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 돌아온 브렉시트: 무엇이 문제인가? ⓷EU탈퇴협정(Withdrawal Agreement)합의 이후의 혼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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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영국, EU와 협의한 탈퇴협정안이 몰고 온 정치적 위험
2018년 11월 13일 영국은 EU와의 탈퇴협상을 극적으로 마무리하고 탈퇴협정(Withdrawal Agreement)안과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선언을 마련하였다. 이로써 영국은 2019년 3월 29일 “합의 없는 탈퇴(no-deal Brexit)”에 따른 위험과 혼란 상황을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영국과 EU의 Brexit 협상이 마무리됨에도 불구하고, 영국의회에서의 승인절차는 내부의 극심한 반발로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탈퇴협정안에 대한 영국의회의 승인절차는 2018년을 넘겨 2019년 1월로 연기되었다. 영국의회의 승인과정에서 탈퇴협정안은 2019년 3월까지 3차에 걸쳐 부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메이 총리는 Brexit 협상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나 영국이 전환기 없는 탈퇴 위험성이 점차 높아져 감에 따라, EU 측에 6월 30일까지 탈퇴기간의 연장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EU 측에서는 4월 12일까지 Brexit의 무조건 연장 그리고 10월 31일까지의 재연장에 이르게 되었다. 현지 언론은 만일 협정안이 영국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메이 총리의 퇴진 및 내각 해산, 조기 총선이나 제2의 Brexit 국민투표실시 등 정치권의 혼란이 최고조에 달할 가능성을 전하고 있다. 한마디로 영국의 Brexit 재연장에도 불구하고 Brexit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영국과 EU가 마련한 탈퇴협정안의 주요 내용과 문제가 되는 쟁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완전탈퇴(hard Brexit)와 관세동맹 잔류(soft Brexit) 사이를 오간 EU탈퇴 협상
영국이 EU와 탈퇴협정을 합의한 이후 나타나는 혼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협상의 진행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은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6년 6월 23일 국민투표에서 EU탈퇴(Brexit)를 결정하였다. 2016년 7월에는 메이 총리가 이끄는 신정권이 탄생하면서 EU탈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이후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은 난항을 겪기 시작하였다.
영국은 2017년 3월 29일에 EU법 제50조를 발동되고 2년 후인 2019년 3월 말의 탈퇴를 결정하였지만, 그 후 메이 총리가 갑자기 결정한 영국 하원을 해산하고 실시한 총선에서 보수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였다. 이후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 지방정당인 민주통일당(DUP)과 정부신뢰, 예산, EU탈퇴법안 등에 한해 협력을 얻는 Confidence and Supply협정을 통해서 정권을 이끌고 있다. 2017년 12월 영국은 EU와의 탈퇴조건에서 대략적인 합의를 했지만, 이 시점에서 DUP와의 협력을 고려하여 아일랜드 국경문제의 해결을 미루게 되었고, EU와 협상과정에서도 EU에서의 완전탈퇴(hard Brexit)와 관세동맹 잔류(soft Brexit) 사이에서 확실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이 과정에서 영국은 2018년 6월 EU탈퇴법을 제정하였다. 같은 해 7월 메이 총리는 재화부문만의 EU공통규칙을 적용하고 서비스부문은 제외하는 Chequers Plan을 발표하였음은 지난 회차에서 정리한 바와 같다. 남·북아일랜드 사이에 국경을 없애는 ‘soft Brexit’ 전략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교역관계 등에 있어서 EU와 최대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Brexit 이후에도 영국이 EU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남게 되는 이름만의 탈퇴라는 이유로 메이 정부의 각료들과 여당인 보수당 내에서도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져, 장관들이 사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후의 Brexit 협상은 2018년 9월 비공식 EU정상회의, 10월 EU정상회의를 거치면서 논의되었으나,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2018년 11월 13일 영국과 EU의 탈퇴협상이 극적으로 마무리되어 탈퇴협정(Withdrawal Agreement)안과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선언에 합의하고, 이어 11월 15일 영국 각의에서 승인되었다. EU측도 2018년 11월 25일 EU정상회의에서 탈퇴협정에 서명하였다. 메이 총리는 2018년 12월 4일 하원에 탈퇴협정안을 보고하고 대국민 설득을 위한 지역방문 및 언론 인터뷰 등을 실시하였다. 영국 측의 일정은 탈퇴협정안이 2019년 1월 21일 이전에 영국 하원의 승인을 얻어야 했으며, 일정상 그러지 못하면 2019년 3월 29일 합의 없는 상태에서의 탈퇴(no deal Brexit)위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한편 EU측에서는 2019년 3월 말 이후 영국은 EU를 탈퇴할 것을 전제로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 캠페인, 2021년부터 적용되는 EU예산의 협의를 이미 시작하였다.
탈퇴협정안, 남·북아일랜드 국경문제를 이행기간 동안 해결 과제로 남겨
우선 영국과 EU가 합의한 탈퇴협정(Withdrawal Agreement: WA)안의 주요내용은 아래의 <표 2>과 같다. 이 협정안이 발효되면, 이는 영국과 EU 간에는 유일한 법적 협정이 된다(당초 계획대로라면 2019년 3월 29일 이후). 영국은 EU 회원국으로써의 EU법체계에서 벗어나 경제, 사회 등 제반분야에서 EU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게 된다. Brexit 탈퇴협정안에는 영국의 EU탈퇴 이후의 이행기간 설정, 아일랜드 국경, 분담금 정산, 금융시장접근, 양측 시민권리 및 사업관할권 문제 등이 망라되어 있다.
남·북아일랜드 국경문제 풀어갈 안전장치(backstop), 왜 문제가 되나?
이 가운데 그동안 영국과 EU의 Brexit 협상에서 최대의 어려움은 남·북아일랜드의 국경문제로 집약된다. 양측은 탈퇴협정에서 '국경통제'(Hard Border, 국경통과 때 통행과 통관절차를 엄격히 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서,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가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안전장치'(backstop) 방안을 마련하였다. 따라서 영국은 EU와 영구적인 새 무역협정으로 대체할 때까지 관세동맹에 잔류한다. 수산물을 제외한 모든 상품이 적용대상이다. 양측은 영국의 전환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까지 미래의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게 된다. 양측은 이행기간의 종료이전에 새로운 미래관계를 구축하여 안전장치가 실행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안전장치가 가동돼 영국이 EU관세동맹에 잔류한 상황에서, 이를 종료하려면 한쪽이 상대방에 종료 이유를 포함해 이를 통보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후 이를 논의할 공동위원회가 6개월 내 열리게 되고, 양측이 동의하면 안전장치가 종료된다.
탈퇴협정에서 영국과 EU가 이와 같은 합의를 이끌기 전까지 양측은 사실상 상당한 입장의 차이를 보여 왔다. EU측은 1998년 4월 10일 영국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서 영국과 아일랜드(아일랜드공화국) 사이에 체결된 벨파스트 (평화) 협정(Belfast Agreement)에 근거하여 북아일랜드를 EU단일시장·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는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사이에 있는 아이랜드海에 국경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아일랜드 지역정당인 민주통일당(DUP)은 북아일랜드가 영국에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일랜드海에 국경의 인정이 영국을 분단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메이 총리는 영국 전체가 EU단일시장·관세동맹에서의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사이의 관세 체크 포인트를 간편하게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영국측의 입장에 EU측도 어느 정도 양보를 제안하였었고, EU27개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였기 때문에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면 이 안전장치(backstop)가 왜 문제가 되는가? 영국과 EU가 합의한 탈퇴협정안은 남·북아일랜드 국경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책은 당초 2019년 3월 29일 오후 11시 영국의 EU탈퇴 시점부터 2020년 12월 말까지의 이행기간에 합의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무역)관계에서 찾으려 하였다. 다만 이행기간 동안 최종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혹은 합의하더라도 기술적인 이유 등으로 최종 해결책의 시작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를 대비하여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상황에서는 어떤 식으로라도 국경을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전장치(backstop) 방안에 대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논의과정에 나타난 영국과 EU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영국 측은 안전장치와 관련하여 영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현재와 같이 관세동맹에 남아 있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EU측은 북아일랜드만을 대상으로 EU의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머무는 것을 요구해왔다. 즉, EU측은 영국의 제안에 대해 탈퇴 이후 영국 전체가 관세동맹에 사실상 잔류하는 것을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cherry picking)’로 간주하여,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으며, 기한을 구분한 안전장치(최종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한이 되면 backstop이 만료되는)는 안전장치(backstop)로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주장하여왔다. 영국은 EU측 제안에 대해 북아일랜드만이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잔류하면 영국을 분리하게 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여왔다. 메이 정부는 의회에서 협력하는 북아일랜드의 지역정당인 민주통일당(DUP)의 지속적인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북아일랜드만이 EU의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남는 경우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특히 영국이 EU탈퇴 이후에 ‘일부라도‘ 관세동맹에 잔류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강경 이탈파의 이해를 얻으려면, 안전장치가 한시적일 수밖에 없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와 같은 영국과 EU의 서로 다른 입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EU측에서 먼저 일부 관계자가 영국 전체가 일시적으로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것을 허용하는 자세의 변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한시적인 안전장치는 인정하지 않았다. 만일 영국 측이 한시적인 조치에 집착한다면, 영국 전체가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안전장치(backstop)의 경우, 그 안전장치 기간이 만료된 시점에서 최종적인 방안(협정)이 발효될 수 없는 경우의 ‘안전장치의 안전장치’로, 북아일랜드만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잔류할 것을 요구할 우려 때문이었다. 2018년 10월 EU정상회의 전후로 이행기간의 연장논의가 부상하여 왔던 것도 이 문제와 관련이 있으며, 이행기간을 연장하면 최종 해결책을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시간적 여유가 생겨나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실제로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메이 총리도 이행기간의 연장에 긍정적이지만, 보수당의 강경 탈퇴파는 이행기간의 장기화가 영국의 EU탈퇴를 유명무실화 하여 사실상 EU잔류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여 이에 강력히 반발하여왔다. 이행기간이 길어지면 그동안 EU에 대한 추가예산 갹출이 요구되기 때문에 영국은 이행기간의 연장논의를 수용하기 어려웠다.
종합적으로 볼 때, 탈퇴협정(Withdrawal Agreement)안은 영국이 사실상 EU의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잔류하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이행기간 동안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며, 잔류기간동안 영국이 EU규범을 준수하는 한편, 예산분담금을 수용하는 큰 틀에서의 soft Brexit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탈퇴협정안이 지난 2018년 11월 14일 장장 5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영국 내각에서 통과하였지만, 영국보수당을 비롯한 유럽회의론자들(Eurosceptics)은 영국을 영원한 EU의 “속국(vassal state)”으로 만들 것이며, 북아일랜드는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반대하였다(<표 3> 참조). 영국이 EU의 규범의 틀에서 벗어나, 세계 모든 국가와 자유로운 통상협정을 맺을 수 있기를 바라는 보수 유럽회의론자들에게 이는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이 총리는 의회에서 모든 안전장치가 일시적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졸속합의를 비난하는 Brexit 강경파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오히려 탈퇴협정 합의 이후, EU 측과 가장 어려운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어 낸 메이 총리에 대한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집권 여당 보수당 내의 반대가 뿌리 깊어, 의회에서 탈퇴협정(WA)안이 부결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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