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주임대료”의 종말(終末)을 고(告)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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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소득세법 제25조 제1항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부동산을 대여하고 전세보증금을 받은 경우 동법 시행령 제53조 제3항에서 규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사업소득의 총수입금액에 산입하게 하고 있다. 이를 강학상 “간주임대료”라고 부른다. 간주임대료는 부동산 임대시장에서 전세와 월세라고 하는 임대형태 차이에 따른 과세의 불공평을 해소하기 위하여 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적용에는 전세보증금을 받았다고 모두 과세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복잡한 요건과 내용이 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하여 쉬운 예를 하나 들고자 한다. 매월 50만원의 월세를 받는 임대인(A)에게는 1년간 600만원의 임대와 관련한 수입이 발생하여 이에 과세가 이루어진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월세를 받지 않고 8,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받은 임대인(B)이 있다면 B에게는 원칙적으로 과세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B가 받은 8,000만원은 B의 임대료수입이 아니라 임차인에게 돌려줘야할 의무가 있는 B의 채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B가 월세의 대체적인 방법으로 전세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보증금을 받음으로 인하여 당연히 경제적인 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B는 전세보증금을 받아서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방법이나 회사채를 취득함으로써 이자소득을 얻을 수도 있고 기존에 부담하던 채무를 상환함으로써 지출하던 이자비용의 규모를 줄여 경제적 이익을 향유할 수도 있다. 그런데 월세에만 과세하고 전세보증금의 운용수익에 과세하지 않는다면 과세형평에 어긋난다고 하여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요건을 설정하여 제한적으로 과세하는 규정을 세법에 두고 있다. 즉, 간주임대료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받음으로 인하여 실제로 임대료수입이 없어도 보증금을 최소한 정기예금이자율 정도로 운용하고 있다고 간주하여 과세하겠다는 개념이다. 조세법에 규정하고 있는 간주임대료에 관한 산식을 가장 단순하게 표시해보면
“(보증금×정기예금이자율)―(금융수익)”이다.
이 산식의 의미를 보면 보증금을 최소한 정기예금이자율정도로 운용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여기에서 만약 보증금을 운용하여 벌어들인 금융수익이 있다면 차감하라는 것이다. 금융수익을 차감하는 이유는 금융수익이 발생했을 경우 이미 소득세 등이 과세되어서 그 부분이 수입금액에 포함된다면 이중과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금융수익에서 정기예금이자율을 초과하는 수익을 발생시켜 정상적으로 세금을 부담하였다면 추가로 간주임대료와 관련하여 과세할 소득은 없게 된다.
이 산식은 일면(一面) 매우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산식의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만약 임대인이 보증금을 운용하여 발생한 이자소득이나 기타의 금융소득에 대하여 정상적으로 세무신고를 하였다면 이중과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차감될 것이다. 그리고 기존에 부담하고 있던 채무를 변제하였다면 임대인은 기존에 지출되던 이자비용이 지출되지 않음으로 해서 실제소득이 늘겠지만 확정되지 않은 이러한 소득에 대하여 정기예금이자율정도의 수익을 얻고 있다고 간주하여 과세하겠다는 것은 일반적인 과세논리상 무리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즉, 실제 발생한 금융소득이 정기예금으로 운용한 것보다 미달할 때 그 차이금액에 대하여 과세한다는 것 자체가 전세와 월세의 과세형평에만 몰두한 나머지 확정된 소득에 대하여 과세한다는 기본적인 과세원칙을 위배하고 있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간주임대료제도가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최근 한국의 부동산임대시장은 전세에서 월세로의 빠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전세라는 부동산임대형태는 해외에서 흔히 볼수 있는 일반적인 제도가 아니었다. 주택을 포함한 건물을 신축할 수 있는 국토의 면적이 좁고,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부동산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관계로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부동산은 인플레이션을 커버하고도 휠씬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던 매력적인 투자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환경이 거액의 전세자금을 끼고 무리하여 주택을 취득하는 것을 일반적 취득형태로 정착시키게 된 것이다.
전세제도는 실질적으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무이자로 거액의 자금을 융자해주는 제도이다. 임대인의 경우 전세자금을 끼고 취득후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임대인이 부동산을 취득하고도 소유부동산은 계속적으로 임차인이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었다.
외국에서 보기 힘든 전세제도가 유독 한국에서 오랜기간 버텨왔던 것은 한국민의 부동산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고 이제껏 그 기대를 저버린적이 없다는 것과 금리가 지금처럼 저금리가 아니어서 나름대로 운용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금리가 급격히 낮아지기 전까지는 금리는 낮아져도 12%의 전월세전환율이 오랜기간 하방경직성을 지키고 있었다. 즉, 전세금 1억원을 월세로 전환활 경우 월100만원의 월세로 전환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금리가 만성화되고 부동산시장의 상승기대보다는 하강의 위험을 대비하고 있는 분위기에서는 더 이상 전세제도는 정상적인 임대제도로서의 역할을 하기 힘들게 되었다.
경제현상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마련이다. 만성화된 저금리는 임대인의 보증금으로 인한 운용수익을 극도로 낮추어 놓았고 적정기대수익을 맞추기 위하여는 급격한 보증금인상이나 월세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급격한 보증금인상은 임차인에게는 목돈마련의 어려움을 가져오고 이로 인하여 증가된 전세보증금대출은 가계부채의 증가를 가져왔다. 임대인은 보증금인상으로도 적정수익을 얻을 수 없다보니 월세로 전환하기를 희망하게되고 이로 인하여 증가된 월세의 공급물량은 전월세전환율을 점점 떨어지게 하여 결국 시장은 합리적인 전월세전환율을 찾아가게 할 것이다.
현 시기에 전세에서 월세로의 빠른 전환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는 전세대책을 세우는데 매달리기 보다는 월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정책수립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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