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기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방비리의 보다 큰 문제는 우리 군 전력의 중추를 담당하는 핵심무기체계의 성능미달과 불량사고이다. 무기체계의 성능부족은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성을 낮추며 군의 작전운용을 어렵게 하고, 한편 성능부족을 감추기 위해 개발기관에서 로비를 통해 군 작전운용성능(ROC;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을 낮추어 개발품을 납품하는 비리가 반복될 수 있다. 무기체계의 불량에 의한 사고는 대부분 개발상의 품질보증이라든가 요구성능의 불만족으로 인해 발생되며 이는 장병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위험하기까지 하다.
물론 무기체계개발에서 처음부터 완벽한 경우는 거의 없다. 선진국에서도 무기체계의 개발실패 사례는 적지 않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에만 수십 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가 도입하려고 하는 스텔스 전투기인 F-35도 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양산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본 고에서 논의하는 “뻥 기술”이라함은 첨단무기체계 개발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이익을 위해 기술능력을 부풀려 개발사업을 수주하려는 엉터리 기술을 의미하며, 이러한 과장된 기술은 결국 국민 세금의 낭비와 국방비리를 유발하는 원흉이 된다.
우리나라와 이스라엘 첨단기술의 비교 우위
우리나라는 전기전자, 통신, 컴퓨터 및 정밀기계기술 등이 잘 발달되어 정밀무기체계 개발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품무기의 성능미달과 불량사고가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안보가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좌우하기 때문에 모든 기술개발은 국방기술 위주로 발전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대국을 지향하다보니 우선 돈벌이가 되는 기술 위주로 산업이 발전되어왔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돈이 되고 상용화 및 대중화를 이룰 수 있는 가전제품, 휴대폰, 반도체 등에서 세계 첨단의 기술을 점유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상대적으로 유사한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항공전자기술(Avionics), 군 통신 및 정보보안기술 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민간의 첨단기술력은 군 무기체계개발에 직접 응용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술의 난이도 측면에서 보면 상용 기술(Commercial Technology) 보다는 군사용 기술(Military Technology)이, 그리고 군사용 기술보다는 우주기술(Space Technology)이 훨씬 높다. 이는 제품이 운용되는 환경에 따라 고 난이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군 무기체계는 다양한 온도, 습도 및 기상조건에서 운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용 제품보다는 이러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품질이 요구된다. 위성이나 로켓과 같은 우주제품의 경우에는 방사능, 고진공, 고온과 저온의 열환경 및 무중력 상태로 특징되는 우주환경에서 작동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난이도의 부품 및 제작 능력이 요구된다.
무기체계 획득방안; 해외구매 또는 국내연구개발
국방무기체계를 획득하는 방안에는 크게 해외로부터 직접 도입하는 방안과 국내에서 연구개발을 통해 획득하는 방안의 두 가지가 있다. 무기체계의 해외도입은 국내 기술수준이 미흡해 국내개발이 불가한 경우나 군 전력상 긴급 소요로 해외의 무기체계를 직도입하는 경우이다. 국내 연구개발은 국내개발기관의 기술성숙도가 요구하는 성능의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군에서 요구하는 전력화 일정을 맞추면서 공급할 수 있을 때 시행한다.
북한의 비대칭무기라든가 첨단무기체계에 대한 대응 무기체계를 획득할 때 어떤 무기를 획득하여야 하는지? 무기체계의 획득 시 해외구매를 하여야 할지? 아니면 국내연구개발을 통해 획득하여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통상 군에서 소요제기가 결정되면 방위사업청에서는 획득하고자 하는 무기체계에 대한 선행연구 및 타당성 분석을 통해 해외구매를 할지 아니면 국내연구개발을 통해 획득할지를 결정한다.
“뻥 기술”이 국내개발 무기체계 획득의 아킬레스건
국내연구개발을 통해 획득하는 경우, 국내연구개발 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 개발하고자 하는 특정 무기체계의 핵심기술요소(CTEs; Critical Technology Elements)를 식별하고 선정하며, 이들 각 CTEs에 대한 기술성숙도(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를 평가하여 전체적인 핵심기술요소들의 기술성숙도가 6 이상일 경우에 체계개발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일 기술성숙도가 5 이하인 경우에는 탐색개발을 통해 이들 핵심기술요소들의 성숙도를 6 이상으로 높이도록 한다.
지금까지의 국산화 무기체계개발을 보면 낮은 기술능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국산화 개발하겠다는 의지만을 내세워 이러한 기술성숙도(TRL)를 과장되게 평가하여 전력화 일정을 맞추지 못하거나 성능미달의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소요기술과 기술능력에 대한 평가시스템 자체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나열된 명품무기의 부실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결국 개발일정 지연 및 개발비용의 증가를 유발하고, 이후에 군 요구성능의 완화를 요구하며 군 작전운용성능을 뒤늦게 수정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결국, 무기체계획득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국산화개발을 위한 충분한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채 국내개발기관(국방과학연구소 또는 방산업체)의 “뻥 기술”의견을 믿고 미성숙된 기술을 활용하여 연구개발비용과 생산비용의 초과 및 전력화 일정의 지연을 가져오게 한다는 것이다.
국산무기체계의 성능미달 및 불량 사례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북한의 무차별 포격에 대해 K9 자주포로 응사하였으나 6문 중 3문이 작동하지 못한 상황도 있었다. 수차례 성능 이상을 보였던 명품무기로 자랑했던 K11 복합소총, 중요 시험과정을 생략했던 홍상어/청상어, 파워팩 이상으로 5년의 전력화 지연을 유발한 바 있는 K2 흑표 전차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적의 대전차 로켓 공격에 연막을 피워 적을 교란하는 유도교란체계를 장착한 흑표 전차는 연막을 피우면 레이더가 먹통이 되어 적 로켓을 요격할 수 없다. 그리고 2013년 6월까지 무려 195차례나 고장난 1800톤급 디젤 잠수함 세 척에 장착된 연료전지, 야간 탐지가 불가능한 20mm 대공 벌컨포, 도입 후 68개월 동안 48개월이 수리 상태였다는 수중무인탐사기, 자격요건이 부실한 해외 개인업체로부터 도입하여 시험평가 중 실패한 240억원짜리 전술비행선, 엔진 결함 통보에도 불구하고 구매가 결정된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등 성능미달이거나 불량은 전력화한 이후에도 종종 나타나서 군의 신뢰성을 나락에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의 흑역사 한국형전투기(KFX)의 국내개발방안을 놓고 국산화개발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놓고 10년 이상 지루한 공방을 끌어왔다. 막바지에는 단발엔진과 쌍발엔진의 장착을 놓고 공군, 방위사업청, 국방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개발업체 등이 지리한 공방을 벌여왔다. 정부에 의한 용역을 통해서 개발방안이 일단 결정되면 다른 그룹에서 이러한 용역결과를 믿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치고, 그래서 또 다시 선행연구를 수행하는 믿기 어려운 행태가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그동안 군 전투기의 전력화계획은 계속 지연되고 안보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으로까지 가고 있었다. 그동안 한국형전투기개발사업을 위해서 도합 7회의 선행연구 및 타당성검토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것일까? 왜 이러한 용역연구 결과를 서로 믿지 않으려할까? 정부가 이러한 기획연구를 수행하면 공청회 등을 통해 상대방의 의견을 반영하고 어떤 결정이 내려지면 서로 믿고 밀어주는 분위기는 왜 없는 것인지? 이러한 분란은 국민의 신뢰도 잃고 마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며, 국민은 어떻게 이러한 정부와 군, 전문가를 믿고 국방을 맡길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
차세대 전차 K2의 국산화 기술능력 부재가 남긴 교훈
얼마 전, 육군 차세대 전차인 K2 흑표 전차의 작전요구성능(ROC)의 일부를 하향 조정하는 사건이 있었다. K2 전차는 세계 최강의 전차 개발을 목표로 지난 1995년 개발에 착수해 2007년 시제차량이 나오고 약 8년 만에 요구성능을 낮춤으로써 국산 파워팩의 장착을 가능하게 하는 조치였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32km/h로 가속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기존 8초 이하에서 9초 이하로 작전운용성능을 낮춘 것이다.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로 구성되는데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 변속기는 S&T가 개발했다. 이들 업체는 1,500마력에 달하는 고출력의 파워팩을 개발할 능력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한 국산화를 주장(뻥 기술의 대표적 사례)하며 사업을 추진했고, 결국 전력화의 지연에 따른 전력공백과 이에 따른 개발 및 양산비용의 증가 등 군과 방산업체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사례다.
지금부터 2~30년 전에 개발된 선진국의 전차가 동일한 가속을 위해 요구되는 시간이 Stall Start 기준으로 5초에서 7초대임을 감안할 때도 K2의 가속성능은 6.18초로서 중간 수준인데, 그마저도 8초에서 9초로 1초를 완화해 준 것은 군의 작전운용환경을 고려해서가 아니라 국내업체의 기술수준을 고려해서 업체 요구성능에 군 작전운용성능을 끼워 맞춘 형국이 된 것이다. 우리 기술의 한계가 이런데도 불구하고 초기에 ROC를 잘못 책정해서 엄청난 비용과 일정을 낭비한 경우입니다.
K11 복합소총의 개발 교훈
K11 복합소총 개발에서의 문제는 어렵다고 생각하던 미세 반도체 제작기술과 적외선 표적 획득장비 등에 집중지원을 시행하고, 무기체계 안전성의 핵심요소인 전자파 차단 기술, 비활성 장약 기술 등을 가볍게 생각하여 과소평가한 것이 가장 큰 불량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결국은 무기체계 개발을 위한 기술수준 평가를 위해 핵심기술요소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오류가 있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문제는 방산비리가 아니라 무기체계의 개발에서 전문성이 부족해 발생할 수 있는 성능불량의 문제로서 역시 전력화 일정 및 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해상작전헬기의 획득방안에 대한 논란
국내 최대의 항공우주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유럽 유로콥터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수리온 헬리콥터를 국내 개발하였다. KAI는 육상용의 수리온 헬기를 기반으로 해상작전헬기를 개조 개발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해상작전헬기의 개조 개발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위한 선행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이 연구를 통해 해상작전헬기 개발을 위해 요구되는 핵심요소의 해상화 기술을 식별하고 이들에 대한 기술성숙도 평가를 수행했다. 결론적으로 제한적인 해외기술협력을 받는 경우에도 현재의 국내 기술수준으로 체계개발을 바로 수행할 경우에 전력화 일정의 지연 및 소요비용의 증가를 예상하였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탐색개발 단계의 추가 연구를 통해 해상화 기술의 성숙도를 증가시키고, 분석된 기술적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KAI에서는 선행연구 결과를 무시하고 해외기술협력이 가능하다는 논리와 추가 비용은 업체가 조달한다는 논리로 해상작전헬기 개발을 위한 정부 및 국회 로비를 장기간 수행하여 아직도 사업의 추진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 이러한 업체의 로비로 사업추진방안이 뒤바뀐다면 앞으로도 정부에서 이러한 개발방안에 대한 용역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역할 정립 필요하다 위의 국산화 무기체계의 성능 미달과 부실에 대해 방위사업청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된 무기체계 획득의 부실에 대한 화살이 방위사업청을 향하고 있지만, 실제 연구개발을 통해 국산화된 무기체계는 대부분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전력화된 무기들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방위사업청의 역할은 방산획득을 위주로 하며 이에 따른 사업관리가 핵심 업무이다. 따라서 무기체계의 성능과 신뢰성, 품질보증 등과 같은 기술적인 요소는 기술적 능력을 가지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국방과학연구소는 연구개발기관이기 때문에 무기체계개발에 대한 총괄을 하는 입장이고 개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무기체계의 제작, 조립 및 개발시험을 담당하는 방산업체와는 이러한 업무범위를 놓고 책임 문제 때문에 자주 마찰이 있어왔다.
그리고 사업관리를 하는 방위사업청 통합사업관리팀의 담당자들이 기술적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세부 기술적 문제들을 제대로 협의하지 않아 완료 시점에서 무기체계의 성능 범위를 놓고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40여년 동안 국방과학연구소가 국산 무기체계 개발에 엄청난 기여를 해왔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비대칭 무기체계인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국산 미사일의 개발은 과학기술 기반이 전무한 시대에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당한 지상 및 항공우주 무기체계의 개발이 방산업체로 넘어감에 따라 국과연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근본적인 문제는 첨단의 국산무기체계를 연구개발하는 곳인지, 아니면 방산업체가 개발을 주도하고 국과연은 사업관리기관으로 Agency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인지 이제는 역할분담을 명확히 할 때가 되었다.
무기체계획득 분야에서의 전문가 부재 및 민간 전문가의 진입 장벽
결국 모든 분란의 가장 큰 원인은 무기체계 분야의 전문가의 부재 및 상호 신뢰성의 부족으로 귀결된다. 군에서는 무기체계획득 시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이는 민간 전문가들은 군 작전운용체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민간 전문가 측면에서 바라보면 군 작전운용에 대한 이해는 군 경험자가 자문을 수행하고 실제 기술 전문성을 기반으로 선행연구 및 타당성 분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군은 민간 전문가들이 무기체계획득과 관련한 일에 민간 전문가들이 진입하는 것을 원치 않을 개연성이 높지 않을까?
국방과학기술의 실질적 확산이 필요한 시점
우리나라도 조만간 신생아의 부족으로 병력의 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이다. 군 의무복무연한도 예전의 36개월에서 20개월 수준으로 단축되어 첨단무기체계에 의한 국방은 더욱 중요해졌다. 북한 비대칭무기의 증가와 함께 이에 대응하는 무기체계의 획득 및 개발이 시급하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하여 군 당국에서는 킬 체인 및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의 구축을 계획하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러한 첨단무기체계의 획득도 군 과학기술의 확산 없이 개발에 의한 획득도 운용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성능 미달, 전력화 일정 지연, 개발비용 증가, 신뢰성의 미확보, 품질인증의 미비 등과 같은 무기체계 획득의 문제점은 국방과학기술군의 육성으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방위사업청 및 관련 군 기관의 문민화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무기체계획득에서 전문성이 부재한 문민화는 결국 군의 간섭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군피아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헤어나지 못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