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법’의 위헌성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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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검수완박’은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의 줄임말이다. 그리고 ‘검수완박법’은 2022. 5. 9. 공포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 법률을 말한다. 그 주요내용은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고, 경찰로부터 송치 받은 사건을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검수완박’이라고는 하지만 정확하게는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시키는 법률인 것이다. 이 ‘검수완박법’에 대해 최근 국민의힘과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했다.
2. ‘검수완박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의 내용
국민의힘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의 내용은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법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무부가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의 내용은 첫째, ‘검수완박법’의 법률개정 절차가 위헌적이고 둘째, ‘검수완박법’이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함으로써 국가의 헌법상 기본권보호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결국 ‘검수완박법’과 관련한 헌법적 쟁점은 ① 수사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검찰의 권한인지 ② ‘검수완박법’의 법률개정 절차는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3. 수사권이 헌법상 검찰의 권한인지 여부
먼저 수사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검찰의 권한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수사권을 헌법상 검찰의 권한으로 보면 ‘검수완박법’은 위헌이 되고, 이를 헌법상 권한으로 보지 않는다면 ‘검수완박법’은 위헌은 아닌 것이다. ‘검수완박법’ 위헌설은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3항과 헌법 제16조를 근거로 한다. 헌법 제12조 제3항과 헌법 제16조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헌법 제12조 제3항]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헌법 제16조]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검수완박법’ 위헌설은 헌법 제12조 제3항과 헌법 제16조가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규정하고 있고, 영장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수사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영장신청권에는 수사권이 포함되어 있으며, 따라서 수사권은 헌법상 검사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검수완박법’이 헌법상 검사의 권한인 수사권을 박탈하였으므로, ‘검수완박법’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에는 다소 의문이 있다. 위의 헌법 조항을 읽어보면 검사의 영장신청권은 수사를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헌법 제12조 제3항은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는 조항이고, 헌법 제16조는 국민의 주거의 자유를 보호하는 조항인 것이다. 이 두 개의 헌법 조항 때문에 검사가 아닌 경찰은 법원에 영장을 신청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 헌법 조항만을 보면 검사의 헌법적 지위는 수사의 능동적 주체가 아니라 수사통제자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헌법재판소 역시 2021년 공수처법 위헌 사건에서 이미 “헌법에서 수사단계에서의 영장신청권자를 검사로 한정한 것은 다른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확립시켜 인권유린의 폐해를 방지하고, 법률전문가인 검사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기본권침해 가능성을 줄이고자 한 것이다. 헌법에 규정된 영장신청권자로서의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인 검사로서 공익의 대표자이자 수사단계에서의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지위에서 그에 부합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헌법은 수사나 공소제기의 주체, 방법, 절차 등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라고 하여 수사의 주체를 정하는 것은 헌법사항이 아니라고까지 판단했다.
따라서 수사권을 헌법상 검찰의 권한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공수처법 사건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불과 1년 전에 나온 것임을 고려하면 헌법재판소가 공수처법 사건의 판단 내용을 뒤집고 수사권이 검찰의 헌법상 권한이라고 선언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검찰의 헌법상 지위를 수사통제자로 본다면,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2020년 검경 수사권조정법은 ‘검수완박법’보다 더 위헌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수사권이 검찰의 헌법적 권한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검수완박법’처럼 검사의 수사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4. ‘검수완박법’ 개정 절차가 위헌인지 여부
‘검수완박법’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법률개정 절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안건조정위원회의 구성을 요청했다. 안건조정위원회는 국회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이를 위해 국회법은 다음의 세 가지 장치를 두고 있다. ① 안건조정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구성된다. ② 안건조정위원회는 국회 다수당인 제1교섭단체와 여기에 속하지 않는 위원의 수가 동일하게 구성된다. ③ 의결정족수도 재적 조정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가중되어 있다. 이처럼 안건조정위원회에서는 국회 다수당이 과반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토론과 설득 없이는 어느 당도 의결 정족수 재적위원 2/3 이상을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그런데 ‘검수완박법’의 신속한 통과를 밀어붙이던 제1교섭단체 더불어민주당은 왜 국회 다수당에게 불리한 안건조정위원회 제도를 이용했을까?
비밀은 국회법 제57조의2 제7항에 있다. 이에 따르면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결된 안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소위원회 심사 없이 바로 소관 상임위원회에 부의되며, 소관 상임위원회는 30일 이내에 표결해야만 한다. 말하자면 안건조정위원회는 통과가 어렵지, 통과만 되면 오히려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에게는 재적위원 2/3 의결정족수라는 높은 장애물이 있었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의 ‘민형배 의원 위장탈당’ 사건이 일어난다. ‘검수완박법’에 찬성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이 탈당을 해서 무소속 의원이 되고, 민형배 의원이 무소속 의원 몫으로 안건조정위원회에 들어갈 경우, 형식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 <그 외 소속>의 비율이 3:3이지만 표결을 할 경우 4:2 즉, 2/3 찬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민형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여 무소속이 되었고, 안건조정위원회는 17분 만에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켰다. 국회 다수당의 횡포를 막고, 토론과 설득으로 이견을 조정하라고 만든 안건조정위원회가 토론과 설득을 봉쇄하고, 다수당의 횡포를 보장하는 제도로 변질되는 순간이었다.
절차로서의 민주주의에는 다수결 원칙이 포함되고, 다수결 원칙의 전제는 충분한 토론과 설득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이러한 행태는 토론과 설득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절차로서의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됨이 분명하다. 또한 헌법 제8조 제2항은 정당은 그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토론과 설득을 위해 도입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키는 행태가 민주적이지 않음은 분명하다. 게다가 민형배 의원의 탈당은 민주주의의 핵심제도인 정당의 존재 이유를 몰각시키는 행위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위반되는 바가 전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추구하는 가치라는 것이 존재한다.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 사건은 우리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는 토론과 설득에 의한 다수결원칙, 절차로서의 민주주의 원리, 정당활동의 민주성에 부합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이를 이유로 ‘검수완박법’을 무효로 선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구성은 둘째치더라도,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입법절차에 관한 권한쟁의에서 심의표결권 침해를 확인한 경우는 있었지만, 법률 자체를 무효로 선언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단 한번 입법절차의 위헌성을 이유로 법률을 무효로 선언해야 한다면, 바로 이번 ‘검수완박법’ 사건이어야 할 것이다.
5. 결론
필자는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과 수사와 기소가 일정 부분 분리될 필요성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검수완박법’과 같은 방식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을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라고 비난하면서,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경찰에 수사권을 독점시켜 버렸다. 검찰이 선하고, 경찰이 악하다는 것이 아니다. 견제와 균형 없는 수사권 독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공익의 수호자로서의 검사의 지위를 강화하고자 했다면, 최소한 수사지휘권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했어야 했다. ‘검수완박법’이 추구하는 검사의 지위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는 ‘절대반지’라는 것이 나온다. 아무리 심성이 착해도 ‘절대반지’를 끼면 누구나 욕망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영화에서의 해결책은 가장 착한 사람이 절대반지를 갖는 것이 아니라 절대반지를 쪼개 버리는 것이었다. 수사권은 바로 절대반지와 같은 것이다. 검찰이 가지면 악용되고, 경찰이 가지면 선하게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수사권을 가진 사람은 그 누가 되었든 그 수사권을 최대한 이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권은 쪼개고 통제하는 것이 정답이지 특정 기관에 독점시켜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바로 권력분립의 정신이기도 하다. ‘검수완박법’은 검찰 수사권 박탈이라는 프레임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경찰에 수사권을 독점시키는 법률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법원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형사법의 체계는 경찰은 검찰이 통제하고, 검찰은 법원이 통제하는 구조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은 검찰에 영장신청을 청구하고,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신청하는 것이다. 검찰이 아무리 과잉수사를 하려고 해도 법원이 통제할 경우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다. 그런데 법원이 발간한 2021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원의 압수수색검증영장 발부율은 무려 91.2%였다. 최근 5년 동안 87%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물론 이 통계에는 경찰이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한 영장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높은 영장발부율은 법원이 과연 검찰을 적절히 통제해 왔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법원이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엄격히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검찰의 수사권은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검찰이 그동안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행사했다면, 그 책임은 일정 부분 법원에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경찰-검찰-법원>의 구조 안에서 검찰개혁을 보지 못하고, 검찰의 수사권에만 집착해 왔다. 정치인들이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어 무엇이 올바른 검찰개혁 방안인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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