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업가정신의 적은 관료주의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12월26일 17시09분
  • 최종수정 2024년12월24일 18시57분

작성자

  • 김기찬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aSSIST) 석좌교수, 인도네시아 프레지던트대학 국제부총장, aSSIST사람중심기업가정신센터장,가톨릭대 명예교수

메타정보

  • 2

본문

‘기업가정신의 적은 관료주의이다.’ 

세계중소기업학회(ICSB)에서는 최근 발표한 2025년 중소기업과 기업가정신의 미래과제에서 관료주의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다. 한국도 가장 급속히 번지고 있는 것이 곳곳의 관료주의화이다. 한국기업의 CEO나 최고의사결정자 중 법률가 출신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법리스크를 피하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기업의 혁신과 창조는 번번히 가로 막히고 있다. 혁신의 삼성전자도 이제 ‘삼무원(삼성 공무원)’이라 불리는 관료주의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사회 혁신이 지체의 출발은 관료주의이다. 한국의 관료주의는 사람들의 상상과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대한민국의 관료화는 향후 10년을 ‘잃어버린 한국’으로 만들 고질병이 되고 있다.

 

최근 다녀온 독일 역시 관료주의로 혁신은 지체되고, 베를린 기차는 30분 연착이 보통이다. 필자가 이용한 루프트한자는 출발부터 결항되고, 내 수하물이 분실되는 등 예전의 독일이 아니었다. 세계 혁신을 선도하던 독일 자동차산업은 미래전기차로의 전환이 늦어지고, 마이너스성장을 하고 있다. 독일의회에서도 그 이유로 지나치게 경직화된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자성했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강력한 교훈을 준다. 관료주의 극복 없이는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최근의 정치적 혼란으로 한국경제는 IMF위기 이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사람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관료주의의 소멸 필요성을 예견했다.

 

 2024년이 저물어가고 있는 이즈음 한국경제의 10대 혁신과제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은 관료주의를 넘어 신 르네상스혁명을 준비해야 한다. 독일에서의 교훈은 관료주의를 방치하면 경제 성장의 동력이 상실되고, 글로벌 경쟁력도 약화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료화된 기업은 해외시장에의 도전보다 내수시장에 안주하고자 한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특히 아세안 지역에서 성장 기회를 적극 모색하지 않으면 내년은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이에 2025년 대한민국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10대 혁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경제의 첫 번째 혁신과제는 무엇보다도 관료주의 심화문제의 타파이다.관료주의는 기업가정신의 적이다. 관료주의가 사람들의 상상력을 혁신으로 이끌어내는 고리를  끊어버리고 있다. 관료주의는 혁신과 창의성을 억압하고, 기업의 빠른 대응 능력을 저하시킨다.  경영전략의 구루 게리 하멜(Gary Hamel)은 "규정과 책상이 통제하는 관료주의를 대체하는 사람중심주의 '휴마노크라스(Humanocracy)'없이는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과감한 전환적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 사회에는 아직 우버가 도입되지 못한 몇 개 나라 중 하나다. 관료주의로 인해 정체된  독일경제의 사례는 우리에게 강력한 교훈을 준다. 관료주의는 과거 성공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규정들이다. 그 규정들이 두꺼운 회사의 규정집을 만들어 놓고, 미래를 위한 혁신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처럼 규정과 책상이 주도하는 관료주의 하에서는 미래를 위한 도전과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의 두 번째 혁신과제는 AI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AI는 기업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그러나 많은 중소기업이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AI 도입 지원 펀드를 조성하고, 중소기업들이 디지털 혁신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변화를 넘어,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세 번째 혁신과제는 하이테크 시대가 올수록 어마어마한 권력은 사람들과의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하이터치가 필요하다. 하이터치시대는 기업문화가 중요하다. 직원들과 공감이 없는 기업관리나 전략은 오히려 흉기가 된다. 사람의 행동은 전략이 아니라 문화가 만든다. 문화는 전략을 아침으로 먹는다. 기업조직 내에 소통과 공감, 그리고 권한 위양과 자율이 강조된 기업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기업문화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조직 내 창의성과 몰입도를 높이는 사람중심 기업문화의 정착 없이는 창의적 사고를 하는 인재가 정착하고 성장하기 어렵다.

 

네 번째 혁신과제는 한국 중소기업의 갈라파고스화 극복이다. 한국경제가 성장할수록 도전적인 해외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내수 시장에 안주하고자 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일본 경제가 내수 중심의 갈라파고스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잃어버린 30년'을 만들고 있는 사례는 대한민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아세안이나 인도네시아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때 기업들이 정체된 국내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강화하는 것은 필수이다.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 시장은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에게 내년은 더욱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다섯 번째 혁신과제는 재무관리자에 의존하는 기업경영의 탈피이다. 재무관리는 지나치게 단기적 수익성에 치중하는 투자방식일 수밖에 없어 미래기술투자나 장기적 혁신 투자를 어렵게 한다.삼성전자조차도 지나치게 CFO(최고재무책임자) 중심경영으로 인해 장기적인 기술개발이 소홀히 다뤄져 AI시대에 필수적인 HBM개발이 늦어지고 말았다. 

 

여섯 번째 혁신과제는 중소기업들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것이다. 브랜드는 가격경쟁을 극복하고 기술과 소비자 신뢰의 상징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시대는 고비용구조를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원가경쟁력은 어렵다. 한국 중소기업들이 해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고객들이 믿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 전략이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필수적이다. 

 

일곱 번째 혁신과제는 6,70년대 창업된 한국기업들의 차세대 경영으로 넘어가고 있다. 최근 젊은 오너 2,3·4세들이 중책을 맡으며 경영무대에 본격 등장했다. 한국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제 수성과 경장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들 차세대 경영자들의 기업가정신함양이 필요하다. 수성의 단계에서 몰락한 사례를 보라. 차세대 경영자의 기업가정신과 경영실패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창업의 철학에 대한 공감이 차세대경영자들에게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철학은 사람을  모으고 협력하게 하지만, 철학이 없는 기업은 돈을 위해 싸움만 한다. 결국 1964년 창립한 남양유업 오너 경영이 2세 경영을 넘기지 못한 채 60년 만에 막을 내린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은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여덟 번째 혁신과제는 플랫폼 독점 기업들의 혁신부족과 사회적 공감부족의 극복이다. 선진국 기업에서는 기술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는다. 카카오와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이 단기 이익을 추구하며 사용자 신뢰를 잃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플랫폼 윤리 규제를 도입하여 사용자 신뢰를 보호하고, 기업들이 핀테크, 헬스케어 등 미래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홉 번째 혁신과제는 한국경제에서 여성 기업가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다. 한국의 여성기업가들은 브랜드와 시장관리에서 더 꼼꼼하다. 여성기업의 투자와 멘토링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여성 스타트업 펀드를 통해 포용적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 기업가들은 대한민국 경제의 숨은 성장 동력이며, 이들이 더 많이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 열 번째는 한국중소기업정책이 최근 지나치게 복지 중심 정책으로 이행되고 있다. 어려워진 기업들에 대한 생존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가정신을 통한 혁신 강화 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2025년 대한민국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혁신을 통한 신(新)르네상스를 실현해야 한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다가오고 있다. 을사년은 1905년 을사늑약이나 1545년 을사사화 등이 있었다. 을시년스러웠던 과거의 교훈으로 새해에는 관료주의를 극복하는 한국혁신의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혁신의 적은 관료주의입니다. 2025년은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관료주의를 혁신하고, 사람 중심의 기업가정신으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경제생태계가 경장하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ifsPOST>

2
  • 기사입력 2024년12월26일 17시09분
  • 최종수정 2024년12월24일 18시57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