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공자학원과 세종학당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1월03일 21시0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23분

작성자

  • 박진
  • 한국외대 석좌교수, 아시아미래연구원 상임대표

메타정보

  • 34

본문

공자학원과 세종학당

 지난 8월 말 중국 인문학의 고향이자 공자님의 고향인 산동(山東)성의 수도 제남(濟南)에서 개최되는 유학교류대회에서 한국측 기조연설을 하게 되어 다녀왔다. 한국측에서는 필자와 국립 안동대학, 영남대학, 국학진흥원, 성균관대의 교수와 연구원들이 참석했고, 중국측에서는 산동성 사회과학원, 공자기금회, 공자연구원, 북경대학 중국문화발전연구중심, 산동대학 유학고등연구원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하였다. 중국측에서는 유학의 포용성을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표현하면서, 세계문명과의 충돌이 아닌 조화를 강조했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유학의 생활문화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경직된 ‘교지주의’(敎旨主義)의 위험을 피하고 현대주의(現代主義)적인 생활정서의 측면에서 유학이 새롭게 발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동대학의 황옥순(黃玉順) 유학고등연구원 원장은 현대의 유학부흥운동은 유학의 창시(創始)와 전진(轉進)을 거쳐 재창(再創)이라는 “유학 3.0”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유학부흥추세는 우연한 현상이 아니라 역사의 필연성을 가진 것이라는 시각이다. 중국정부는 문명을 다채롭고, 평등하며, 포용적인 것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난 3월 시진핑 주석이 파리 유네스코(UNESCO)본부에서 연설하면서 세계’문명조화론’을 내세울 때 주장한 내용이다. 유학문명도 이러한 틀 속에서 조화롭게 발전되고 창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중협력관계의 3대축(軸)은 경제, 정치, 문화이다. 이중 경제협력관계는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홍콩포함)은 한국의 대외 총 무역의 3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한중간 교역규모는 2,300억불에 육박했다. 이는 한국과 미국, 일본, 러시아 3국의 총 교역규모보다 큰 수치이다. 중국의 성장은 분명히 한국의 기회이다. 무역흑자만 보아도 작년 한국의 전체 흑자가 441억불인데, 중국에 대한 흑자만 보면 전체 흑자의 1.4배에 달하는 628억불이다. 중국이 없으면 한국은 무역 적자국이라는 이야기이다. 또한 중국 경제가 지속 성장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도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국내 정책연구기관들은 중국의 GDP가 1%감소하면 우리의 수출은 1.6%줄고, 경제성장률도 0.6%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한중FTA가 체결되면 양국간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렇듯 한국 경제의 대중국의존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성을 탈피하고 다양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도전과제이다. 

 

 정치, 외교, 안보 분야에서는 양국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내실화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작년 6월 정상회담에서 ‘한중 미래 공동성명’을 제시하면서 양국간 다양한 전략대화 메커니즘을 구축할 것에 합의했다. 이어서 금년 7월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구축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의 증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 실현되기를 지지한 것이다. 한국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미동맹뿐만 아니라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라는 지렛대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중 양국간 전략적 협력관계는 한국에게 있어서 기회이자 도전이다. 

 

 

2014113216322s015s7kmt.png
 

 세 번째 축은 문화분야에서 인문교류와 국민간의 유대강화이다. 문화라는 소프트파워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경제와 정치보다 더 강력하고 중요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아시아와 지구촌으로 뻗어가는 “한류”(韓流)의 힘이 좋은 예이다. 한중 양국 정상은 작년에 미래 비전 공동성명에서 인문유대사업활성화, 공공외교분야협력개시, 교육, 문화교류 강화에 합의하고, 지난 7월 정상회담에서는 쌍방향적이고 국민체감적인 인적 문화적 교류를 통해 양국민간 정서적 유대감을 심화하고,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는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이미 양국간에는 공자학원과 세종학당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3개의 공자학원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고, 중국에는 19개의 세종학당이 설치되어 활동하고 있다. 공자학당은 금년에 창립 10주년을 맞는데, 시진핑 주석은 브라질 등 남미와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방문 시에도 가는 곳마다 공자학원을 문화교류사업의 핵심으로 거론하고 있다. 중국의 유학문화를 대표하는 공자학원은 중국부흥과 중국굴기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공자캠페인을 통한 한중인문교류강화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만큼 유교문화를 잘 보존하고 계승해온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교문화의 종주국인 중국보다도 유교문화의 전통과 의식을 보존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나라이다. 공자님을 기리는 석전대제와 성균관문묘는 세계적인 우수한 인류문화유산이다. 다만 한중간에 유교문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는 부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교 철학의 근본은 인본주의와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다. 지난 8월 말 산동성 유학교류대회에서 중국측 발표자들은 유가는 사람의 “생명가치”를 주목하고 사람의 “도덕경계”를 제고시킨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북한의 인권문제나 탈북자의 인권문제에 대하여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여야 마땅하다. 불행히도 중국은 북중 접경지역에서 벌어지는 탈북자 강제북송과 이 때문에 벌어지는 인간적인 비극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 탈북자가정의 비애는 인권의 문제이고 가족의 문제이다. 중국은 이를 “불법월경자”의 문제로 보고 있지만, 탈북자들에게는 생과사의 문제이고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이다. 유교문화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탈북자정책은 유교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다.

 

 산동성회의에서 또 한가지 느낀 것은 중국의 전통적 가족관이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발표자는 전통 유학이 가족을 중심으로 한 가치관이라면 그러한 가치관은 현대중국사회에서는 이미 “붕괴의 시대”에 들어왔다라고 주장했다. 유학의 핵심은 가족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학은 그런 의미에서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창신(創新)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설명을 들으면서 의문이 드는 것은 가정의 가치가 희석된 중국 사회는 과연 미래에 어떤 가치와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아무리 중국사회가 공산주의, 평등주의, 한 자녀 핵가족 사회로 변했기는 하지만, 인륜의 기본인 가정의 가치가 흔들린다면 어떤 가치가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2014113217490489345dgm.png
 

 그러면 우리사회의 현주소는 어떤가? 돌이켜보면 유교문화는 한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우리국민들의 근면성, 교육열, 가정의 가치, 국가와 사회에 대한 봉사정신 등이 그것이다.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에서도 근로자들이 가족과 같은 공동체 정신으로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국가중심의 개발정책이 성공을 거들 수 있었던 것도 유교사회의 공동체주의와 나라에 대한 충(忠)의 사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양 학자들도 유교문화에 내재한 강한 리더십과 높은 교육열, 가족주의적 인간관계, 그리고 협동과 근면 등 독특한 문화적 요인이 한국, 중국,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교문화의 단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학자들도 있다. 97년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서양학자들이 지적한 것은 다름아닌 유교문화였다. 유교적인 전통 가치와 관습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킨 논리다. 예를 들어 가족(가정)에 대한 집착이 족벌주의(정실 인사, 연고주의)를 정당화시켰으며, 권위(주의)는 수동성을 낳아 정경 지도자들의 부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원칙보다 인간관계를 우선시한 상거래 문화(특히 은행권)로 인해 법치(法治)보다는 인치(人治)가 우선했고 부패가 만연하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유교문화를 단순화한 분석이지만 일면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물론 이러한 비판에 대한 반대논리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유교문화는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과제는 이러한 전통유교문화의 인본주의적인 철학과 가치를 살리면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개인주의, 물질주의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새롭게 발전시켜나갈 것인가에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을 위한 유교문화의 대중화가 절실하게 중요하다. 얼마 전 시진핑 주석도 공자탄신일을 기념하는 제1회 “전세계 공자학원일” 기념식 축사에서 “공자학원은 중국의 것일 뿐 아니라 세계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공자학원을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공공외교의 핵심축으로 생각한다. 모처럼 마련된 한중인문교류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랑스런 한글과 한국문화를 지구촌에 알리는 세종학당도 이에 못지 않는 매력 있고 품격 있는 공공외교의 큰 축을 담당하기를 기대해본다.

34
  • 기사입력 2014년11월03일 21시0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23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