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계등이 내년도 경제운영 방향을 잡는데, 여념이 없어 보인다. 정부는 개혁으로 그 정책 방향을 잡은 듯 보이고, 이는 전선을 너무 넓히는 것 아닌가 하는 반론을 맞고 있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외부환경요인의 핵심에는 중국의 경제상황의 향배에 대한 관심이다. 중국경제와 관련 최근 국내의 각종 언론들의 반응은 2가지로 나눠지는 듯하다. 하나가 늘상 그러하듯이 우리나라의 위기론적 보도이고, 또 하나가 중국의 경제경착륙론까지 거론하는듯하다. 그런데, 최근 중국을 다녀오면서, 중국의 구조개혁에 대한 지도층의 의지가 범상치 않다는 측면과 소비분야가 의외로 탄탄하게 느껴져서, 체감 경기는 비교적안정적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나름대로 재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에는 년말이 되면 대체로 년간 경제상황을 진단할수 있는 두 가지의 경로가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경로와 이어지는 각종 비공식적 포럼의 발표에서이다. 우선 공식적인 경로는 가장 권위있는 것이 매년말에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개최하는 경제정책점검회의이다. 이 회의 이후 약간의 수정을 거쳐서 내년도 3월 개최될 정기국회에 보고하는 것과 동시에 집행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각종 관변연구기관과 단체가 내년도 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하게된다. 사회과학원, 국제경제교류센터, 인민대학경제연구원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재정> 잡지와 인민일보 등 매체에서 개최하는 각종 포럼도 한몫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일종의 consensus building 작업이라고도 할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않다.
중국공산당 경제점검회의를 비롯한 몇가지 경로를 통해본 중국의 내년도 경제전망은 안정기조속에서 경제구조개혁을 계속추진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지금 온통 경제의 구조개혁에 대한 얘기다. 즉, 구조개혁을 하지못한다면 취약한 경제가 된다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소위 “중국의 꿈”을 성취하는 것은 한계에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내년도 경제의 긍적적인측면으로 세계경기의 회복과 각종개혁의 효과에 따른 기대효과를 상당히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반면에, 아직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고, 부동산시장, 환경오염, 그리고 각종 불균형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어쨌든 내년도 중국 경제의 화두는 개혁이며, 과잉생산력해소, 과다외환보유고 재조정, 그리고 성장률 7%전후의 달성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년에는 경제규모가 올해 거의 도달할 10조 달러 고지를 확실하게 지킬 것이다. (2014년도에 10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
여기서 몇 가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 중국이 농촌지역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기업형 집단영농도 다시 시도할 정도로 자기혁신을 강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1978년을 기해서 집단농장의 형태로 영농을 하던 데서 개인에게 영농권을 되돌려 주면서 생산성을 혁신했었던 데 반해서, 지금은 다시 개인적인 영농으로 빚어지는 집단적인 이익의 희생, 가령 다양한 품종을 더 심을수 있다든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 시킬 수 있다는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한 최고위인사는 이를 통해서 비록 실험 단계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생산성을 약 20% 정도 더 증가시킬수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시장을 거슬러가는 집단 경영으로 재앙을 초래 했지만, 지금은 시장에 기초해서 집단 영농을 다시 시도함으로써 생산성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전방위 혁신.개혁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두 번째가 고속철도 운영의 효과가 소비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중국의 고속철도 사업에 뛰어들기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지금은 중국철도의 감리사업에 조그만한 지분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가령 정상운행에 들어간 북경-상하이 고속철도 운영을 보면 중국의 소비가 예기치 못하던데서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점을 느낄수 있다. 이 구간에서는 20여분에 한편씩 시속 300Km 로 달리는데, 40분 이내의 거리인 200Km마다 한번 씩 정차, 많은 사람들을 쏟아내고, 또 받아들이고 있었다. 필자가 단순히 북경-상해 구간의 비행기를 대체하고 북경과 상해에서만 사람들이 타리라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지의 소치였는지를 일깨워 주고 있었다. 즉, 정거장을 중심으로 상당히 넓은 1일 생활권이 확실하게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그만큼,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었다.
또 하나가 중국의 해외로 나간 중국 유학생의 적극적인 귀국이다. 얼마전 중국의 한 유력 일간지의 보도는 의미있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중국이 해외에 내보낸 유학생수가 누계기준으로 1978년 이후 350만명에 달하는데, 72.3% 가 귀국해서 국내에서 각종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200만명 이상의 유학인력이 중국내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도해 주고있었다. 특히, 이들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GFC)이후 중국에서 철수한 많은 합자회사들을 인수, 토착화 시킴으로써 경영측면의 금의환향형 성공뿐 아니라, 중국제조업의 전반적인 역량을 성장시키는데, 일조했다고 평가된다. 중국은 이미 cosmopolitan국가로 향하는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중국의 5대 국유은행들이 후순위채를 발행, 자본을 확충하고 있는 등은, 중국이 안고있는 잠재적 문제가 적지않으리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결과 서비스 업종의 비중 증가가 서서히 이어져 간다는 숫치상의 변화가 있다. 또한 구조개혁과 맞물려서, 중국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단기간에 수십 %의 가격상승을 나타내면서, 또 하나의 기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특히, 이는 홍콩-상하이 증권거래소의 연결매매 허용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중국의 경제환경변모하에서, 물론 뻔 한 얘기기는 하지만, 우리에 주는 의미와 선택은 명확하다. 우리가 중국보다 한 발짝 더 빨리 앞서 가서 중국시장을 선도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책임자들의 입에서 이제는 우리의 높은 기술과 자금력, 중국의 싼임금과 넓은 시장을 통해서 협력 하자는 말은 쑥 들어가 버렸다. 우울하게도 첫 번째의 선택은 국내의 여러 가지 상황으로 봐서 실현되기가 쉽지않다고 본다.
또 하나의 선택은 중국의 발전을 도와 주면서 우리의 몫이라도 챙기는 것이다. 이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자주 얘기하지만, 국내적으로 과잉생산력의 정리를 위한 문제와 과다외환보유고 처리에 대한 것으로 골몰하고 있으며 이 차원에서 대외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고 본다. 가령 한-중 FTA체결도 우리쪽에서는 중국쪽으로 들어가는 문제를 얘기하지만, 기실은 중국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M&A나 중국 자본에 의한 자산 매각이 보다 더 가파르게 일어날 것이다.
결국 필자는 늦었지만, 고위정책당국자나, 최고경영책임자가 지금이라도 국내경제가 아니라, “역내경제”개념을 정책입안이나 기업경영 전략을 짜는데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의 시장과, 고려범위가 우리 한반도에 국한 되는 것이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중국의 일부, 일본, 동남아 지역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아시아 영역에서 제품생산구조를 형성하며, 이를 통해서 적절하게 어디다 팔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중간에 FTA의 원칙적인 타결이 이루어진 만큼, “역내경제”의 개념은 더더욱 중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요도 사실은 역내 소비로 옮아간지 오래되었다. 특히, 은퇴자들은 빡빡한 여유 자금으로 태국, 필리핀, 등 더 싼 곳에서 겨울을 지내거나 하는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제주도는 물론이고, 명동을 나가면 우리말보다, 오히려 중국어나 일본어가 더 많이 들린다는 착각을 가질 정도이다. 전철을 탈라치면, 서양인들도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들도 이미 역내 소비로 나선 것이다. 어쩌면 반도국가의 전형적인 특징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경제의 외부의존성(수출입/경제규모의 비중)은, 이미 100%에 근접하고 있다. 다시얘기해서 우리의 생산력으로 봐서는 단순히 국내시장으로 경제발전을 계속하는 것, 즉 승부를 거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명백히 나타내주고 있다. 내수시장도 우리시장을 키우는 게 아니라, 역내시장의 중요성을 보아야 한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우리나라가 수출주도경제를 택했을 시대(1970~1980년대)의 대외의존도는 최대 60% 였었다. 그러든 것이 아시아경제위기, 그리고 2008년의 GFC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오히려 90%대에 육박하고나서, 지금은 근 100%대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즉, 두 차례 위기의 극복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그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지,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책방향을 얘기한다면 우리나라의 홍콩화를 차선책으로 선택할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주장에 동조할 수 밖에 없는 심정을 떨칠수가 없다. 우리경제는 동북아지역의 “홍콩”을 자임하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 사실, 2차대전 종전및 해방과 함께, 미국과 일본 서브형 경제였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러면 지금도 계속해서 미국과 일본경제 서브형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세계 경제 발전의 1/3을 실제로 담당하는 중국발전 서브경제 모델로 갈 것인지의 여부이다. 냉철하게 판단한다면 결국은 중국발전 서브형 경제로 체질 개선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차원에서 현 정부도 한-중 FTA 타결에 적극적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만약, 국가의 정책 방향이 그렇게 선다면 우리체질 개선의 방향은 분명해 진다. 우리정부의 경제정책수립회의도 중국의 경제정책방향이 무엇인지를 보고, 반은 국내경제, 또 반은 대외경제여건을 참작한 회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등도 경제공관의 역할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할 것을 나타내 주고 있다. 우리가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뭔지를 찾아내야 한다. 당장, 중국은 과잉생산력과 과다외환보유고가 가장 큰 경제과제이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가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이 된 것은 중국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우리가 받느냐 마느냐의 논쟁이 있었다. 일본이 2011년 받았고, 금년들어 세계금융시장의 최대 핵인 런던이 받았기에 우리로서는 심리적인 부담이 훨씬 줄어 들었다. 그렇다면 이를 어쨌던 잘 조성해서 중국에게도 도움을 주면서, 우리나라 경제발전, 특히 금융부문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묘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 해야 할 것이다. 자칫, 시장이 지지부진, 있으나 마나 한 시장이 되고만다면 지금은 무기력하지만 일본의 엔-위안화 직거래 시장에 역내위안화 hub 시장 자리를 내 줄 수도 있는 위험마저 있는 것이다.
또 하나가 한-중 FTA를 통해서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마지막 협상과정에서 정말 우리 업계가 필요로 하는 몇 가지의 과실을 얻어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가 하나 있다. 중국자본의 한국진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한다. 이미 미중FTA체결과정에서 제조업의 상당한 정도가 개방되었으며 이를 중국에 차별적으로 적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자칫 혐한론이 다시 일지도 걱정된다. 우리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국의 한국 투자유치 대사를 임명했으며, 이를 통해서 시쳇말로 검은 돈이든 흰돈이든 우리나라로 투자유치만 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지나친 중국자본의 유입에 경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도 없는 지경이다.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해둬야, 원칙을 지키는 국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