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Watch] 미·중 마찰 격화에 고민하는 일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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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마찰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
미·중 간의 마찰이 무역 분쟁에서 반도체 등의 기술마찰, 클라우드 및 앱 기업의 영업제한 분쟁, 정치·군사 마찰 등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막대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기업으로서도 자유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의 후퇴에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도 중국과의 영토 분쟁 당시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로 고전하는 등 중국과의 마찰을 겪은 바 있으나 그 후 양국이 화해하였다. 그리고 아베 총리의 2018년 10월 중국 방문 시에는 △ 첨단기술이나 지적재산 보호를 위한 회의 창설 △ 제3국에서의 인프라 공동개발 등 약 52건의 협력 방안에 합의했다.
작년에 개최된 일중 대학 포럼에는 양국 유수의 대학 학장 등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일본의 JST(국립 연구개발법인 과학기술진흥기구)와 중국과학기술부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교수, 연구자 등 1,200명이 참가했다. 일본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부품, 장비 기업 등으로서는 한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사업이 축소압력을 받고 있어서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비즈니스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최근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분야는 AI, 클라우드, 플랫폼, 앱, 핀테크, IT 관련 하드웨어 분야 등이며, 이들은 미국의 경쟁력에 대한 도전이지만 일본은 이들 분야는 원래가 경쟁열위에 있다. 반면, 일본이 경쟁력을 가진 것은 첨단소재, 부품, 장비 등 모노즈쿠리 강점 분야 등이며, 이들 분야에서 중국기업과 상호보완적인 협력의 기회가 있다.
사실, 일본으로서는 미·중 양국과의 경제관계가 사활을 걸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 미국 정부의 고위직에서 중국 정부 공산당의 체제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홍콩 문제, 중국군의 남지나해 확장 등과 함께 미국이 코로나19 쇼크로 사망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서 중국을 비난하는 자세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은 전기전자, 섬유, 철강 등 각 산업에서 세계최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서 중국발 재화 물류가 차질을 빚게 될 경우 공급사슬의 불안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크게 위축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우려는 이번 코로나19 쇼크 초반에 현실화되기도 했다. 사실, PC,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기나 배터리, 태양전지, 가전 등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미국도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당장 단절할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일본도 미국의 대중국 비즈니스 규제 수위를 예의주시하고 대응하면서 중국 사업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같은 회사 조직에서도 중국법인과 미국법인 간의 기술정보 교류 등을 차단하고 양국 비즈니스를 독립적으로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일본기업의 행보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쓰이는 고기능 철강재에서 중국 최대의 철강 회사인 바오우철강의 제품을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일본경제신문, 2020.7.14.). 도요타자동차가 채용하는 전자강판(電磁鋼板)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이다. 세계 철강재의 60% 정도를 공급하고 있는 중국 철강 산업이 이제 첨단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기업에게 납품하게 된 것이다. 도요타로서는 좋은 품질의 철강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달하기 위해 중국기업을 선정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일본기업이 중국기업으로부터의 조달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하는 한편, 기존 범용품의 경우 조달선을 다른 아시아 각국 등으로 분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에서 동남아, 인도로 생산거점을 분산하면서 조달선을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종품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에 관해서는 중국제 부품 및 자재의 조달을 억제하려는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다만, 전자산업 등에서는 각국 거점에서 생산되는 소재, 부품이 다양하게 분업되는 등 글로벌 생산체제가 복잡하게 연계되고 있어서 한 기업이 위조품이나 기업명 위장 등의 속임수를 파악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기업도 거래의 투명성과 추적성을 높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급사슬 관리 시스템의 구축을 모색하기 시작했으며, 업계 차원에서의 공동 노력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향후 있을 미국과 중국의 기술 및 경제적 패권 쟁탈전의 향방에는 불확실성이 있으며, 일본기업도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 8월 7일에 공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자연과학분야의 논문수로 미국을 능가하여 1위가 되었다(일본경제신문, 2020.8.8.). 이미 AI 분야나 감시카메라 등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실적도 거두고 있다. 코로나19 대책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양국 간에서 격차가 나오고 있다.
향후 미국과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의 분단이 심화되면서도 중국이 그 막대한 경제규모와 함께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과의 연대, 정부주도의 기술전략 등을 통해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미국이 각종 조치로 중국의 기술발전 속도를 일시적으로 둔화시켜도 중국이 우회적으로 새롭게 발전하게 될 경우를 일본으로서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화웨이의 5G 장비를 규제함으로써 중국 첨단산업경제권과 미국계 첨단산업경제권의 통신인프라 정비 상의 속도 격차가 일시적으로 확대될 경우 5G 인프라 위에서 이루어지는 자율주행, 원격의료, 스마트공장, 원격수업,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차세대 비즈니스 및 관련 기술에서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미·일 정보 협력 강화 모색
한편, 일본정부의 경우 안보와 관련한 미일 정보 협력 등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최근 보이고 있다. 고노 타로(河野太郎) 방위성 장관은 미국이 주도하는 정보 수집 및 감시 체제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에 참여 하는 것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파이브아이즈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들이 상호 첩보활동에 도움을 주는 협력체제이며, 그 기원은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위한 첩보 협력에 있다.
고노 방위성 장관은 영국 의원단과의 원격회의에서 파이브아이즈 참여를 제의 받았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일본으로서는 EU 탈퇴로 각 지역과 새로 무역협정 등을 체결해야 할 영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영국의 중개를 통해 파이브아이즈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자세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강대국화는 사업 기회의 확장 효과가 있으나 일본으로서는 잠재적인 안보 위협의 고조라는 측면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으로서는 보다 고도의 정치 및 군사 정보를 신속하게 파이브아이즈와 공유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본에는 아오모리현의 미사와 비행장에 미군의 거대 통신감청 시스템인 ‘에셸론(Echelon)’도 있고 이를 통해 광범한 지역의 유선 데이터 통신도 파악할 수 있으나(전 미국 NSC 요원인 Edward Joseph Snowden 증언) 미국은 일본에게 이 정보를 한정적으로만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일본정부는 미국과 공동으로 다수의 소형위성으로 미사일을 탐지 및 추적하는 체제를 정비할 방침으로 있다(일본경제신문, 2020.8.19.). 고도 300~1,000km의 저궤도에 위성을 발사해 중국, 러시아, 북한의 신형 미사일(변칙 궤도)을 감시·요격할 수 있도록 2020년대 중반에 시스템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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