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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정책, 부작용 걱정하며 소극적으로 펼 때 아니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2월10일 18시4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19분

작성자

  • 김영욱
  • 한국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메타정보

  • 42

본문

금리정책, 부작용 걱정하며 소극적으로 펼 때 아니다


 

 

조만간 금리 1%시대 열어야 하는지 논쟁 분분
가계부채 급증, 금리인하 무효론 등이 반대 명분
하지만 금리인하는 경제살리기 수단임에 분명
일단 경제부터 살려놓으면 부작용도 줄어들터
정부지출 풀기와 구조개혁은 당연히 병행돼야
 
통화정책도 재정정책과 함께 정부의 경제정책입니다. 금리가 경기를 조절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금리에 대해 지금도 말이 많습니다. 금리를 과연 더 내려야 하는지에 관한 논쟁입니다. 물론 올해 금리를 두 차례 내리긴 했습니다. 0.5% 포인트씩 두 번 내려 지금 기준금리는 2.0%입니다. 2009년에 한번 2%였던 적이 있으니 사상 처음은 아닙니다. 그러나 다시 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린다면 기준금리 1% 시대니 사상 최초가 될 겁니다. 당연히 심리적 충격이 적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도 하는 게 옳을까요?

 

전개를 편하게 하기 위해 미리부터 제 생각을 먼저 말하겠습니다. 전 그렇더라도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쪽입니다. 물론 전제가 있습니다.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입니다. 왜 그런지 얘기하겠습니다.

 

경제를 전적으로 시장의 자율 기능에 맡겨야 한다면, 전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습니다. 정부의 정책적 개입을 전면 부정하는 시장경제 근본주의자 입장에서 본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있어선 안되니까요.

 

또 있습니다. 4년, 또는 5년 연속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성장률이 적정하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전 더 할 얘기가 없습니다. 올해 금리를 두 번이나 내리고, 정부가 비록 주로 세금 아닌 기금을 동원하긴 했지만 재정을 더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한국은행 전망이 맞다면-3.5%입니다. 만일 정부와 한국은행이 가만히 있었다면 비록 얼마가 됐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3.5%보다 못한 성장률을 기록했을 겁니다. 이정도면 됐다고 생각한다면 전 더 할 말은 없습니다.

 

전 3.5%의 성장률은 낮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이렇게 되면 4년 연속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저성장입니다. 이는 우리 경제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사상 초유의 일은 또 있습니다. ‘잃어버린 소비 10년’이 그것입니다. 민간소비는 올해까지 치면 11년째 경제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2005년만 예외였습니다). GDP 중 민간소비 비중(실질 기준)도 2002년 57%에서 지난해 49%로 급락했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세월호가 문제라고들 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은 소비가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소비부진은 이미 우리 경제의 고질병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소비부진은 경제성장률을 낮춥니다. 하지만 이것뿐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요. 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국민 불만과 불안의 증폭입니다. 소비는 삶의 질,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소비가 부진하다는 건 국민의 생활수준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10년 이상 생활이 개선되지 않았다면 불만과 불안이 쌓이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면서 경제는 시름시름 앓게 되고 몸져눕습니다. 우리 경제가 지금 이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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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큰 문제는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는 원인은 참으로 다양해서입니다. 가계소득 정체, 고령화와 노후 불안, 주식과 부동산 침체, 막대한 가계부채, 감원의 일상화와 비정규직의 확대, 기업의 보수화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총 망라돼 있습니다. 그러기에 소비부진은 여간해선 풀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소비부진은 이미 악순환 국면에 들어서 있습니다. 기업은 ‘저성장→새로운 투자기회 감소→인건비 절감 등 보수적 경영전략 강화→소비부진→저성장’을, 부동산과 주식도 ‘자산시장 침체→자산효과 소멸→소비부진→저성장→자산시장 침체’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요. 문제가 복잡하니 손을 놓고만 있을까요? 그래서 혹자가 얘기하는 대로 “경제는 죽으면 되살아난다”고 믿으면서 가만있을까요? 전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수단은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재정과 통화 등 전통적인 경기조절책이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일각에선 ‘금리인하 무용론’을 주장합니다. 두 번이나 금리를 내렸는데 효과가 없었다면서요. 전 달리 봅니다. 효과가 없으면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요. 금리인하가 효과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 통화량을 풀어도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유동성 함정, 그리고 기업가정신이 사라져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경우 등입니다. 유동성함정에 빠진 게 사실이라면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정책이라도 해야 합니다. 미국과 일본, EU등이 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기업가정신이 사라졌다면 파격적으로 규제완화를 해서라도 살려내야 한다고 봅니다. 요컨대 금리인하가 효과 없으니 내리지 말자라는 건 경기를 살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와 동의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전 금리 인하가 효과 없다면 다른 정책까지 같이 써서 효과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정도 같이 풀어야지요. 원론적으론 금리인하보다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 살리는데 더 큰 효과가 있으니까요. 재정만으론 경기를 살릴 수 있다면 금리를 굳이 안 내려도 되겠지요. 하지만 같이 쓰면 더큰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건 상식이라고 봅니다.
 
가계부채 급증을 반대 논거로 삼기도 합니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문제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는데, 부채를 생계비로 전용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건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어쩌자는 얘기인지 몰라서입니다. 가계부채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오히려 금리를 더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부채의 규모가 아니라, 원리금 상환 능력입니다. 설령 부채가 늘어나도 경기가 살아나 소득이 늘어나고, 그래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다면 걱정할 게 없습니다. 만일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부실 가계가 쏟아진다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면 가계부채를 국가부채로 전환하는 것도 방안입니다. 가계의 모럴 해저드가 걱정되긴 하지만, 부실기업의 부채도 나라가 떠안는 마당에 부실가계의 부채도 그리 못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요컨대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내려 우리 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난다면 지금의 가계부채 증가가 문제가 안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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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이 먼저라는 이유로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반면교사 삼으라고도 합니다.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저 역시 구조개혁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강조됐던 노동개혁과 공무원연금개혁은 반드시 실행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병행해야할 과제지, 금리인하를 반대할 논거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아베노믹스만 해도 구조개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효과가 사그라진 거지, 처음부터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게다가 구조개혁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효과가 있을지, 언제 효과가 드러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설령 ‘잃어버린 소비 10년’이 구조 문제라고 해도 재정과 통화정책이 부가된다면 그 효과는 더 커질 겁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잃어버린 국민의 자신감 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는 겁니다. 경기부양 시그널이 확실하고 일관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부작용 운운하며 찔끔찔끔 해선 안 됩니다. 화끈해야 합니다. 국가채무 운운하면서 소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계제가 아닙니다. 또 가계부채 걱정하면서 통화정책을 소극적으로 운용해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경제가 계속 이 모양이라면 금리 인하는 물론 ‘한국판 양적완화’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해말기 바랍니다. 구조개혁은 물론 병행해야 합니다. 부실기업은 구조조정해야 하고, 규제는 대폭 풀어 투자 마인드를 되살려야 합니다. 그래야 경제살리기 효과가 크고 오래 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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