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과 대한민국의 생존전략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지금 세계 최고의 강대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전쟁 중이다. 그 전쟁은 다름 아닌 무역전쟁(trade war)이다. 우리에게 미국은 군사안보의 동맹국이며 중국은 최대 무역 교류국이다. 이 미국과 중국이 지금 경제대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은 상호 동맹국 간의 지정학적 가치(geopolitical value)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고, 한국과 중국은 지경학적 가치(geoeconomic value)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21세기 국가 미래전략은 ‘안미경중(安美經中)’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소위 안보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더욱 튼튼하게 묶어 나가고, 경제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비중 있게 강화시켜 나가야 생존할 수있다는 국가전략이다. 이런 한국의 국가 대전략(Grand strategy)은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지정학적 상황과 지경학적 상황을 복합적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는 날카로운 현실분석에 발을 딛고 서 있는 냉철한 전략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두 나라를 향한 우리의 국가 대전략이 상호 모순적이고 상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가 발생되기 쉬운 상황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적 경쟁관계를 유지하기 보다는 상호 경쟁적 적대관계를 유지할 때 나타날 수 있다.
미중(美中) 두 나라가 상호 보완적 공생관계를 유지한 경우보다 상호 적대적 주적(主敵) 관계를 유지할 경우에 미중을 향한 우리의 국가 대전략은 심각한 도전을 받을 수 있다. 자칫 잘못 대응하면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두 마리의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로 전락할 수 있고, 두 초강대국의 이익에 눌린 샌드위치나 크래커 신세로 추락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우리의 깊은 우려(憂慮)는 현실이 되고 있다. 미중 초강대국 간의 무역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9,10일 양일간에 걸쳐 워싱턴 DC에서 벌인 무역담판을 아무런 합의도 없이 ‘노딜’로 끝냈다. 이로써 미국은 협상중인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린데 이어, 협상 결렬 직후 나머지 중국 제품 3,250억 달러어치에도 25% 관세를 물리는 절차에 돌입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10일 오후 홈페이지에 “대통령이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남아 있는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인상하는 절차를 개시하도록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미국은 향후 3-4주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나머지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여 한 달 내에 양보하지 않으면 모든 중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경고인 것이다. 미국이 먼저 중국을 향해 관세폭탄을 던진 셈이다.
그리고 새로운 무역 장벽을 세우겠다고 선전포고한 것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공격에 대한 보복조치로서 6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제품의 중국 수출품에 관세 장벽을 높이겠다는 반격의 관세폭탄을 던졌다. 이에 다시 트럼프 대통령은 5,4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확산시키는 과정에 돌입했다. 이는 곧 일상용품인 핸드폰, 선글라스, 카메라, TV 등의 가격을 높이면서, 세계경제에 지진과 같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폭탄을 투척한 당일, 미국의 다우존스 주가는 719포인트나 떨어질 만큼 출렁거렸다. 미국의 주식시장이 충격에 빠져 들었다. 원래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장벽을 높여서 얻은 총세입 약 1,000억 달러 정도를 모아 그 중의 약 150억 달러 정도를 이번 조치로 인해 중국시장을 잃은 미국의 농부와 제조업자들에게 긴급 원조해 줄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미국의 농부들과 제조업자들은 매우 행복할 것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미 재무부는 지난 7개월 동안 관세를 통해 고작 390억불밖에 모으지 못했다. 그 결과 지금 미국의 산업계는 트럼프에게 적대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트럼프의 경제정책들이 오히려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에 재앙이 되고 있고 미국 경제를 잡는 올가미를 튼실하게 조여 미국의 소비자들을 무역전쟁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곧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인들에게 세금을 높이고 세계적 가치 사슬에 의존해 있는 수많은 미국인들의 직업을 위협한다’는 사실에 대해 트럼프가 별 특별한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셈이다. 이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전쟁의 강행에 대해서 중국의 환구시보(环球时报) 편집장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미국의 농산물 수입을 중단할 것이고, 보잉(Boeing) 구매도 줄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로 지난 월요일 미국의 보잉사 주가는 약 5% 하락했다. 트럼프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미국 시장이 굴러갔다.
중국 역시 비슷한 폭풍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은 제조업이다. 이 제조업의 수출품은 미국 시장이 노다지이다. 이제 미국 일반인들은 중국산 제품 없이 생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 결과 중국경제는 지난 30년 동안 연 경제 성장률 10% 달성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울 만큼 높은 경제성장을 이뤘다. 이 모든 경제적 성공의 원인은 공산당의 업적으로 귀결된다. 중국 공산당이 체제유지에 성공한 원인도 경제성장에 있다.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은 곧 공산당 체제의 정통성을 강화시켜 준다.
그리고 마침내 중국의 공산당식 권위주의 체제는 미국 중심의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 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유세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을 겁탈하고 있다(China is raping us)”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해에 365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미국의 대중 무역 수출액의 세 배와 맞먹는다. 중국의 천문학적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하루 10억 달러나 된다. 트럼프는 이런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미국 경제를 침탈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마침내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2018년 3월 22일, ‘중국 경제 침략 저지를 위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중국이 우리에게 자동차 관세 25%를 매기는데, 우리는 고작 2%의 자동차 관세만 매긴다면 그것은 말도 안 된다. 중국은 이런 차이를 이용해서 경제를 발전시켰다. 이런 무역은 지극히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일찌감치 ‘중국쇼크’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참모 배넌의 조언대로 ‘중국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트럼프에게는 대중 무역적자를 줄여서 이를 극복하는 것이 차기 대선 승리의 지름길이다. 이를 위해서 트럼프는 미중 무역전쟁을 더욱 지속시켜 나갈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재선 당선’ 목표를 이루려 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런 속내를 중국이 모를까?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을 트럼프의 대선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도록 전개해 나갈 것이다.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기반과 지지자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주는 ‘전략과 선택’의 정책에 집중해서 미국의 대중 무역수출품들을 타겟으로 삼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 내부로부터 트럼프의 대중국 무역전쟁이 오히려 미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도록 대미무역 전략을 구사해 나갈 것이다.
물론 미중 무역전쟁을 끌면 끌수록 경제체질이 약한 중국이 훨씬 큰 손해를 볼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 성장 기반이 흔들리면 이는 곧 시진핑의 체제 유지에 어려움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미중 무역전쟁의 시침(時針)을 내년에 있게 될 미국 대선의 시간표에 맞춰 놓은 것 같다. 트럼프도 이를 눈치 챘는지 11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최근 협상에서 너무 심하게 당하고 있어서 내년 대선 무렵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두 번째 임기 때의 무역협상은 중국에 훨씬 더 나쁠 수 있으니 지금 행동하라”고 압박했다. 이는 중국에게 내년 대선 상황을 보지 말고 지금 협상을 끝내라는 트럼프의 요구인 것이다. 중국의 대미 무역전쟁의 전략을 트럼프는 이미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기가 매우 껄끄럽다.
이런 중국의 반응을 미국의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는 2018년 10월 연설을 통해 “중국은 (트럼프가 아닌) 다른 미국 대통령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요구한 것처럼 서둘러 쉽게 합의해 주지 않을 것 같다. 이번주 플로리다주 파나마시티 비치 유세에서 트럼프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권경선후보가 ‘해외 지도자들은 내(바이든)가 2020년에 트럼프를 꺾기를 바란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그럴 거다. 그래야 미국을 계속 빼먹을 수 있을 테니까.”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뉴욕타임스 5월10일)
작금에 펼쳐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서 중국의 CCTV 메인 앵커는 “만일 토론을 한다면, 대화의 문은 크게 열려 있지만, 만일 싸운다면,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재 미국 주도의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 경제 발전에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감을 강화시키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회를 위기로 전환하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을 모택동 주석의 ‘대장정(大長征)’에 임하는 전략처럼 장기전, 지구전으로 끌고 갈 것을 암시한 대목이다. 중국도 미국 내부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미중 무역 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모를 리 없다. 예를 들면, 미국 뉴욕의 연방은행과 프린스턴 대학교 그리고 콜롬비아 대학교 등이 내놓은 분석자료 가운데는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중국산 수입물품에 대해서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경제의 산출량은 총 1200억불 정도가 수축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장벽을 높이면 이는 곧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그 세금 부담이 떨어질 것이고, 미국인들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라는 부정적인 경제 분석이 담겨 있다.
한편 중국이 입을 경제적 파장도 만만치는 않다. 중국은 미국에서 연간 1,500억 달러 정도를 수입하는데 이미 1,100억 달러어치에 대한 보복 관세는 매겨진 상태이다. 그리고 나머지 400억 달러는 중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섣불리 관세를 부과하기 어려운 품목들이다. 그래서 중국은 대미 무역보복의 카드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농산물 보복 관세를 포함하여 미국 국채 매각, 위안화 평가 절하,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 미국 관광 중단 등을 거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이 모두 큰 타격을 받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이 상호 25%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전을 벌이면 첫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3% 포인트, 미국은 0.3% 포인트, 세계 경제는 0.1%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미국이 중국 수입품 전체에 25% 관세를 매기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5.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8일 통계청과 관세청이 발표한 '2018년 기준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8년 對 중국 수출은 1,617억 달러 (약 186조원), 수입은 1,053억 달러(약 121조원)로 무역수지는 564억 달러(약 65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에 대해선 수출 722억 달러(약 83조원), 수입 561억 달러(약 65조원)로 161억 달러(약 19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중국과의 무역수지 흑자가 미국과의 그것에 비해 3배가 넘는다. 이에 덧붙여 한국 무역협회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38.9%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이 확대되면 수출 감소분이 연간 8억 7천만 달러(약 1조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펼쳐지고 있는 미중간의 무역전쟁은 단순한 경제전쟁의 신호탄이 아니다. 21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했던 중국의 경제규모는 이제 미국의 70%까지 치고 올라갔다. 신흥 경제강국으로서 중국은 과거 신흥 도전국가 아테네처럼 자신감에 차 있고, 기존 경제 강국인 미국은 아테네의 부상을 두려워 했던 스파르타처럼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이 경제적 부상을 발판으로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곧 미국을 향한 패권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앞에 펼쳐진 해양세력 미국과 대륙세력 중국 간의 무역전쟁은 세계질서 주도권을 위한 미중패권경쟁의 신호탄인 것이다.
이제 해양세력 미국과 대륙세력 중국 사이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어떤 국가 생존 대전략을 갖고 있는가? 비록 지금은 중국에 비해 기술 우위력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무역교류에서 흑자를 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우리의 과학기술정책에 달려 있다. 그리고 14억 중국의 광활한 시장이 언제까지 우리 제품수출의 블루오션이 될까. 오늘의 블루오션이 내일의 블랙홀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가?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시장에서 미래의 중국은 위협일까, 희망일까? 트럼프와 같은 '거래의 기술자'가 '동맹국의 지도자'로 나왔을 경우, 안보동맹국인 미국은 우리와 경제동맹국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경제적으로는 약탈자(predator)일까?
지금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패권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조국 대한민국은 또 한번의 생존과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미중 패권경쟁의 불꽃속에서 우리가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취해야 할 잠재적 이익과 잠재적 위협은 무엇인지...지금 이를 돌파할 국가대전략에 몰입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미중 패권경쟁의 험난한 파고 속에서 이 풍랑을 뚫고 헤쳐 나갈 대한민국 국가대전략을 준비하고 있는가? 21세기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위한 빅픽쳐(big picture)는 무엇인가? <ifs 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