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을 조직/예산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책임운영기관으로 허(許)하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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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는 여야공동으로 지식재산 허브 (IP Hub)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도 해묵은 과제인 ‘특허소송의 관할집중’에 대해 행정부 차원의 결론은 낸바 있고 사법부에서도 관련 법안을 마련하여 제도 개편을 준비 중이다. 모처럼 행정, 입법 및 사법의 3부는 우리나라의 특허제도가 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루었고 내년에 그 첫걸음을 디디게 될 것으로 기대가 크다.
사실 이번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에 있어서 지식재산제도는 핵심적인 제도적 기반이다. 효율적으로 작동되는 특허 보호 시스템 없이 새로운 벤처기업의 창업은 사상누각이 되기 쉬우며 모처럼 조성된 창업열기를 확산시켜 나가기도 어렵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시장지배력과 자금력이 절대적으로 열세인 창업기업은 특허분쟁이 생기면 특허청 심판원, 특허법원,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되는데 그에 대응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최종적인 결론이 나기 전에 기진맥진해서 기업 자체가 쓰러지는 경우도 생기곤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특허무효에 대한 판단과 침해에 대한 판단을 특허법원에서 병합해서 심리하는 ‘특허소송 관할집중제’가 도입되면 소송 수행과정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판결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특허제도가 좀 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친화적인 제도로 변화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특허제도의 운용에 있어서 해묵은 과제 중의 하나는 지나치게 높은 특허무효율과 상대적으로 작은 손해배상액에 관한 문제이다. 일단 특허청에서 특허심사 후에 특허등록이 되면 누구나 확보한 권리의 안정성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특정 특허 건이 무효심판과 소송으로 이어지면 70% 이상이 결국 무효로 판명이 나고 손해배상금액도 평균 5천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면 많은 출원인들은 특허에 의한 기술 보호의 실효성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무형자산이 아닌 부동산 같은 경우 많은 돈을 주고 부동산 매입 후 등기를 마쳤는데 나중에 권리 분쟁이 생길 경우 70%가 무효로 판명이 된다면 누구나 부동산 거래를 주저할 수밖에 없듯이 무형자산인 특허도 너무나 쉽게 무효가 된다면 발명과 특허출원의 의욕은 손상될 것이고 이런 환경에서 창조경제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특허무효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특허청의 심사 부실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고 법원의 높은 진보성 판단 기준과 사후적 고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특허법원 단계에서 새로운 증거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무제한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무효율이 높아 질 수밖에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실상은 이상의 모든 사유가 종합적으로 나타난 것이 현재의 무효율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효율이 지나치게 높은 특허 시스템은 바람직한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특허법원 판결의 전문성과 일관성은 향후 특허제도의 무효율과 관련하여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더욱이 내년에 소송의 관할집중이 이루어지면 판결의 신뢰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무효율을 낮추는 관건은 특허청 심사.심판의 전문성 제고가 될 것인바 이는 국제적인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손색이 없는 특허청의 인력 확보체계를 갖추어야 가능할 것이다. 지금 지구촌은 IP 5체제에 의해 국제적인 특허심사체제가 가동되고 있다. 즉,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와 별도로 미국, 일본, 유럽, 중국 그리고 한국의 특허청장이 매년 정례적인 회담을 하고 국제적인 특허질서를 이끌고 있다는 뜻이 된다. 5개 특허청중 어느 하나의 특허심사품질이 떨어지면 즉각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되었고 5개국의 동일 특허에 대한 심사경과를 서로 공유하고 일반에게도 공개하기 때문에 심사품질의 저하는 국제적으로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낳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특허청 심사관이 다른 경쟁 특허청에 비해 몇 배의 심사능력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특허청 같은 경우는 누구나 선망하는 좋은 직장이고 자격 요건이 엄격한데 우리나라는 박봉의 특허청 심사관이 카운터 파트인 미국이나 유럽 심사관보다 3배 이상의 심사를 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우리 특허청이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 심사관만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면 심사의 완벽성을 기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특허청 심사관은 단순한 국가공무원이 아니라 한 국가의 ‘전략적 자산’이다. 국제적으로 국가 간 경쟁이 무형자산에 의한 경쟁으로 본질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허심사관의 수준은 곧 국가의 수준으로 평가된다. 복지공무원과 경찰공무원을 늘려 나가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지만 특허청 한 명 증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워서야 창조경제를 부르짖는 나라에서 체면이 서겠는가?
이에 대한 대책은 특허청 심사관을 국제적 수준에 걸맞게 채용하면 된다. 우리나라에는 우수한 이공계 박사들이 넘쳐나고 매년 1000억 원 이상 특허청의 잉여 수입이 공자기금으로 보내지고 있기도 하다. 특허청은 특별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기업형으로 운영이 가능한 ‘책임운영기관’이기도 한데, 문제는 특허청이 조직과 예산의 자율성이 거의 없는 허울만의 ‘책임운영기관’이라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특허청의 역할과 기능이 미국의 혁신적 경제 시스템을 지탱하는 핵심으로 보고 IBM 특허책임자 출신이 데이비드 카포스(David Kappos)씨를 청장으로 임명하여 특허청을 완벽한 책임운영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우리가 글로벌화를 외치고 미국과의 FTA를 하면서 왜 우리는 창조경제의 원조인 미국의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2005년에 도입. 시행된 ‘책임운영기관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전향적으로 개정하여 우리 특허청이 향후 우리 첨단기술의 심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특허청에 조직/예산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특허청이 선진 5개 특허청과 국제적 심사역량 면에서 나란히 할 수 있게 되기는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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