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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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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1월01일 17시07분
  • 최종수정 2023년10월31일 10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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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 중의 하나는 전문가가 자유롭게 가치를 창출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취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특별한 능력 갖고 있으며 희소성도 갖추고 있어 때로는 큰 경제적으로 보상을 받는다. 스포츠, 연예 분야의 최고 스타가 다수의 동료들 보다 큰 대우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반면에 국가는 항상 각 분야의 취약 계층을 챙겨야 한다. 돈이 다는 아니지만 이게 자본주의의 기본 체계이다. 이걸 인정하지 않으면 사회 시스템이 뒤틀린다. 그래서 글로벌시장에서는 모든 일자리에 대한 임금의 범위를 조사해 공유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바이탈의사 부족사태도 전문성, 희소성과 그들이 감당하고 있는 리스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결과이다. 공헌에 부합하는 대우는 하지 않고 예비 범죄자 취급이나 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무죄가 되기는 했지만 불합리한 병원시스템은 외면하면서 한 대학병원의 소아과의사들을 무더기로 기소한다든지, 수술실에 CCTV를 의무 설치한다든지, 특진제도를 없앤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이런 상태로는 의대정원을 아무리 늘려도 바이탈과 지원자가 늘지 않을 것이 뻔하다. 희소성에 맞는 대우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원을 늘려 희소성을 해소시키겠다고 하니 이는 사회주의적인 발상에 가깝다. 의료 행위는 단순 진료 만이 아니라 의사들이 기피하고 있는 리스크와 희생이 강조되는 환경 속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이 이만큼 발전한 데에는 진료 뿐 아니라 수재급의 인력들이 선후배 관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연구해온 결과임을 명심해야 한다.

교사, 판검사, 회계사, 공무원 등이 대학 졸업하고 시험 만 통과하면 연수를 거쳐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데 반해, 바이탈 분야에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의가 되려면 공익근무까지 포함해 약 1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의사 수를 늘리려면 일반의사와 바이탈 분야에서 치명적인 생명을 구할 의사를 균형있게 늘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근거로 삼고 있는 OECD 국가 평균대비 인구 천명당 의사수 비교도 따져 볼 요소가 많다. 국토의 크기, 인구 집중도, 의사 일일 진료건수, 인구의 변화 등을 같이 살펴야 한다. 한편, 의료 수가의 정밀한 분석이 없이 의사수를 늘리면 국가 전체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반대로 의사의 평균 수입이 줄게 되면 타 분야로의 우수 인력 유출이 일어나거나 의사들은 비보험 분야의 진료를 늘릴게 뻔하다. 

 

최고경영자의 급여를 일반 직원의 20배로 제한하겠다는 발상도 같은 맥락이다. 수십조, 수백조 원의 사업을 경영하는 능력과 전문성을 역시 인정하지 않는 태도이다. 절반에 가까운 근로자와 기업이 세금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이 일군 부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나라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부자들의 기부문화가 더 활발해지면 더 바랄게 없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렇지만 전문성을 가장 인정하지 않는 그룹이 아이러니 하게도 정치권인 듯 싶다. 정치권에 몸 담은 사람은 아무 일이나 다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 하기도 하고 그 속에서 기득권이 싹트기도 한다. 외교, 국방, 통일, 국토 등의 장관을 그 분야의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앉힌다든지, 전국의 수 많은 공기업의 감사 자리에 국회의원 보좌관을 내려 꼽는다든지, 더구나 정치는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평등사회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다.

 

전세계는 단순한 경쟁력이 아니라 특출함을 요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심화되면 국가 경쟁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러니 각 분야 탑 클래스의 인력의 유출이 증가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애초에 해외에 정착할 목적으로 한 조기 유학도 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천부적인 권리로서 평등권은 인정하더라도 각 분야의 전문가를 인정하고 대우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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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1월01일 17시07분
  • 최종수정 2023년10월31일 10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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