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성공과 한국 우주개발의 미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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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와 뉴 스페이스 시대의 위성발사체 특성 및 현황
지난 6월 21일 국내 우주개발의 숙원사업인 독자적 우주운송수단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개발하여 발사했다. 200kg의 성능검증위성과 1.3톤의 위성 모사체를 700km 고도의 태양동기궤도에 성공적으로 올려놓았다. 누리호 발사체는 1단에 75톤급 추력의 액체로켓엔진 4기, 2단에는 동급 추력의 우주용 엔진 1기, 그리고 상단은 1기의 7톤 추력 액체엔진으로 구성된다. 누리호의 성공적 발사는 국내 발사체 기반기술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강대국만이 보유해왔던 우주발사체를 우리도 개발했다는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누리호는 1회만 사용할 수 있는 소모성발사체다. 그동안 소모성발사체의 높은 발사비용은 우주산업 활성화의 장벽이 되어왔다. 소모성발사체를 사용해 발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의 모든 발사체 업체는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웠고, 잘 나가는 발사체 업체의 발사서비스도 연간 5~6회 정도가 고작이었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 들어 재사용 로켓기술,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 기술 등의 혁신기술을 통해 새로운 저비용 발사체가 지속적으로 개발되며 고비용의 소모성발사체는 점차 발사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2010년대 초부터 경제적 이익과 경쟁적 지향의 뉴 스페이스 선도기업인 미국의 스페이스X(사)는 재사용 로켓을 이용하여 발사비용을 현저하게 절감한 팰컨(Falcon) 시리즈 발사체를 개발하여 상용화하고 있다. 우주발사체의 발사비용 절감은 우주접근에 대한 장벽을 낮추어 뉴 스페이스 상업화를 달성하고 우주경제 및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요 경제활동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중·대형발사체에 의한 저궤도위성 발사비용은 kg당 1~2만 달러 수준이었으나, 2015년 업그레이드된 팰컨 9 v1.2 (Full Thrust)의 경우 발사비용을 kg당 2,700달러 수준으로 감소시켰다. 2020년 초대형발사체인 팰컨 헤비의 등장으로 발사비용은 kg당 1,300달러까지 낮추었다. 스페이스X(사)는 저렴한 발사비용 및 높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위성 숫자를 기준으로 세계 발사체시장에서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또한 스페이스X(사)는 초대형발사체인 스타십(Starship)에 사용되는 랩터(Raptor) 엔진을 개발 중이며, 이 엔진은 약 40%의 부품을 적층제조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소형발사체 스타트업인 로켓랩(사)의 일렉트론(Electron) 발사체에 사용되는 러더포드(Rutherford) 액체로켓엔진도 재사용을 위한 추진체 회수시험을 진행 중이며, 거의 모든 부품을 적층제조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 적층제조 방식은 저비용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아직 품질제어 및 성능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뉴 스페이스 시대의 소형위성은 군집운용을 통해 임무를 수행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위성사업자 입장에서는 한 번 발사에 1~2기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소형발사체 보다 다수의 위성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대형발사체를 선호한다. 이는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물론 단일위성이나 소수의 소형군집위성을 신속히 발사해야 하는 경우 소형발사체를 사용할 개연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소형발사체 제조사들도 발사체의 크기를 증가시키고 재사용 로켓 및 적층제조 등을 통해 발사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겠지만, 처음부터 공동발사가 가능한 대형발사체와의 경쟁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조만간 다수의 발사체 스타트업 업체가 상업용 소형발사체를 성공적으로 개발한다고 해도 발사비용 측면에서 중대형발사체의 공동발사 가격에 비해 우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소형발사체의 생존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다.
뉴 스페이스 시대의 소요에 맞추어 전 세계적으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는 약 120여개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뉴 스페이스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로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글로벌 우주시장에서 성능 및 가격 경쟁력을 얻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 향후 몇 개의 발사체 스타트업이 생존할지는 의문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의 함의
이번 누리호 발사체의 성공적 개발 및 발사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향후 한국의 우주산업 및 우주안보에는 어떠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국내 우주개발은 과학기술부 주관의 R&D 개념으로 수행되어왔다. 누리호 발사의 성공은 드디어 한국도 국내독자 우주운송수단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 전까지도 우주발사체의 개발은 기술적 리스크도 크고 많은 개발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강대국들의 전유물이었다. 올드 스페이스 시대에는 우주발사체의 개발 및 보유는 국력의 상징이고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뉴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발사체 개발은 우주산업 측면에서 상업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경제성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언론 매체에서는 누리호 발사 성공을 통해 마치 우리나라도 곧 우주산업의 선도국으로 진입하고 우주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할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과연 누리호 발사 성공이 국내 뉴 스페이스 산업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우주경제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인지 의문이다. 우주개발을 뒤늦게 시작한 우리나라는 그동안 민간업체가 우주기반기술을 축적할 기회도 없었고, 정부의 정책 지원도 미흡하여 우주산업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누리호 발사체가 상업화에 성공하려면 저비용화 및 자동화를 통해 발사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여야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누리호는 1회만 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이 불가능한 소모성발사체다. 미국 스페이스X(사)의 팰컨 9 발사체의 1회 발사비용(LEO 200km 기준으로 발사중량은 약22.8톤 수준)은 6,700만 달러 수준이다. 재사용 로켓을 사용하면 1회 발사비용은 5,000만 달러로 감소한다. 이제 막 시험발사를 성공한 누리호 발사체의 경우 1기 발사체의 발사비용(LEO 200km 기준으로 발사중량은 약 2.6톤 수준)은 약1,200~1,4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재사용 로켓을 사용하는 팰컨 9 발사체에 비하면 가격 경쟁력이 전혀 없다는 의미이다. 팰컨 9 발사체의 경우 앞으로 재사용 수준(1단 엔진의 경우 100회 재사용 목표)을 더욱 증진시킴으로써 발사비용을 1kg당 100달러 수준으로 감소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누리호 발사체의 고도화 사업을 통해 6,870억원의 정부 예산을 투자해 2027년까지 추가적으로 4기를 발사할 예정이다. 재사용 로켓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한 글로벌 경쟁력이 부재한 소모성발사체의 고도화 사업에 이 정도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또한 과기부는 정부주도로 2031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달탐사가 가능한 새로운 100톤급 액체로켓엔진 기반의 후속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이 새로운 로켓엔진은 재점화는 가능하지만 회수가 가능한 재사용 로켓이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저비용발사체는 아니다. 뉴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상업화에 역행하는 정부의 차세대발사체개발 프로그램의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많은 국민은 이번 누리호 발사체의 성공적 개발 및 발사가 경제성은 부재하지만, 군사적 강대국을 상징하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보유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실제 ICBM과 우주발사체는 동일한 로켓엔진, 유도제어, 구조체, 통신 등의 기술을 이용한다. 그리고 과거에 미국과 러시아는 액체추진제 ICBM을 개발하고 이를 위성발사체로 전환하여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 최근에는 미국은 더 이상 액체로켓을 사용한 ICBM은 운용하지 않으며, 러시아와 중국도 발사 즉응성에 기인하여 액체추진제 ICBM을 점차적으로 고체추진제 ICBM으로 대체하고 있다. 북한도 화성-14, 15, 17형 등의 액체추진제 ICBM을 개발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고체추진제 ICBM 개발 및 운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누리호 발사체를 개조해 액체추진제 ICBM을 개발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뉴 스페이스 시대 국내 우주개발의 미래
신정부는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신성장 동력으로 우주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신설하는 항공우주청을 사천에 위치하고 경남 사천과 전남 고흥에는 각각 위성과 발사체 우주산업 클러스터도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뉴 스페이스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항공우주청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아직 큰 그림도 없고 비전과 목표 제시도 없다. 이미 국내에서도 산업화가 진행되어 정부의 육성 정책이 크게 필요하지 않는 항공부문을 정부의 육성 정책이 요구되는 우주부문과 굳이 붙여야 될 이유도 없어 보인다.
냉전시대의 NASA는 옛 소련과의 체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우주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현재의 NASA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추세에 맞춰 기능과 역할이 완전히 변했다. 우주개발 및 활동에서 우주의 리더십을 유지하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2010년 이후에는 국가우주정책도 우주상업화를 위해 산업체 육성을 지원하고 우주경제의 선도국이 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30여년 동안 R&D 중심의 국가우주개발사업을 수행해왔다. 정부주도의 우주개발을 통해 국책연구기관(항우연)에 국한하여 우주기술 확보는 이루었으나,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민간기업의 우주기술 및 우주개발 능력은 답보상태로 무늬만의 우주산업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의 정부투자 및 정부주도의 올드 스페이스 생태계는 오히려 우주상업화를 위한 뉴 스페이스 생태계 조성 및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어 패러다임 전환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미국의 뉴 스페이스 모델은 정부와 민간부문 사이의 강력한 협력의 가장 성공적인 예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 정부는 스타트업 우주기업에 강력한 지원을 제공해왔다. 스페이스X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러 차례의 스페이스X의 발사체 실패에도 불구하고 NASA는 뉴 스페이스 기회를 위한 날개를 펼 수 있도록 기업을 지원해왔다. 이러한 민관협력은 지속적으로 뉴 스페이스 기업의 창출을 지원했다.
우리나라도 우주산업 외부로부터 새로운 스타트업의 유입, 새로운 벤처투자 유도, 새로운 우주비즈니스 모델 및 우주시장을 형성하는 뉴 스페이스 생태계 조성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뉴 스페이스 스타트업 기업들이 혁신기술을 통해 아이디어를 빠르게 성숙시키고, 이들 제품과 서비스의 상용화를 통해 벤처 투자자들이 투자 수익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어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뉴 스페이스 시대의 국가우주전략 제언
올드 스페이스에서 뉴 스페이스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우주개발 및 우주활동을 단순히 과학기술 진흥이나 국가 위상제고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우주산업과 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지키는 우주안보로 확대되고 있다. 21세기에는 뉴 스페이스 경쟁시대에 맞는 우주안보(국방), 우주경제(산업), 우주외교(국제협력), 우주탐사, 우주과학기술 등의 우주정책 및 우주전략을 수립하고, 범부처간의 조정 기능을 갖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독립적 국가우주전담기구(Korea Space Agency)가 반드시 요구된다. 그동안 국가우주전담기구의 부재는 체계적인 국제우주협력이 제한되고 다양한 국제우주 이슈에 대한 대응능력에 한계를 노정하며, 우주개발 및 위성정보 활용과 서비스의 주도권을 놓고 부처 간에 지속적으로 갈등이 표면화되어 왔다. 뉴 스페이스 소형위성 및 저비용 발사체 제작과 서비스 상업화는 이미 해외에서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출현과 경쟁으로 인해 우리로서는 이미 골든 타임을 실기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뉴 스페이스 기반이 부재한 한국으로서는 뉴 스페이스로의 전환을 위한 국내 우주역량 구축을 위해 민간주도 및 정부투자의 민관협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민간업체는 우주개발의 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수익 창출 및 기술역량 획득, 공공부문의 고객을 확보하여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성취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주개발사업의 수직 계열화(Vertical Integration) 전략을 통해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거래 가격을 낮추며, 공급자 리스크를 감소시킴으로써 시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특히, 우리가 강점을 가지는 4차 산업혁명기술(AI, Big Data, Cloud, IoT, 등)과 전통적 우주기술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을 통해 우주상업화를 추진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뉴 스페이스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뉴 스페이스 상업화 육성을 위해서는 국책연구기관(항우연)은 조직 이기주의를 배제하고 과감하게 우주산업체(뉴 스페이스 스타트업 포함)에 대한 전폭적인 기술지원을 통해 업체의 기술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연구원 인력을 민간업체로 이동시키거나, 연구소 기업 성격의 우주체계개발기업의 설립, 또는 뉴 스페이스 스타트업의 참여를 통한 국내 뉴 스페이스 산업육성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기능 및 역할을 전폭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우주의 군사적 활용 수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대다수의 뉴 스페이스 상용위성이 민군겸용으로 활용되고 있어 우주상업화와 우주군사화는 상호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군의 움직임과 군사력 증강은 지난 연말부터 민간상용위성을 통해 언론에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민간 우주자산의 확산이 국가안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해 지상의 통신인프라가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스타링크 이동통신과 우주인터넷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총 5,000대의 위성인터넷 단말기)함으로써 정부, 군 및 민간통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제조시설, 미사일 시험발사 징후 및 영변의 핵활동 현황 등이 뉴 스페이스 위성 영상을 기반으로 보고되고 있다. 북한 및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을 보다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탐지하기 위해 상업용 우주자산의 군사적 활용은 빠른 속도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기술 고도화와 함께 우주공간에 대한 안보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요구된다. 국내 뉴 스페이스 상업화 발전이 조속히 요구되는 이유이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2-8월호 제38호] (2022.8.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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