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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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한 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독자적인 인도‧태평양전략 수립을 언급했고, 2022년 11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자유‧평화‧번영 이라는 비전과 포용‧신뢰‧호혜 라는 협력원칙에 입각한 한국의 독자적인 인도‧태평양전략 발표를 예고했고, 12월 28일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인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전략”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포괄적 지역 관여전략을 발표했다.
사실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주요 부분은 2022년 7월 발표 된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 에 이미 담겨져 있다.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력에 걸맞은 기여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확대하여 규칙과 규범에 기반 한 국제질서 구축을 위한 노력에 동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글로벌 중추국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협력 의제를 발굴하고 국가 간 협력 논의를 주도 할 수 있는 능력(의지, 경제력,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에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향 후 과제를 점검해 보고자 한다.
<주요 내용>
한국 정부는 인도‧태평양지역을 지경학적‧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 인식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65%가 거주하는 이 지역에서 세계 GDP의 62%가 생산되며, 역내 무역은 세계 무역의 46%를 차지한다. 특히 한국 수출의 78%와 수입의 67%가 이 지역에서 이루어지며,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중 66% 가 이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한편 세계 해상운송의 50%가 태평양-남중국해-인도양을 통해 이루어 진다. 특히 한국의 원유 수입의 84%, 가스 수입의 46%가 이 해역을 통과한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법치 및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가 도전을 받고 있으며, 지정학적 경쟁, 군비 경쟁 등으로 안보 취약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무역 보호주의 확산과 공급망 교란 등으로 경제성장 동력도 약화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 및 경제 불안정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지역 건설’이라는 전략 목표를 설정했다. 한국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증진, 보편적 가치 중시, 규칙에 기반한 질서 강화를 통해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지역을 건설하고, 일방적 현상 변경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국제법과 규범을 통한 국제관계 조성하여 평화적 분쟁 해결을 통해 ‘평화로운’ 인도‧태평양 지역을 건설하고,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구축하여 지역 국가들이 함께 ‘번영하는’ 지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물론 한국은 전략목표 달성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도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전략 추진을 위해 ‘포용, 신뢰, 호혜’ 라는 3가지 협력원칙을 발표했다. 포용원칙은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고 비전과 원칙에 부합하는 모든 국가와 협력이 열려 있다는 것이며, 신뢰는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고, 호혜는 성장을 파트너 국가들과 공유하고 상호이익을 공유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전략 추진의 지역적 범위를 북태평양, 아세안,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유럽과 중남미를 포함하는 다소 넓은 범위로 설정했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한미동맹 강화,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 구축, 국제규범과 규칙, 그리고 상호존중에 기초한 성숙한 한중관계 구축에 주력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아세안 중심성과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 관점(AOIP)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남아시아의 맹주인 인도와의 관계 증진을 강조했다. 호주, 뉴질랜드와의 협력 중요성 강조했고, NATO와의 연대 강화,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국가와 다자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임도 밝혔다. 역내 국가들과 양자 관계 강화는 물론 지역의 소다자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전략목표 달성을 위해 선정한 9개의 추진 과제는, ① 보편적 규범, 규칙, 및 가치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여 인태지역 질서 구축; ② 법치주의 확대와 인권 증진을 위한 협력 강화; ③ 비전통안보(비확산 및 대테러) 확보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 ④ 경제안보, 전통안보, 비전통안보 를 모두 포함한 포괄적 안보협력 확대; ⑤ 공급망 안정 및 회복력 증진을 위한 경제안보 네트워크 (IPEF, RCEP, CPTTP, DEPA) 에 적극 참여; ⑥ 첨단기술(반도체,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바이오, 차세대 통신, 우주연구) 협력 강화 및 디지털 격차 해소 기여; ⑦ 기후변화 및 에너지안보 협력 주도; ⑧ 역내 저개발 국가 발전을 위해 맞춤형 개발협력 파 트너십 증진; ⑨ 역내 국가들과 양자관계 발전을 위해 상호 이해와 교류 증진 등이다.
결론에서 한국정부는 역내 자유, 평화 번영을 위 해 역할을 수행할 능력과 의지가 있음을 재차 강조 하고, 향후 세부계획 마련과 소지역별 정책 구상을 구체화할 것을 약속했다.
<평가>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답게 국제정세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급격한 부상으로 인한 국제질서 변화 움직임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고, 미중갈등 고조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공급망 교란과 에너지 및 물가 폭등 그리고 보호주의 무역 등장으로 지경학적 불안정도 이어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의 안전과 번영을 뒷받침했던 국제 질서가 급격하게 악화(변화)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독자적 전략을 발표한 것이다. 제목 이 ‘인도‧태평양전략’이지 전략 추진 범위 설정에 있어 일부 대서양 연안의 남미와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시키려는 세계전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외교의 지평과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담긴 전략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은 전통안보(해양 안보, 지역질서 재편 등), 비전통 안보(핵확산, 국제테러, 사이버안보, 기후 문제 등), 그리고 경제안보(첨단기술 협력, 공급망 안정)를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안보협력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한국은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해양안보 협력 확대를 통해 남중국해 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확보를 강조했고, 역내 다자간 연합훈련 적극 참여와 QUAD와의 협력 증진을 언급함으로써 전통안보 안정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한국이 통상국 가임을 선언함으로써 경제안보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규칙에 기반한 경제질서 강화에 나설 것임도 밝혔다. 자유무역 증진과 공급망 안정을 위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역내포괄적동 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동반자 협정(CPTPP)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다자협력을 강조한 것은 좋은 선택이라 판단된다.
특히 한국은 중국을 현상변경 세력으로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일본 및 NATO)의 대중국 인 식과 차별화했고, 중국을 인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로 규정하면서 중국과 국제 규범과 규칙을 존중하면서 상호존중 및 호혜를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보다 성숙한 관계를 구현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또한 한중일 정상회담 정상화를 강조하며 3국 협력의 필요성도 언급하였다.
<과제>
그러나 이렇듯 한국은 중국을 배려해 포용, 신뢰, 상호주의 등을 전략서에 강조했지만, 전략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전략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주요 요소인 대만해협, 남중국해, QUAD, 인 권, 민주주의 증진, 첨단기술 통제, 공급망 재편 등이 한국 전략서에 포함되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와 발전을 위해서는 남중국해 에서 항행의 자유가 존중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확보되어야 함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중국 견 제 의미가 내포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반대’, 한미일 협력, 한미호 협력, NATO 파트너 4개 국 협력, QUAD와 점진적 협력 확대 등도 강조되었다.
결과적으로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강조한 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양국 정상 상호방문과 고위급 관리의 교류를 강화하고, 북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 확보, 공급망 안정을 통한 경제협력, 그리고 비전통안보협력, 문화교류와 같은 실질적 협력 증진을 통해 상호존중에 기반한 한중관계 구현이 협실화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한미일 협력 증진을 위해 ‘가까운 이웃 국가’로 규정한 일본과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정상화 해야 한다. 현재 한일 간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 징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으나, 이 문제는 각국의 국내정치와 연계되어 있어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 한일 정상은 정상회담을 통해 국내정치보다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해 서로 양보 하여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한편 한국은 국제적 역할 강화를 약속했다. 문제는 한국 역할 수행의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한국이 국제문제에 어느 정도 관여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예를 들면, 역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은 얼마만큼 (재정적, 군사적)부담을 해야 하는지, 남중국해 및 대만해 협의 안정을 위해 한국은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지(항행의자유작전 참여?), 중국과 미얀마에 대해 인권강화와 민주주의 증진을 요구할 수 있는지, 한미일 안보협력은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한국의 인도‧태평전략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우리의 국익 확보는 물론 역내 국가들의 공동 번영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국정과제에서도 밝힌 지역별 맞춤형 협력네트워크 확대‧강화를 통해 한국의 외교 지평을 넓히고 포괄적 도전에 대응력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3-2월호 제8호](2023.2.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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