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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미 연준에서 배워야 한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0월01일 16시5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55분

작성자

  • 이경태
  • 前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前 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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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한은은 미 연준에서 배워야 한다.

<대침체의 구원투수인 중앙은행>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하여 전세계로 파급되어 나간 세계금융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요국가들의 중앙은행이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중심에는 미국의 연준이 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쌍권총을 들고 대불황을 진압하는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대략 한달반마다 개최되는 공개시장회의(FOMC) 의 결과에 전세계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옐렌의장의 말한마디에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기도 한다.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중앙은행도 미 연준과 비슷하게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구사하면서 각각의 경제를 디플레위험으로부터 구해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이고 극단적인 통화정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의 경제위기가 80여년전의 대공황이후에 최악이기 때문이다. 위기발생이후 근 6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회복세는 미약하기만 하고 여전히 크고 작은 하방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심각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때문에 재정의 경기부양기능을 동원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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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경제진단과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미 연준>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최대의 고용과 물가안정을 양대 목표로서 부여받고 있다. 이 두가지 목표는 이번 경제위기국면에서 구체적인 수치로서 제시되었다. 당초에는 실업율 6.5%, 물가안정목표 2%이었다가 이후에 실업률 6.5%라는 수치적 목표는 노동시장의 완전고용이라는 질적인 목표로 대체되었다. 그 배경은 위기를 거치면서 장기실업자의 확대, 경제활동참가율의 저하, 시간제고용의 증가등 노동시장의 구조가 악화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실업률의 하락만을 표적으로 삼으면 최대고용의 확보라는 연준의 책임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개시장회의의 의사록에는 연준이 노동시장과 물가의 현재 동향과 향후 진행방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분명히 표현되어 있다. 비록 노동시장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유휴노동력이 존재하고 있고 최대고용의 달성이라는 양적, 질적 목표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물가도 장기목표인 2%를 하회하고 있고 기대물가심리도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해서 금년 10월에 자산매입이 종료된 이후에도 상당기간동안 기준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시장과의 소통으로 정책효과 높혀>

공개시장위원회의 매파로 불리우는 소수 위원들은 인플레와 자산가격거품을 우려하여 조기금리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옐렌의장을 비롯한 다수 위원들은 여전히 금리인상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수급을 면밀히 검토하여 보면 실업률감소→임금인상→물가상승의 인과관계가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안에 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거품에 대해서는 금리인상이외의 거시건전성규제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연준입장에서는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의 목표가 자산시장안정목표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공개시장회의의 의사록을 보면서 미국의 경제주체들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어떠한 사실에 근거해서 결정되는 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경기회복이 완만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자산매입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점, 노동시장의 회복이 미흡하고 물가상승률이 낮기 때문에 제로수준의 정책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점, 경기회복이 빨라진다는 새로운 징후가 나오지 않는 한 금리인상은 내년 중반이후가 될 것이라는 점등을 예견할 수 있다. 만약에 금리인상시기가 당겨진다고 하더라도 시장은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연준이 제시할 것으로 믿기 때문에.

 

<한은의 금리결정은 예측가능성이 낮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매월 회의를 열어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회의직후에 공개되는 결정문은 기준금리변경여부와 그 배경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2주후에 공개되는 의사록은 회의에서의 토의내용을 상세하게 수록한다.

이 두가지 문건을 통해서 경제주체들은 한국은행이 우리경제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고 어떠한 배경하에서 기준금리를 유지 또는 변경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가장 최근의 기준금리변경은 지난 8월이었다. 그때 한은은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25bp 인하하였다. 한은은 2013년 5월에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인하한 이후에 1년2개월동안 변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요하고도 분명한 인하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지난 8월과 7월의 결정문 및 의사록을 비교하여 보았다. 놀랍게도 결정문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8월에 왜 금리를 인하였는지에 대한 설명이 매우 부족하다.

의사록을 보아도 그렇다.

8월 의사록에서 한은은 한국경제가 7월전망의 성장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고 물가도 중기목표인 2.5-3.5%구간에 진입할지 여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한다고 분석하였다. 이전상황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리인하에 찬성한 금통위원들은 내수부진지속, 물가의 목표치미달,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기대치반영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또한 이전부터 많이 해오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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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통화정책에 대한 분명한 시그널을 주어야 한다>

42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이 한은 관련부서에 질문하고 한은의 경제분석에 대해서 평가하고 경제상황과 금리수준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의사록은 이 내용을 녹취록처럼 나열하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한은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은 금통위 녹취록이 아니고 한국경제에 대한 권위있는 진단과 예측가능한 통화정책이다.

금통위는 한국경제상황에 대한 금통위의 다수의견을 정리해서 내놓아야 한다. GDP갭, 일자리의 양과 질, 물가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주요변수이다. 이러한 변수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목표치와의 거리는 어느정도이고 그래서 통화정책은 어떻게 움직인다는 점을 경제주체들이 쉽게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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