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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년차 정국과 한국 정치의 미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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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2월15일 20시2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52분

작성자

  • 김형준
  • 배제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석좌교수(정치학),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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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집권 2년차 정국과 한국 정치의 마래
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차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정부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외생적 변수에 의해 국가 재앙 수준의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정치 실종, 국회 마비’를 초래하면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어렵게 했다.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로 풀지 못하면서 국정은 장기간 표류했다.
 
 
 
둘째, 대통령 어젠다의 과잉으로 국민들은 극도의 피로감에 쌓였다. 박 대통령은 올해 벽두 ‘통일 대박론’을 시작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국가 개조→ 규제 개혁→ 관피아 척결→공무원 연금 개혁 등 너무나 많은 대형 국가 어젠다를 쏟아냈다. 역대 정부에서 집권 초기에 이렇게 많은 대통령 어젠다가 쏟아져 나온 적은 없다.
 
 
 
셋째, 대통령이 약속했던 핵심 공약들이 줄줄이 파기됐다. ‘증세 없는 복지’ ‘전시 작전권 전환’ ‘국회와 야당 존중’, 대탕평 인사‘ ‘공기업 낙하산 인사 척결’ 등의 약속들이 집권 2년차에 집중적으로 파기 되었다.
 
 
 
넷째, 대통령 최측근들의 권력 다툼이 조기에 불거졌다.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 문건의 이면에는 박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으로 ‘그림자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와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간의 권력암투설이 자리 잡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비선 실세에 대한 논란은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처럼 집권초기 대통령 최고 핵심 측근들 간에 이전투구식 갈등이 청와대 전․현직 비서관들을 매개로 일어난 적은 없었다.
 
 
 
다섯째, 여당에 비주류 지도 체제가 등장했다. 역대 정부에서는 집권 초기 대통령 친위 세력이 집권당의 주류를 차지하면서 일사불란한 당·청 관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올해 7월 비박을 대표하는 비주류의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등장하면서 당·청 간에 긴장적 협력관계가 구축됐다. 당․청이 언제 무슨 일로 충돌하지 모르는 그야말로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당․청관계가 만들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차만이 갖고 있는 이런 특성들로 인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expectation)은 약화되고, 대통령의 권위는 크게 흔들리면서 대통령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집권한 지 2년이 다가오는데 이렇다 할 성과(performance)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보수층을 대변하는 유력 언론 매체의 한 칼럼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지도자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이제 그의 후손을 보며 맥 빠진 표정들이다”고 언급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 의식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고 기대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통령 최측근들의 권력 암투설과 더불어 정윤회씨 부부의 개입으로 대통령이 문체부 국·과장 교체를 지시했다고 폭로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발언으로 대통령의 권위가 실추되었다. 권력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반면, 권위는 강제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순종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권위 없는 권력은 위험하다. 모든 것을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위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촐 하는 것이다. 집권당 원내 대표가 ”각하“를 연거푸 외치고, 장관과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이 받아쓰기한다고 권위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권위의 시작은 권위주의를 깨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집권 2년차에 권위보다는 권위주의와 힘에만 의존하면서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로 풀지 못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행보가 대표적 사례다.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야당으로부터 ”독선과 불통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이다. 여하튼 비선개입 의혹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대통령의 지지도가 30%대로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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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리얼 미터’가 실시한 조사 결과(2014년 12월 7~8일),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39.7%로 나타났다. 이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중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차 정국은 한마디로  혼돈과  무책임의 연속이었다. 그렇다 한국 정치의 미래, 더 구체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애석하게도 그 전망은 밝지 않다. 정치와 국정 운영이 획기적으로 바뀌려면 대통령의 인식과 통치 스타일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만기친람(萬機親覽), 독선, 불통으로 집약된다. 대통령은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진 직후 새누리당 지도부와 함께한 오찬에서 “나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누가 뭐라 해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자기 확신이 강하다는 뜻이다. 자기 확신이 강하면 자신의 기존 스타일을 바꾸기 어렵다. 대통령학을 연구한 미국의 조지 알렉산더 교수는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대통령의 개성(personality)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개성은 대통이 어떤 사회화(socialization) 과정을 거치느냐에 달라진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유신시대에 정치를 배웠다. 유신 시대는 한마디로 행정이 정치를 압살한 시대였다. 당연히 대통령의 인식에 정치는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라는 고정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보니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로 풀지 못하고 모든 것을 대통령이 처리하려고 하는 독선과 만기친람에 빠지는 것 같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사망직후 청와대에서 나와 18년간 운둔의 세월을 보냈다. 배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끊고 홀로 사고하고 결정하는데 익숙한 것 같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과 사회화 과정이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리더십으로 발전한 면도 있지만 집권이후 몇몇 측근에 의해 의존하는 국정 운영 방식으로 고착화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의 부족함을 극복해 정부가 약속한 “국민이 행복한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 상황을 국정 운영의 큰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무기력한 여당과 존재감 없는 야당으로 ‘대통령 천하시대’가 왔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치 정상화’에 몰입해야 한다. 그 핵심은 통치에서 정치로, 불통에서 소통으로, 밀실에서 투명으로, 힘에서 권위로, 밀어붙이기에서 설득으로 국정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경제 활성화 대책, 공무원연금 개혁,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한 재원 조달, 남북한 관계 개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의제를 갖고 야당 대표와 수시로 만나 대화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통해 극단과 배제의 정치를 통합과 포용의 정치로 바꾸어야 한다. 더불어 새로운 어젠다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고 기존 어젠다 중 우선순위를 정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3당(민정-민주-공화) 합당’,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와 전두환·노태우 구속’,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 회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등 모두 집권 3년차 때 나온 것이다. 대통령의 독단과 독선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막고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제기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어젠다들은 정치 공학적 차원에서 제기돼 진정성을 의심받고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실패를 막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집권 2년차 때 겪은 시행착오와 위기를 집권 3년차에 긍정의 에너지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민심을 얻으면 천하를 얻고 민심을 잃으면 천하를 잃는다. 따라서 민심을 이끌어 낼 줄 아는 자가 법령을 제정하고 판결을 내리는 자보다 위대하다“고 했다.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깊이 음미해볼 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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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막연한 의혹과 불만이 분노와 지긋지긋한 혐오로 바뀌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은 이제 역사와의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국민이 행복한 시대“가 ”국민이 불안한 시대“로 바뀌지 않을지 숙고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정상적인 한국 정치의 미래에도 희망이 생기고 정상화의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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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2월15일 20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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