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전망> 가계부채 리스크의 누적 : 양적 증가 둔화에도 질적 악화 지속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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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의 증가세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계신용 규모는 1~3분기 동안 35.9조원 늘어나 2018년 같은 기간의 증가 규모인 63조원의 60%에 그쳤다. 전년동기대비 가계신용의 증가율로도 지난해 3분기에는 3.9%로 2018년의 5.9%에 비해 다소 낮아졌다. 2015~2017년 중 10%를 넘었던 것에 비한다면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둔화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경제 전체나 가계의 소득 증가 속도에 비해서는 빠른 편이다. 그 결과 GDP 대비 가계신용 규모는 2017년말 79%에서 2018년말 81.2%, 2019년 3분기말 82.1%로 소폭 높아졌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로 보면 가계신용 규모가 2017년말 156.3%에서 2018년말 158%, 2019년 3분기말 160.3%로 높아졌다. 그래도 2015~2016년 기간 중 GDP나 가계소득보다 가계부채가 훨씬 빠르게 증가하면서 우려를 자아냈던 것에 비하면 비교적 소득 대비 가계의 부채 부담이 안정화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개인이 보유한 자산 대비로도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확연히 둔화세다. 2019년 3분기말 비영리법인까지 포함한 보다 넓은 범위의 개인부문의 금융부채는 금융자산 대비 47.3% 수준으로 2015년의 44.7%보다는 높지만 2018년말의 48%보다는 낮아졌다.
가계부채 잠재 리스크 계속 축적되고 확대되는 중
양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수치로 보면 가계부채의 리스크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있는 듯하지만,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우선 가계부채의 양적인 둔화세가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주택구입 및 전세 자금 마련, 개인사업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대출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인위적으로 대출수요를 억누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저금리를 유지하여 대출수요를 부추기면서도 여러 규제 조치를 통해 가계대출을 가로막고 있는 모순된 상황이다.
가계부채의 부실화가 진행되는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고, 미시적으로 보면 여러가지 위험요인이 축적되고 확대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DB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6~2018년 중 하향안정세를 유지하던 가계대출 연체율이 2019년에는 소폭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비은행 가계대출의 연체율 상승이 보다 두드러진다. 아직 연체율의 상승 폭이 크지 않고 과거에 비해 연체율 수준이 낮은 편이어서 가계부채의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저금리 속에서도 연체율이 미약하게나마 높아진 것이어서 무시하기는 어렵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 가계대출 연체율이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해 왔던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고 경기부진이 심화될 경우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 동안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현실화되지 않았던 것은 가계부채의 주체, 용도 등의 측면에서 건전성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즉 가계부채의 70% 정도는 소득 기준으로 상위 40%에 해당하는 가구가 지니고 있다. 상당 부분의 가계부채는 부채상환능력이 높은 중고소득층이 보유하고 있어 당장의 부실 리스크는 높지 않은 것이다. 또한 늘어난 가계부채가 대부분 소비성 자금보다는 부동산 구입과 개인사업 자금으로 쓰인 것도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을 막았던 요인이다. 부채가 늘어난 만큼 그에 상응해서 자산도 늘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경기호조로 자영업을 비롯한 개인사업 여건이 좋을 때는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경기부진이 장기화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부채의 명목금액은 그대로 인 채 부채를 통해 확보한 부동산이나 사업 관련 자산이 줄어들 경우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기존의 가계부채 통계에 빠져 있는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가 상당하다. 한국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2019년 9월말 현재 자영업자의 대출금액은 670.6조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가계대출이 아닌 개인사업자 대출로 분류되는 규모가 65% 이상이다.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세도 최근 둔화되는 추세이나 여전히 전체 가계대출에 비해 증가 속도가 월등히 높다. 높아진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회식문화 축소 추세에다 경기부진이 이어진다면 자영업자들의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고령층 가구의 가계부채도 취약 요인
최근 몇 년간 고령층 가계의 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것도 가계부채의 잠재적인 리스크가 높아진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DB를 이용한 분석에 의하면, 60대 이상 고령층 가구의 가계부채는 2019년 3분기말 현재 18.1%로 2015년말 15.8% 이래 꾸준히 높아져 왔다. 고령층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영향도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고령층 가구가 임대료 수입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차입을 통해 주택 구입을 크게 늘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 상으로는 고령층 가구의 가계부채 건전성이 나쁜 편은 아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로 보면 2019년 3월말 현재 60대 이상 고령층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19년 3월말 현재 159.3%로 2018년 3월말의 168%에 비해 낮아졌다. 전체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2018년 3월말의 164.2%에서 167.3%로 높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유자산 대비로 보더라도 고령층 가구의 가계부채 비율이 낮다. 2019년말 현재 가구주가 60대 이상인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66%로 전체 평균 74.8%보다는 낮다. 전체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고령층 가구가 2019년 3월말 현재 12.4%로 전체 평균 18.3%보다 낮다. 특히 고령층의 부동산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16.1%여서 전체 평균 26%보다 크게 낮다.
그러나 고령층의 경우 향후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소득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소득을 감안한 부채 규모가 작은 것은 아니다. 여타 선진국에 비해서도 우리나라 고령층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훨씬 높다. 또한 부동산 자산에 치우쳐 있는 구조도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60대 이상 고령층 가구의 경우 77.2%에 달해 전체 평균 70.3%보다 높다. 고령층 가구일수록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경계 지속되어야
가계부채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라면 미래 예상되는 소득을 앞당겨 쓴 셈이다. 부동산 등의 자산 구입을 위해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면, 자산가격 상승 또는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영업을 비롯한 개인사업 목적으로 빚을 낸 것이라면, 역시 사업이 잘 돼서 수익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 때문이다. 결국 가계부채란 근로소득이든 자산소득이든 투자소득이든 미래에 소득이 새로 발생하여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가 유지되는 한 가계부채의 지속 가능성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가 어긋나게 되면 가계부채를 갚을 능력이 사라지면서 원금과 이자를 연체하거나 갚지 못하게 된다. 연쇄적으로 가계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손실을 입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신용경색이 확산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급속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막대한 가계부채가 경기침체의 골을 깊게 하고 경기침체 기간을 늘리는 폭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동안 가계부채의 위험성과 관련된 경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경제전문가나 학자, 언론 등으로부터 제기되어 온 것이다. 그럼에도 그 동안 가계부채와 관련된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으면서 가계부채 위험성에 자칫 둔감해지거나 가계부채 위험에 대한 경고를 등한시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과다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축적된 위험은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 연착륙하느냐 경착륙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지난 몇 년간 급등세를 보였던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시장도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와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때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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