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가 거품 붕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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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 시장에 거품이 발생했으며, 그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닥터 둠’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는 올 가을에 미국 주가가 20~30% 폭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소로스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조지 소로스도 미국 주가 하락에 베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스스로 개발한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 Cyclically Adjusted Price Earnings Ratio)’ 로 미국 주식시장에 거품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CAPE’는 물가를 반영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주당 순이익 10년 평균값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이다. 이 비율이 8월에 26배까지 상승했는데, 1881년 이래 26배를 넘었던 적은 증시 급락이 있었던 1929년과 1999년, 2007년 등 세 차례에 불과했다. 지난 20세기에 CAPE 평균은 21배였다.
주가는 산업생산에 비해 20% 정도 과대평가
미국 주식시장에 어느 정도 거품이 발생했을까? 여기서는 경제변수와 투자 심리를 중심으로 평가해보려 한다. 우선 주가는 명목 GDP 성장률에 비해서 너무 앞서가고 있다. 1980년에서 최근까지 주가 상승률이 경제성장률에 비해 평균 4.4% 포인트 앞서갔는데, 2014년 2분기 현재 그 차이가 18% 포인트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미국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산업생산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상황을 보면 산업생산은 2009년 7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주가는 그 보다 4개월 전인 같은 해 3월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7월까지 산업생산이 25% 증가했으나, 주가는 162%나 상승했다.
물론 경기가 나쁠 때 주가가 경제변수를 과소평가한 만큼 경기 회복국면에서는 과대평가한다. 그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서 산업생산을 설명변수로, 주가를 종속변수로 회귀식을 추정하고 그 잔차를 구해보았는데, 그 결과는 아래 <그림 1>에 나타나 있다. 2014년 7월 현재 현재 주가는 산업생산과의 장기 추이에서 19% 정도 과대평가 되었다. 20% 정도의 과대평가 국면이 2013년 12월 이후 계속되고 있다.
과거 경험을 보면 1999년 1월에서 2000년 9월 사이에 21개월 동안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던 정보통신혁명의 효과가 절정을 이룬 시기였다. 정보통신혁명으로 경제 각 부문에서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다. 예를 들면 1980년에서 1995년에는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연평균 1.5% 증가했으나, 1996년부터 2001년까지는 생산성이 2.8%나 늘었다. 이런 생산성 증가로 미국 경제는 당시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고, 경제전문가들은 이를 ‘신경제’라 불렀다. 이런 낙관적인 시각이 지배하면서 주식시장에 거품이 발생했다. 그러나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2000년 10월부터 주가는 급격하게 하락했다. 2002년 9월까지 S&P500 지수가 45% 떨어졌고, 나스낙 지수는 무려 72%나 급락했다.
투자심리도 지나치게 낙관
경기 확장국면의 후반에서 투자자들의 낙관적인 심리가 주식시장의 거품을 더 키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증권담보대출(margin debt)이 4,643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대비로도 역시 사상 최고치인 1.95%이다.) 투자자들이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오르는 주가를 보면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있는 것이다.
과거 통계로 분석해보면 증권담보대출은 주가와 높은 상관관계(1995.1~2014.6, 상관계수 0.88)를 갖고 거의 동행했다. 또한 인과관계를 구해보면 주가 변동이 담보대출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즉 주가가 상승(하락)할 때, 담보대출이 증가(감소)했다는 의미이다. 주가 하락 조짐이 보이면 담보대출 상환이 이루어지면서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2000년 8월에 주가가 정점을 기록하고 하락하기 시작하자 증권담보대출도 그 해 10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주가 하락 속도를 가속시켰었다.
거품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경제와 주식의 관계는 산책 나온 주인과 개와 같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개를 데리고 산책할 때, 보통 개(주식)가 주인(경제)에 앞서간다. 그러나 개가 주인보다 지나치게 앞설 때, 개는 주인이 잘 따라오는지 뒤를 돌아보고, 그 거리가 지나치면 주인에게 되돌아왔다 또 앞서 간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의 길을 계속 걷고 있다. 그래서 주가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개가 주인보다 너무 앞서가고 있다. 그 거리가 2000년 정보통신혁명 거품 때와 유사하다. 개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 앞질러 갈 것인가 아니면 뒤따라오는 주인에게 돌아갈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우선은 미국 연방준비은행제도(Fed)의 통화정책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제로 금리 유지로 거품 지속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정책 당국은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다. 특히 통화정책은 특별했다. Fed는 연방기금금리를 5.25%에서 0.00~0.25%로 인하했고, 이도 모자라 비정상적 통화정책인 양적 완화를 세 차례 단행하면서 본원통화를 3조 달러 이상 공급했다. 이에 따라 주가와 집값 등 자산 가격이 오르고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
경제 회복에 따라 2014년부터는 양적 완화를 축소하고 있다. 연준은 3차 양적 완화에서 월 850억 달러의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사주기로 했는데, 2013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여섯 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채권 매입규모를 각각 100억 달러씩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4년 8월부터는 월간 채권 매입규모가 250억 달러로 감소했다.
올해 9월 이후 세 차례 FOMC가 남아있다. 10월 FOMC에서는 양적 완화 규모를 모두 없앨 것이다. 그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증권의 재투자를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나아가서는 연준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매각하는 단계를 점진적으로 밟을 전망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거의 영(0) 퍼센트로 유지하고 있는 금리를 언제 인상할 것인가에 있다.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수준 아래에 있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고, 고용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적어도 올해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주가가 오르면서 개(주가)와 주인(경제)의 거리는 더 벌어지고 있다. 너무 앞선 개가 스스로 뒤를 돌아보면서 주인에게 올 수도 있고, 주인이 개 이름을 불러 개의 걸음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그 시기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양이 그 절정에 도달하면 음을 위해서 물러나고, 음이 그 절정에 이르면 양을 위해 물러나는 것’은 변하지 않은 진리이다. 미국 주식 비중을 점차 줄이는 게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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