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기자가 메모한 여의도의 모든 것 <2> 여의도 ‘괴’ 씨 문중 사람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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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회의에서 20대 국회에서는 세비를 올리지 않고 동결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앞으로 본회의 출석 수당을 비롯해, 각종 수당의 합리성과 적정성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2016년 6월 30일 새누리당 지도부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가진 기자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당시 새누리당은 두 달 전 20대 총선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하고 비대위가 들어선 상태였다. 민주당과 결별한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하며 38석을 가져갔음에도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이었으니 참패라고 할 만도 하다. 이 총선 참패가 새누리당이 이후 대선, 지방선거 등에서 4연패로 가는 시발점이었다.
히틀러의 국민계몽선전부 장관이었던 파울 요세프 괴벨스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한 번 말한 거짓말은 부정하지만, 두 번 하면 의심하고, 세 번 하면 믿게 된다”라고 했다. 거짓말도 지속해서 반복하면 참인 것처럼 믿게 된다는 것이다. 그 괴벨스의 후손들이 여의도에는 즐비하다.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선거에 지면 혁신을 외치면서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게 ‘국회의원 세비 동결·삭감’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당시 민주통합당은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을 결의했고, 새누리당도 동참하겠다고 했다. 물론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 많은 국민이 국회의원 월급을 깎아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그들이 밥값을 못하고 정쟁과 자리싸움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혁신안은 “월급을 깎겠다, 동결하겠다”가 아니라 반대로 “앞으로는 밥값만큼 일하겠다”가 되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일을 더 하겠다가 아니라 월급을 동결하겠다니…. 그들은 ‘일은 여전히 안 하겠다’라는 말을 이런 식으로 돌려친다. 사실 굉장히 뻔뻔스러운 말인데 워낙 교묘하게 하다 보니 월급 동결을 마치 정치를 혁신하는 방법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심지어 한 발 더 나가 ‘세비 반납’이란 용어까지 만들어내는 걸 보면 기가 차다.
2021년 9월 민주당의 모 의원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무산되자 “처리될 때까지 세비를 어려운 국민에게 반납하고 그때까지 더 열심히 일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미 지급된 세비를 반납할 방법은 없다. 무엇보다 반납 받는 창구가 없다. 세무서나 은행에 가서 입금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물론 자신이 받은 세비를 다른데 기부할 수는 있다. 국회의원이 기부처를 지정하면 국회사무처에서 의원 계좌 대신 해당 기부처로 곧바로 송금한다. 하지만 이것은 반납이 아니고 기부다. 그런데 이런 일이 너무 자주, 오래 반복되다 보니 선량한 국민은 ‘세비 동결’ ‘세비 삭감’ ‘세비 반납’이 마치 진짜 정치를 혁신하는 방법인 것처럼 여기게 됐다. 괴벨스가 따로 있나. 정신증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뇌가 정보를 왜곡해서 실제로 경험한 것과는 다른 정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환자는 자신이 경험하는 것이 가짜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다. 뇌가 자신을 속이고 있기 때문에 환각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고, 자신의 망상을 현실과 일치시켜 정당화하게 되며, 더 나아가 뇌가 자신이 하는 행위는 무조건 옳다고 생각해버려 아무런 죄책감 없이 파괴적 행위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PS. ― 뇌를 국회의원, 환자를 국민으로 바꿔 읽어도 얼추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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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23년 8월 펴낸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도서출판 북트리 刊>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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