실로 규제에 나설 지에 깊은 공포심을 안고 있다. 따라서, 지금 중국이 필요한 것은 진정한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경제 구조 다변화이다. 정부도 민간 경제 및 이노베이션 지원을 강조하고 있으나, 전례가 없는 시진핑 이념 및 체제를 중심으로 하는 대대적인 사상 교육 및 反스파이 캠페인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이렇게 정치 우선 노선이 분명한 정권을 두고 국민들의 불신, 불안은 깊어만 갈 뿐이다. 

 

자본주의 상식에서 보면, 지금 중국 경제 및 일부 기업 파탄은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질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 정권은 서방 체제에서 볼 수가 없는 독특한 룰을 갖추고 있어서, 은행 및 국유기업들을 동원해 당장의 파탄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해결이기 보다 단지 장래 시점으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 마치 병원(病源)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중국 경제, 사회에는 온갖 모순과 문제점들이 분출될 것은 불문가지다. 경제 성장은 더욱 정체될 가능성이 높고, 세계 경제 리스크도 높아갈 것이다. 

 

한편, 중국 경제 위기 타개 방안을 모색함에 있어 시 주석의 개인적 신념 및 사상적 배경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시 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 포럼에 참석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환담하는 모습이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과 비교해서 사회주의 국가의 우월한 지도자라는 위상을 각인하기도 했고, 러시아를 ‘주니어 파트너’ 위상으로 부각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여기서, 내심 ‘페레스트로이카’로 표상되는 민주화 개혁이 구 소련의 붕괴를 불러왔던 비극을 상기하며 자신은 이런 통한의 길을 걷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모든 권한을 자신에게 일극(一極) 집중시키는 한편, 중국공산당의 지도 이념을 중국 전역으로 확산시켜 영속화 하는 것을 모든 것에 우선시해야 한다고 재설정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중앙집권식 통치 노선에 집착하면 할수록 중국 경제는 거꾸로 ‘소련화(化)’가 진행되게 마련이라는 일종의 역설을 여실히 드러낼 뿐이다. 구 소련의 역사를 보아도 스탈린 철권 독재 체제의 뒤를 이어 들어선 흐르쇼프(Khrushchev) 시대에 통제 완화 및 기술 혁신을 통해 높은 경제 성장을 실현했고, Sputnik-1 인공위성 발사로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뒤이어 브레즈네프(Brezhnev) 정권이 등장하자 다시 언론 통제를 강화했고 국민들 속에 사회주의 가치를 심어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소련 사회의 혁신은 정체하고 경제는 길고 긴 정체기로 들어가 수레 바퀴는 역회전을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 중국 사회 일각에서, 정부의 강력한 통제 하에 민간 주체들의 유인(誘因)을 억제하고 공동 부유론을 내건 시 주석의 통치 노선으로 종국이 구 소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대두하고 있다. 이른바 ‘소련의 덫’에 빠져 들고 있다는 우려다. 


■ “시 주석이 ‘天地開闢’하는 자기 혁신만이 난국 타개의 유일한 길”


일찍이, 마오(毛沢東) 주석이 발동했던 문화대혁명으로 국가 붕괴 직전까지 몰렸던 중국 경제는 ‘부도옹(不倒翁)’ 덩(鄧小平)의 ‘개혁 · 개방’ 정책으로 호흡을 되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민간 부문의 커다란 활약에 힘입어 인류 사상 초유의 고속 성장의 기적을 이루어 냈고, 급기야 글로벌 G2 위상을 구축한 것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당 및 정부의 통제가 먹혀 들지 않게 되자, 시 주석은 위기감을 느끼고 경제보다 정치 안정을 우선하는 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국유기업을 우대하는 중국 경제의 ‘소련化’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권은 경제 활성화를 겨냥해 1조위안의 경기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려는 시점에 와있다. 그러나, 인류의 과거 경험으로 보아도, 당이 민간 주체의 자유를 억누르는 한, 중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한편, 중국 경제의 정체가 장기화하면 시 주석의 구심력도 떨어지기 쉬워지게 마련이다. 이제, 시 주석은 제2의 브레즈네프가 될 것인지, 아니면 제2의 푸틴이 될 것인지의 시나리오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다. 

 

수일 전 사망한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는 철저한 시장경제화로 민간 부문의 활력을 키우는 정책 실현을 목표로 삼았었다. 지금 중국 경제를 회복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리 전 총리가 남긴 ‘자유 시장’ 이념을 되살려야 할 시기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 정권에게 리 전 총리의 죽음은 또 다른 측면에서 사회적 위기를 안겨주고 있다. 리 전 총리 고향 안휘성 합비시(安徽省 合肥市)에는 지금 추모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고, 조문객들이 쌓아 놓은 조화 다발이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다. 한편, 리 전 총리가 공청단(‘共靑團)’ 출신이라는 점에서, 가뜩이나 실업 난국에 시름하는 청년들 중심으로 反시진핑 · 반(反)공산당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또한 시 주석에게는 제2의 천안문 사태를 연상시키는 불길한 징조가 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지금 시 주석의 국제적 위상에도 중대한 시험대가 다가오고 있다. 오는 11월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 주석은 미국을 상대로 수 년 간 계속해 오고 있는 격렬한 대립 관계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이 필생의 국가적 사명으로 삼고 있는 ‘첨단 산업 위주의 선진적 사회주의 문명 국가 건설’에 가장 합당한 교역 파트너가 바로 미국 외에 달리 존재하지 않는 현실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양국 정상회담의 사전 조율을 위해 방미한 왕이(王毅) 공산당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은 ‘가까스로 합의한’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의 전도는 평탄하지 못할 것이라는 신중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그는 “자동 운전에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 이라는 비유로 현 양국 간의 정세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인식을 실토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현 중국 사정과 관련해서 마오(毛) 이후 최강의 권력을 장악한 시 주석이 ‘다른 어떤 정책 목표보다도 ‘중앙 집권화 되고 통합된’ 리더십을 우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최근 각 성 최고지도자 및 주요 은행 최고경영자들을 소집한 비공개 ‘금융 정책 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시 주석이 침체된 경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61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금융 산업의 역할을 중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정 핍박 상황에서 이제는 금융 부문을 유일한 난국 타개책으로 인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3 연임 성공 이후 이어지고 있는 국내외의 엄정한 도전 과제들에 대처하는 시 주석의 다음 행보에 전세계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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