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에게 집 한채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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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줄테니 자녀3명 출산”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난 대선 때 여야가 경쟁적으로 쏟아냈던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공약의 후유증으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2012년 대선 때 내놓았던 반값 등록금, 무상의료, 무상보육, 무상급식 공약과 지난 4월 지방보궐선거 때의 무상버스 공약에 사자 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부자감세 등 국민들을 깜작 놀라게 할 만한 공약을 마구 쏟아 내더니 급기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야당)에서 공짜 시리즈 종결판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내놓았다. 야당이 전격 발표한 신혼부부 주택공급 정책을 보면 “신혼부부들에게 집을 드릴 테니 최소한 자녀 세분은 꼭 출산하십시오.” 라고 한 말이다. 아무리 저출산으로 위기의식을 느꼈을지라도 무상으로 집을 준다니? 무상복지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하다.
지난 17대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로 나와 신혼부부에게 1억 원씩 주겠다고 공약을 해서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허경영이란 사람이 생각난다. 그러나 야당은 공짜가 아니라 한다. 임대주택을 왕창 지어서 저리로 융자를 해주자는 것이니 무상이 아닌 것만은 틀림이 없다. 단지 저리로 빌려주되 돈은 세입자가 상환하라는 말이다. 그러면 장기저리 융자방식의 임대라고 해야 하지 않는가? 결국은 박근혜정부의 행복주택과 무엇이 다른가? 국민을 현혹하고 우롱하는 처사이다. 기존 임대주택 정책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그러니 ‘집을 드립니다.’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 야당이 왜 주장했나?
문제의 발단은 초저출산과 전세가격 상승이다. 초저출산 문제를 국가적 재앙이 된다고 생각한 야당은 이 문제를 극복을 위해 매년 신혼부부 25만 쌍 중 40%인 10만 쌍에 대해서 10만호의 임대주택을 10년간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2013년 기준 UNFPA(유엔인구기금) 세계인구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성 1인당 평균출산율은 1.3명으로 세계 평균 2.5명인데 반해 마카오•홍콩(1.1명)에 이어 3번째로 낮았다. 갓 태어난 아이의 평균 예상 생존기간인 기대수명 역시 남성 78세, 여성 85세로 각각 세계 15위, 3위를 차지하고 있어 세계 평균(남성 68세, 여성 72세)보다 10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인인구 증가로 10∼24세의 젊은 층은 세계 평균(25%)보다 6% 포인트 낮은 전체 인구의 19%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야당은 최근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전세 종말론까지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지자 신혼부부들이 주거안정을 꾀하면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듯하다. 전세와 관련된 기사는 대체적으로 공공임대주택 정책제언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러니 야당에서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부동산시장은 현재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전세는 여전히 전체가구의 약15% 정도 살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임대차제도이며 전세가격 상승 또는 월세 전환으로 주거비 부담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신혼부부나 저소득층에게는 야당의 주장이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 무엇이 먼저인가?
“신혼부부들에게 집을 드릴 테니 최소한 자녀 세분은 꼭 출산하십시오.” 라고 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야당의 홍종학 의원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금 확보와 관련하여 주택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100조원의 재원과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고 정부가 이자를 보전해주면 된다고 주장한다. 홍의원의 구상은 도심의 기존 주택을 매입해 개조하거나 중소도시에 신혼부부만을 위한 마을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홍의원이 말하는 주택기금은 저소득 무주택자들의 주거안정에 쓰도록 용도가 정해져 있어 현재로서는 실현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홍의원이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만약 알고 그랬다면 국민을 현혹시키고 우롱한 것이다. 홍의원 말처럼 정말 그렇게 된다면 신혼부부들은 얼마나 좋을까? 취지는 좋았어도 현실성 측면에서 가능해야 한다. 모든 정책이 그렇다. 현실을 직시하고 실현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한번 돌아보자 신혼부부도 신혼부부지만 이미 가정을 꾸리고 있거나 혼자 사는 저소득층이 얼마나 많은가? 지난 10년 동안 기존 주택을 개량한 임대주택은 전국에 어림잡아 5만~6만 세대에 불과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혼부부보다 먼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정책이 마련되었어야 했다고 지적을 하기도 한다.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기초생활수급권자 가운데 영구임대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인원이 약 4만7천 가구에 달하고 평균 대기기간도 21개월 가까이 된다.”며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고령자와 차상위계층 주택문제도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과 같이 전세가격이 치솟고 매물 품귀현상까지 나타나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임대주택을 공급할 때 신혼부부가 우선 고려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특히, 재원마련 방안도 없이 거액의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제도 등도 단지 표를 의식하여 공약으로 내 놓았으니 시간이 지나 바닥이 드러날 수밖에 없지 않았는가? 정부에서 주택을 무상으로 준다는 말을 사용하기에는 우리 현실에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
따라서 이제는 여야가 상대방을 탓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무상복지가 사실상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제도 철폐를 포함한 전면적인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 국민들 상당수가 무상복지 공약의 허망한 결과를 지켜보면서 공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초연금을 재원부담 때문에 보편복지에서 선별복지로 바꾸면서 사과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야당은 정말 집권을 꿈꾸고 있는 정당인지, 대안 없는 공짜정책은 이제 스스로 철회하고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당이 되도록 가장 합리적인 해법을 고민하는 것이야 말로 국민을 위한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주택공급정책을 위한 신도시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즉,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정부까지는 임대주택공급 기준을 사업승인 시점으로 하였지만 박근혜 정부는 실제 공급량을 중심으로 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몇 년 후에나 공급될 또는 과거의 전력을 보면 공급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공공임대주택 공급방식보다는 임기 내 완공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행복주택과 민간물량을 활용하는 매입임대주택 그리고 전세임대주택을 과거 정부보다 많이 공급해서 공급물량을 유지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실제 공급량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사업승인을 받아 놓고 착공을 하지 못했던 물량도 공공사업 주체인 LH공사의 재무상태가 좋아지면 착공하는 물량이 증가하면서 실제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은 향후 더욱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주택경기 회복과 함께 최근 수도권 택지 판매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매입 임대주택나 전세임대주택을 통하여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려는 전략에는 민간 신규임대용주택이 활발히 공급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 정책은 민간 임대주택사업 활성화와 궤를 같이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량 확대를 위하여 획기적인 민간 임대주택사업 활성화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여당은 금융 및 세제 관련 부처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임대주택이 많이 공급되고 공급이 많이 되면 임대주택을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에 앞서 야당도 하루빨리 국회에 상정된 부동산3법(분양가상한제를 지역별 탄력적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재건축조합원에게 소유주택 수 만큼 공급허용)을 처리해야한다. 전세나 월세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것은 주택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점도 있다. 즉,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남아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가 많아지므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따라서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돌리려는 정부의 노력에 야당은 서민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마음으로 결단을 내여야 한다. 야당이 주장하는 임대주택 무상공급은 부동산시장 침체와 전세가격 상승에서 나온 말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무상임대는 있을 수도 없지만 있다 하여도 결국 이는 국민의 세금인 것이다. 정치는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실천하며 국민 앞에 바로 설 때 선진정치가 구현되는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야당은 국민 앞에 바로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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