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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취임 후 한달 간 ‘〈화염과 분노〉의 시즌 2’같은 충격과 위협을 연출했다. 트럼프의 국내개혁조치는 사실상 정치적 보복과 약자를 희생시키는 본보기식 조치라고 비판받는다. 대외정책은 다국적기업의 사익 추구나 과거 식민지제국의 동인도회사의 행태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정책이 모순적이고 상충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동맹국과 우방국을 이반하게 만들고 적대국들은 결속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모순적 정책이 미국의 힘을 오히려 더 약화시킬 수 있다
감세는 당연히 재정적자와 부채를 더 증가시킨다. 미국의 재정적자(GDP의 6%)와 부채규모(GDP의 120%, 약34조 달러)를 줄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상당기간 동안 증세 또는 재정삭감이 필요하다. 관세는 궁극적으로 경제에 득이 되지 않고 주요 재정수입원도 아니다. 국가의 조세수입원이 토지세, 인지세, 개별상품별소비세, 관세뿐이었던 20세기 이전에는 관세가 중요한 재정수입원이었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도 〈국부론〉에서 관세를 별도의 장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소득세와 법인세가 주요 재정수입원이다. 연방정부의 재정도 훨씬 커졌다. 미국의 경우 10%의 보편 관세수입은 3천억 달러다. 그것은 연방정부의 예산 7조 달러의 4.3%에 불과하다.
관세는 물가와 금리를 오르게 한다. 이코노미스트(1.25)의 분석은 트럼프의 집권으로 금년말 인플레율을 작년말 예상치(2.3%)보다 0.4% 더 오른 2.7%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마찬가지로 금리는 당초예상치(3.3%)보다 0.59% 더 높아진 3.89%로 예측한다. 지난 1월 연방준비위원회(FRB)가 트럼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동결한 이유다. 관세부과의 효과는 국내소비자와 해외생산자에게 분산되겠지만 어쨌든 증세나 마찬가지다. 국가의 부채와 재정, 경제의 건전성은 사실상 정치문제다.
‘비용이 먼저 발생하고 이익은 나중에 발생한다’든가,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시장경제의 금언이 있다. 정부예산을 써서 당장 이익을 준다고 현혹하는 정치인은 포퓰리스트다. 그런 정치인도 시장의 저항을 이기지는 못한다. 한국이 당장은 관세 위협을 피할 수도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를 감수해야겠지만 관세정책이 오래 계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 최대한 4년.
중국에 대한 강경한 군사·경제적 대응은 계속될 전망
트럼프와 바이든이 유일하게 서로 계승한 정책은 중국을 견제하는 것뿐이다. 최근에는 1972년 미·중 공동성명 이래 미·중관계의 근간이 된 ‘하나의 중국 원칙’과 ‘평화적 해결 원칙’마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력침공을 공언하고 미국은 국무부 홈페이지에서 대만의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삭제했다고 한다. 며칠 전 뮌헨에서 한·미·일 3국외무장관이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미·중 대결에서 중국은 아직은 불리한 입장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적 관세부과는 물론 첨단기술과 상품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의 WTO가입 후 행태를 경험한 이상 중국을 새로운 시장에서 배제할 것이다. 중국의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철회해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AI 경쟁은 디지털, 반도체 전쟁의 한 부분이다. 1월27일 딥시크의 R1 모델 발표로 미국 테크기업 주식이 하룻 동안 1조 달러가 증발했다. 중국은 AI 관련 기술과 산업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제시장을 지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지는 못한다. 중국의 첨단 기술과 산업은 자신의 거대한 시장 속에 고립되어 발전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 미국과 소위 ‘한판 뜰’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기가 많이 꺾여있다. 중국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군부는 부패와 숙청으로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중국은 일단 미국과의 충돌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수시로 표명하고 있다. 그러면 트럼프는 중국을 더 밀어붙일 수도 있다.
유럽과의 안보협력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의 안보협력을 중시
트럼프2기 정부는 유럽과 아시아에 대한 안보전략을 분리하는 것 같다. 트럼프는 유럽의 NATO는 방위비의 80%를 미국에 의존하는 공짜편승자라고 좀 멸시한다. 유럽의 군대는 대대급 이상의 작전능력도 없다. 반면 아시아에는 주적인 중국이 있고,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체제는 쓸만하다. 디지털, 첨단반도체 기술과 생산력도 가지도 있다. 미군주둔 경비도 절반 이상은 부담한다.
1월21일 루비오 국무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협력체인 쿼드 외무장관회의를 소집하여 사실상 중국을 대상으로 한 안보협력을 재확인했다. 그런 입장은 지난 2월7일 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그대로 묻어있다. “미·일동맹을 중시하고, 쿼드, 한·미·일, 미·일·호, 미·일·필리핀 3국협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이든 정부가 구축해온 소위 ‘격자형’ 안보협력체제를 사실상 계승한다는 의미다. 2월13일 미·인도 정상회담에서도 쿼드협력을 재확인했다.
“동맹국과 우방국을 이반하게 만들고 적대국들은 결속하게 만든다”
관세부과는 사실상 주요무역상대인 친구를 위협하는 셈이다. 이시바 일본 총리의 방미에 관한 워싱톤포스트의 표제기사는 “또 다른 동맹이 협박당한다”였다. EU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제에 적극 동참해왔다. 그러나 미국과 EU, 미국과 NATO간 의구심과 알력이 커지면서 대서양동맹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있다. 중국도 EU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는 것(MAGA)”은 대외적으로는 ‘이기적 패권을 추구(Make America Selfish Hegemon:MASH)’하는 것이다. 19세기적인 제국주의의 재현이다. 미국은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보다 더 수정주의적이 되었다. 미국이 키워온 ‘다자간자유무역주의에 기반을 둔 전후질서’와 ‘법의 지배 원칙’을 스스로 파괴한다. 다만 중국과의 대적에 유용한 동맹과 협력은 필요로 한다. 트럼프2기 정책의 이러한 성격은 한국이 어떻게 대처해나갈지에 대하여 많은 힌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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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2월2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24일 09시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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