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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장기침체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2월06일 00시0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31분

작성자

  • 이경태
  • 前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前 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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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세계경제는 장기침체인가?
(세계금융위기이후의 저성장고착)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엄습한 이후 내년이면 어언 8년째로 접어 들지만 세계경제는 아직도 불안하기만 하다. 선진경제권중에서 그나마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유럽은 이제 겨우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고 있을 뿐이고 일본은 아베노믹스가 기세등등하게 출발하였으나 2년이 지난 지금 벌써 탈진한 모습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한때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하였던 신흥개도국역시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BRICS 중에서 중국과 인도만이 고도성장은 아닐지라도 중성장정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고 브라질, 인도네시아, 러시아 모두 침체에 빠져 있다.
2차세계대전이후에 이렇게 장기간 세계경제가 부진을 보인적은 한번도 없었다. 앞으로 어떤 속도와 모습으로 회복될 지에 대해서 종래의 경기순환이론으로는 설명할 수가 어렵고 전망은 더더욱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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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문헌으로만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세계대공황은 1929년에 발생하였는데 완전히 회복된 것은 1945년 2차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이었다. 전쟁이 경제를 파괴만 하는 것이 아니고 부흥의 원동력을 제공한다는 역설이 일어났던 것이다. 물론 미국은 전쟁으로 인한 생산시설의 파괴를 겪지 않았고 막대한 군수물자를 생산하기 위해서 건설한 생산시설을 평화적인 용도로 성공적으로 전환하였다. 세계생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은 마샬플랜을 통해서 유럽을 부흥시키고 일본의 전후부흥을 지원하였으며 브래튼우즈체제라는 세계경제질서를 주도하였던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과거 미국같은 지도력을 갖춘 국가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진행형인 세계적인 저성장은 과연 언제쯤 끝날 수 있을 것인가?
 
(2차세계대전이후의 장기호황)
2차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세계경제는 장기호황을 구가하였다. 호황의 배경에는 미국경제의 약진이 있었다. 전쟁이 끝나면 전시특수의 실종으로 미국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를 비웃듯이 미국은 갈브레이스교수가 자본주의의 마지막 발전단계로 지칭한 대중소비시대를 구가하였다. 마땅한 경쟁국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은 엄청난 생산력을 증강시켰고 성장의 과실은 국민대중에게 분배되어 소비주도경제를 열어나갔다. 일본과 서구또한 전쟁의 폐허를 딛고 기적적인 경제부흥을 이루어 내었다.
1970년대의 1,2차 석유파동으로 세계경제는 충격을 받고 선진국들의 성장세가 한풀 꺽이었다. 그런데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폴등 아시아의 작은용 4마리가 날아오르기 시작하였고 뒤이어 중국대륙이 잠에서 깨어나면서 세계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게 되었다. 1990년대 초에 공산주의가 몰락하면서 세계는 시장경제로 수렴하게 되었고 이는 또다른 성장동력을 불어넣었다. 
장기호황의 대미는 1990년대말부터 진행된 정보통신혁명이었다. 이 기술이 제조업가 서비스산업에 광범위하게 응용되면서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왔고 거시경제는 성장과 물가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변동성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경제를 찬양하면서 뉴이코노미라고 부르는 학자들도 생겼다.
장기호황의 원인으로서 자원가격의 상승을 빼 놓을 수 없다. 중국이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가격상승을 초래하였고 자원수출국들의 경제도 호황을 누렸다.
 
(장기호황은 거품을 만들고 위기를 낳았다)
장기호황의 지속에 따라서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가 만연하고 위험감수성향이 강화되어서 실물과 금융투기가 기승을 부려서 필연적으로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일본의 부동산거품, 미국의 IT거품, 중국의 실물투자거품을 거쳐서 2008년 마침내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하였다. 거품은 호황의 원인이면서 결과이었고 위기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장기저성장은 불가피하다)
장기침체를 경제성장이 마이너스 혹은 정지상태로 정의한다면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쌍두마차인 미국과 중국, 인도등이 견실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이전의 고성장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두자리숫자의 성장을 지속하는 국가는 신흥개도권에서 더 이상 출현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유럽과 일본은 1%내외의 성장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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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보더라도 고령화와 출산율의 저하, 자본이익율의 감소가 장기저성장을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물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바이오와 나노기술등이 가져오는 생산성개선과 수요창출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들이 과거의 기술혁명과 다른점은 고용의 파괴효과가 창출효과를 상당부분 잠식한다는 것이다. 고용과 가계소득의 향상을 가져오지 않는 기술혁명은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경제운용의 시각에서 보면  위기이전의 고성장에 기여하였던 거품경제의 재현을 다시 용납해서는 안된다. 경제위기는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서 장기간 지속되는 후유증을 낳는다. 분배불평등은 가장 대표적인 후유증이다. 한국은 외환위기이후에 불평등구조가 고착화되었고 선진국들도 위기를 겪으면서 분배가 악화되었다. 호황과 위기의 반복이 아니라 건실한 적정성장만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어 준다.
지금 세계경제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면서 다시 위기이전의 방만한 경제운용으로 회귀하자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지만 거품을 만들고 위기의 씨앗을 잉태하는 자유방임적 경제정책으로의 회귀는 위기가 주는 값비싼 교훈을 망각함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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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2월06일 00시0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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