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계경제 전망이 한국경제에 주는 의미-불확실성의 증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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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MF가 내년도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하였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금년의 3.0%에서 내년 2.9%로 낮추어 전망하고 미국 중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들의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예외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고 있는 유렵의 경우 금년에 비해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23년에 비해 상당히 높게 전망한 것이 두드러졌다. IMF는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하였는데 이는 금년도 성장률 1.4%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한국 경제가 양호하다는 낙관적인 의견을 피력하였다.
과연 “한국 경제는 낙관적인가?” IMF 등 전망기관들이 구체적인 전망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관해 직접적으로 답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 경제 흐름에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경제성장률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경제 사정이 낙관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 세계 경제 흐름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내년도 우리 경제 성장률의 고저를 논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최근 세계 경제 흐름의 변화와 그에 따른 시사점을 간과할 수도 있다.
IMF가 우리나라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높인 배경을 세계경제의 변화와 연관하여 이해하여야 한다. 세계 경제 흐름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하여 경제성장률이 다소 높아진 것이라면 굳이 경제 사정이 좋고 나쁨을 평가할 근거로 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보다는 세계 경제의 큰 변화로부터 새로운 차원의 교훈과 시사점을 얻는 것이 더욱 건설적이리라.
이러한 차원에서 이 글은 IMF 전망 보고서에 나타난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정리하고 그로부터 몇 가지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에 근거하여 우리나라 내년 성장률 전망치의 의미를 살펴보고 그에 합당한 정책 방향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COVID-19 이후의 경제 여건의 변화>
2019년 12월말 예상치 못한 유행병 COVID-19가 발생함으로써 세계 경제의 흐름에 큰 변화가 발생하였다. 경제적으로 타격을 주는 수준을 넘어 국제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세계경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의 변화를 ‘세계경제의 분절화’와 ‘경제 여건의 급변동’ 등 두 가지 주제로 정리하고자 한다.
1. 세계경제의 분절화(fragmentation)
코로나 확산에 대응한 대책으로 사람들의 이동과 접촉을 금지하는 봉쇄(lockdown) 정책이 취하여졌다. 이로 인하여 경제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지지 않으면서 상호 의존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세계공급망(GVC; global value chain, 세계가치사슬)이 단절되었다. 초기에는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인하여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무역갈등 등을 배경으로 일부 품목은 수출이 금지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필수 공산품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경우 자칫하면 경제 안보와도 직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국가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적인 공급능력을 확충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코로나를 계기로 미중 갈등이 더욱 격화되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몽을 내세운 중국은 노골적으로 세계질서를 자국 중심으로 전환코자 시도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을 야기하였다. 그러다가 코로나를 계기로 새로운 전염병의 발병 배경과 원인, 방역 대책의 실효성 등에 관한 논란을 통해 양국의 갈등은 첨예화되었다.
결국 종전의 자유무역체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종전에는 세계경제가 통합되었다고 한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지역이나 나라별로 분리되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세계경제체제는 “경제권의 분절화”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자국 우선주의 등의 경향이 팽배해졌는데 이러한 추세에 유럽연합(EU)마저 가세하고 있다. 종전의 세계경제체제는 신자유주의 혹은 Washington Consensus에 입각한 자유무역체제라고 한다면 현재는 주요 경제권에서 독자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색체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Washington–Beijing–Brussel Consensus 체제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정치적으로는 신냉전 체제가 형성되었다. 러시아와 중국 등 구사회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이 사실상 종신의 임기를 보장받으면서 전체주의 국가가 부활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의 진영과 중국-러시아 주축의 반미 노선을 주창하는 나라들이 서로 반목하는 세계 정치적 지형이 현성되었다. 이를 배경으로 전쟁 등의 갈등이 표면화되기에 이르렀다.
2. 경제여건의 급변
경제여건이 급변한 것도 최근 세계경제 흐름의 큰 특징이다. 2021년초 백신 공급을 계기로 세계경제는 정상화 단계로 진입하였다. 그러나 GVC는 과거로 복귀되지 않았다. 세계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는 등의 요인이 작용하였다. 2021년 봄철 이후 공급 부족 등으로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 완화 등의 이례적인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근래의 물가 상승은 천지개벽에 해당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마저 발발하였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에너지 및 곡물 등 원자재 가격 폭등하였다. 이로써 물가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 연준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최근 물가 상승은 공급부족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 과정과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조처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환율도 요동을 쳤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미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국 화폐의 약세를 경험하였다. 그리고 환율 약세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또 다시 고물가를 자극하고 이로 인하여 다시 금리를 인상하는 악순환도 형성되었다.
결과적으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최근 세계경제의 거시경제적 특징으로 고착되는 추세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로 중동 정세마저 불안해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불안이 심화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 흐름의 특징; K자형 양극화 현상>
코로나 발생 이후 분절화되고 경제여건이 급변함에 따라 세계화 시대와는 달리 국가별, 부문별로 차별적 경제 흐름이 나타나는 추세이다. 일부 언론에서 비교 대상의 움직임이 서로 달라 마치 K자와 같이 서로 엇갈리고 이격된다고 보아 이러한 용어로써 최근 경제 흐름을 서술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업종별 국별 부문별 차이를 간단히 서술하고자 한다,
1. 업종별 차이
코로나 유행기에는 제조업이 서비스업에 비해 호조를 보였다. 이동 제한 등 봉쇄조치가 단행됨에 따라 대면 서비스는 전면적으로 중단되었다. 반면 원격 소통, 재택 근무, 실내 활동 등을 위한 컴퓨터 등 전자기기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 제품들의 생산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경제활동 정상화 이후에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억눌린 소비활동이 정상화되면서 노동집약적 서비스업(관광 외식 등)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이 부문에서 인력이 부족하여 노동시장의 여건이 타이트해지는 배경이 되었다. 그에 비해 물가 상승 등으로 재화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무역갈등의 심화 등의 요인마저 가세하였다. 게다가 금리가 상승하는 추세에서 제조업은 금리민감 업종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부진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비슷한 차원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업황도 서로 엇갈렸다. 코로나 유행기에는 각종 전자기기 생산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한 반면 자동차는 이동 제한 등으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데다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도 여의치 않았다. 회복기에는 제조업 부진 등을 반영하여 반도체 수요는 줄어든 반면 자동차는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수요가 는 데다 전기차 등 신 제품들이 공급되면서 생산이 활기를 띠고 있다.
2. 국별 차이
코로나 유행기에는 미국과 유럽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이 나라들에서는 방역 대책으로서 봉쇄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못함에 따라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하였다. 이에 더하여 높은 노령인구 비중 등으로 인명피해도 컸다. 피해 보상 등으로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실물적 위기가 금융부문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금융 이완 대책도 동시에 추진하였다.
그에 비해 중국은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코로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손실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 2020년 미국과 유럽은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중국은 플러스 경제성장을 유지하였다.
2021년 초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경제사정은 역전되었다. 가장 먼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미국은 그 보급에 적극적이었고 결과적으로 가장 먼저 일상생활을 정상화시키는 나라가 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는 빠르게 회복되었다.
반면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경제적 피해가 장기화되었다. 2022년말에 이르러 불가피하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였지만 경직적인 태도로 상황 변화에 적응이 늦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과 유럽의 차이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차이에 기인하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 수입이 중단된 데다 우크라이나 지역의 곡물수출 감소로 인한 피해도 상당하다. 에너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유럽의 경우 금리를 더욱 큰 폭으로 인상하기에 이르렀고 결과적으로 2차적 차원의 간접적인 영향마저 나타나게 됨으로써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되었다.
특히 독일의 경우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데 더하여 제조업 의존적 경제의 문제점도 부각되었다. 더욱이 중국과의 교역을 확대하였고 중국산 원자재에 크게 의존하여왔는데 중국의 성장 둔화, 중국 정부의 국산화 추진 및 수출 제한 등으로 독일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에 더하여 독일의 경우 고금리에 불리한 금융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간의 저금리 등을 배경으로 늘어난 주택대출 중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높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그에 비해 고정금리 대출이 많은 미국에서는 금리 안상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정도가 작다.
높은 중국 의존도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경기가 부진한 나라는 독일뿐만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만 일본 등도 대중 의존도가 높아 최근에 경기 부진을 경험하고 있다. 게다가 이 나라들은 IT수출 비중이 높은데 최근에는 제조업의 부진 등으로 IT 수요가 위축됨으로써 이 나라들의 부진이 심화되었다. 반면 제조업 환류를 통해 중국과의 단절을 강하게 추진하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와 함께 미국의 friendly reshoring의 대상지인 캐나다와 멕시코도 여타 국가들에 비해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 실물과 금융의 상대적 격차
실물 부문의 부진과 경제여건의 급변을 반영하여 금융부문에서는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자금 흐름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변덕스런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특히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국채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우려가 큰데 그동안 국채 시장은 안정적 시장으로 인식되었지만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고 높은 수준이 지속됨에 따라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불안 요소가 점차 늘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초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의 대출상환 시기가 도래함으로써 대출시장과 회사채 시장의 경색도 예상된다. 차입자의 자금 사정 악화를 배경으로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험도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한 나라들의 경우 거품 붕괴 위험도 없지 않다. 특히 중국의 경우 근래 부동산개발회사들이 연쇄 부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4. 요약
코로나 발생 이후 부문별 국별 경제적 성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이 요소들과 관련한 대책들은 앞으로 새로운 세계경제체제에서 각국이 추진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달리 말하면 바뀐 세계경제질서에서 한 나라가 갖추어야 할 이상적인 경제시스템에 이 요소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 요소로는 사회경제적 기반시설을 지적할 수 있다. 인터넷 무선통신 등 디지털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나라들은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그리고 사회복지체제가 잘 갖추어진 나라들은 조기에 회복 단계에 접어든 데다 회복속도도 빨랐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이가 더욱 확대되었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인프라 등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경제구조의 다양성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능력을 보유한 경우에는 코로나 등으로 인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던 데 비해 일부 업종이나 분야에 의존하는 나라들은 그 충격이 컸다.
세 번째로는 금융부문의 강건성도 국별 경제적 성과를 가져오는 요소였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책을 달리 강구할 수 있는 정책의 신축성 등도 경제적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도 국별 경제적 성과를 초래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 사실이다.
<한국 경제 전망의 배경과 평가>
IMF가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금년 실적보다 높인 것은 주로 반도체 경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 제조업에 비해 반도체 경기가 선행한다는 점에서 내년도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금년 중 부진하였던 제조업이 내년 이후에는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 전망 기관들도 유사한 입장이다. 예컨대 한국은행의 8월 전망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상승의 배경으로 IT (반도체 포함) 경기 회복을 꼽고 있다. 이외에도 수출 부진의 완화, 국내 소비의 회복과 중국 관광객 유입 확대 등을 그 요인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IMF의 한국 경제 전망치에 관해 평가하고자 한다.
첫째 IMF의 경제전망치에는 우리 경제의 반도체 의존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세계 경제 추세와 유리되어 유독 우리나라만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은 반도체 경기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만일 여러 부문의 경제활동이 활발하다면 세계 경제 전망치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다양성을 갖추어야 할 경제시스템으로서는 약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야 하겠다.
둘째로는 새로운 세계경제질서가 형성되면서 불확실성이 많아졌다는 점에 대해서도 유의하여야 하겠다. IMF의 보고서 자체가 다양한 위험 요소를 적시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특유의 위험요인을 많이 안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내년도 우리 경제가 직면하는 위험 요소들을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중요한 것은 내외 여건의 불안정으로 인하여 경제성장률 전망에서 하방 위험이 훨씬 크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도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IMF와 동일하게 2.2%로 제시하였지만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언급하였다. 실제로도 시장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기술적 분석으로는 회복 단계에 접어들 시기가 되었지만 회복될 조짐이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고금리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내년도 제조업이 회복되기 어려운 여건이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내년도 2.2%의 성장률이 바람직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저성장이 가시화된 2013년 이후 2022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7%였다. 이 기간 중 취업자 증가율은 연평균 1.2%으로 노동생산성 향상은 매년 1.5% 내외로 추정된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면 경제성장률 2.2%로서는 노동시장 사정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된다. 돌이켜 보면 2010년대 취업의 질적 측면에서 저임금 직종에서 취업자 늘었다. 만일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2010년대 평균 성장률 이하에 머문다면 노동시장 사정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다.
취업의 질적 개선과 아울러 높은 임금을 기반으로 내수를 확충하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2010년대 평균 성장률 상회하는 수준, 예컨대 3% 이상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로 고용 문제가 과히 심각하지 않았던 2000년대의 경우 생산성 향상이 연평균 3%에 달하였고 실제 경제성장률은 4.4% 수준이었다.
한편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이 점차 약화되는 것에도 유의하여야 하겠다. IMF나 OECD 등 주요 기관의 2024년도 세계경제 전망치는 2023년도 예상 성장률 3.0% 이하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도 성장률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논거로는 자본장비율 감소 등을 배경으로 생산성 향상 속도가 지연되는 데다 세계경제 분절화 등으로 세계교역량도 감소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경제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맺음말>
금번 IMF 경제전망은 다른 때와는 달리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엄중하다. 우선 정책 당국자들의 일반적인 태도와 입장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K자형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평균적인 수준이나 숫자는 별 의미가 없다. 각 부문별 특수성 등을 감안하여 해당 분야의 문제 여부를 진단하고 대응하는 노력과 자세가 절실하다. 그리고 분절된 세계 경제로 인하여 위험 요소는 더욱 다양해지고 강도가 세졌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양한 위험요소에 대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소위 risk management approach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위험이 가시화되고 난 뒤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종전의 방식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세계경제질서의 변화에 상응하여 이상적 경제 시스템을 새롭게 건설하기 위한 몇 가지 정책 과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내외 수요의 적절한 조화를 도모하고 생산시설의 국내 잔류 및 유치를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특히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유의하여 교역 상대국의 다변화, 국내 산업구조의 다양성 확보 등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금융부문의 강건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이다. 차입의존도를 경감하는 데 더하여 부채 구조의 건실화도 중요한 정책 과제이다.
그리고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데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여야 하겠는데 디지털 관련 물적 인프라 이외에도 사회복지제도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도 긴요하다.
결론적으로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금년보다 높아진다고 좋아할 일이 전혀 아니다. 유독 우리나라만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지는 것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오히려 단점이 부각되었다는 점을 직시하여야 한다. 현재 새로운 세계경제 흐름으로 인하여 다양한 정책과제들이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숫자 하나에 일희일비할 상황이 아니다. 당국자들은 다양한 부문에서 관련 대책들을 광범위하게 시행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의식을 느껴야 할 때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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