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續)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1>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上)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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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적용되는 잣대보다 그들에게 적용되는 잣대가 더 느슨하기 때문이다. …(중략)… 그들이 새벽에 집안사람들(국민) 깰까 봐 뒤꿈치를 들고 걷는 것처럼 매사에 언행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졸저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중에서> |
“하… 기가 막히네.”
“왜 그러시나요? 스님.”
“대통령실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무슨 정신으로 이런 걸 보낸 건지…. 한번 해보자는 건가. 그래서 지금 회의 중이야.”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찾았을 때였다. (나는 지난해 1월부터 문화부 종교담당으로 출입처가 변경됐다.) 평소 친분이 있던 한 간부 스님과 차를 마시고 있던 중이었는데, 그가 문득 옆에 놓인 큰 선물 박스를 가리키며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선물은 설 명절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명의로 대통령실에서 보낸 것이었다.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설,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사회배려계층, 각종 단체 등 각계각층에 명절 선물을 보낸다. (잠시 한나라당을 출입했던 인연으로 이명박 대통령 시절 나도 받은 적이 있다. 출입처가 민주당으로 바뀐 뒤에는 오지 않았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큰 상자 안에 아카시아꿀, 유자청, 잣, 표고채 등이 각각 작은 상자에 담겨 있었는데 내용물에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각 선물을 담은 상자와 그 안에 동봉된 카드였다. 상자에 성당, 십자가, 묵주를 든 여인 등 가톨릭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봉된 카드에는 ‘우리의 기도’라는 제목의 기도문도 써있었다.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오늘처럼 좋은 날을 허락하시니 더욱 감사합니다. 상한 갈대도 꺾지 아니하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아니하시는 주님, 외로운 소록도에서 보호받고 있는 우리가 주님의 말씀에 따라…’라는 내용이었다.
조계종측에서는 하도 기가 막혀 왜 이런 선물을 보냈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놓고 이날 아침 총무원장 주재로 회의가 열렸다. 그리고 어이는 없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문제 삼지는 않기로 했다고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오후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과 황상무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부랴부랴 대한불교조계종 진우 총무원장을 찾아 사과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 실장은 “저희가 좀 많이 부주의하고 생각이 짧아서 큰스님들께 보내는 선물에 다른 종교의 표식이 들어가는 큰 결례를 했다”고 말했다.
나만의 까탈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작은 해프닝 속에 대통령실의 경직된 문화와 ‘마마’의 영향력이 있는 것 같아 왠지 씁쓸했다. ‘부주의’라고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대통령실이 각계각층에 보낸 선물은 차례용 백일주(공주), 유자청(고흥), 잣(가평), 소고기 육포(횡성) 등이다. 하지만 불교계에는 술과 육포 대신 아카시아꿀과 표고채를 넣은 선물을 보냈다. 스님들에게 술과 육포 선물은 엄청난 결례기 때문이다. 이 정도 신경을 썼는데 십자가 등이 그려진 선물 상자와 기도문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어디 뒤에 설명서에 작게 그려진 것도 아니고 상자 앞에 버젓이 그려져 있어서 안 보일 수가 없는데?
선물 상자에 그려진 가톨릭을 상징하는 그림은 국립소록도병원에 입원한 한센병 환자들의 미술작품이다. 실제 소록도에 있는 신성교회, 2번지 성당, 벽돌가마 터 십자가상을 그렸다. 대통령실은 “질병과 편견으로 아파했던 한센인들을 응원하고, 소록도가 치유의 섬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물 포장 그림을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입증할 바는 없지만, 앞 뒤 과정을 살펴보면 이 해프닝 뒤에 왠지 ‘마마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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