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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전쟁의 사이버 인지전과 뇌과학의 무기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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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9월17일 16시07분
  • 최종수정 2024년09월14일 13시14분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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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서론

 

오늘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정보통신 기술, 첨단 센서, 양자컴퓨팅, 사이버 기술, 우주 기술, 극초음속 기술, 레이저 무기와 전방위로 연결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을 비롯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다양한 신기술(Emerging Technologies)의 출현은 세계 각국의 기술 경쟁과 첨단 무기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은 세계 각국의 무기 체계에 신속하게 적용되면서 국가가 싸우는 방식과 전쟁의 양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 다양한 첨단 신흥 기술의 출현이 현대 국가의 전투방식과 군사전략에 영향을 끼치는 분야는 물리적인 영역에 제한되지 않는다.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두 개의 전쟁 즉 2년 6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3년 10월 이후 끝나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모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드론과 같은 새로운 무기의 파괴력과 사이버전(Cyber Warfare)을 비롯해 소셜미디어 공간에서의 인지전(Cognitive Warfare) 등 비물리적 영역에서 격렬한 새로운 전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두 전쟁에서 드론의 활약만큼이나 세계의 각종 언론과 미디어에서 가장 빈번하게 회자되고 있는 전쟁과 관련된 이슈는 ‘인지전’이다. 인지전은 적국 개인, 대중, 지휘부의 인식과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쳐 적이 아군에 유리한 의사결정과 행동을 하게끔 적의 ‘인지(Cognition)’ 과정을 공격하는 전쟁의 한 형태이다. 인지전은 적과 적의 동맹·우호국 간 관계를 이간질하거나 서로 다른 이익을 추구하도록 ‘분열’시킬 수 있고, 적국이 공격 목표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실제 혹은 가상의 위협이나 이슈로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다. 또 대량의 정보를 발신하여 적이 핵심 사안을 식별하지 못하게 ‘정보의 과부하’를 일으킬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인지전은 ‘적의 의사결정 과정을 교란하고 파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쟁이다. 

 

현재 지속되고 있는 러·우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인지전은 사람과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생산해 내는 온갖 허위정보(Misinformation)와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가 소셜미디어 플랫폼 (Social Media Platform)을 통해 확산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면, 인지전은 왜 최근 갑자기 주목받고 있고, 현대 사이버 인지전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으며, 앞으로 미래 인지전은 어떻게 전개될까?

 

인지전의 부상과 사이버 인지전 전개 양상

 

현대의 인지전은 과거 냉전기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프로파간다(Propaganda) 경쟁을 펼쳤던 이념대결과 과거 전시(Wartime)군이 펼치는 심리작전(Psychological Operations, PSYOP)과 유사한 방식의 전술을 구사한다. 인지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작전(Information Operations, IO)으로 이는 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전장에서 정보 우위를 추구하는 정보활동이다. 현대 정보전(Information Warfare)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군의 지휘통제가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이버 공간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시대 정보작전 수행을 위해서는 정보커뮤니케이션 채널인 디지털 플랫폼과 같은 네트워크와 그러한 플랫폼이 작동하게 하는 인프라에 대한 접근이 확보되어야 한다. 전쟁에서 군의 전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분별은 효과적인 전술과 전략 구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따라서 오늘날 정보의 유통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사이버 인프라는 현대 전쟁에서 가장 본격적으로 타격할 공격 대상이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최대 규모로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사이버 공격은 우크라이나 침공 1시간 전에 수행된 미 위성회사 비아샛(Viasat)에 대한 멀웨어(Malware) 공격이었다. 이 공격은 전시에 수행된 사이버 공격으로서는 역사상 최대 규모였는데 러시아가 비아샛을 공격한 것은 우크라이나군이 미 비아샛 통신 서비스를 통해 자국군을 지휘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작전은 적의 사기나 전투 및 저항 의지는 꺾고, 아군 및 동맹의 결의와 사기는 강화시키는 등 전시 여론 환경을 자국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심리전과 인지전이 사실상 거의 동일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광범위하게 사용된 ‘심리전’ 대신 왜 ‘인지전’ 용어가 더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을까?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최근 인지전 개념의 부상을 설명하는 첫 번째 중요 변수는 급변하고 있는 정보커뮤니케이션 환경이다. 현대 사회의 정보활동과 커뮤니케이션은 인터넷의 등장과 소셜미디어의 대중화 이후 초국경의 실시간 정보전달과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속도와 아울러 특정 정보와 메시지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청중의 규모가 급증했다. 어떤 특정 이슈나 사안에 대해 국내 여론뿐 아니라 세계 여론이 쉽게 활성화될 수 있는 정보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의미하는 것은 그만큼 국가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세계 여론 지형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끌거나 상대 국가의 온라인 여론을 움직여서 상대 국가가 자국에 유리한 외교정책이나 군사정책을 내리도록 영향을 끼치는 일이 과거보다 더 쉬워진 것을 의미한다. 즉 어떤 국가에 대한 사이버 영향공작이 상시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두 번째로 인지전 개념이 부상한 이유는 오늘날 어떤 국가의 정치 지도층이나 군 지휘부, 그리고 대중에게 특정 정보와 메시지를 발신하고 주입시키기 위한 정보를 생성하거나 내러티브(Narratives)를 구사하여 신속하게 대규모 청중에게 전달하는 정보활동을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쉽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 공격의 일차적 피해자였던 이스라엘이 지금은 국제사회의 호된 비판에 직면해있는 데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난민촌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 외에도 하마스가 전개하는 인지전이 끼친 영향이 크다. 텔레그램(Telegram), X, 틱톡(TikTok) 등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하마스가 발신하는 정보와 내러티브 및 발신 주체의 규모가 이스라엘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세계 여론 지형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

 

개전과 동시에 이스라엘 정부는 플랫폼 업체에 광고비를 지불하고 하마스 공습에 의한 이스라엘 인명 피해를 신속하게 알려 전쟁 초반에는 이스라엘 發 메시지가 유럽을 대상으로 집중적, 공세적으로 발신되었으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소셜미디어 메시지가 콘텐츠의 규모와 속도에 있어서 이스라엘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영국 국제 주간지 The Economist가 AI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한 소셜미디어 콘텐츠 조사 결과, 10월 7일부터 23일까지 인스타그램(Instagram), X, 유튜브(YouTube) 전 플랫폼에서 친이스라엘 게시글보다 친팔레스타인 게시글이 4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하마스가 사용하는 텔레그램 채널은 전쟁 전에 비해 개전 직후 구독자 수가 급속히 증대하는 현상을 보였다. 

 

하마스의 사이버 인지전이 체계적이고 공세적인 정보작전 및 전략커뮤니케이션 체제를 갖추고 인지전을 펼쳤던 이스라엘을 압도한 것은 하마스가 인공지능 봇 계정(Bot Accounts)을 더 공세적으로 사용했거나 이란과 같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중동권의 협공 결과일 수 있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가짜계정이나 봇 계정들이 게시글 작성의 속도와 규모 및 확산 속도 차원에서 이스라엘 지지 계정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은 하마스가 전쟁 전 인지전 거점과 알고리즘 이용 전략을 치밀하게 마련해왔음을 말해준다. 이스라엘 IT 보안업체 Cyabra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개전 이틀 만에 하마스 지지 글이 312,000건 게시되었는데, 이는 단 몇 분 안에 1개의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것으로 거의 실시간 게시글이 작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Muhammad Taha’ 이름의 계정은 이틀 동안 616개 게시글을 작성했고, 하마스 지지 가짜계정이나 봇 계정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IStandWithIsrael, #Israel 같은 해시태그(Hashtag)를 함께 사용해 정보 노출 빈도를 높였으며 이러한 계정들은 개전 후 이틀간 5억 3천만 뷰어를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이미 2023년 10월에는 하마스를 지지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4개 중 하나는 봇이었으며, 가짜계정 봇 약 40,000개가 활동 중이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해시태그 #standwithPalestine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standwithIsrael은 2023년 10월 16일부터 23일까지 비슷한 수의 팔로워를 보유했는데 10월 23일~30일 사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팔로워 수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팔로워 수보다 4배를 넘기 시작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계정 게시물은 23일부터 30일까지 210,000개로 늘어나 이스라엘 지지 계정 17,000개 게시물의 12배에 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은 현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의 인지전을 봇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님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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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러·우 전쟁의 사이버 인지전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으로 러시아의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방은 민감한 전황정보 및 러시아 군사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하여 우크라이나가 발신하는 정보와 내러티브의 설득력을 높였고,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비해 정보 우위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서방 IT 기업이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전시 러시아의 인지전은 러시아의 내러티브를 확산시키기에 기술적인 측면에서 불리했다. Meta나 Google은 Russia Today(RT), Sputnik, TASS와 같은 러시아 관영매체가 발신하는 정보가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에 전달되지 않도록 이들 매체의 페이지를 폐쇄하고 앱 업데이트를 차단함으로써 사이버 공간에서 러시아 발 내러티브가 확산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한편, 인지전에서 봇 활동의 급증 현상은 금전적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전쟁 관련 콘텐츠를 악용하는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는 과거 트위터(Twitter) 소셜미디어 X에서 ‘믿을 수 있는 계정’으로 분류된 사용자 중 공개 출처 정보(Open Source Intelligence)를 뜻하는 “OSINT” 단어를 사용하여 전쟁 관련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를 무차별적으로 확산시키는 현상이 대거 발견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된 소셜미디어 발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심각하게 저하되고 있고, 소셜미디어 계정이 전쟁과 관련된 정보를 활발하게 확산시키고 있는 의도가 금전적 이익 혹은 정치적 목적인지 의심받고 있다. 즉 사회 혼란과 전쟁 자체가 허위조작정보의 유포가 활성화되는 정보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래의 인지전과 뇌과학의 무기화

 

인지전은 궁극적으로 적 정치지도자들과 군 지휘부의 의사결정 체계를 파괴하려는 목적을 갖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인간 ‘뇌’에 대한 공격을 추구하게 된다. 만약 허위조작정보나 가짜뉴스와 같은 ‘정보’를 무기로 사용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뇌를 공격할 수 있다면 인지전 전개 주체는 후자의 공격 방식을 선택할 것이다. 이렇게 인지전이 뇌에 대한 공격을 추구하기 때문에 현대 뇌과학의 발전은 적에 대한 인지전 공격이나 그에 대한 방어 전략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즉 뇌에 대한 지식의 증가가 뇌과학을 무기화시키고 있고, 현재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내러티브 공격 다시 말해, 간접적인 인지 공격에서부터 더욱 직접적인 뇌 공격 대결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공격이 현실화 된 것은 현대 뇌과학이 발전하게 되면서 기존에 인간의 심리 차원에서 설명되었던 인간의 감정이나 사고의 영역이 인간의 뇌에 대한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 주요 원인이 된다. 인간이 슬프거나 기쁘거나 분노하거나 사랑에 빠졌을 때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뇌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관찰할 수 있고 실증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심리학에 의해 설명되었던 인간 마음이 뇌과학으로 증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지전 차원에서 설명하면, 사람이 특정 생각이나 행동을 할 때 나타나는 뇌파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분석결과를 활용해 특정 개인, 그룹에 뇌파 공격하여 이들의 감정 상태를 바꾸고 특정 행위를 촉발하는 공격이 가능해질 수 있는 얘기가 된다. 

 

즉 인지전 연구는 신경 기술로 인간의 인지능력을 강화하고, 뇌파로 무기를 조종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 BMI) 기술 즉, 신경 무기(Neuro-Weapon) 개발을 지향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적용된 무기체계에 대한 공격도 인지전의 일부로 볼 수 있는 것은 인간과 하나의 팀이 될 수 있는 인공지능이 군 지휘부의 의사결정을 보완(인간에게 통찰력, 지식, 조언 제공) 혹은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과학 연구를 통해서 얻어진 실증적인 데이터는 다시 인간의 뇌를 닮으려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에 사용되면서 앞으로 뇌에 영향을 끼치려는 모든 인지전 공격은 곧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거나 대신하는 인공지능의 작동 방식에 문제를 일으키려는 시도 즉, 인공지능 학습데이터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지전 연구는 자연스럽게 신경 무기 개발이나 슈퍼 솔저(Super Soldiers) 개발과도 연결되고 있다. 즉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엑소스켈리톤(Eksoskeleton),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야간비전(Night Vision), 생체 모니터링 기기(Biometric Monitoring Devices), GPS 및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있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의 오작동을 유발하는 일이 곧 인지전 공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다양한 공격은 적군의 작전 수행을 교란시키고, 방해하며, 좌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무기체계에 더 깊숙이 적용되고, 군사작전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팀워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질수록 인지전은 경쟁국이나 적국의 알고리즘에 대한 공격의 성격을 갖게 될 것이다. 

 

평시 인지전으로서의 사이버 영향공작

 

전쟁과 관련이 없는 평시(Peacetime)에 타국 여론을 교란시키고 자국의 외교적 혹은 군사적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려는 인지전은 ‘사이버 영향공작(Influence Operations)’으로 일컬어진다. 이러한 사이버 영향공작에는 허위조작정보가 대규모 조직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동반되므로 ‘허위조작정보 캠페인(Disinformation Campaign)’이라는 표현도 사용된다. 사이버 영향공작으로서 수행되는 국가 배후의 허위조작정보 유포 행위는 사이버 공간에서 AI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조직적으로’, ‘신속하게’, ‘집중적으로’ 유포·확산시키는 방식이 사용되므로 사실상 ‘사이버 테러’ 혹은 ‘사이버 공격’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공격은 단순히 공격 대상 국가의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 제도를 훼손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서방에서는 ‘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된다. 즉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 훼손 및 사회 내 아래로부터의 전복적인 움직임을 촉발하며 궁극적으로 국가 기능 약화와 마비 현상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평시 인지전은 국가의 군과 정보기관이 함께 대처해야 할 사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결론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심리전을 통해 쉽게 침공하고 크림반도를 합병한 사건으로 인해 인지전의 도전을 가장 위협적으로 받아들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군사적 차원에서 가장 빠르게 인지전 연구를 진척시켜왔다. NATO의 2016~2017년 인지전 연구는 앞으로 ‘인지 영역’ 즉, ‘인간의 마음’이 육, 해, 공, 사이버, 우주에 이어 6번째 작전 공간이 될 것이라는 시각을 등장시켰던 것이다. NATO 연합변혁사령부 최고본부는 2021년부터 인지전 개념을 NATO의 ‘Warfighting Capstone Concept’로 발전시켰고, NATO의 국방과학 이슈를 다루는 전문가 협업 플랫폼 ‘NATO Innovative Hub’를 중심으로 연구가 지속되었으며, 2024년 NATO 군사위원회에서 인지전 개념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NATO는 앞으로 첨단 정보 기술, 나노 기술, 바이오 기술, 로봇 기술이 융합되면서 인지전이 고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NATO 인지전 논의에는 컴퓨터공학, 사이버, 인공지능, 뇌과학, 생물공학, 재료공학, 심리학, 국제정치학, 인문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 전투기 조종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서방의 인지전 대비 추세를 감안할 때, 한국은 어떤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까? 인지전과 국가 배후 허위조작정보의 유포 혹은 사이버 영향공작에 대한 대응은 근본적으로 사이버 공간에 대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해야 한다. 신경무기의 개발과 같은 뇌과학의 무기화에 앞서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취해야 하는 대응은 한국의 사이버 공간에 대한 감시 능력 및 상황인식 강화를 통해 대응 역량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인지전의 다양한 가상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구상하여 정부 각 부처와 민간의 각 기관이 국가 위기 사태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군사안보, 정치사회, 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가 위기를 유발하기 위해 유포되는 허위조작정보의 다양한 내러티브는 미리 예측된 매뉴얼을 구비할 경우 실제 유사한 상황에서 효과적 대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보 역량을 증진시키고 종합적인 정보 분별 및 신속한 의사결정과 위기대응을 위해 범부처 전략커뮤니케이션 체제와 정보공유 플랫폼 구축도 필요하다. 더불어 사이버 공간을 감시하는 데에 있어 민관 공조와 민간의 안보관 증진 및 시민사회에 관련 정보와 지식의 신속한 제공도 사회 전체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인지전 대응을 위해 동맹 및 우호국과 정보협력을 강화하고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들과의 뇌과학 연구 협력 체제와 전략커뮤니케이션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인지전과 관련된 전평시 위기대응에 있어 지역 차원에서의 연대와 대응 태세의 효과를 증진시키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끝>

 

 ⊙ 참고문헌

송태은(2024),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사이버 인지전: 전개양상과 함의”, 『IFANS 주요국제문제분석』 2024-11,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송태은(2023), “허위조작정보를 이용한 사이버 영향공작과 국가안보: 실태와 대응책”, 『정책연구시리즈』 2023-13,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송태은(202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보심리전: 내러티브·플랫폼·세 모으기 경쟁”, 『국제정치논총』 62권, 한국국제정치학회

 

<ifsPOST>

 ※ 이 글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발간한 [SW중심사회 9월호](2024.9.14.) ‘FOCUS’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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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9월17일 16시07분
  • 최종수정 2024년09월14일 13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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