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후위기', 정책이 “위기” 아닌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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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은 2018년 보고서에서 2050년에는 전 세계의 기후 난민이 무려 1억 4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전 세계는 정책, 돈, 일상의 모든 것을 코로나가 집어삼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보다 백배, 천배 더 무섭고 강력한 기후위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작년 지구의 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투자받고 싶으면 지구 열 받게 하지 말라”고 선포하며, 전 세계 모든 기업은 ESG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기후위기는 우리 발등의 불이다. 아니 이미 우리 바짓가랑이에 불이 옮겨 붙었다고 봐야하는데, 우린 얼마나 실감하고, 얼마나 위기에 대응하고 있을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최근 7년은 19세기 말 지구 전체적으로 과학적 기상관측이 이루어진 이후 제일 더운 시간이었고, 2020년은 그 중에서도 가장 더웠다 한다. 국제사회는 21세기말까지 지구온도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미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후 1.2℃ 이상 올랐다. 지금과 같이 화석연료에 기반한 대량생산-대량소비체제가 지속된다면, 2100년에는 3.5℃ 이상 상승하고, 인류와 지구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전 세계가 많이 이상해졌다. 사막인 쿠웨이트는 물에 잠기고, 또 다른 사막인 사하라는 눈에 덮였다. 지난해 호주는 240일간의 산불로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사라졌고, 미국은 폭염으로 인한 산불로 전력망이 붕괴되고, 혹한으로 대정전이 발생했다. 지난해 6월 EU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가 찍은 시베리아 지표면의 사진을 보면 40℃ 이상이다. 이는 이상기후로 인해 시베리아 동토층이 녹고 있으며, 여기에 매장됐다고 추정되는 탄소량 약 5000억 톤이 대기 중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는 화석연료의 연소를 통해 매년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탄소량의 10배에 해당되는 것으로 기후학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는 전 지구적으로 탄소중립을 2050년경 달성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IPCC는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안정화하려면 2030년까지 2010년에 비해 45%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2018년에 발표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지난해 말 대통령이 직접 2050 탄소중립선언을 했으며, 현재 125개국 이상이 탄소중립을 법제화하였거나 논의 중에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2015년 파리협약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각 국은 자발적인 감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2030년 목표배출량(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을 제출하였다. 문제는 각국이 제출한 NDC에 따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 금세기말 지구온도가 3.2℃ 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매년 말 정책목표와 현실과의 격차를 추산하는 UNEP(2020)의 배출격차보고서(Emissions Gap Report)에 따르면,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세계 각국은 2030년 자신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NDC 보다 평균적으로 57% 이상 줄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UNEP는 G20 국가 중 우리나라를 NDC 달성가능성이 가장 낮은 4개 국가 중의 하나로 지목했다. 현재의 정책으로는 2030년 배출량이 NDC보다 15% 이상 초과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효율이 OECD 회원국 평균의 2/3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1인당 전기소비량 세계 3위이고, 1인당 전기사용증가율은 OECD국가 중 1위이다. 또한 온실가스배출 증가율도 OECD국가 중 1위이다. 에너지 소비량이나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승추이가 지난 10년간 지속되었다는 것은 정책의 실효성이 매우 미흡했다는 반증이므로 온실가스 정책의 완전한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그동안 해온 것과는 달라야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무역의존도와 에너지의 탄소집약도가 높은 한국이 입게 될 충격은 커질 것이고, ‘지연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또한 우리처럼 탄소배출이 많은 나라는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수출이 어려워지는 절박한 상황이 가속화될 거다.
올해 51번째 지구의 날(4월 22일), 기후정상회의에서 40개국 정상들 중 20여개 국가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상향했다. 유럽연합이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온실가스 감축을, 독일은 65% 감축을, 영국은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까지 감축하겠다고 밝혔고,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감축을 선언했다. 미국은 기존보다 두 배 가까이 상향한 것이다. 일본은 2013년 대비 46% 감축을 밝혀, 기존 26%에서 20%를 더 상향했다.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달성을 위해 석탄으로부터 벗어나는 행보를 가속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한국은 오는 2021년 11월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기후정상회의 후인 5월13일에 기후위기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Al Gore) 전 미국부통령이 문재인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편지를 보냈다. 그 내용을 보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50%이상으로 감축목표를 올리라는 경고이다. 기후정상회의에서 문대통령이 발언한대로 전 세계는 다음 주 한국에서 열리는 제2차 P4G정상회의가 COP26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꼭 기억해야할 것은 청소년기후행동(2021)이 주장했듯이 “기후위기는 말로만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인류가 탄소중립으로 가지 않으면, 코로나19가 10년마다 발생하는 것만큼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10년 전만 해도 온실가스 배출과 그로 인한 기후위기에 대해 찬반양론이 많았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탄소중립의 방향이 맞다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대통령이 직접 탄소중립을 선언한지 얼마 되지 않아, 검증과정도 없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특별법까지 통과시키며 속도를 내는 것이 탄소중립을 향한 길인지 의문이 든다.
요즘 2050탄소중립을 위해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나무를 심겠다는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 논란도 뜨겁다. 산림전문가들 사이에 ‘황당한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생태계다양성의 상실은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한다고 경고한다. 환경단체들은 “산림의 생태적 기능은 안보고 30년 넘은 숲을 쓰레기 취급한다”는 걱정을 쏟아낸다. 가려운 곳은 머리인데 우린 엉덩이만 긁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탄소중립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고,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면을 함께 고려해야하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꼭 가야하는 길이다. 이를 위한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정책, 그 자체가 ‘위기’에 처해 있지 않은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원 Ph.D.(사)에코맘코리아 대표
EU기후행동 친선대사. 국가기후환경회의 홍보소통위원회 위원. 총리실 미세먼지특별위원회 위원. 수원대 공공정책대학원 지속가능경영정책전공 특임교수. (전)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윈워회 위원. (전)국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국회기후변화포럼 이사/국회SDG포럼 자문위원/한국기후변화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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