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사(CFC) 서울 존치 재협상에 대한 소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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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 간에 전시 작전통제권 한국군 전환 재 연기 문제가 논의됨에 따라 한미 연합 사령부의 서울 잔류 필요성이 제기 되어 이문제가 양국 국방 당국 간에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 한 민구 국방 장관은 아직 한미 간에 연합사의 서울 잔류 문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으며 미군기지 이전은 국민과의 약속으로 계획대로 진행 한다고 지난 7월 29일 국방부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한바 있다.
2003년 용산기지 이전 한미 협상의 한국 측 실무 대표를 맡아 이 문제를 미 측과 협상했고 한미 연합 사령부와 유엔 사령부 그리고 주한 미군 사령부를 모두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한 실무책임자로서 이 문제에 대한 당시의 논점과 고심들을 역사적인 사실로 남겨둘 필요가 있어서 이 글을 남긴다.
용산기지 이전 협상은 참으로 어렵고 한미 간에 엄청난 갈등의 소지를 안고 시작 되었다. 한국은 주한 미군의 핵심 세력을 모두 한강 이남으로 이전함에 따른 전쟁 억지력 약화를 어떻게 최소화 하면서 이전 비용을 무리 없이 감당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타결해야 하느냐 하는 정치적, 재정적, 군사적 부담을 안고 있었다. 미 측은 당시 이라크 전쟁을 시작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본격화 하는 시점으로 전 세계적 차원의 전략(Global Posture Review)을 전면 수정하는 단계에 있었고 당시 한국 정부의 대 미 인식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기에 양국의 이해 갈등과 감정을 관리하면서 정책의 조화로운 합의점을 찾아가는 일이 참으로 어려웠다.
용산기지 협상의 가장 난해한 문제는 미 측이 계속 사용하는 용산 기지의 면적을 어느 수준으로 하며 기지 이전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이며 대체 기지를 어디에 어느 정도 규모로 확보하여 미 측에 공여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 문제들 가운데 핵심은 유엔사(UNC)와 한미 연합 사령부(CFC)를 서울에 둘 것인가 아니면 평택으로 모두 이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당연히 대북 억지력을 유지해야 하는 한국의 안보적 관점에서 보면 주한미군을 지휘하는 최고 사령부가 서울에 있는 것과 서울을 떠나 평택에 있는 것의 차이는 엄청 난 것 이였다. 당시 야당 이였던 한나라당은 전체 국회의원이 서명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유엔사/한미연합사의 서울 잔류를 강력히 촉구 했다.
미 측은 유엔 사령부와 한미 연합사령부를 서울에 존치 하려면 용산의 기지 중 대략 20-30% 정도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 이였다. 물론 협상의 과정에서 조정이 되겠지만 이들 사령부가 있는 곳에는 지원 부대도 필요하고 핵심 군사 자산도 필요하고 당연히 주택도 필요하고 자녀들이 다닐 학교도 필요하고 운동장도 필요 하다는 것이다. 주한 미군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서울 주둔을 선호 한다. 평택에 가서 아무런 문화 시설도 없는 곳에 자녀들을 대리고 산다는 것은 주한 미군들의 간부들에게는 정말로 삶의 질을 크게 낮추는 것이다. 주한 미군의 핵심 참모들은 대부분 유엔사령부, 연합 사령부, 주한 미군 사령부의 참모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중 상당수는 서울에 머물게 될 것이다.
한미 연합 사령부를 서울에 두느냐 평택으로 이전 하느냐 하는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갈등적인 요소들이 존재 한다. 우선 한국 측의 입장에서 보면 전쟁 억지력 확보, 국방부 합참과의 협조 편이성, 주한 미군주둔의 상징성과 미군의 한반도 전쟁 개입 보장성 증가 등 정치, 경제, 군사적 이득이 매우 크다. 그러나 문제는 용산 기지 이전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과업이 완성되지 못하고 또 다시 용산 기지 이전의 필요성을 남기는 미완성의 반쪽 일이 되며 후세들에게 짐을 떠넘기는 것이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잘 알다시피 용산 기지는 우리가 강대국들에게 침탈 당 했을 때 언제나 점령 당 했던 곳이라는 아픔의 상징으로 용사기지 이전은 민족적 주권 회복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러하였다.
미 측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의 전쟁억지력 유지라는 긍정적인 면은 분명하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언젠가는 주한 미군의 주력 부대가 있는 곳에 사령부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 병력과 부대 관리 면에서 유리하고 사령부를 또다시 이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제거 하는 것이 안정적 주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측면이 있다. 오늘 날 군사 무기와 통신 수단의 엄청난 발전으로 인해 사령부의 서울 주둔 여부가 전쟁 억지력유지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덜 중요하다는 반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엔사와 한미연합사의 서울 잔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서울에 주둔하는 부대 규모가 어느 수준이며 그들이 추가로 필요로 하는 용산 기지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또한 이에 따른 비용의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실무적인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만약 한미 연합 사령부의 서울 존치가 기존의 용산 기지 협상 틀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면 이는 또 다른 엄청난 한국 내 정치적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고 지금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미 관계에 불씨를 만들 여지도 있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전작권의 재 연기 합의에 따른 여건의 변화를 고려하고 한미 군 당국 간 업무 협조의 편의성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북한의 군사 위협이 날로 예측 불가한 작금의 안보 상황을 고려 할 때 한미의 군사 지휘부가 함께 같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 한다. 그러나 이런 필요성을 잘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국민적인 합의를 흔드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사람들은 여론의 한쪽 끝만 보면 종종 예기지 않은 곳에서 낭패를 보게 된다.
용산 기지 이전이라는 국가적인 대 명제를 흔들면 안 된다. 만약에 한미 연합 사령부가 서울에 계속 주둔 한다면 그 잔류 부대를 최소화 하여 누가 보아도 이해가 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 되어야 할 것이다. 용산 기지의 일부를 추가로 미 측에게 공여하는 문제가 나오면 기왕의 계획을 수정함에 따른 피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에 전시 작전통제권의 재 연기가 합의 된다 하드라도 전작권의 한국이양은 반드시 이루어 져야 할 사항이기 때문에 한미 연합 사령부의 위상과 역할은 장기적으로는 변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한미 연합 사령부의 서울 존치문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이는 잠정적 조치로 시행하고 그 실행의 방법은 매우 신중하게 조심스럽게 진행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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