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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논란의 올바른 해법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8월18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8월18일 13시39분

작성자

  • 허준영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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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인생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이라는 문장은 미국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인 사상가 벤저민 프랭클린이 한 말로 유명하다. 그만큼 죽음과 세금은 인간이 벗어나고 싶은 대표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특히 생로병사라는 자연적 과정의 끝에 있는 죽음과는 달리 세금은 인간 스스로가 만든 제도로부터 기인하는 것이기에 우리에게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슈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새롭게 도입될 세금인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다. 금투세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주식· 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의 금융상품에 투자해 얻는 소득에 과세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대주주에 한해 세금을 부과했는데, 대주주의 요건으로는 「개별 주식 종목 지분율이 유가증권 시장은 1%, 코스닥 시장은 2% 이상인 경우」나 「개별 종목당 주식을 시가총액 기준 50억원 이상 가진 경우」로 정했었다. 이와 같은 대주주 요건에 따라 기존에는 세금 부담이 있는 투자자가 많지 않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금투세가 도입되면 국내 상장 주식과 관련 펀드 등의 양도차익에 따른 금융소득이 1년 기본공제 금액인 5,000만원을 넘길 경우나, 채권과 해외주식, 비상장주식 등의 경우 해당 소득이 250만원을 넘기는 경우 과세된다. 2단계 세율을 적용하여 투자 수익이 3억원 이하일 경우 20%(지방소득세 포함시 22%),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5%(지방소득세 포함시 27.5%)의 세금이 부과된다.

 

금투세는 이전 정부 때인 2020년 12월 소득세법을 개정해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안정을 이유로 2022년 말 여야 합의로 시행을 유예했고 2025년 1월에 도입될 수순이었으나, 최근 들어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정부·여당의 입장과 함께 이전까지 금투세 폐지론에 반대해 온 야당이 유예론으로 돌아서면서 제도 도입에 관한 부정적 기류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투세와 관련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정부 및 정치권 입장선회의 근거를 추측하게 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설문 결과 응답자의 49.9%가 금투세 시행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은 30%였고 나머지 20.1%는 ‘잘 모르겠다’고 응했다. 결국 금투세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이 찬성보다 높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구체적으로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반대 이유로 ‘세금 부담이 커질 것 같아서’(46.0%)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이어 ‘외국인 투자자와 형평성’(28.1%) 및 ‘자금이탈로 인한 국내 주가 하락’(24.9%) 순이었다.

 

각각의 논점을 정리해 보자. 먼저 금투세 시행으로 인한 일반투자자의 세금 부담 증가 여부이다. 금투세가 일반투자자에게 마냥 추가적 세금이라고 볼 순 없다. 금투세 도입과 동시에 증권거래세 인하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는 상장 여부, 대주주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주식 매도 시 부과되는 세금인데, 금융투자소득 과세체계를 도입함에 따른 과세 확대를 감안하여 코스닥 기준 기존 0.2%에서 올해 0.18%까지 낮아졌고 내년에는 0.15%까지 떨어질 예정이다. 증권거래세가 전면 폐지되고 금투세가 시행되면, 일반투자자로선 수익이 났을 때만 세금을 내면 된다. 여기에 금투세는 5,000만원까지 공제되기 때문에 금융상품으로 5,000만원 수익을 보기 전까지는 내야 할 세금이 없다.

 

다만 이와 관련하여 과세 대상자의 수에 대한 추산치가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당시 금투세 5,000만원이 공제되면 약 15만명이 과세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는 주식 소유자의 상위 2.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물론 금투세 폐지론자들은 2020년 당시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안팎에서만 움직였던 구간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자가 축소됐다고 주장한다. 2020년 이후처럼 국내 증시가 급등한 시기를 포함하면 과세 대상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다음으로 ‘외국인 투자자와의 형평성’ 문제이다. 금투세가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외국인·기관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물론 외국인과 기관은 금투세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세금은 낸다. 그러나 외국인은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자국 조세 제도 기준에 따라 우리나라가 아닌 자국 정부에 세금을 낸다. 미국의 경우 보유 기간 1년 이상 장기 투자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통한 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며, 기관은 영업이익과 금융투자소득 등을 합산해 법인세가 부과된다. 금투세 폐지론자들은 법인이나 기관이 소득 구간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에게 적용되는 20~25% 보다 현저하게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나아가 개인투자자에게만 금투세가 적용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오히려 증권거래세 인하로 중복적 수혜가 있다는 주장이다.

 

어쩌면 다른 무엇보다도 금투세 도입에 따른 주요 우려 사항은 증시 충격일 것이다. 기존에 없던 세금을 부과하는 만큼 투자 규모가 수백억원 단위인 소위 ‘슈퍼개미’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주식을 대량 매도함으로써 주가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투자금이 해외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현행 해외주식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250만원 기본공제 후 20% 세율을 매기는데,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기존 국내 주식투자가 지녔던 절세 혜택이 축소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수익률이 더 높은 해외주식으로 개인 투자금이 몰려갈 것이라는 예측인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이후 2023년까지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160조원에 이르며 국내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굴리는 투자금 규모는 전체의 60~70%를 차지한다고 한다. 금투세 도입으로 인한 국내 증시 하락 가능성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우려가 타당성을 가지는 이유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경우 논리보다는 팩트의 차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꽤 있다. 같은 현상을 다르게 해석하는 데서 논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인식하고 있는 현상 자체가 다른 것이 논쟁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금투세와 관련한 위의 반대 논거들도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 물론 금투세가 시행된다면 주가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리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현행 금투세가 시행된다면 납세자의 범위는 어느 정도로 추산되는지, 과연 외국인 투자자들과 국내투자자 간의 형평성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숫자들이 제시되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비록 상대적으로는 적은 숫자였지만 해당 설문에서 금투세 도입을 찬성한다고 답한 쪽이 가장 많이 뽑은 이유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이 당연하다’(69%)였다. 이어 ‘세수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26.5%) 및 ‘금융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3.9%)가 뒤를 따랐다. 세수 측면을 제외하고는 일견 당위적이고 추상적으로 보이는 위의 이유들에 금투세 도입의 원래 취지가 있다. 금투세 도입이 처음 언급되었던 기획재정부의 「2020년 세법개정안 설명자료(2020.7.22.)」를 보면 금투세 도입 이전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온다.

 

“금융투자상품 간 손익통산 및 이월공제 불가 등 불합리, 금융투자 상품별 과세방식 차이로 인한 투자결정 왜곡 등 발생”

 

결국 금투세는 이익이 다년간 누적되어 발생하고 투자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소득의 특성상 기존의 종합소득·퇴직소득·양도소득과 구분하여 금융투자소득을 별도의 분류과세 항목으로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투자 상품 간 손익통산 및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금융투자 상품별 과세방식을 통일함으로써 투자결정의 왜곡을 방지하는 등 현행 규정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자본시장 세제 선진화 방안으로서의 금투세 도입은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혁신성장을 위한 중요 방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 금투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던 정부, 정책당국 및 야당이 이 입장을 바꾸려면 객관적인 논리나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설명이 부족한 감이 있다. 오히려 대중 영합적 정책 스탠스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금투세 도입의 긍정·부정적 효과에 대한 객관적 근거로부터 관련 논의가 재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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