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인망어업을 잘못된 규제로 죽이는 수산행정의 적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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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인망어업이 곧 트롤어업이므로 별개로 허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가. 왜 저인망어업을 트롤어업과 구별하는 것이 부당한가?
첫째, 사전적 의미와 용어례에서 트롤(Trawl)이 곧 저인망을 지칭하는 말이고 전세계적으로 트롤어업은 곧 저인망어업을 말할 뿐 구분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없으므로 트롤어업과 저인망어업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데 우리 수산업법은 버젓이 이를 구별하여 허가하는 잘못된 태도에서 출발하였다.
둘째, 수산업법 관련 규정과 수산업계에 공인된 상식에 의하더라도 허가받아야 할 어업의 종류는 그물의 종류와 이를 이용한 고기 잡는 방식에 따라 구별하는 것인데 저인망이란 그물(트롤)을 배에 장착하고 그물을 가라 앉히면서 배의 전진력에 의하여 생기는 수압을 받아 그물입구가 벌어지고 그 벌어진 그물 안으로 어류가 들어가게 하여 포획하는 어로기법으로서 저인망어업과 트롤어업은 완전히 동일하므로 이를 별도로 구별하여 허가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점이다.
셋째, 수산업법에서 트롤어업을 저인망어업과 구별하는 유일한 기준은 트롤어업의 경우 저인망(트롤)의 입구에 망구(網口)전개판(그물의 입구를 벌려주는 판이란 뜻으로 영어로 Otter라 한다.)이란 어구를 달아 그물을 쉽게 벌어지게 하는 장치가 있는 반면 저인망에는 망구전개판을 달 수 없다는 것인데, 이것이야 말로 잘못된 규제이다. 왜냐하면 저인망(트롤)어업이 그물을 배로 끌어 전진력에 의한 수압으로 그물이 벌어지면서 그 속으로 어류가 들어가게 하여 이를 포획하는 어로법인 이상, 그물의 입구에 이를 쉽게 벌어지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며 따라서 실제로도 저인망에도 그물의 입구에 그물이 잘 벌어지도록 하는 장치가 전통적으로 실치되어 왔다. 이것은 막대기형이 대부분이어서 갯대(Beam)라 하며 판형식의 전개판(Otter)과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그 기능은 완전히 동일하다. 그렇다면 그물이 잘 벌어지게 하는 기능이 같고 다만 형태가 다른 갯대나 전개판의 차이가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할 어업의 다른 종류로 나눌 만큼의 핵심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선박 그물 어업의 핵심적 구별은 그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는 것이지 결코 그물을 잘 벌어지게 하는 방법의 구별에 있지 않다. 즉 갯대냐 전개판이냐는 그물이나 어로방법의 본질적 차이를 초래하지 못하며 그물을 더 잘 벌어지게 하여 고기를 더 잘 잡을 수 있게 효율성을 높여주는 작고 비핵심적 기능의 차이를 가져올 뿐이다. 저인망(트롤)에는 늘 이를 잘 벌어지게 하는 장치가 존재해 왔고 종래에 사용되던 갯대의 개량•발전된 형태가 전개판이므로 결국 “그물을 잘 벌어지게 하는 장치”에 따라 어업의 종류를 구별하여서는 아니되며, 사정이 이러한 이상 수산당국은 오히려 저인망어업자들로 하여금 개량된 전개판을 사용하도록 계도•계발하여 수산업의 발전을 촉진하여야 할 직무상 임무를 이행하여야지, 그러한 임무를 저버리고 저인망어업자라 하여 개량된 전개판을 사용하지 못하고 구식의 갯대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나쁜 규제임이 명백하다.
넷째, 전개판이 갯대보다 그물을 더욱 잘 벌어지게 하는 장치이다 보니, 세계 모든 국가의 어업자들은 저인망(트롤)어업 하면 모두 전개판(Otter)을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처럼 효율이 떨어지는 구식 갯대를 달고 저인망어업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특히 정부가 나서서 전근대적 비효율적인 어구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경우란 있을 수 없다.
다섯째, 도대체 트롤이란 저인망을 말하고 전개판은 트롤의 부속품에 불과한데 전개판을 단 트롤로 하는 어업만 트롤어업이라 부르고 전개판이 없는 트롤어업은 저인망어업이라 차별하는 것 자체가 수산업의 실정을 모르는 수산당국이 잘못된 규제인데, 나아가 수산업자들과 국민을 오도함으로 인하여 국제적으로도 우리 저인망어업자들에게 엄청난 불이익과 손해를 끼치고 있다. 중국[저인망(트롤)어업을 拖網어업이라 한다.]이나 일본[저인망(트롤)어업을 曳網어업이라 한다.]에서도 저인망어업과 트롤어업을 구분하지 않고 있으므로 모두 발전•개량된 전개판을 단 저인망어업허가 어선이 조업을 하고 있으면서 각 국가간 어로경쟁이 치열한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진출하여 어로행위를 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저인망어선들은 외국에서 규제도 하지 않는 망구전개판을 설치하지 못한 채 구식의 갯대를 단 저인망을 달고 EEZ에 나아가 어로행위를 하다 보니 일본, 중국 어선들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도 어획량은 그들에게 미치지 못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어민들의 어처구니없는 차별과 불이익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요구한 바도 없이 우리 수산당국의 몽매함과 나태함으로 인한 나쁜 규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개혁을 외쳐본들 진정으로 국민의 입장에서 깊이 생각하고 개혁방안을 연구하는 공무원이 발견되지 않는 현실에서는 구두선에 불과한 것이다.
여섯째, 시대의 발달에 따라 어구, 어로기법 역시 발달하게 되어 있으며 수산당국은 이러한 시대의 발달과 어구, 어로기법의 발달상황을 적극 수산행정에 반영하고 나아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어 어민들이 더욱 활발하게 어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직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만 인정되는 트롤어업의 기존 허가업자들의 기득권에 기한 압력과 눈치만 살피다 보니 애꿎은 저인망어업자들만 발전된 세상의 혜택도 보지 못한 채 억울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나. 당국의 태도는 어떠한가?
(1) 해양수산부는 “우리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타망류는 전부 전개판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중국 EEZ 수역에서 우리 기선저인망도 망구전개판을 사용할 수 있다.” (2008. 2. 25.)고 하여 중국 EEZ수역에서는 기선저인망이 망구전개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이와 모순되게 우리 영해에서 저인망어업 허가자가 전개판을 달고 조업할 경우 여전히 무허가 어업으로 강력히 단속하고 있으며, 관련법령을 개정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나아가, 수산당국은 저인망어업의 그물코가 작아서 작은 어류까지 전부 잡을 가능성을 미리 막기 위하여 어족 자원보호 차원에서 전개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전개판과 그물코의 크기는 서로 무관한 문제이고, 만약 어족자원 보호차원이라면 그물코의 크기를 규제하면 되는 것이지 전개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
(2) 법무부는 “중국 타망어선의 망구전개판 사용은 새로운 어업방식이어서 그들의 금지규정에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허황된 이유를 대며 “우리 어선은 물론 중국 어선도 망구전개판을 사용할 경우 중국 당국에 의하여 처벌받을 수 있다.“는 유권해석(2008. 7. 18.)을 내린바 있는데, 이러한 의견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세계적으로 저인망어선들이 망구전개판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따라서 합법화되어 있어 중국에서 단속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나머지 내놓은 해괴한 논리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3) 대법원은 수산자원의 남획을 방지하고 어업인들 사이의 이익을 조정하기 위하여 망구전개판 장치 여부에 따라 저인망어업과 트롤어업을 구분하는 것은 질서유지 혹은 공공복리를 위하여 허용되는 것이고, 중국 타망어선이 망구전개판을 사용한다 하여도 어획량이 쿼터에 의하여 제한되는 이상 국내 어업인을 부당하게 차별한다고 볼 수 없다.(2010. 2. 11. 선고 2009도6576)고 판시했다.
위 판례 역시 저인망어업과 트롤어업을 구분하는 것이 왜 수산자원의 남획 방지에 기여하는지를 논증하지 못하고 있어 허구의 논리이며, 어업인들 사이의 이익조정이란 결국 기득권자인 트롤어업자를 위하여 저인망어선업자들에게 개량된 어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평등권 침해임이 명백한 점을 간과하고 있을뿐더러, 어획량이 제한되었다 하더라도 중국 어선이 망구전개판을 사용하여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여 고기를 잡는 반면에, 우리 저인망어업자들이 낡은 갯대를 사용하는 불편으로 인하여 엄청나게 비효율적으로 어획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 왜 국내 저인망업자를 차등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3. 저인망어업과 트롤어업은 통합해야 한다.
저인망을 뜻하는 영어 용어가 트롤(Trawl)이므로 저인망과 구별되는 트롤이란 있을 수 없다. 유독 우리 수산업법에서만 존재하는 트롤어업이란 명칭은 전개판(Otter Board)을 단 저인망에 불과하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저인망어업의 실태에서도 전개판의 유무에 따라 구별하는 경우를 볼 수 없다.
저인망에는 종래의 갯대를 개선한 전개판이 개발되어 나온 이상 이를 부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어업자로서는 당연히 개선된 어로방법인 전개판을 갯대 대신으로 사용하려 할 것이다. 당국에서 개선된 어로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창의성을 발휘하려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직업선택의 자유와도 충돌한다.
1953. 9. 수산업법 제정 당시에 트롤어업이란 이상한 이름의 어업형태가 등장한 이래 반세기가 지나도록 아무런 실태파악이나 이에 따른 반성적 고려 없이 (저인망어업과 별개의) 트롤어업을 존치시킨 것은 결국 저인망어업의 어구, 어법 발전을 인위적으로 가로 막는 것이고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국제전쟁으로 불리는 EEZ에서의 어업 경쟁에 뒤처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수산당국은 즉시 저인망어업자에게 망구전개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단속하여서는 아니되며 나아가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만약 저인망어업에 망구전개판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어족자원이 남획될 우려가 있다면 그물코의 크기, 조업구역, 조업시간을 적절히 규제하면 될 것이지 망구전개판 사용을 제한할 일은 아니라 할 것이다. 법무당국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부당한 규제에 따라 수사, 재판 중인 어업자들에 대하여 그들의 빼앗긴 행복추구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되찾아 주기 위하여 과감히 공소제기를 포기하거나 공소를 취소하는 조치를 취하여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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