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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에 피소된 애플, 그 쟁점과 전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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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4월10일 17시10분

작성자

  • 공명재
  • 경제학박사, 전 한국재무관리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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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Dept. of Justice)가 지난달 3월 21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법원에 애플을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무부는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이 반독점법을 위반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유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애플의 독점은 더욱 강화될 것이기에 이에 대한 제재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소비자가 더 낮은 가격과 더 많은 선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미 법무부는 소장에서 주장하고 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애플의 반독점법 불법(?)행위는 몇 가지 문제로 좁혀진다. 

 

우선 슈퍼앱 차단 및 클라우드 게임 앱의 배포 제한이다. 슈퍼앱(superapp)은 하나의 앱으로 메시지 송수신, 결제 및 금융 거래 처리, 쇼핑 등을 포함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앱으로 중국의 Alipay, Tencent의 WeChat 등을 들 수 있다. 클라우드게임을 할 수 있는 앱은 사용자의 기기에서 작동되는 게 아니라 데이터 센터에 있는 원격 서버를 통해 플레이할 수 있는 온라인 게이밍 서비스를 말한다. 클라우드 게임 앱을 통해 사용자는 다운로드하지 않고도 여러 게임을 할 수 있지만, 애플은 각 게임을 소위 '1타이틀=1앱' 원칙 하에서 모두 앱스토어에 별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는 애플이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상거래나 게임 등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수수료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차단 및 제한했다고 본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앱 내에서의 결제 등에서 최대 30%를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다.

 

둘째로, 다른 운영체제 기기와의 메시지 송수신 제한이다. 아이폰에서 아이폰 사용자들간 메시지는 푸른색 말풍선으로 보이고 안드로이드폰 등 다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의 메시지는 아이폰에서 초록색 말풍선으로 보인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초록색 말풍선 사용자는 사회적으로 따돌림과 차별을 받아, 10대들이 아이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강력한 사회적 압력이라고 지적했다. 

 

셋째로, 다른 회사의 스마트워치 사용성을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은 수신된 문자에 대해 애플워치로 답장이 가능하지만 다른 회사의 스마트워치를 사용할 경우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지만 스마트워치로 발신할 수 없게 하고 있다. 결국 아이폰 사용자는 타사 스마트워치의 기능을 제한하여 애플워치 이외에 선택권이 없게 만들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넷째로 애플 월렛 등의 기능이 독점적으로 제공되어 다른 회사의 디지털 지갑과의 연계를 제한하고 있다. 아이폰의 경우 NFC(근거리무선통신기술) 기반 결제 기능에 구글페이, 삼성페이 등이 차단되어 애플페이 만을 통해서 결제할 수 있다. 타사 디지털 지갑의 생성 및 타사 NFC 사용도 금지해 생태계를 독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 법무부와 애플의 소송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반독점법은 셔먼법, 클레이튼법, 연방거래위원회법 세 가지로 구성된다. 1890년에 제정된 셔먼법은 가격담합, 카르텔 운영, 부당한 거래 제한을 금지하고 있다. 클레이튼법은 1914년에 셔먼법의 결함을 시정하고 경쟁기업의 인수합병, 가격 차별, 임원 겸임 등 불공정 거래행위를 금지하여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다. 1914년에 제정된 연방거래위원회법은 우리나라 공정위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설립 및 권한을 규정한 법으로 불공정하거나 기만적인 경쟁방법 및 행위 또는 관행을 위법행위로 금지하는 등 공정거래를 위한 규제대상을 확대하였다.

 

이번 소송은 반독점법 가운데 셔먼법에 중점을 두고 제기하고 있는데 셔먼법은 기본적으로 ‘rule of reason(합리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독점과 관련되어 경제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항들을 고려해야 하고, 그 실체가 인터넷 서비스나 디지털 기술과 관련되어 있고, 법무부가 휴대폰 그 자체가 플랫폼이라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어 기존의 독과점 소송과 궤를 달리하여 소송이 오랫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미 법무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송은 1998년 시작되었지만 종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브라우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윈도우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 탑재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부와의 극적인 합의를 통해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별도 판매가 이루어졌고, 빌게이츠 당시 CEO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분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송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그 결말을 지금 당장 예단할 수 없지만, 애플 입장에서는 소송 자체의 무효성을 주장하여 기각 신청을 법원에 제기할 것이고, 법무부는 이에 대한 방어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워싱턴 D.C.나 버지니아주를 피하고 뉴저지주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뉴저지주에서 법무부가 비슷한 사례에서 승소한 경험 때문이라고 할 정도로 이번 애플소송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송이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높지만, 아울러 법무부가 승소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는 우선, 애플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졌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고, 아울러 그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을 법원이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애플의 스마트폰이 미국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65%를 초과하는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독점적 지위를 가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판례상 독점은 60% 정도의 시장점유율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것은 쉽지 않다. 설사 법무부 주장대로 애플을 스마트폰시장에 국한한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으로 확대한다면 애플의 독점적 지위가 분명하지 않을 것이다. 애플의 그러한 행위가 미국만으로 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 국내로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치가 타사의 신규 진입이 자유로운지 아닌지, 소비자가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자유로운지 아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치가 독점을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합법적으로 독점을 달성한 것이라면 당연히 불법이 아니다.

 

미 법무부는 애플이 계약을 통해 개발 환경을 제한하고, 사용자의 아이폰 의존도를 높여 소비자 및 개발자의 비용을 높이고, 이해관계자들에게 독점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과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등 HW와 SW, 서비스를 긴밀하게 통합하는 전략으로,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고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해 차별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불법(?)행위도 법원에서 애플의 이러한 폐쇄적 생태계를 혁신에서 비롯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화로 받아들이면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혁신의 결과가 될 뿐이다. 

 

사실 애플 뿐만 아니라 메타, 구글,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반독점법에 제소됐다. 미 정부의 시각은 변화하는 독점의 폐해를 정부가 제재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소비자와 경쟁기업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번 소송 이외에도 여러 반독점 관련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애플은 지난 2020년 에픽게임즈와 외부 시스템을 통한 우회결제를 놓고 소송전을 벌여 2024년 1월 최종 패소한 바 있다. 2024년 3월에는 유럽연합(EU)이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애플에 18억4000만유로(약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iOS라는 자체 운영체제로 경쟁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아이폰, 아이패드, 스마트워치 등 애플 기기와 호환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폐쇄적 생태계 때문에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애플이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여 소비자들과 경쟁기업이 피해를 준다는 이 소송의 결말이 어떻게 될까? 아이폰의 폐쇄적 생태계가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인지, 아니면 혁신으로 인한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로 인정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문제들 중 다른 운영체제 기기와의 메시지 송수신 제한 등을 제외한 문제들은 애플이 제소되기 전에 미리 손을 써 법무부가 내세운 쟁점 중 상당 부분이 의미가 없게 되었다. 애플은 2023년 기종과 관계없이 동영상 송수신 등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했다. 또 클라우드 게임 앱 배포 제한도 2024년 1월 폐지를 선언했다. NFC 액세스 제한 해제도 유럽에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입증 문제 때문에 현재로서는 애플의 기업분할은 가능해보이지 않고, 최악의 경우라 할지라도 벌금으로 결말이 지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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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4월10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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