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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검찰조사 유감(遺憾)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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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2월01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2월01일 11시04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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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표가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그리고 뒤이어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또 추가로 소환돼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고 한다. 경위야 어찌 되었건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검찰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범법자일 거라고 확신하고 불러들이고 있고 이재명 대표는 정적 제거를 위해 없는 죄를 만들어 덮어 씌우기 위해 자신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길거리 양쪽에서는 서로 상대 진영을 경멸하는 구호가 난무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허구인지 중요치 않다. 각자 자기 입장에서 사건을 정의하고 자기들 소리만 외친다.

 

이런 풍경은 길거리 싸움 뿐만 아니다. 여야 정당도 덩달아 한쪽은 범죄자 취급하고, 한쪽은 대선 패자의 설움을 토로한다. 야당은 검찰이 야당을 흠집 내기 위해 야당 대표를 망신 주고 있다고 한다. 야당은 충성스런 정치 검찰이 야당 지도자에게 모욕을 주고 민주당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야당을 갈라치기 위한 수법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은 정치적 입장에서만 자기들 주장을 펴고 있다.

 

이렇게 한 사안을 놓고 온 나라가 감정 싸움, 진영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실체적 진실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국가 정책을 놓고 여야가, 그리고 국민이 서로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편 싸움하고 있다. 자기 편은 무엇이든지 다 옳고, 잘못은 그럴 수 있는 일로 문제 삼지 않는다. 2019년 조국사태의 재판이다. 내로남불,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이다.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과정k(process)을 거치는 게 이상할 게 없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성숙한 숙의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를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논의되면서 해법을 찾아가는 복잡한 process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선 그 시끄러움이 법 질서도 무시하는 진흙탕 싸움이다. 사회 기본질서인 법치가 정치 진영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다르다. 케이아스(chaos)다. 국가를 이끌어 가야 할 정치권은 상호 ‘check and balance’를 통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진영이 살고 상대 진영을 죽이기 위한 ‘check and kill’만이 횡행할 뿐이다. ‘K-Politics’로 명명(命名)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사건은 좀 냉정하게 살펴보면 이 정도로 여야가 국사를 팽개치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 일인가 의아하다.

엄밀히 따져보면 검찰이 소환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는 이재명 대표 개인이 한 일에 대한 것이다. 이 대표가 민주당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기소라도 되면 당이 무너지기라도 할 듯이 당 대표를 지키기 위해 당직자들이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결사 옹위하며 검찰에 출석하는 곳까지 동행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당 차원의 단일대오를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도 있다. 이렇다 보니 야당은 임시국회를 열어 놓고도 모든 당력을 이재명 대표 검찰소환 문제에 매달려 있다. 이재명 대표 범죄가 입증되면 민주당도 범죄자를 비호한 죄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누구 옆에 서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정체성이 붙여지는 게 정치 현실이다. 지지자들이 몰리는 것은 그렇다손치더라도 국민의 대표가 우르르 몰려가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자기들이 임시국회를 열어 놓고 무엇하는 짓이냐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당과 무관하게 저지른 일로 사법기관에 들어가면 개인이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정치는 정치이고 개인 일은 개인 일이 아니겠는가. 정치인들의 이런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성숙한 정치 질서이고 이런 환경이 되도록 국민들이 유도하는 것도 성숙한 민주주의 모습일 것이다. 정치 수준은 국민 의식 수준이다.

 

이와 함께 한 국가 사회는 법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고 다스려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 현실을 뒤돌아보면 검찰은 항상 정권의 호위무사였다고 말하면 공감하지 않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적폐청산을 위해 검찰이 나서는 것을 적극 옹호 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에 대한 검찰수사가 들어오자 이번에는 없는 죄 만드는 정권의 폭거라고 한다. 적폐청산으로 당했던 집단은 이번 기회에 법치가 바르게 세워져야 한다며 검찰의 활동을 극찬한다. 검찰이 정권 의중에 따라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검찰이 왜 이런 소리를 듣는가. 스스로 뒤돌아보아야 한다. 검찰은 권력에만 충성하는 집단으로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인식되고 있다. 이는 우리 과거를 보면 알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공인된 최고 엘리트집단이 혹시나 출세를 위해, 바람 같은 권력을 얻기 위해 그런 짓을 했던 것은 아닌지 통렬히 반성했으면 좋겠다.

 

이번 사건은 결국은 법원 재판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법원 역시 진영논리에 갇히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판사의 꽃일 수 있는 대법관마저 로비에 넘어가 재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권순일 대법관이 로비에 넘어가 재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검찰이든 법원이든 사법기관이 바로 서야 할 것이다. 올바른 법 질서를 통해 정치도 결국 올바른 길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소환조사를 계기로 대한민국 정치가 업그레이드되고 사법기관 역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재정립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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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2월01일 11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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