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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페어노믹스: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와 복지국가의 길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1월30일 20시1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20시09분

작성자

  • 서상목
  • 인제대학석좌교수,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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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웰페어노믹스: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와 복지국가의 길
한국 자본주의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경제성장률이 급속히 둔화되면서 충분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른바 ‘한강의 신화’는 고도성장과 더불어 비교적 양호한 소득분배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요약될 수 있으나, 최근의 상황은 경제성장세 둔화와 더불어 소득분배 역시 악화되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스트레스 수준 역시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 다수는 한국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고, 국민의 행복체감도는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을, 그리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사회의 실상이다.
 
한국은 1960년대 초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출산업중심의 시장경제정책과 사회주의적 기획경제정책을 융합한 ‘박정희 패러다임’을 구사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는 그 후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수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87년 이후 정치민주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한국에서 박정희 패러다임은 그 실효성이 크게 저하되었고, 그 결과 한국경제는 외환위기라는 사상초유의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위기 수습과정에서 IMF의 강력한 요구로 추진된 금융개혁과 재벌개혁으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관치금융의 개선 등의 긍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기능의 약화와 노조 및 사회적 이익집단의 영향력 확대는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임금구조의 악화로 이어지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수익성 위주 경영관행은 설비투자의 부진과 저성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나친 규제로 인한 건설경기의 장기침체는 내수부진과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왔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에는 선거과정에서 제시된 복지정책공약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입법에 역점을 두었으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세수 부족상태가 심각해지면서 경제정책의 초점을 경제활성화로 전면 전환하고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정책추진과정에서의 일관성 결여에 의한 불가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새 포도주를 헌 부대에 담으면 발효과정에서 부대가 찢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새 술에 맞는 새로운 부대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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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복지와 경제의 융합을 의미하는 ‘웰페어노믹스’를 한국 자본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웰페어노믹스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모델을 수정하여 ‘복지적 경제’의 방식으로 함께 성장하는 자본주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첫째, 정부의 역할을 한국 고유의 정부주도 시장경제에 자유시장경제 요소를 가미한 혼합형 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 현안이 되고 있는 고용 창출과 지속가능한 복지정책 수립 부문에서 정부의 전략수립 및 집행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둘째, 경제에서 기업의 역할이 증대되는 시대를 맞아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앞장서는 새로운 경영전통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 스스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분야에서 새로운 기업활동을 만들어내는 공유가치창출(CSV)  경영관행을 정착시키고, 동시에 정부의 규제 중심의 기업정책을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시민사회와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통해 공생발전의 생태계를 구축할 것을 강조한다. 이는 제3섹터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지원을 간접적 지원 형태로 전환하고, 보다 체계적인 간접 지원조직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웰페어노믹스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서구식 복지국가 모델을 수정함으로써 ‘경제적 복지’의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첫째, 일자리가 최상의 복지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일자리 복지기반을 더욱 공고히 구축할 것을 강조한다. 이는 복지행정과 고용행정을 통합운영하고, 전 국민에게 맞춤형 복지-고용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국단위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사회혁신이야말로 사회복지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혁신복지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을 제안한다. 이는 사회복지활동을 금융의 원리로 지원하는 사회금융시장의 육성과 사회적 공공사업의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성과채권(SIB) 제도 의 도입을 의미한다. 셋째, 다양한 경영기법을 사회복지 부문에 적용하여 복지경영의 전통을 확고히 수립할 것을 강조한다. 이는 사회복지 부문에서 사회적 성과 측정을 새로운 평가기준으로 설정하고,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를 과감히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론적 측면에서, 웰페어노믹스가 제시하는 ‘복지적 경제’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모델에 대한 대안, 그리고 ‘경제적 복지’는 재정위기에 봉착한 서구식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실적 측면에서, 보수와 진보세력 간 복지와 경제문제 해결에 관한 시각과 해결방안에 대한 이견이 커지고 있는 현재의 한국적 상황에서 경제운용과 기업경영에 있어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시각과 복지시책의 추진과정에서 경제적 그리고 경영적 시각의 통합적 적용은 정책현안이 관한 사회적 합의를 가능케 하고 사회적 갈등을 축소시키는 촉매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웰페어노믹스는 효율과 형평, 이기심과 이타심,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시장과 정부, 더 나아가 창조적 파괴와 협력적 공존 등 서로 대립을 이루는 가치관들이 조화를 이루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갈등보다는 조화를 강조하는 동양적 가치관의 실현이기도 한다. 근대화 초기에는 학문의 여러 분야가 각기 분화되어 발전되었으나, 20세기 중반부터 다시 수렴되어 융합의 시대를 형성하는 것과 같이 효율과 형평,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등의 가치관도 서서히 수렴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웰페어노믹스는 새로운 시대적 가치관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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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의 최근 저서 『웰페어노믹스: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와 복지국가의 길』(2013. 9, 북코리아)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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