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조국 사퇴의 배경과 향후 정국 방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10월14일 22시57분

작성자

  • 장성민
  •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메타정보

  • 20

본문

온 나라를 혼란의 도가니로 빠뜨린 적폐몸통 조국이 14일 사퇴했다. 법무장관에 내정된 지 66일 만이고, 임명 35일 만이다.

 

그동안 그토록 강력한 사퇴 여론에도 꿈쩍하지 않았는데, 왜 이 시점에서 전격적인 사퇴가 이루어졌을까? 조국 사퇴 이후 향후 정국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우선, 며칠 전부터 ‘검찰 개혁 완료 후 사퇴’설이 언론에서 제기되었지만, 사퇴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그 이유는 그만큼 문 정권이 이번 조국 사태의 정치적 파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당장, 연일 발표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오늘(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10월 7~8일, 10∼1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천502명을 대상으로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보다 3.0% 하락한 41.4%를 기록하면서 지난주에 이어 취임 후 최저치(주간집계 기준)를 경신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매주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3%씩 가파르게 추락한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3.0% 하락한 35.3%를 기록한 반면, 한국당은 1.2% 오른 34.4%를 나타내면서 두 당의 지지율 격차가 불과 0.9%로 좁혀지면서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물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앞선 여론조사에서 이미 40%가 붕괴되어 30%대로 추락한 바 있다. 9월 23일부터 24일까지 시행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조사에서는 37.9%를 기록했고, 지난 8일 발표된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32.4%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40%대 중후반을 기록하던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 붕괴 일보 직전까지 급전직하(急轉直下)로 추락하고, 특히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국당과 불과 0.9%까지 좁혀지면서 지난 2016년 10월 ‘최순실 사태’로 처음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전신)을 제친 이후 3년 만에 ‘조국 사태’로 역전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막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이제 내일이면 21대 총선을 정확히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조국 사태로 인한 민심 이반은 문 정권에게 상상 이상의 충격과 불안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전략 지역인 부·울·경을 비롯해서 수도권, 충청, 강원 등을 모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중도층의 대규모 지지 철회는 물론 진보 진영에서의 이탈 또한 감지되는 상황이었다. 얼마나 급박했으면 오늘 법무부가 ‘검찰 개혁안’을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서둘러 조국 사퇴 발표를 했겠는가.

 

그런데 문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이 매우 당황했음을 보여주는 근거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적폐몸통 조국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신이 소환되면 거취를 고민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고, 여권에서도 조국이 피의자로 소환되거나 부인 정경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정경심에 대한 검찰 조사가 끝나지 않아 오늘 다섯 번째 소환된 상황에서 허겁지겁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가 나온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본인이 책임져야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조국의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조국 일가가 전방위적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을 질타하며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지며 조국을 두둔했다. 

 

급기야는 조국 사태로 인한 대규모 찬반 시위로 ‘나라가 두 동강 났다’는 탄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국론분열이 아니라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 긍정적 측면도 있다’면서 ‘국민의 뜻은 검찰개혁’이라는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아직 조국의 위법행위가 사법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문 대통령이 강변한 임명 취소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국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사퇴했다. 조국 사퇴에 대한 거센 민심의 파고에 문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것이다.

 

여기에 이번 주 정경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을 때, 정경심이 ‘자신만 독박 쓰고 죽을 수 없다’면서 그간 검찰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조국과 그 일가에 대한 폭로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청와대와 여권이 바짝 긴장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러한 조국의 조기 사퇴 배경은 향후 문 정권이 펼쳐나갈 정국 운영 및 총선 전략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우선, 현 정권은 ‘조국 사태’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이미 조국이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명예롭게 퇴진했다’는 프레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는 향후 검찰의 조국 수사에 대한 압박이 더욱 전방위적으로 거세질 것임을 암시한다. 검찰개혁의 실천을 명분으로 ‘조국 사태’에 대한 수사 의지를 꺾고 이로 인한 정치적 파장을 덮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조국 동생에 대한 영장 청구 기각’ 사태와 조국 일가 수사에 대한 법원의 책임을 언급하며 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한 ‘민주연구원의 보고서’ 등은 향후 조국 일가 관련 재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가 더욱 정치적 편향성을 발휘할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문 정권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대대적인 검찰 길들이기에 나설 것이다. 향후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가 정치권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정권의 의도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윤석열 총장의 교체 카드를 꺼내 들 것이다. 또는 조국을 정조준 했던 검찰의 칼날이 ‘패스트트랙 관련 한국당 의원 수사’ 및 ‘다른 정치인들 비리 수사’로 향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 문 정권이 출범 이후부터 ‘삼권분립 무시, 법치주의 파괴’라는 거센 비난을 무릅쓰고, 준(準)사법기관인 검찰과 사법부에 대대적인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를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지켜본 문 대통령은 자신이 똑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기 위한 ‘자기방어’를 위해 필사적으로 탄핵을 최종결정하는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사법부를 자기 사람으로 물갈이했다. 비록 결과적으로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지만 검찰총장 역시 가장 믿을만하다고 판단한 윤석열 총장을 임명했던 것이다. 자신에 대한 탄핵을 막고, 그 예방 차원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도모할 수 있는 수사기관 및 사법기관을 장악한다는 현 정권의 목표는 조국 사퇴 이후에도 전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어떤 난관 속에서도 이것만큼은 끝까지 관철시켜 나갈 것이라는 데 추호의 의심도 들지 않는다.

 

이제 문 정권은 조국 사태로 인한 수세적 입장으로부터 전환해서 굉장히 공격적으로 정국을 주도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사법적으로는 야당 의원들에 대한 패스트 트랙 및 비리 관련 검찰 수사를 통해 압박을 가하면서, 정치적으로는 패스트 트랙에 오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보수 대연합을 통한 민주당과의 일대일 구도를 막고 친여 성향의 군소 정당들과 공조해서 보수 야당을 고립화시키는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다. 

 

현 정권의 보수 분열 전략은 현재 어깨 수술 때문에 입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통해서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김정은의 남한 답방과 반일(反日)의식 고취를 통한 대일 갈등 격화 전략 또한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것이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 위의 옵션들은 문재인 정권의 경제 폭망과 안보 불안, 외교 참사 등 실정(失政)을 가리고 덮기에 유용한 소재들이다. 이를 통해 문 정권은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 표심이 보수 야당에게 이동하는 것만은 저지함으로써 총선 승리를 이끈다는 복안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더 이상 실기(失機) 하기 전에 ‘조국 사퇴’를 발표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 두 달여 동안 대한민국을 분열과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장본인인 조국의 사퇴는 어떤 경우에도 민주적 지도자는 민심을 거스를 수도, 무시할 수도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지난 9월 30일 그 숱한 비난과 의혹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조국을 바로 옆자리에 두고 문 대통령은 “모든 공권력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합니다. 특히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오늘의 조국 사퇴는 그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 바로 문 대통령 자신임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문 대통령이 조국을 사퇴시킴으로써 윤석열 총장도 이제 조국 일가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련 수사를 매듭짓고 확전하지 말자는 화해의 제스처로 이번의 조국 사퇴를 긴급 단행했다면, 이는 굉장한 오판이 될 것이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작동을 잘 모르고 하는 행위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그런 식으로는 작동되지 않을 것이다. 행여나 조국을 사퇴시킴으로써 청와대와 조국 일가와 현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가 멈춰지길 바라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향후 문 대통령은 검찰 중립성을 보다 엄격히 준수한다는 측면에서 검찰개혁안은 국회에 넘기고 일임해야 할 것이다. <ifsPOST>

 

 

 

20
  • 기사입력 2019년10월14일 22시57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