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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스토리』 - 제 1 부 ‘당시 외환은행은 과연 매각할 대상이었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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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1월25일 17시1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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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부 ‘당시 외환은행은 과연 매각할 대상이었는가?’

그날 우리는 ‘청천(晴天)하늘에 벽력(霹靂)치는’ 소리를 들었다 2003년 9월 어느 날 오후, 금융 전문 언론사를 경영하는 지인으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이런 청천 벽력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무얼 하고 있느냐?’며, 당장, 다음 날 아침에 실을 원고를 써 보내라는 불호령이다. 부랴 부랴 울분과 통한을 삼켜가며 밤을 새워 이른 새벽에 보냈다. 이렇게 나의 론스타와의 끈 질긴 인연은 시작됐고, 그로부터 10 수 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머리 속을 맴돌고 있는 짙은 의문부호는, ‘왜? 어떻게? 외환은행은 정체도 모르는 일개 사모 헤지펀드에 불과한 론스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던가?’ 하는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이미 동아시아 금융위기의 태풍이 일단 잦아들고, 온 국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모아져서 어렵사리 IMF 통제 체제도 벗어난 뒤였다. 위기 당시처럼 무턱대고 외화자금을 끌어들여야 할 절박한 상황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우리나라의 대외 간판 은행이라던 외환은행은 느닷없이 Texas의 큰 별을 찬 낯선 주인 손아귀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난데없는 소식에, 영문도 모르는 은행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놀랐고, 그리고 이 땅에 사는 많은 양식(良識)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참담한 심정을 어찌 가눌 수가 없었다. 위기를 벗어나 ‘다국적 은행’으로 변신한 외환은행 잠시, 당시 우리 금융산업이 처했던 상황을 되돌아 보면, 국가 경제가 IMF 위기로부터 벗어나 모든 금융기업들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매진할 때였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과 달리, 외환은행은 국민들의 혈세인 공적자금 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고, 독일 Commerz 은행으로부터 해외 자본을 유치하여, 어렵사리 자력으로 자본재편(recapitalization)에 성공한 유일한 은행이었다. 추가로 다른 제 3 국 은행의 자본 참여도 약속된 상황이어서, 우선, 경영 회생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는 자본재편 측면에서 다른 어느 은행보다도 모범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내부적으로 150여개 점포망 축소, 3,5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력 감축, 임금 및 상여금 반납 등 피나는 구조조정을 통한 자구(自救) 노력도 병행하고 있던 참이었다. 말하자면, IMF 금융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오히려 자본충실도를 더한 ‘다국적 은행’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던 그런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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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외환은행은 ‘경영개선 권고’ 조치가 해제된 직후

그 무렵, 금융 당국을 포함한 관계자들 거의 모두는, 금융기업의 생사여탈(生死與奪)의 판단 기준으로 ‘BIS 비율’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여기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실은, 이 BIS 비율이란 것이, 은행 영업의 건전성 여부를 판정하는 하나의 중요한 글로벌 합의일 뿐이다. 하필 8%를 판단 경계선으로 한 것도 다분히 실제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즉, 이 비율은, 은행들에 대한 제재나 부실 판정의 이론적 기준이라기보다, 당초 은행 영업의 레버리지(leverage) 확대를 제어할 ‘게임의 룰’의 합의인 것이다. 다른 한편, 이 BIS 비율 적용으로, 은행들의 수익성에는 부(負)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글로벌 은행들의 BIS 비율 추이를 살펴 보면 이런 점이 극명하게 들어난다. BIS 비율 순위 상위 그룹 거의 대부분 은행들이 글로벌 랭킹의 하위 은행들이라는 사실이다. 

전후 사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금융당국은, ‘은행업감독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금융기업들의 경영실태 평가 및 적기시정 조치를 내리는 거의 유일한 기준으로 ‘BIS 비율’을 적용하고 있고, 이 비율이 기준선인 8%에 미달하는 경우에 취할 조치를, 비율 수준에 따라 ‘경영개선 권고’, ‘경영개선 요구’, ‘경영개선 명령’ 등 3 단계로 세분하여 명료하게 정해 놓고 있다. 그런 지침에 따라, 외환은행도 IMF 위기 당시에 다른 주요 상업은행들과 함께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받았다. 이 조치에 따라 외환은행원들은 눈물겨운 고통을 감내하며 자구 노력을 실천한 결과, 경영상태가 호전되어 2002년 초에는 98년에 내려졌던 그 ‘경영개선 권고’도 해제되어, 본격적인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참이었다. 

한편, 2003년 7월 금감원이 실시한 종합검사에서도, 외환은행은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등 핵심 평가 부문에서 ‘보통’ 수준으로 평가 받았고, 은행의 부실여신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고정(固定)이하 여신 비율’은 시중은행 평균 3.3%를 밑도는 3.0%로 오히려 낮아, 당시 외환은행 경영지표 어디를 보아도 당장 자본 확충을 필요로 할 만큼 부실하다는 징후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외환은행 BIS 비율 전망’ 이라는 괴(怪)팩스 문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관점은, 외환은행의 경우, 감독 당국이 그처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BIS 비율’이, 론스타에 매각되기 직전인 2003년 6월 말 현재 9.6%에 달하여 권고 비율인 8.0%를 훨씬 넘어서 있었고, 또한, 동 비율이 98년 이후 한 번도 기준선인 8% 이하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며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의혹을 푸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관건(關鍵)이 되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시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이 바로 2~3개월 뒤에 작성한 소위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취득 승인신청건 처리(안)’에서는,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6.2%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만들었고, 이를 근거로 당시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의해 원칙적으로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론스타에게 지극히 예외적인 결정으로 외환은행을 넘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사, 백배 양보하여 그렇게 전망됐다손 치더라도, 앞서 말한 ‘은행업감독규정’에 정한 바에 따라 단계적으로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되는 것이고, 연후에, 해당 외환은행이 조치 사항을 제대로 달성하는지를 지켜 보고 나서 다음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온당한 절차가 아닌가? 

이와 관련하여, 반드시 짚고 가야 할 것은, 이렇게 중차대한 국가 대사를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는 BIS 비율 전망 자료가 바로 당국에 전달된 몇 장의 팩스 문건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기가 막힌 일은, 이 팩스 문건을 누가 작성했는지, 어디서 보내왔는지, 아직도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 하나도 없이 짙은 베일에 싸여져 있는 채 그대로라는 점이다. 그렇게도 깐깐하게 업무 형식을 따지고,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고 호령하는 정부 당국자들이, 은행 문서번호도 없고, 발신처도 분명치 않은, 말 그대로 괴(怪)문서에 가까운 팩스 쪼가리 몇 장을 근거로 거대 규모의 국가 자산을, 그것도 국가경제의 혈맥이라는 금융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며 국제업무에 특화하여 독보적 명성을 쌓아 온 외환은행을 덜컥 팔아 넘겼다는 이야기다. 더욱 해괴한 것은, 이러한 거대한 의사결정을 일개 중간 관료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처리했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철저히 밝혀내야 할 가장 중대한 의혹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말로 가관인 것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무슨 ‘누구 누구 신드럼’이니 하며 해괴한 자기변명을 일삼는 것을 의당 그러려니 여기고 지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밝혀진 전후 사정만 해도 이러함에도, 당시에 국가 재산을 관리했던 정부 고위 당국자들, 집권 권력층 요인들, 국가 재산 운용을 감시할 책무를 진 의회 등, 거의 모든 핵심 당사자들은 그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런 황당무계한 얘기들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어 눈감고 있었다는 것인지? 더욱 안타까운 일은, 바로 그 괴(怪)팩스 문서의 진위를 규명해 줄 가장 적임자인, 필자의 기억에도 참으로 성실했던 모습이 눈에 선한, 당시 은행 계리 책임자는 그런 일이 있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났고, 이제 일련의 의혹들은 망각의 늪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가 자국 은행을 그렇게 섣불리 팔아 넘기던가? 

국제금융의 지난 과거를 되돌아 보면, 크고 작은 금융위기를 숱하게 겪으면서, 그 때마다 각국 은행들도 당연히 재무적으로 어려운 지경을 겪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금융기업들의 재무적 곤란에 대응하여 거의 예외 없이 ‘최종 대출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의 상업은행들도 최근 들어서도 몇 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존폐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재무적 위험에 이르렀던 적이 있으나, 매 번 정부가 나서서 기민하게 공적 자금을 우선적으로 투하하여 구제한 다음, 시장에서 실익(實益)을 보아가며 서서히 환수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취했다. 가장 최근 사례가 2007/8년 ‘서브프라임(Subprime) 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자금을 동원한 구제금융을 투하하여 구제한 일이다. 

우리와 금융산업 구조가 비슷하다는 일본도, 97/8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금융산업에 대대적인 구조조정 회오리가 불어 닥쳤으나, 주요 상업은행 가운데 어느 한 곳도 통째로 외국 자본의 손에 팔아 넘기는 일은 없었다. 한편, 중국의 경우에도, 70년대 말 개혁 • 개방 노선에 따라, 경제발전 전략 대전환의 일환으로 계획경제 체제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국유 4대 은행들의 부실여신 비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고, 자기자본비율도 겨우 2, 3%대를 맴돌았다. 가장 양호한 ‘중국은행(Bank of China)’이래야 겨우 6%대를 지키는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WTO 가입으로 금융산업도 대외 개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중국 정부는 특별국채 발행, 외환보유고 동원 등, 정책적 결단으로 대대적인 공적 자본을 투입한 다음, 경영 재건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증시(證市)에 상장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그 때 중국 정부의 결연한 의지와 과감한 정책으로 소생한 중국 상업은행들이 지금 국제 금융 사회의 선두에 서서 가히 국제금융시장 제패(制覇)를 노리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자국 은행들의 지분을 외국 자본이 취득할 수 있는 한도를 아예 2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고, 그나마, 경영 노하우를 받아들일 통로로 경영층의 인적 참여를 곁들여 엄격하게 선별적으로 허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마디로, 각국 정부들은, 자국의 금융시스템 안정과 금융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긴요함을 철저히 인식하고, 자국 은행들을 보전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변의 다른 나라 정부들의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임하는 자세가 이러함에도, 어찌하여 유독 당시 우리 정부 당국은, 그나마 우리 금융산업의 대외 평판이라고 하자면 거의 독보적으로 쌓아온 외환은행을,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받는다는 가당치도 않은 변명으로 호도하면서, 게다가 도무지 의혹 투성이의 수단들을 총동원하다시피 하면서까지, 정체도 불분명한 일개 사모 펀드에 불과한 론스타에 선뜻 팔아 넘기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다. 혹시 배후에 무슨 엄청난 흑막(黑幕)이 감추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당초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의혹의 끝은 아무리 상상을 해 봐도 헤아릴 길이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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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를수록 의혹은 커지고, 상처는 덧나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장기 투자를 위한 것이며, 우리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정부 당국 및 국민들 앞에 주장한 것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거짓이었는지가 백일 하에 드러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의기 있는 각계의 힘겨운 노력으로 투기자본의 정체 및 외환은행 매각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의혹들이 조금씩이나마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편,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겨우 한 두 해가 지난 무렵인 2004년 말 경부터, 무성하던 소문대로 본격적으로 외환은행 경영권을 다시 팔아 넘길 원매자(願買者)를 여기저기 물색하러 나섰던 것이다. 결국, 하나금융에 되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겨 이 땅을 떠났으나, 이 과정에서 또한 석연치 않은 많은 의혹들이 생겨났으나, 이것은 이제 하등 이상할 것도 없다. 소위 론스타 ‘먹튀’를 방조한 것은 누구이며, 또 무슨 새로운 흑막이 가리워져 있는 것인지 새삼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론스타, 과연 그들은 애당초, 무슨 목적으로, 어떤 루트를 통해, 어떤 수단을 써서 당시 우리 정부의 의사결정 요로(要路)에 접근하여 외환은행을 손에 넣었고, 어찌하여 다시 하나금융에 되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떠날 수 있었던 것인가? 이 모든 과정에서 그들이 우리에게 남겨 놓은 엄청난 의혹은 그림자의 끝자락도 보이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으나, 급기야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 소송을 제기하며 일대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유용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도, 이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 재매각하는 전 과정에서 당시 정부 관계자들을 위시한 내국인들 누구 누구가,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 조력, 방조했는가를 낱낱이 밝혀서, 조그만 위법성이라도 철저히 가려 내 응분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제 2 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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